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내 질문에 므네모시네의 무표정한 얼굴이 내게 향했다. 감정이 없는 듯, 마치 얼음장 같은

그녀의 분위기는 청순한 아름다움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신기할 정도로 조화롭게 느껴졌다.


"검색 결과 나들이에 가장 어울리는 복장이라 판단했습니다. 이상한가요?"


"아, 아니.. 그건 아니고 너무 예뻐서.."


고개를 갸웃 거리며 대답하는 므네모시네의 표정이 일순 불안한 듯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재빨리 손사래를 치며 정정해 주었다.


"...다행이군요."


"응?"


"아무것도 아닙니다. 관리자 님."


너무나 작은 므네모시네의 목소리에 반문했지만 그녀는 금세 말을 돌리며 먼저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들이를 상당히 기대했던 것일까, 그녀의 표정은 미세하게 웃고 있었다.


한참을 말없이 걷고 있으려니 이 어색한 분위기에 내가 먼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곁에서

함께 걷는 그녀의 표정은 온화함 그 자체였지만,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게 충분히 압박감을 주었다. 


'으으..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야?'


가뜩이나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편인 내게 저런 얼음장 같은 여자는 쥐약과도 같았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므네모시네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무, 무슨 일이니?"


"관리자 님의 표정이 찌푸려졌습니다. 체온 역시 상승 중. 혹시 본 개체와의 나들이는

관리자 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입니까?"


"절대 아니야!"


"그렇습니까?"


다소 안심한 듯 므네모시네의 표정이 은은한 미소를 되찾았다. 지금까지 곁에서 보니

그녀는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감정 표현에 서툴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시작된 침묵에 나는 결국 견디기 못하고 아무 말 잔치를 시작했다.


"취미가 뭐야?"


스스로가 대견스러울 정도로 매끄러운 대화를 위한 질문이라 생각했다. 결국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야 대화가 쉬운 법이고, 그건 역시 취미를 공유하는 것이 제일이라 판단했다.


"본 개체의 취미 말입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던 그녀의 표정에 변화가 생겨났다.


'당황하는 건가?'


그녀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멍하니 땅을 바라보다 말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꽃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혹은 다른 방주에 있는 자매들과 내부 인트라넷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꽃과 관련된 글들을 작성하고, 읽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다른 방주에 있는 자매들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에 흥미가 생겨났다.

아직 이 세상에 다른 방주가 많이 남아 있다고 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다른 자매들이면 같은 므네모시네를 뜻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본 개체는 8번으로, 옛 멸망 전에는 수백에 가까운 자매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기능이 정지되었고, 지금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소 애매한 숫자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녀는 보충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 커뮤니티는 어떤 이유인지 익명으로 활동해야만 합니다. 본 개체는 잘 모르겠으나,

예전에 그것을 관리했던 인간 님이 남겨두신 '식물갤 공지' 라는 항목에 자세한

운영 지침과 규칙이 남아 있었기에 그 규칙을 준수하며 모두들 활동했습니다."


'뭐야.. 그건.. 혹시 스틸라인 온라인 정보 게시판이랑 비슷한 건가?'


그녀는 마치 그리운 것을 말하듯 그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 역시 흥미가 생기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 커뮤니티의 존재를 그리워하는 듯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조용히 경청했다.


"서로 간에 개체 번호를 언급하거나, 유추하여 마치 아는 사이인 것처럼 활동하면

인간 님이 남겨두신 가이드라인에 의거, 그에 합당한 징계를 받아야 했기에 모두들 서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런데?"


"제일 마지막까지 그 커뮤니티를 관리했던 개체가 본 개체였기에 알 수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바깥 세상의 전쟁이 길어질수록.. 접속하는 자매들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녀는 이제 그 커뮤니티에 홀로 남겨져 홀로 글을 올리고 커뮤니티를 관리하고 있었다고 했다.

길고 긴 그 시간을 그녀는 외롭게 남겨져 묵묵히 기록하고, 작성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결국 나들이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나는 그녀가 했던 그 말을 잊을 수 없었다.

홀로 남아, 지금까지 혼자 글을 쓰고 사이트를 관리했다는 이야기. 


지금까지 그녀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온 것이다.


"역시 안되겠어."


특급 권한을 이용해 므네모시네가 글을 쓰고 있다는 커뮤니티에 들어가자 거의 수만 페이지가

훨씬 넘는 방대한 분량의 꽃과 관련된 정보들과 작은 동식물의 정보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싶었다. 홀로 외롭게 살아온 그녀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다.


"좋아! 나도 그녀의 취미에 어울려 주면 되는 거겠지.."


항상 들고 다니는 패널에 손을 올려 그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스틸라인 온라인 정보 게시판에 몇 번 글을 남겨본 적이 있었기에, 그다지 어려움 없이

그녀만이 홀로 남은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과 함께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후우~ 내용을 고민하느라 거의 1시간이 넘게 걸려버렸네."


글을 작성하고 그녀가 댓글을 달아주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아무런 응답이 없었기에

혹시 그녀가 보지 못한 것일까 염려되어 그녀가 방금 남겨둔 새로운 글에 댓글을 달며

'추천' 버튼을 눌렀을 때였다.




[◈작성 차단됨]

다음 사유로 와쳐! 식물 갤러리에 

2xxx-12-20 21:24:33 까지

작성이 차단 되었습니다.


게시물 : 74746974 (닉언 호감가네)


문의 게시판을 통해 게시판 매니저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