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오르카호>

   

   

   

“엠피언니 이것좀봐. 복도에 조명이 가득 달린 나무가 있어! 이 나무는 사과대신 조명이 열리는 조명나무인가?”

   

   

“아니야. 이건 조명나무가 아니라 크리스마스 트리라는거야.”

   

 

“크리스마스 트리... 그게 대체 뭐야?”

   

   

“시아는 아직 크리스마스를 모르는구나. 하긴, 시아는 모를만도 하지. 지금껏 표류생활을 하면서 크리스마스를 챙긴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크리스마스가 뭔데? 시아 궁금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는 일년동안 착하게 살아온 아이가 산타클로스한테 선물을 받는 날이야. 우리 시아도 올 한해동안 언니말 잘듣고 착하게 지냈으니까, 분명 너도 이번 크리스마스때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게 될거야.“

   

   

“시아가 선물을 받는다고? 하지만 시아는 산타클로스에게 줄 참치가 없는데...”

   

   

“걱정마. 산타는 착한 분이어서 참치 같은걸 주지 않아도 시아에게 선물을 그냥 나눠줄거야.”

   

   

“진짜로? 참치를 안줘도 시아한테 선물을 그냥 준다니 산타클로스는 정말 좋은 분이구나! 근데 엠피언니는 선물 안받아?”

   

   

“아, 나는 아이가 아니어서 선물을 못받을거야... 시아야. 말 나온김에 궁금해서 묻는건데, 너는 크리스마스때 어떤 선물을 받았으면 좋겠어어?”

   

   

“받고 싶은 선물? 으음, 뭐가 있을까... 아! 언니 저것좀 봐!”

   

   

선물을 고민하던 살라시아는 근처에 있던 카페테리아 앞으로 후다닥 달려가서 진열장에 전시되어있는 ‘스페셜 오르카 케이크’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거이거! 시아는 산타클로스한테 선물로 이걸 받고싶어!” 

   

   

“...가격 3참치밖에 안하는 슈크림빵을 말하는거구나? 그거라면 분명히 산타도 선물을 해줄거야...”

   

   

“그게 아니야! 슈크림빵의 바로 옆에 있는 ‘스페셜 오르카 케이크’를 받고싶어! 언니가 먹고싶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었던 그거말이야! 시아는 이걸 선물로 받을래!”

   

   

“그걸 갖고싶다고?! 하지만 그 케이크는 카페테리아에서 가장 비싼 케이크잖아. 가격이 거의 몇백참치나 되는 케이크인데....”

   

   

“앗, 혹시 산타클로스는 비싼 선물은 안주는거야?”

   

   

(가벼운 한숨) “아니. 비싸기는 해도, 산타는 시아에게 오르카 스페셜 케이크를 선물해줄거야. 시아야, 우리 일단 방에 돌아가자. 복도에만 계속 있으니까 좀 춥다.”

   

   

“그래~”

   

   

   

<방에 돌아와서 참치 수를 세어보는 엠피트리테>

   

   

‘열셋, 열넷, 열다섯... 참치가 고작 열다섯개밖에 없잖아. 이거면 스페셜 케이크는커녕 일반 케이크도 못 살거야. 힘든 표류생활을 마치고 오르카호에 합류한 기념으로 시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려고 했었는데, 하필이면 원하는 선물이 엄청나게 비싼 케익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돈 가지고는 선물을 사줄 수 없어. 안되겠다, 시아한테 산타라는건 사실은 없으니까 선물은 기대하지 말라고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시아야. 하나 말할게 있어. 사실 크리스마스의 산타는...”

   

   

“엠피언니. 너무 기대가 되지 않아?”

   

   

“응? 뭐가 말이야?”

   

   

“크리스마스가 되면 스페셜 오르카 케이크를 받게 될거잖아! 참치가 없어서 꿈도 꾸지 못했던 그 비싼 케이크를 받을 생각을 하니까 너무 기대가 돼! 언니도 그렇지?”

   

   

“.......나도 기대돼. 맛있는 케익 먹을 생각을 하니까 너무너무 설렌다. 진짜 달콤할거야.”

   

   

“그치? 시아도 얼른 크리스마스가 왔으면 좋겠어!”

   

   

‘역시... 말 못하겠어. 저렇게나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는 시아를 실망시킬 수는 없지.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까지 잡일이라도 하면서 참치를 최대한 열심히 모아보자. 그리고 모은 참치로 시아가 그토록 먹고 싶어하는 스페셜 오르카 케익을 꼭 사주는거야.’

   

   

   

<다음날 12월 16일 오전 10시>

   

   

   

“시아야. 언니 잠깐 어디좀 나갔다올게.”

   

   

“어디가는데? 시아도 같이 갈래~”

   

   

“아, 그건 안돼! 사령관님한테 중요한 단독작전을 받았거든. 꼭 나 혼자만 해야하는 작전이니 시아 너랑 같이 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 하셨어. 그리고 아마도 지금 작전 나가면 저녁 지나서야 돌아올거 같아.”

   

   

“그렇게 오랬동안 떨어져있는다고? 언니 없이 혼자 있는건 너무 무서운데...” (울먹울먹)

   

   

“울면 안돼! 우는 아이한테는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안준댔어.”

   

   

“정말? 그럼 시아는 절대 안울거야!”

   

   

“정 혼자있기 무서우면, 내가 오기전까지 다른 친구들하고 놀고 있어. 호라이즌 부대라던가, 둠브링어 부대라던가. 친구는 많잖아?”

   

   

“그래!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테니까 빨리 돌아와야돼~”

   

   

“알겠어. 금방 다녀올게!”

   

   

엠피트리테는 머메이드 숙소를 나간 뒤 한숨을 푸욱 쉬며 복도를 걸어갔다. 곧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 뒤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 “안녕하십니까 블랙웜님! 어제 연락했던 엠피트리테입니다. 청소 일 하려면 어디로 가면 되나요? ...2층 창고 앞에서 청소도구 나눠줄테니 거기로 오라고요? 네! 얼른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아, 그리고 부탁 한가지만 해도 될까요? 복도같은 개방된 장소 말고 폐쇠된 방 같은곳만 청소하고 싶은데...”

   

   

   

   

   

<그날 밤 11시. 일을 마친 뒤 머메이드 숙소로 돌아오는 엠피트리테>

   

   

‘후우, 힘들다... 역시 청소는 쉬운일이 아니구나. 그래도 조금이나마 참치를 벌어서 다행이야. 이런식으로 열심히 청소를 하다보면, 스페셜 오르카 케이크를 분명 살 수 있을거야.’

   

   

엠피트리테는 힘없이 문을 열고 숙소로 들어왔다. 벽에 기대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살라시아는 문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엠피에게 달려왔다.

   

   

“엠피언니 돌아왔구나! 시아 하마터면 잘뻔 했잖아. 왜 이렇게 늦게 온거야?”

   

   

“미안... 작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가지고 늦게 왔어. 언니 없는동안 친구들이랑 잘 놀고 있었지?”

   

   

“어! 호라이즌 숙소에 놀러가서 저녁 먹을때까지 같이 영화보고 수다떨면서 놀아가지고 하나도 안 심심했어! 저녁 먹은 뒤에는 방에 돌아와서 언니가 방에 돌아오는걸 기다리다가, 깜빡 잠들었지 뭐야.”

   

   

“저녁먹은 뒤에 쭉 나를 기다렸다고? 내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구나... 시아야, 다음부턴 나 기다리지 말고 일찍 자.”

   

   

“다음부터? 혹시 내일도 또 작전 나가는거야?”

   

   

“응. 앞으로도 10일정도는 쭉 작전 나가야 할거 같아. 계속 시아만 혼자 남겨서 미안해.”

   

   

“...괜찮아. 전단장님이 주신 작전인데 뭘. 시아는 친구들이랑 잘 버틸테니까 언니는 시아 걱정은 하지말고 열심히 작전 나가줘! 크리스마스날 케이크 같이 먹을 생각하면서 힘내!”

   

   

“그래. 시아가 응원해주니까 힘이 난다. 얼른 잠이나 자자. 나는 내일 일찍 작전 나가야 하거든.”

   

   

“알았어~ 엠피언니 잘자~”

   

   

   

엠피트리테는 그날부터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오르카호 구석구석을 청소하며 열심히 참치를 벌었다. 엠피는 고된 청소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수도없이 많이 했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생이 갖고싶어하는 오르카 스페셜 케이크를 사줘야한다는 생각을 하며 버텼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당일이 될때까지 엠피트리테는 케이크를 살 만큼 충분한 참치를 모으지 못했다. 스페셜 오르카 케이크는 너무나도 비쌌기 때문이다.

   

   

   

<12월 25일 아침 6시>

   

   

(피곤함 가득한 얼굴로 주섬주섬 옷을 입는 엠피트리테)

   

   

“엠피언니. 작전 나가는거야?”

   

   

“앗, 시아 일어났구나.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거야? 피곤할테니까 조금더 자.”

   

   

“시아는 괜찮아. 언니야말로 괜찮아? 엄청나게 피곤해보이는데...” 

   

   

“응... 괜찮아. 나는 하나도 안 피곤해.”

   

   

“언니! 오늘은 그냥 안 나가면 안돼? 오늘은 그냥 작전 땡땡이 치고 시아랑 놀자~”

   

   

“미안하지만 안돼. 오늘 작전이 다른 날보다 제일 중요해서 절대 빠질수가 없어. 평소처럼 호라이즌 분들하고 놀면 안 심심할거야.”

   

   

“호라이즌은 크리스마스기념 캠핑을 한다고 어제 오르카 밖으로 나갔어. 그래서 호라이즌이랑은 못 놀아.”

   

   

“그, 그럼 어쩔 수 없지... 아참! 그러고보니 오늘 산타한테 스페셜 오르카 케이크를 선물 받는 날인거는 기억하지? 시아야, 케이크 먹을거 기대 잔뜩하고 있어! 나는 작전하러 가볼게! ”

   

   

“........................”

   

   

엠피트리테는 자신의 뒤통수를 계속 쳐다보는 살라시아를 뒤로 한채 황급히 머메이드 숙소를 나갔다. 엠피는 곧 청소반장 블랙웜에게 전화를 걸었다.

   

   

“블랙웜님. 저 엠피트리테입니다. 혹시 오늘은 오수 펌프실을 청소해도 괜찮을까요? 거기는 다른곳보다 보수를 훨씬 더 많이 주는곳이라고 들어서요... 아, 저는 괜찮습니다. 오랜 표류생활로 인해 악취같은건 익숙하거든요. 아, 거기 청소하는걸 허가 해주시겠다고요? 네네 알겠습니다! 곧장 그리로 갈게요!” 

   

   

(전화를 끊었다) “하아... 펌프실 청소라니, 좀 힘들수도 있지만 참고 해보자. 이거 아니면 케이크를 절대 못살거야.”

   

   

   

<청소를 하기 위해 오수 펌프실에 들어온 엠피>

   

   

“으으윽!! 진짜 코가 썩을거같아! 오르카호의 모든 오수들이 여기로 모인다니, 완전 극혐이다... 여기 오래 있기 싫으니까 얼른 끝내고 나가자. 펌프실 청소 보수는 확실하니까, 이것만 마치면 오르카 스페셜 케이크를 살 수 있어.”

   

   

(코를 틀어막고 펌프실 구석구석을 청소 하는중)

   

   

“젠장! 젠장! 진짜 너무 싫다... 펌프실 청소가 돈을 많이주는 이유가 있었어. 코를 틀어막아도 스며드는 이 역겨운 냄새 때문에 속이 울렁거려서 여기에 더 있기도 싫다. 그냥 다 때려치고 시아랑 느긋하게 방에서 쉬고 싶어...”

   

   

“아, 그래. 시아가 있잖아!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시아만 생각하면 청소를 그만둘 수 없지. 그러니 조금만 더 견뎌보자. 이걸 하지 않으면 시아를 위한 선물은 절대 사줄 수 없어.”

   

   

   

“엠피언니. 여기서 뭐해.”

   

   

“뭐하긴. 펌프실 청소를 하고있지. 여긴 진짜 더러운 곳이니까 시아 너는 저쪽에 멀리 떨어져있어. 몸에 냄새 밸라.”

   

   

“.........언니.”

   

   

“...............?”

   

   

“잠깐만! 시아 너가 왜 여기에 있는거야!”

   

   

“언니가 뭔가를 숨기는거 같아서 따라와봤어. 그런데 이게 뭐야. 언니가 말했던 중요한 단독작전이라는게 더러운 냄새가 나는 곳에서 더러운 것들을 치우는 일이야?”

   

   

“그, 그건...”

   

   

“왜 이런 일을 하고있는거야. 설마 전단장님이 시킨거야? 전단장님은 좋은 인간님인줄 알았는데, 우리 언니한테 이런 일이나 시키다니...”

   

   

“사령관님이 시킨게 아니야! 스페셜 오르카 케이크를 사기 위해서 내가 자발적으로 청소하는거야!”

   

   

“언니가 스페셜 오르카 케이크를 왜 사? 그 케이크는 어짜피 산타가 선물해줄거잖아.”

   

   

“하아... 기왕 이렇게 된거 터놓고 말할게. 사실 산타클로스는.... 나야.”

   

   

“언니가 산타? 그럼 선물은 어떻게 주려고 한거였는데?”

   

   

“당연히 내 돈으로 사려고 했지.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너무나도 부족해서, 너 몰래 일을 했던거야. 케익을 살 만큼 돈을 벌기 위해서 말이야.”

   

   

“그럼 지금까지 단독작전을 나갔다는게, 전부 나 몰래 청소일을 한거였어?”

   

   

“맞아. 그리고 산타가 선물을 줄거라는 거짓말을 해서 미안해. 시아는 분명 오르카 스페셜 케이크를 먹는걸 엄청나게 기대했을텐데, 내가 돈이 없어서 케이크를 못 사주는 바람에 시아를 실망시켜버렸어.”

   

   

“엠피언니. 시아는 그런걸로 실망 안해. 그리고 애초에 시아는 그 케이크를 먹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고.”

   

   

“...뭐라고?” 

   

   

“케익을 별로 먹고싶지 않았어? 그러면 그걸 왜 받고싶다 한거야!! 내가 그걸 사려고 얼마나 개고생을 하면서 일했는데!!!!! 설마 나를 엿맥이려고 케이크를 받고싶다 말한거였냐?!?! 어!!!”

   

   

화가 잔뜩 난 엠피트리테가 들고 있던 청소도구를 바닥에 세게 내리쳐서 부숴버렸다. 살라시아는 엠피트리테의 고함에 놀라지 않고 덤덤하게 답했다.

   

   

“언제나 자기자신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 엠피언니한테 보답하려고 오르카 스페셜 케이크를 받고싶다 말한거였어. 그 케이크, 언니가 먹어보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한거였잖아. 난 언니한테 그 케익을 다 주려고 했던거야.”

   

   

“...어?”

   

   

“언니는 아이가 아니라 산타에게 선물을 못 받는다면서. 그래서 언니가 그토록 먹고싶어하던 케이크를 내가 대신 산타한테 받고, 그걸 다시 언니한테 선물로 주려고 케익을 받고싶다 말한거였어. 언니를 힘들게 만드려고 케이크를 받고싶다 말한게 아니야.”

   

   

살라시아의 말을 들은 엠피트리테는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참동안 멍하니 서있던 엠피트리테의 손을 살라시아가 붙잡자, 엠피트리테의 뺨을 타고 눈물이 스르르 흘러내려왔다. 엠피트리테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나는 진짜 못난 언니다. 그런 동생의 마음도 몰라주고 고함이나 빽빽 지르기나 하고... 흐흐흑... 그리고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시아를 그렇게 오랜 시간 혼자 놔두다니 나는 정말 최악의 언니야...”

   

   

“아니야. 엠피언니는 시아에게 최고의 언니니까 괜히 그런말 하지 말아줘.”

   

   

“으흐흐흑... 정말로? 시아 너는 이런 나를 안 미워하는거야?”

   

   

“물론이지. 그리고 울지마. 우는 아이한테는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안준다며?”

   

   

(손등으로 눈물을 닦는다) “그래. 이제 안 울게. 그보다 시아야, 정말로 고마워. 너가 나에게 케이크를 주고싶었다는 그 마음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기뻐.”

   

   

“우리 사이에 뭘 이런거 가지고 고맙다 그래. 그보다 언니. 시아는 케이크 대신 다른 선물을 받고싶어졌어.”

   

   

“어떤 선물?”

   

   

“오늘은 하루종일 시아랑 같이 있어줘! 그게 바로 시아가 제일 받고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언니도 시아가 그 선물을 받게 해줄거지?”

   

   

“물론이지. 오늘뿐만 아니라 새해가 밝을 때에도, 그 다음 크리스마스가 올때까지도 너에게 그 선물을 매일같이 줄게.”

   

   

   

   

케이크는 먹지 못했지만 자매의 기분은 너무도 달콤하다. 추운 겨울이지만 자매의 마음은 봄처럼 따듯하다. 왜냐하면 선물과도 같이 소중한 서로가 있으니까.



가난한 산타 엠피트리테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