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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화는 야설파트가 포함되어있습니다.



1부 보러가기










175.




편의점 확장공사 하루 전.



방금 홀로그램을 통한 회의가 끝났다.



닥터의 주관으로 원격으로 진행된 만큼 회의의 내용은 간단했다.



편의점 확장공사 시 냉장고와 백룸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내용.



설왕설래가 오갔지만 나 역시 닥터의 의견에 동의했고, 회의는 종료되었다.



원격 회의였음에도 불구하고 몸은 산전수전 다 겪은것 마냥 너무나도 피곤했다.




심지어 어지럽기까지 하다.



요 며칠동안 잠을 설친 탓일 것이다.



어제 블러디 팬서와 한바탕 한 뒤로 지금까지도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렇게 피곤함을 버티고 또 버티고보니 또다시 밤이 돌아왔다.



요새는 취침시간에 침대에 누워도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불면증이라도 걸린 모양이다.



내 몸이 일종의 강화인간이라고 하지만, 불면증 앞에선 그런 사실은 무의미했다.



어째서 잠을 못자는 걸까.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보려고 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며칠동안은 수면제에 의지하며 밤을 보냈다.



오늘도 수면제에 의존해야겠지.


내일을 위해서.



오늘도 수면제를 손에 쥐고 컵에 담겨있던 물을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수면제를 입에 탈아넣었다.



“ 으윽.. “



수면제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왠지 목이 따갑다.



나는 가만히 침대에 앉아 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생각보다 약의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분명 처음 수면제를 먹었을땐 정말 빨리 잠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수면제를 먹고도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점점 갈수록 내 몸에 받는 약의 효과가 약해지고 있는걸까?





그때, 통신기에 문자가 도착했다.



유미에게서 온 문자였다.




‘ 사령관님. 내일 밤에 매주 금요일밤마다 만났던 휴게실 B에서 뵐수 있을까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편의점 확장공사 기념으로 술 한잔 하자구요.


제가 사령관님께 긴히 드릴 말씀도 있고..


어때요..? 시간.. 있으세요? ‘



내일 밤이라.


왠지 웃음이 나왔다.


나는 타자를 쳐 유미에게 답신을 보냈다.



“ 응. 시간있어. 내일 보자. “



유미는 정확한 시간을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금요일 밤마다 휴게실 B에서 만났을 때처럼 11시에 만나자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유미에게 답신을 보내고 나는 앉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눕혔다. 


졸음이 쏟아져 내렸다.



내일은 할일이 많다. 충분히 자지 않으면 내일은 기절할지도 모른다.


나는 곧바로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5시간 뒤,




고작 5시간이라는 짧은시간이 지나고 나는 잠에서 깼다.


머리가 아프다. 몸은 극도의 피곤함을 느끼는 반면 잠은 고작 5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피곤함이 오히려 배가 되어 몸을 짓눌려 오는 느낌이 든다.



“ 으윽… “



몸을 일으키자 피곤함의 신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수면제를 먹고도 잠을 청한 시간은 고작 5시간.


수면제의 효과가 슬슬 먹히지 않고 있다.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꼭두새벽부터 사령관실로 향했다.


혼자서 걷는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현재 시각은 새벽 4시. 


아직은 모두가 잠든 시간.



지금 보고서를 정리하면 오전안에는 끝낼 수 있겠지.






5시간 후.




정신없이 보고서를 정리하고나니 어느새 아침이 되어있었다.


마지막 보고서를 옆으로 치운뒤 나는 엎드려 잠을 청해보려고 했다.


양팔을 베개삼아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고 잠시 가만히 있어보았다.


잠이 올 때까지, 숨을 편안하게 쉬어보았다.


어디서 들은 잠 잘자는 민간요법을 따라해 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민간요법으로는 잠을 청하기엔 어림도 없었다. 


언제쯤 이 고통이 끝나게 될지.


나는 불안한 듯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피곤함에 불안증세까지 생긴 모양이다.




“ 똑똑. “



그때 누군가 내 방에 노크를 했다.



“ 응. 들어와. “



그렇게 말하자 곧 늘 보는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닐라였다.



“ 아침에 어딜 가셨나 했더니 여기 계셨군요. “



바닐라는 아침마다 내 방을 정리하러 온다.


어떨 때는 내가 자고 있는데도 아랑곳도 않고 방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 와서 방좀 깔끔하게 하고 살라고 험한 말로 잔소리를 한다.


틱틱거리긴 해도 내 시중을 드는 역할에는 아주 충실한 바닐라였다.



오늘은 내가 꼭두새벽부터 사라져서 바닐라도 약간은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 뭘 웃으십니까? 전 웃을 기분 아니니 표정 관리 좀 하시죠. “



… 당혹스러운게 아니라 화가 난 모양이다..



“ …네… “


“ 에휴. 주인님. 어제 또 밤을 새셨습니까? “



바닐라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 아니, 오늘은 잤어. 잤는데, 얼마 못자고 일어나 버렸어. “



나는 변명하듯 말했다.



“ 참 잘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몇시에 일어나셨습니까. “



“ 4시. “


“ … “




바닐라는 그 말을 듣고는 기가막힌 듯 길다란 한숨을 내뱉었다.



“ 한심하군요. 주인님은 주무시는 것도 제대로 못하십니까? “


“ 몰라. 요즘 불면증이라도 걸렸는지 잠이 잘 안오네. “


“ 다프네 양이 준 수면제는 드시고 계십니까. “


“ 응. 어제는 먹었는데도 고작 그거밖에 못잤어. “


“ …어휴. 제가 잠 잘오게 도와드립니까? 잠잘 때 누가 옆에서 더럽게 재미없는 책을 읽어주면 잠이 잘 온다는군요.“



“ 아냐. 오늘은 밤중에 선약이 있어서 늦게 들어갈 것 같아. 고마워. 바닐라. “




잠시후 바닐라는 간단히 내게 목례를 한 뒤 사령관실을 나갔다.



“ …하아.. “



피곤함에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잠시후에는 대장급 바이오로이드들과 작전회의가 있다.


오후에는 나의 지휘아래 진행되는 소규모 작전이 있고 저녁에는 결재서류와 보고서를 또 정리해야한다.


11시 약속까지, 오늘의 일정은 꽤나 강행군이다.



“ 좀 쉬어야 하나.. “



요즘은 이런 강행군이 일반적인 일정이 되었다.


하루종일 업무와 작전에 목을 매다보면 하루는 금방 지나가 있었다.


대원들에게 쉬는 날이 있지만, 내겐 쉬는 날이 많지 않다.


제대로 쉬어본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 불면증은 이런 강행군으로부터 나온 스트레스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언제부터 이런 강행군을 시작했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때,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사이 다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와. “



문이 열리자 아까 방을 나섰던 바닐라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다시 나타났다.



“ 바닐라? “


“ 주인님. 이거나 드시죠. “



바닐라는 내게 뭔가를 내밀었다.


바로 편의점에서 파는 에너지 드링크였다..



“ 편의점이 확장공사 중이라 이거 구하려고 안드바리 양 보급창고까지 갔다 왔습니다. 귀찮게시리. “



“ 어… 고마워. 근데 에너지 드링크는 왜..? “



“ 이거라도 마셔야 오늘 일정에 무리가 없지요.



무슨 오늘 일정을 이렇게 빡세게 잡아놨습니까? “




바닐라가 반대쪽 손에 쥐어진 일정표를 보며 말했다.





“주인님이 쓰러지면 곤란해지는건 접니다.


자, 어서 마시세요. “



나는 바닐라에게 에너지드링크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캔뚜껑을 따, 에너지 드링크를 세모금 정도 들이켰다.



“ 으윽.. 고마워. 바닐라. “


“ 흥. 주인님. 당분간 좀 쉬시든지 하세요.


하인 걱정되게 하지 마시고. “



바닐라는 본의아니게 본심을 늘어놓았다.



“ 내가 널 걱정시켰구나. 미안해. “



그러자 바닐라는 흠칫하더니,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아까처럼 간단히 내게 목례를 한 뒤 사령관실을 나섰다.





“ 하아.. 시작해볼까.. “



곧 작전 브리핑이 시작된다. 어서 움직여야겠군.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오후 6시가 되었다. 


나는 일정이 끝나자 사령관실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작전 브리핑이 끝난 이후 식사시간도 겨우 10분밖에 없었고,


식사시간 후 곧바로 작전이 시작되어 오후 내내 함교에 있었다.


소규모 병력으로 진행되는 작은 작전이었지만, 나는 함교에서 이를 지켜보며 지휘를 이어갔다. 하루종일 피곤함이 몸을 억눌러왔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몸이 쳐져 갔다.




길고 길었던 작전은 6시가 되서야 종료되었다.



나는 사령관실의 의자에 몸을 기댔다.



식사시간이라 곧 일어나야한다.


하지만, 몸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피곤함에 이마를 짚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진다.


하루종일 억눌러왔던 졸음과 피곤이 급격하게 온 몸으로 번져갔다.



‘ …한 10분만 잘까..? ‘



지금 컨디션으로는 누가 툭 건들기만 해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나는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양팔을 책상에 포개고 엎드렸다.


그리고 눈을 감으니, 아까와는 달리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몸도 움직이기 힘들었다.


나는 그대로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 똑똑. “



사령관실을 울리는 노크소리.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러자 노크소리의 주인공은 곧바로 사령관실로 들어왔다.



“ ….사령관? “



바로 레오나였다.


팔짱을 끼며 사령관실로 들어온 레오나는 책상위에서 잠든 사령관을 보고 어이없어했다.



“ 사령관. 일어나. 어서. “


“ 으음.. “


“ …. “



레오나는 오늘 사령관과 함께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다.


미리 소완 주방장에게도 말해두고 오는 길이었다.


사령관이라면 레오나의 부탁을 마다할리 없으니, 미리 행동을 취할수 있었다.


하지만 레오나도 사령관이 이렇게 잠들어있을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 어쩐지 오늘 상태가 영 안 좋아보이더니. “



레오나는 작전 브리핑 때를 생각하며 사령관에게 다 들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응이 없는 사령관.


그러자 레오나는 사령관의 책상위에 올려진 호출 스위치를 눌렀다.


배틀메이드 전용 호출기였다.



“ 거기 누구 있어? 아무나 한명 사령관실로 와. “



레오나는 그렇게 말하며 호출 스위치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레오나는 사령관을 지긋이 살펴보았다.


곤히 잠든 사령관은 레오나가 온줄도 모르고 있었다.


레오나는 조용히 외투를 벗어 사령관의 몸을 덮어주었다.




“ 이런 곳에서 잠들면 몸살걸리는 것도 모르나봐? “


“ 으음… 10분만… “



사령관이 잠꼬대를 한다.


레오나는 그런 사령관이 잠시 귀여워보였다.



잠시후 사령관실에 노크소리가 울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 레오나님, 안녕하십니까. “



블랙웜이 레오나에게 목례를 했다.



“ 그래. 잘 왔어. “



레오나가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자


블랙웜은 표정변화 없이 레오나를 지나쳐 사령관에게 다가갔다.



“ 상황을 보아하니, 주인님께서 여기서 잠드신 모양이군요. “


“ 맞아. 어서 사령관을 업어서 침실로 데려가. “


“ 알겠습니다. “



사령관은 블랙 웜에게 업히는 와중에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블랙 웜은 사령관 몸 위에 덮어져있던 레오나의 외투를 레오나에게 건넸다.


그리고 블랙 웜은 사령관을 업고 사령관실을 나섰다.



사령관실에는 레오나 혼자만이 남겨졌다.



“ 오늘은 나 혼자 먹어야겠네. “



레오나는 스스로 냉정하게 말하면서도 씁쓸함을 감추지는 못했다.








176.





“ 으윽.. “



무의식중에 온몸을 감싸는 듯한 포근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나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내 몸을 덮고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사령관실이 아닌 전등이 켜진 내 침실로 와있었다.



“ 일어나셨습니까. “



나는 깜짝놀라 옆을 보았다.


내 허리맡 근처에서 블랙웜이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나를 보고 있었다.



“ 블랙웜..? “


“ 네. 주인님. “


“ …너가 날 여기까지 데려다준거야..? “



“ 그렇습니다. 주인님. “



“ 설마 너.. 날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거야?


얼마나..? “



“ 7시간 41분입니다. 주인님. “



“ 뭐? “



나는 깜짝 놀랐다.


10분만 자겠다고 했는데 무려 7시간 41분동안이나 잠들어 있었다니.


시계를 보았다. 벌써 2시가 다 돼간다.



그때, 불현듯 떠올랐다.



‘ …잠깐, 내가 뭐 잊고 있었던게… ‘





잠들어 있는 사이 깜빡하고 있었던 무언가를 떠올려 보았다.






‘ 사령관님. 내일 밤에 매주 금요일밤마다 만났던 휴게실 B에서 뵐수 있을까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편의점 확장공사 기념으로 술 한잔 하자구요.


제가 사령관님께 긴히 드릴 말씀도 있고..


어때요..? 시간.. 있으세요? ‘



아차.


유미와 잡은 약속시간은 11시.


지금은 새벽 1시 40분. 약속시간으로부터 2시간 40분이나 흘러가버렸다!



나는 통신기기를 한번 켜보았다.


유미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다 합쳐서 13통이나 와있었다..!




나는 문자앱을 켜 유미가 보낸 문자를 한번 읽어보았다.



“ 사령관님, 지금 어디세요? “ - 11:07 pm



“ 사령관님, 지금 저 휴게실 -B에 있어요. 11시 약속 잊으신거 아니죠? “ - 11:31pm


.

.

.

.



“ 사령관님..? “ - 12:00am



“ 사령관님… 혹시 지금 무슨 일 있으세요? 제발 보시면 답장해주세요.. “ - 12:14am




“ 사령관님.. 제가 잘못한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발.. “ - 12:31am




“ 사령관님은.. 정말.. 바보에요. “ -1:00am






“ 블랙웜! 이만 들어가봐! “


“ 네. 알겠습니다. “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부리나케 엉망이된 머리카락을 빠르게 정리하고 


침실을 나와 휴게실 - B로 달려갔다.


2시간 40분이나 지각이라니.


그렇게나 긴시간동안 나타나지 않았으니 유미도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머릿속은 온갖 변명과 사과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다.


약속을 어기는 것 만큼 미안한 순간도 없으니까.


나는 유미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하지만 받지 않는다.



‘ 제발 좀 받아..! ‘



전화를 다시 걸어보았지만, 여전히 유미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휴게실 B에 도착한 나는 부리나케 문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조명이 꺼진 휴게실 B로 들어서자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늘 앉아서 술을 마셨던 그 테이블에는 도자기 술잔만이 각 자리에 놓여있었다.



유미.. 아무래도 실망해서 가버린 모양이다.



“ 아… “



나는 탄식을 뱉어내며 곧바로 휴게실 B에서 나왔다.



유미를 찾아야한다.


유미의 침실을 찾아가서라도 사과해야한다.


그 생각뿐이었다.



나는 대원들의 침실 쪽으로 복도를 따라 뛰었다.


그때, 누군가 걸어오고 있는게 보인다.


바로 오늘 야간 순찰당직 님프였다.



“ 님프! “


“ 네. 사령관님. 이 새벽에 어쩐일로.. “


“ 그게.. 혹시 유미 봤어? “


“ 유미님이요? 아까 11시쯤에 어디 가는 건 봤어요.


그 이후로는 잘 모르겠어요.. “


“ …알았어. 고마워! “



나는 님프에게 간단히 인사한뒤 다시 대원들 침실 쪽으로 달려갔다.



침실쪽에 도착하자 나는 방 앞에 붙은 인식표를 찾아보았다.



‘ M-5 이프리트.. 티에치엔.. 타치… ‘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보니


나는 <커넥터 유미(커리어 우먼)>이라고 적혀있는 방앞에 도착했다.


노크를 조심스레 해보았다.


하지만 반응이 없다.



“ … 아직 안돌아온 건가..? “



나는 유미의 방 문에 기대어 그대로 주저앉았다.



“ 유미야.. “



도대체 그녀는 어디로 간걸까.


휴게실-B에도, 자신의 방에도 없는 유미.


내게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그때, 내 통신기에 문자 도착음이 들려온다.



나는 부리나케 통신기를 켜보았다.


하지만 유미가 아닌, 키르케가 보낸 문자였다.


실망감에 빠지기도 전에, 키르케의 문자 내용을 보자 나는 눈이 번쩍 떠졌다.



“ 지ㅣㅣ그ㅁ 유ㅜ미 ㅆ.ㅣ 휴ㅜ객실 f에 있어요ㅕ “





나는 다시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나는 휴게실 f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휴게실 F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휴게실 F에서 누군가 나왔다.


바로 베로니카와 키르케였다.


키르케가 비틀대며 이상한 헛소리를 하고있다.


아무래도 술자리였던 모양이군.


키르케가 보낸 오타 투성이 문자를 보고 어느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키르케는 엄청 취한 모양이었다.


베로니카가 비틀거리는 키르케를 부축하며 이쪽으로 오고있다.


그리고 어느순간 베로니카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 …구원자님. “


“ … “



베로니카는 빨간 눈으로 나를 째려보고있다.


베로니카는 내 눈치를 살피는듯 하다가, 나를 지나치면서 말했다.



“ 휴게실로 들어가보시죠. 이번 일은 저희도 모르는 일로 하겠습니다. “


“ … 고마워. “



베로니카는 그렇게 키르케를 데리고 침실로 돌아갔다.


나는 숨죽이며 조심스레 휴게실 F로 들어갔다.


휴게실로 들어가니 엄청난 알코올 향이 내 코를 찌른다.


수많은 안주들이 테이블에 놓여져있고


그 뒤에는 수많은 맥주병이 보인다.


테이블 앞에 홀로 앉아 소맥을 말고있는..



“ 유미야.. “



얼굴이 새빨개진 유미가 보였다.



유미는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리봐도 이미 술에 쩔어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속상한 나머지 술을 퍼마시고 있었던 모양이다.


속에서 죄책감이 절로 올라왔다.



나는 조심스레 유미를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다.



유미는 앉아서 몸을 비틀거리다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보았다.



“ 어, 바보 사령관이네.. 에헤헤… “


“ … “



유미가 나를 보며 헤벌레 웃었다.



“ 유미야. 미안해. “


“ 에엥? 바보 사령과안이…. 사과도 할줄 아는 지느은… 몰랐네여? 에헤헤헤… “



유미는 왼팔을 테이블에 걸치며 턱을 괴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소맥이 든 커다란 술잔을 들어 마시려고 했다.


양이 1000cc는 되어보였다.



그러자 나는 유미가 들고있던 커다란 술잔을 뺏었다.


이대로 유미가 술을 더 마셨다간 큰일날거 같아서.



“ 으에? 에헤헿…. 방굼까지… 사과하시더니 술~도 맘대로 못 마시게 하시네여… “


“ 내가 잘못했어. 제발 이러지마. “


“ 으엥? 사령과안님이 뭐얼? 잘못하셨는데여? “



유미가 테이블에 엎드리며 말했다.



“ 내가 너무 늦어서.. 정말 미안해. 너랑 11시까지 만나기로 했었는데..


이건 변명의 여지없이 내 잘못이야. 제발 용서해줘. ”



나는 유미의 정수리를 보며 말했다.


유미는 엎드린 채 내 말에 집중하지 않는 듯 했다.



“ 으헤헤…. 그러면… “



듣고는 있었던 모양이군..



“ 그 술 마시세요. “



유미가 손가락으로 내가 뺏들었던 술잔을 가리켰다.



“ 그것만 한번에 다~~ 마시면~ 제가… 다~~ 용서해드릴께요… “



유미가 고개를 푹 숙인채 말했다.


나는 고민도 하지않고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입으로 갖다댔다.


그리고 담겨있던 소맥을 조금씩 들이키기 시작했다.




“ 으윽.. “



술이 너무 많아 원샷을 넘기기가 너무 힘들다.


하지만 유미는 내가 이 술을 원샷하길 원한다..


술에 취했지만 날 지켜보고 있다.



나는 원샷하는 척 술을 찔끔찔끔 천천히 마셨다.


시간이 길어짐에도 유미는 딱히 딴지걸지는 않았다.


그렇게 천천히 마시다 맥주가 1/3정도 남자 나는 겨우겨우 남은 술을 입에 몽땅 털어넣었다.



“ 으아… “



나는 술잔을 세게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 알코올이 속에서 순식간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 유후~~~ “



내가 소맥을 원샷아닌 원샷을 하자 유미가 환호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걸 다~~마시셨네요오.. 



그럼… 제가 용… “



그리고 유미의 몸이 휘청한다.



“ 유미야! “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지려던 유미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유미의 축 처진 몸을 팔로 안아올렸다.


유미의 깃털처럼 가벼운 몸이 상체에 밀착된다.


그러자 유미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 눈은 취했음에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 너 너무 취했어. “


“ 헤헤.. 차가우운… 도시에 커리어 우머는..! 이정도로오..


취하지 않아요… “


“ … 어서 방으로 가자. “


“ 에엥? 저 오늘 방에 안갈건데에… 헤헤… “


“ 그게 무슨 소리야? “


“ 저… 이거 있단 말이에요오,... “



유미가 팔에 들려있던 핸드백에서 뭔가를 꺼냈다.


코팅이 되어있는 어떤 종이였다.


바로 ‘동침권’이라고 적힌 종이였다.



“ …너 이거 때문에 윽… 날 부른거였어..? “



나는 술기운이 속에서 올라오는 와중에 물었다.



“ 헤헤헤…. “






그렇게 나는 유미를 안고 내 방으로 옮겼다.


복도를 걷는 내내 유미는 내 가슴팍에 기대며 볼을 비비적거렸다.


유미를 안고 침실로 돌아온 나는 유미를 침대 한켠에 눕혀놓았다.


유미는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다.




나는 침실 한켠에 마련된 샤워실로 가 몸을 씻었다.



따뜻한 물이 내 몸을 감싼다.


피곤함이 조금 가시는 듯 하다.



7시간 40분동안이나 잠들어 있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피곤함을 느꼈다.



기분 역시 썩 좋지 않았다.



그동안 쌓아온 피로가 아직 가시진 않은데다


결국 유미와의 약속을 어기는 참사까지 이어졌으니.



그리고 어쩌다 술까지 마시고 술에 잔뜩 취한 유미와 동침을 하게 되었다.


최악이라고 해야할지 그나마 좋은 상황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유미도 아침에 깨면 놀라겠는걸.



샤워하는 와중에도 술기운이 속에서 올라온다.


점점 몸에 알코올이 퍼지는게 느껴진다.


이대로라면 곧 나도 유미처럼 취해버릴 것 같다.



샤워를 마친 나는 수건으로 몸을 닦아낸뒤 속옷과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돌아왔다.


침대로 돌아오니 유미는 어느새 일어나 있었다.



“ 유미…? “


“ ….어디..갔다오신 거에요오..? “



유미가 고개를 푹 숙인채 말했다.


여전히 술이 덜 깬 모양이다.



“ 아.. 잠시 샤워하고 왔어.. “


“ 저… 이렇게 혼자… 내버려 두고요..? “


유미가 울먹이듯 말했다.



“ … “


“ …괜찮아요… 사실 저……는…. 혼자있는 게에에…헤헤..


많이 익숙하거든요… “



유미가 헤벌레 하며 웃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취한 모양이다..



나는 곧장 유미 옆에 앉았다.


그러자 유미가 몸을 기대왔다.



“ 헤헤… 사령관니임… “


“ …. “



그때, 유미가 내 가슴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유미는 그 손으로 내 상의 단추를 잡고 풀려고 했다.



“ 유미야..! “


“ 왜요…. “


“ 너 지금 많이 취했어..! “


“ 아니에요~ 저 하나도! 안취했어요오… “



당황한 나는 겨우 유미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 사령관님이 안 벗으시겠다면… “



갑자기 유미는 자신의 상의 지퍼를 잡고 내리려고 했다.


나는 부리나케 그녀를 제지했다.



“ 잠깐..! “


“ 왜요..? “



유미가 그렇게 대뜸 묻자, 나는 뇌정지가 왔다.



“ 어.. 그게.. “


“ 제 몸이.. 매력적으로… 하나도 안느껴져서 그러신거죠? “



상의지퍼를 내리던 유미가 삐딱하게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리고 화가 난듯 나를 째려보았다.



“ 아니면 제가 그동안 커리어 우먼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는데…


고작 편의점 장사나 하니까 실망하신거죠? “



“ …아니야.. 유미야. 좀 진정해..! “



“ ….사령관니임은….!!!!


 참 바보에요… “



유미가 소리를 질렀다.



“ … “


“ 사령관님은… 제가 싫으세요? “



유미가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한다.



“ 아니야.. 그런거.. “


“ 아니면..!! 왜 자꾸 그렇게 저를 애태우시는거에요… “



유미가 눈물을 한방울씩 떨구기 시작한다.


지금 이순간 만큼은, 유미는 술에 취해있는 사람같지 않았다.


나는 이런 유미의 모습을 보니 당혹스러웠다.



그때, 유미가 갑자기 내게 기대는 척 하더니, 나를 뒤로 넘어뜨렸다.


그리고 유미는 내 배 위로 올라탔다.





“ 자꾸 저… 설레게 만들고..! 설렜다 싶으면 어느 순간 그냥 가버리고..! 그리고 또 안아주고! 머리 쓰다듬으시고..!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냐구요…. 으흐흑…. “



유미는 내 품에 안긴채 울었다.



“ 으흐흑…. 흐흐흑… “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유미가 말하는 건 모두 사실이었으니까.



그동안 내가 유미에게 해왔던 그 행동들이 유미에게 애태움이 되었구나.



유미는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모두 쏟아낸듯 엉엉 울었다.




“ 나… “



유미가 안긴채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유미의 눈물젖은 눈빛이 나와 마주쳤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한 눈빛에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 사령관 좋아한단 말이에요…. “








그 순간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랫도리에 힘이 쏠리며


자지가 꼿꼿이 세워짐을 느꼈다.



내가 그동안 대원들에게 좋아한다는 말은 수없이도 들어왔다. 


여태 좋아한다는 그 말을 듣고 발기를 한적은 없었다.


하지만 유미의 나를 좋아한다는 그 단 한마디에, 나는 발기해버렸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심장이 어느때보다도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나는 그때부터 술김이었는지는 몰라도, 어느새 이성을 잃고 본능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나는 유미의 어깨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유미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유미가 나를 눈물젖은 눈으로 훌쩍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볼에 흐른 눈물을 닦아준 뒤 


곧바로 유미와 입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유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맞닿자 자지가 더 꼿꼿이 세워졌다.


동시에 알코올 향이 내 코를 찔러왔다. 하지만 그 향은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알코올 향 가득한 길고 긴 끈적한 키스가 끝나자, 유미는 어느새 내 잠옷 상의의 단추를 풀고 있었다.


유미 역시 이성을 잃은듯 단추를 푸는 손은 거칠고 속도가 빨랐다.


그러자 나도 유미가 입고있는 웃옷의 지퍼를 그대로 내렸다.


유미가 지퍼가 다 내려간 웃옷을 벗어 던지자 


유미의 아담한 가슴을 담은 검은색 브래지어가 드러났다.



나는 상의를 벗어던지고 그대로 유미를 뒤로 넘어뜨렸다. 


그리고 그녀를 덮쳐 유미를 안고 양 손을 등 뒤로 넘겨 브래지어를 벗겼다.


아담한 가슴과 그 위에 작은 분홍색 유륜이 드러났다.


나는 그 아담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 하읏.. “



유미가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미의 가슴은 작지만 말랑말랑하고 따뜻했다.


가슴뿐만 아니라, 유미의 몸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라 내 몸을 반겨주고 있었다.



마치 얼굴로 전기가 흐르는듯 짜릿짜릿한 느낌이 뇌를 타고 흘렀다.


동시에 아까 마신 술 때문인지 머리에 느껴지는 약간의 어지러움은 덤이었지만, 머리속을 감싸는 쾌락에 이정도 어지러움은 감수할만 했다.



나는 더 참지못하고 유미의 엉덩이를 더듬으며 치마 지퍼를 내렸다.



“ 하아… 하아… “



그리고 양손으로 치마를 내리자 유미는 어느새 내 바지를 손으로 벗겨내고 있었다.


나는 유미의 따뜻한 가슴을 혀로 핥았다. 



“ 하아..… 하아아.. “



유미의 신음이 더욱 끈적해져갔다.



나는 유미의 가슴에서 얼굴을 떼어낸 뒤 유미의 팬티까지 모두 벗겨냈다.


유미의 아담한 알몸과 보지가 내 눈앞에 드러났다.



그때, 유미가 내 부랄과 꼿꼿이 선 자지를 그 작은 손으로 부드럽게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 꺼냈는지 모를 콘돔을 내 자지에 씌웠다.


이와중에 콘돔을 자지에 씌워야 한다는건 몸으로 기억하는 모양이다.



아랫도리에서 유미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졌다.


커리어 우먼이라더니, 이런 걸 말하는 거였을까. 왜인지 한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이게 어딜봐서 술 취한 사람의 손놀림인가. 


이순간부터 나는 유미를 취해있는 사람으로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자지의 신경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손길에 내 자지는 더욱 딱딱해져갔다.



유미가 자지 끝까지 콘돔을 씌우자 나는 무릎을 당겨 유미의 다리를 벌리고, 유미의 어깨를 양 손으로 꼭 잡고 곧바로 꼿꼿이 선 자지를 천천히 유미의 음문에 찔러넣었다.



“ 하읏.. 하아아. 읏… 으흐흣... “



유미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유미의 음문에 자지를 넣을수록 유미의 신음이 더욱 떨렸다.


유미의 보지 속은 엄청 좁게 느껴졌다.


하지만 자지에 느껴지는 이 조임과 미끈함은 오히려 나를 더 흥분시켰다.



“ 하아.. 하아..읏.. “



나는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유미의 몸이 함께 흔들리며 유미의 작은 유방과 유두가 원을 그리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미의 음문에서 애액이 바깥으로 흘러내렸다.



“ 하아..♡ 하아앙....♡ 하앙.. “



신음의 주기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한다.


피스톤질이 계속되자 유미의 빨라진 신음소리가 더욱 내 귀를 간지럽혔다.


나는 유미의 조그만하고 부드러운 유방을 오른손으로 사정없이 조물딱거렸다.


유미의 유두 주변에 돌기가 돋기 시작하더니 유두가 꼿꼿이 발기되기 시작한다.


유방을 거칠게 만지던 내 검지손가락과 중지 사이에 발딱 선 유두가 쏙 들어왔다.


손이 떨리며 전기가 흐르 듯 짜릿함이 느껴진다.



방금전 유미는 그런 말을 했다.


자기 몸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냐는 말.


도대체 그건 무슨 소리였을까.


이렇게나 삼키고싶은 몸이 없었는데.





어느새 유미는 황홀해하면서도 게슴츠레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던 얼굴에는 침을 흘린 듯 입에서부터 볼을 따라 물길이 나있었다.



아까 서로 마셔댄 알코올 향이 우리의 주변과 침실을 가득 채웠다.



점점 알코올에 취해가던 나는 몸을 흔들며 유미의 귓가에 속삭였다.



“ 좋아해.. 유미야… “



그러자 유미의 신음이 잠시 느려지더니



“ 하아…하아…  저도… 좋아해요…



좋아…. 해요… “



신음과 함께 답했다.





섹스가 계속될수록 회음부에 힘이 쏠리고 있다.


사정이 코앞이다.



“ 사령… 간님….



신호가… 




너무.. 강해.. 읏..! “



유미는 부르르 떨며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토해냈다.



오늘은 신호가 약한 녀석이 너였구나.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자지를 감싼 콘돔이 끈적한 액체로 가득 채워졌다.



“ 하앗…아아… “



그리고 유미는 힘을 다한 듯 작은 신음소리를 토해내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마무리로 나는 유미와 입을 맞추었다.


하악하악 대던 유미의 부드러운 입술이 내 입술에 포개졌다.



입맞춤이 끝나자, 유미는 침대에 몸을 축 늘어 뜨렸다.


술김에 한 섹스였지만, 술에 취한 것 치고 유미도 꽤 오래 버틴 것 같다.








177.



그제서야 이성이 돌아온 나는 혼절해버린 유미를 조심스럽게 들어 자리에 눕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나는 침대위에 있던 다른 이불에 내 몸을 넣었다.


좋아한다는 한마디에 벌어진 광란의 섹스.


결국 유미가 기절하며 끝났지만


나는 아직도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며칠동안 꿀꿀하던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이 좋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유미는 다시 깨어난 시점부터 술취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에,


만약에 유미가 오늘 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통신기를 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사령관님. 하아아암.. “



전화를 받은 탈론 페더는 방금 일어난 척을 했다.



“ 페더. 다 촬영하고 있었지? “


“ … “



페더는 잠시 망설이더니,



“ 네… 맞아요.. “



결국 내 말에 시인했다.


이럴줄 알았지.



“ 방금 찍은거 전부 지워. “



“ 네? 하지만.. “


“ 어서. “



“ …네.. 알겠어요. “



“ 유미에게도 못찍었다고 말해. 알았지? “



“ … 네… “


페더의 실망하는 듯한 반응과 함께 전화는 끊어졌다.


만약에 유미가 오늘 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이 영상이 오르카호 내에 퍼지는것 만으로도


유미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렇게 둘순 없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유미가 이불 속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나는 베개를 옆으로 당겨 유미에게 몸을 가까이 했다.


그리고 몸을 옆으로 돌려 유미를 살짝 안았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니, 잠이 몰려왔다.


7시간 40분이나 자고도 내 몸은 스스로에게 취침을 권하고 있었다.


요즘 같았으면 불면증 때문에 이러고도 잠에 들지 못하겠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눈이 스르르 감기며 시야가 흐릿해진다.










얼마후 날이 밝은듯 눈이 부셨다.



깨어나니, 흐릿한 시야에 초록색 무언가가 보였다.



“ …. “



머리카락이군.. 그렇다면 생각나는 사람은 단 한 사람.



“ 하아암... 바닐라… “



“ 네. 주인님. 일어나셨습니까? “



시야가 뚜렷해지자


빗자루를 손에 든 바닐라가 오른쪽에 가만히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나는 몸을 일으켰다.



“ 지금 몇시야? “


“ 8시입니다. 오늘은 웬일로 잘 주무신 것 같군요? “



바닐라의 말에 나는 몸을 움직여보았다.


그동안 내 몸을 억누르던 피로가 싹 날아가 있었다.



“ … 응. 오늘은 잘 잔 편인거 같아. “




그때, 왼쪽 옆구리가 허전함을 느꼈다.


나는 그 쪽으로 돌아보았다.


유미가 없다.



“ …유미는 갔어..? “


“ 네. 갔습니다. 아까. “


“ … “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만약 어젯밤을 기억한다면 지금 갈 이유도 없었을텐데..


설마.



“ 바닐라. “


“ 네. “


“ 아침에 유미 만나봤어? “


“ 네. 만나 봤죠. “


“ 어때? "


" 뭐가 말입니까? "


" …혹시 유미..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던? “


“ 아니요. 기억못하는 거 같았습니다. 물론 어디까지 기억을 못하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




“ … “



" 그리고 주인님. 제가 분명히 섹스하고나면 방 잘 치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주인님은 정말 방을 개판으로 만드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으시군요. "



그 후 바닐라에게 엄청 혼났다.








그 날 이후 나는 일주일동안 휴식하기로 했다.


그동안 쌓여있던 업무, 그리고 그로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설치는걸 보기 싫었던 바닐라가 



라비아타에게 이를 보고했고, 결국 통령의 권한으로 작전을 대부분 취소하고 나를 포함한 모든 대원들이 모두 휴식기에 들어가기로 했다.


나는 나흘동안 그저 푹 쉬게 되었다.



유미와 섹스를 한 이후 왜인지 불면증이 싹 사라져 있었다.



피곤함에 손끝을 떨던 불안증세도 사라졌다.



하지만, 내 마음은 전혀 편치 못했다.



나는 사령관실의 의자에 앉아 그 날의 일을 곱씹어보았다.



“ …괜찮아요… 사실 저……는…. 혼자있는 게에에…헤헤..


많이 익숙하거든요… “



머릿속에서 유미가 술김에 나에게 했던 말들이 자꾸만 멤돌았다.



“ ….사령관니임은….!!!!


 참 바보에요… “




“ 사령관님은… 제가 싫으세요? “


“ 아니면..!! 왜 자꾸 그렇게 저를 애태우시는거에요… “





“ 자꾸 저… 설레게 만들고..! 설렜다 싶으면 어느 순간 그냥 가버리고..! 그리고 또 안아주고! 머리 쓰다듬으시고..!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냐구요…. 으흐흑…. “





“ 나… “




“ 사령관 좋아한단 말이에요…. “





그날 이후 나는 유미를 따로 찾지 않았다.


유미가 그 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엄청 곤란해 하고 있겠지.


하지만 내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유미와 이렇게나 가까워진게.



수개월전, 발키리가 내게 했던 부탁이 있었다.


편의점 근무자들을 잘 챙겨달라는 말.


그 말은 나 스스로 유미를 찾게 만들었고


1:1 술자리에서 유미는 나에게 편의점 업무에대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 때부터였다.



나는 유미의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에게 상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1주일에 한번, 그녀를 만나 술파티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수개월동안, 우리는 같은 방에서 매번 다른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나는 유미를 만나면서 편안함을 느꼈다.


유미를 만날 때마다 마음에 안정이 찾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미는 나에게 어떻게든 어필하기위해 온갖 행동들을 취했다.


신호감지기와 편의점 종에다가 센서를 연결해 내 앞에서 작동시켜본다던지 


자신이 커리어 우먼임을 주장하며 자랑스럽게 떠든다던지 그런 일들.



나는 그런 유미가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호감을 자주 표했다.


그리고 유미는 그것을 마음속에 새겨놓았다.



“ 자꾸 저… 설레게 만들고..! 설렜다 싶으면 어느 순간 그냥 가버리고..! 


그리고 또 안아주고! 머리 쓰다듬으시고..!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냐구요…. 으흐흑…. “




나는 그 행동이 유미를 애태우게 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유미는 내 애매모한 행동에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나는 결단을 내렸다.



나흘이나 지났다. 



오늘이야말로 유미를 만나고 싶었다.




유미를 만나서 그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가 유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나 혼자 있는 사령관실에 똑똑. 노크소리가 울린다.




“ 응. 들어와. “


내가 기다렸던 사람이다.


문이 열리자 유미는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 날의 일이 신경이 많이 쓰인 모양이다.



“ 안녕하세요.. 사령관님.. “


“ 응. 안녕. “



“ …. “


“ …. “



잠시 어색한 순간이 흘렀다.


그 날 이후 만나는건 처음이니.



“ 유미야. “


“ …네.. “


“ 오늘 편의점이 완공되는 날이야. 알고 있지? “



나는 우선 그날의 이야기 대신 다른 이야기를 먼저 시작했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싶었다.



“ …알고 있어요.. “


“ 오늘 간판이 완성되면 곧바로 완공식을 진행할거야. 너도 참여해줘. “


“ …네.. 알겠어요.. “


유미가 힘없이 대답했다.



“ …. “


“ …. “


어색함을 깨기는 커녕 더 어색해진 기분이 든다.


유미는 눈치보듯 얼굴을 붉히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 저기.. “


“ 응. 말해봐. “


“ 그 날의 일은.. “



유미가 그 날의 일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런데 유미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 정말.. 죄송…해요.. “


“ 응? 뭐가 죄송하다는 거야? “



나는 유미가 울먹이자 당황하여 그렇게 물었다.



“ …. “



유미는 그 이상 대답이 없었다.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 흐흑.. 그냥... 모든게.. 죄송해요.. "



유미는 그저 죄송하다고만 했다.


역시 기억이 없긴 한 모양이다.


나는 내심 유미가 그 날의 일을 기억하길 바랬다.


날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 날 밤을.



“ 저… 사령관님. 혹시.. 다른 용건 없으신가요? “



유미는 갑자기 그런 말을했다.



“ … “



나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 그럼… 저 이만 가볼게요..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려던 유미에게 다가가 유미의 손을 낚아챘다.


유미가 깜짝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 … “



놀란 유미의 눈과 나의 눈이 서로를 비춘다.



“ 사령..관님..? “



유미가 목소리를 떨었다.


동시에 내 심박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어째서 난 몰랐던 걸까?




사실 나도 유미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머리에선 의문을 품었지만, 가슴 속에서 말하고 있었다. 


유미를 좋아한다고.




“ 가지마. “




3부에 계속.


3부 보러가기





야설파트에 집중하느라 다른 부분이 어색한 부분이 많음



근데 나 사실 야설은 이번이 처음 써본거야..


안꼴리면 미리 공부 많이 안해둔 내 잘못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