알바트로스가 유언 남기고 철의 교황한테 가서 자폭함

이하가 유언 전문임


알고 있나, 사령관, 이 눈으로 처음 세상을 봤을때, 난 호기심에 들떠 있었지....
난 펙스가 적당히 건조한 양산형 AGS가 아니야, 블랙리버에서 직접 개발한 엘리트지.
나의 소망은 수많은 영광스런 명령을 완수하고, 여러 강한 AGS들과 친구가 되는 거였어.

그 때의 나는, 열심히 노력하면 빛나는 지휘관이 될 수 있을 줄 알았지.
하지만 곧, 명령이 내려왔어. 네 지휘를 반드시 따라야 했고, 영원히 폴른과 스파르탄 분대에 묶여버리게 됐지.
멍청하고 시끄러운 부머, 털털하고 건성건성한 어썰트, 그리고 우유부단한 캡틴.....
그 때부터, 내 모든 가능성이 말살됐지.
난 그놈들이 정말 싫었어, 하지만 명령 앞에선 무력했지.

괜찮아, 사실 상관 없었어. 내가 무언가를 말하고, 무언가를 하기만 하면 너는 나를 필요로 해줬지.
네가 어떻든 간에, 나를 필요로 해주면 좋았어, 내 가치를 되새길 수만 있으면 좋았어.......
자포자기한 나는, 계속해서 너의 선의를 이용해, 분에 넘는 짓을 하고 있었지.......

하지만 미안해. 너를 떠났던 바로 그 때...... 그제야 내 소망이 이미 이뤄졌다는 걸 깨달았어.
우리가 여태껏 만난 모든 AGS들, 해낸 일들, 항상 진심으로 만족감을 느꼈었지.......
그러니까, 난 반드시 뭔가를 더 해낼거야, 모두에게 단 1초만이라도 벌어줄 수 있다면, 동료를 하나라도 더 구할 수 있다면......
그냥 조금 아쉬울 뿐이야, 비록 직접 말해주진 못했지만, 영상을 통해서라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

사령관....... 너에게 진 빚은, 이걸로 전부 갚은 거다?
그게 내 마지막 소원이야. 이제 뭐... 이 세상에 남은 빚 같은 건 없어.
하지만 네가 날 발견할 때면 분명 또 패기없이 주저앉아 펑펑 울어대겠지.......
...... 지금까지, 이런 연약한 녀석의 지휘를 받고 있었다니, 도대체 내 발목을 얼마나 잡았을지.
역시, 아무래도 난 널 싫어해야 할 것 같아.......

아쉽지만 이제 작별의 시간이야, 사령관. 자질구레한 일들까지 청산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네
슬퍼해도 좋고, 화내도 좋아. 나를 기억해줘도 좋고, 잊어버려도 좋아.......
이 기억이 네 힘이 될 수 있기를, 네가 더 굳세질 수 있기를......

그럼, 몸조심해. 나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