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레모네이드 알파


자사고를 졸업해 명문대를 나와 기어이 아이비리그 졸업장을 따 공룡기업의 최연소 부장을 역임한 레모네이드 알파.

그러나 그녀에게도 단 한가지 흠이있었다.


그것은 바로 연애.


그녀의 자유분방하고 한 곳에 억류되기 싫어하는 성격은 그녀로 하여금 약 20번이 넘어가는 연애중 최장 연애기간이 3개월이라는, 전무후무할 기록을 써내려가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긴 밤에도 해는 뜬다고, 그녀의 인생에도 남편이라고 부를만한 남성이 나타났다.

자신과는 다르게 굉장히 순하고, 순종적인 남성.

마치 웰시코기를 보는 듯, 자신을 따르며 맹목적인 사랑을 바친 그에게 푹 빠진 레모네이드 알파는 만난지 5개월만에 결혼에 골인, 결혼 1년차에 바로 임신하여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인생이 항상 꽃밭일 수 는 없다. 

인간 강아지를 뺏긴 시누이들의 견제는 알파로 하여금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시누이들은 알파를 '우리 귀여운 남충이 뺏어갔는데 싸가지도 없는 년' 이라고 생각하는 상황.


과연 알파는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2.마리

프랑스 생시르 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대위까지 초고속 진급을 보이며 탄탄대로를 걷던 마리.

허나 그런 그녀에게 예기치못한 장애물이 등장했다.

바로 부정맥이라는 불치병, 갑자기 나타난 군인으로선 크나큰 장애.

게다가 정기건강진단에서 나온 결과라 숨길 수 도 없는 상황.


그러나 마리의 군인으로서 능력을 안타까워 한 상부는 두가지 결정권을 내려주었다.

전방에서 빠져 후방 행정장교로 근무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명예전역 할 것인지 결정하라는 것.

당연히 상부로선 마리가 전자를 택 할것이라고 보았다, 사실 후방에서도 최중요 요직이라 그녀에게도 구미가 당길것이라고 보았으니까.


그러나 실의에 빠진 마리는 그대로 전역을 선택했다.

뒤도 안본채 위병소를 빠져나오는 마리의 눈가엔, 눈물 하나 맺혀있지 않았다.

그만큼 속이 텅 빈 듯, 얼이 나간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


그렇게 민간인이 된 마리는 프랑스의 한 시골에서 어머니의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딘가 혼이 나간 사람처럼, 군시절 처럼 기계적으로 일어나 기계적으로 청소를 하며 기계적으로 침대커버를 정리하면서.

기계처럼 하루하루 감정이 없이 일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우울하게 보내던 마리 앞에 찬란한 태양이 나타났으니, 한국에서 온 배낭여행객 철남충이었다.

자신을 전직 한국공군 파일럿이라고 소개한 그에게 마리는 왠지모를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불치병으로 한국 공군에서 강제전역을 당했다는 그에게, 왠지모를 동정심과 공감을 느끼며, 자연스레 얘기를 트며, 사랑을 속삭이는 사이까지 발전했다.


게다가 165에 60kg, 체지방 10퍼센트 라는 공군 파일럿으로선 완벽한 신체를 가진 그는 마리의 이상형에도 부합했다.

181cm인 자신이 그를 안으면, 무언가 테디베어를 끌어안는 느낌이라, 어떤날은 하루종일 그를 끌어안고 놔주지 않은 적도 있었다.


왠지 모르게 자신을 한국어로 누나라고 불러달라는 마리의 요구에 가끔은 의아함을 느낀 철남충이었으나, 그녀가 기뻐하는 것을 본 뒤론 자신과 마리 그녀 둘만이 있을땐 누나라고 부르고, 프랑스어로도 누나라고 부르는 대출혈 서비스까지 해주었다.


그렇게 둘은 결혼했고, 프랑스에 미련이 없어진 마리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정착하기로 결심.

마침 철남충이 전역 후 퇴직금과 적금으로 마련한 집이 있어, 거기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철남충의 부모님은 완강했다, 한국에선 며느리가 결혼하면 3년간은 시댁에서 살아야 한다며 그 집은 세주고 자신들의 집에서 살며 살림을 배우라는 것 이었다.

부조리할 수도 있는 요구였으나, 마리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 기회에 시어머님과 시아버지에게도 점수를 따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겠다고.


처음엔 철남충의 부모님도 아들보다 머리 한개는 크고, 금발에 벽안인 외국인 며느리 마리를 탐탁지 않아했으나 그 평가가 반전되기엔 3개월이면  충분했다.

프랑스인 입맛엔 안맞을 터인 청국장도 잘 먹고, 김치까지 마스터하며 오랜 게스트하우스 짬밥으로 집안일까지 마스터한 그녀를 이뻐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3년이 다 되자, 철남충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아이구 아가, 남충이만 보내고 아가 너는 내 딸하면 안되냐?" 하며 진담이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3.장화



학창시절을 일진으로 보낸 그녀를 원하는 곳은 사회 그 어디에도 없었다.

또한 평생 영원하자고 떠들어댄 그녀의 일진 친구들도 성인이 되고나선 이런저런 돈 관련 문제에 연락이 끊기고, 의절하거나 하면서 연이 끊겼다.

그렇게 매일 하릴없이 한량처럼 지내는 장화를 보다못한 언니 홍련은, 그녀를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보련의 미용실에 취직시켰다.

보련도 의자매 홍련과의 인연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준 것 이라 몆개월 뒤에 내보내자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미용에 재능이 있던 장화는 단숨에 보련과 맞먹을 정도로 뛰어난 미용사로 발전해 현재는 보련의 미용실 매출의 40퍼센트를 담당하는, 보련의 보물단지가 되었다.


그렇게 미용일에 재미를 붙이며 나름의 열정을 가지고 일하던 중, 그가 찾아왔다.

학창시절 자신이 괴롭히며, 놀렸던 그 남성, 철남충.

하지만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였다.

100키로나 나가던 그 뚱뚱한 몸은 어느새 피지크 모델 뺨 칠 정도로 탄탄한 몸을 자랑했고, 그와 동시에 파묻혔던 이목구비가 드러나 존잘까진 아니더라도, 훈남은 충분히 가능 할 정도였다.

들어오자마자 보련이 "어머~ 잘생긴 오빠 안녕~ 오랜만에 왔네~" 하고 작업에 들어갈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장화는 그런 것 따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번에 그가 철남충이라고 눈치챈 장화는, 죄악감과 자괴감과 후회로 마구 뛰는 심장만이 느껴졌다.

장화는 보련에게잠시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채 보련이 철남충의 머리를 마무리 할 쯤 나오려고 했다.

허나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철남충은 보련에게 

"저 오늘은 저 빨간머리 미용사 분께 자를게요, 친구들이 저분이 그렇게 잘 자른다고 했거든요"

라고, 자신에게 예악을 걸어버린 것 이다.


그렇게 화장실로 들어간 장화는 변기위에 쪼그려 앉아 오는 과호흡을 간신히 참으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자신의 과오가, 죄악감과, 후회가 동시에 밀려왔다.

하지만, 하지만 이제 자신은 그 불량학생 일진이 아니다, 프로 미용사다.

그래, 프로답게 굴고, 이따가 따로 사과하는거야. 

그렇게 다짐한 장화는, 터벅터벅 걸어가 철남충의 머리를 완벽히 자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채 가게를 나가는 철남충을 붙잡았다.


"너, 너 00고등학교 3학년 2반 철남충...맞지..."

"엉, 그런데 왜"


남자는 귀를 후비며 별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역시.... 날 기억하는 구나...나를....내가...너한테....흐읍....미안해....내가..."

"후우"


그렇게 남성은 귀를 후비는 걸 멈춘채, 장화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너 사실, 여기서 미용사 한다길래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보려고, 또 복수하려고 찾아온게 없지 않아있거든?"

"응..."


장화가 땅바닥을 내리보며 힘없이 대답했다.


"근데 이제 됐다, 너도 반성하면서 살고 있고, 나도 번듯하게 성공했으니까, 이제 없던 일 치고, 각자 인생살자"


그렇게 철남충은 뒤를 돌며 걸음을 옮기려 할 때, 무언가 자신의 소매깃을 붙잡는 걸 느꼈다.


"나...너한테 사죄할 수 있게 해줘, 비록 가진건 미용기술이랑...몸뚱이밖엔 없지만...이거라도..."


그러면서 그 소매깃을 당겨 자신의 가슴에 얹는 장화에게, 남성은 화들짝 놀라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이미 그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니 마음가는 대로 날...복수해줘..."





장화는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나중에 따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