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음

*그동안 쓴 창작 글 모음


일과를 끝내고 방문을 열자 발키리가 편안한 복장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다소 딱딱한 어조와 창백한 인상이 그녀를 차갑게 보이도록 만들었지만, 그녀와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나에겐 그녀의 저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표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으~ 오늘은 유독 힘들었어."


"고생하셨습니다."


어느새 곁에 다가온 발키리가 내 겉옷을 받아 들며 살며시 웃었다.

처음 그녀와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적에는 저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을 수 있으리라 상상도 못했는데.


"이야~ 발키리의 예쁜 미소를 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날아가네."


"가, 각하.."


갑작스러운 내 칭찬에 발키리는 살며시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었고, 나는 차가운 인상의 미녀가

얼굴을 붉히는 광경은 남성이라면 심장이 아려오는 위력을 지녔으리라 다시금 깨달았다.


"놀리는 것은 그만둬 주십시오.."


내가 계속해서 그녀를 바라보며 웃고 있어서 그런지 발키리는 살며시 내 손을 붙잡으며

나를 타박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조차 그녀를 더욱 귀엽게 보이도록 한다는 것을

과연 그녀는 깨닫지 못하겠지.


"어쩌겠어. 발키리가 너무 예쁘고 귀여운 게 잘못이지."


"각하!"


다시 한번 빼액 소리치는 그녀를 뒤로 하고 나는 껄껄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이미 식사가 준비되어 맛있는 냄새가 풍기고 있었고, 그것은 내 식욕을 자극하며

군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이야~ 내가 좋아하는 것들 뿐이네.. 발키리가 준비한 거야?"


"그게.. 저 혼자 한 것은 아니고 다른 발할라 자매들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정말 고마워."


내 취향을 정확히 캐치 한 식탁에 발키리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감사를 표하자 그녀 역시

화사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다른 자매들의 공로를 먼저 내세웠다.


과연 발키리 다운 대답이라 생각하며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공보다

다른 아이들의 공로를 더욱 챙기는 착하고 따뜻한 면모가 많았다.


"그보다 어쩐 일이야? 이렇게 식사도 직접 준비하고.. 오늘 혹시 무슨 날이었나..?"


식탁에 앉으면서 든 의문에 슬며시 발키리를 떠보았다. 혹여 무슨 기념일인가 싶었지만

다행히 그녀의 온화한 표정으로 보아 내가 잊은 것은 없는 듯 보였다.


"아 그게.."


"혹시 내가 발키리랑 중요한 약속을 잊은 거야?"


"아, 아닙니다 각하. 그.. 약속은 없었습니다."


손사래를 치는 발키리를 보아하니 내가 약속을 잊었다는 중대한 실수를 하지는 않았으나

어째서 그녀가 이런 상차림을 준비하고 예전에 입었던 옷을 꺼내 입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음~ 맛있어!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준비했는데 아무런 날도 아니라니.. 혹시 바라는 것이라도 있니?"


눈 앞의 요리를 조금씩 음미하며 그녀에게 말을 걸자 그녀는 식사하는 내 모습을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다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가, 각하께 바라는 것이라니요.. 아닙니다. 그, 그게.."


"아까부터 수상한 걸? 이래도 자백하지 않을 거야?"


나는 결국 식사를 잠시 멈추고 발키리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끌어 당기며 품에 안았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크게 놀란 듯 몸을 움찔 거리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꺄앗! 가, 각하!"


"말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는데?"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양손을 그녀의 가슴을 향해 접근 시키자 결국 그녀가 포기했다는 듯

오늘 이런 상차림을 준비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 그게.. 각하의 생신을 잘 몰라서.."


"내 생일?"


다소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난 내 생일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의 기억 따위는 전혀 없는 나였고, 21스쿼드의 아이들이 나를 발견해 주워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난 이 장소에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네.. 내 생일이 언제지?"


"그래서.. 다른 부대의 자매 분들과 저희 발할라 자매들이 모여 의논했습니다."


"의논을 했다고? 내 생일에 대해?"


"네.."


허 참, 생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싶었지만 발키리의 표정은 진지했기에 나는 입을

다물고 그녀의 말을 얌전히 들어주었다.


"그래서 심도 깊은 논의 끝에 각하의 생신을 저희들과 처음 만난 날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나와서..."


"아..!"


그녀의 말이 드디어 이해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그녀들과 내가 처음 만난 날이었다.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실은 그녀들은 소중히 기억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왜 발키리만 이렇게 식사를...?"


그러나 아직 왜 그녀만 이렇게 식사 자리를 함께 하느냐는 의문이 남아있었다. 이왕이면 모두

함께 식사를 하면 더 즐겁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그, 그게.. 저도 그렇게 강력하게 건의 했습니다만.."


"그런데?"


"사령관 각하의 저, 정실이.. 오늘은 함께 보내고 나머지 인원들은 내일 행사를 갖자면서..."


'그렇게 된 일이구만.'


머릿속의 퍼즐이 모두 조립되고 정답이 완성되었다. 그녀들의 귀여운 파티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과거의 기억조차 없는 나를 가족으로 받아준 그녀들에게 무한한 감사함이 피어났다.


"그래서 내 생일 파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없는데?"


"그, 그럴리가!"


"선물이 없잖아."


"앗..."


다소 짓궂게 발키리를 향해 말하자 그녀 역시 낭패를 보았다는 듯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초에 난 선물을 바라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이미 그녀들이란 선물을 받았으니 상관없는 것이겠지만.


"죄, 죄송합니다 각하! 지금 당장..!"


"멈춰!"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선물을 구해올 것 같은 발키리를 강하게 끌어안으며 만류했다.

이 아가씨는 지금 당장이라도 밖에 뛰쳐나가 무언가 구해올 기세였기에 일단 막을 필요가 있었다.


"걱정 마! 지금 발키리가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 두 가지 있어."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각하!"


"첫째, 딱딱한 경칭은 그만두고 '여보' 라고 부를 것.'


"무, 무슨..!"


내 말에 말을 더듬는 발키리였지만 그녀는 이내 포기했다는 듯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내리깔며

조심스레 간신히 들릴 정도로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여보.."


'와, 이거 생각보다 파괴력이 강하네.'


발키리의 말 한마디가 갖는 파괴력은 실로 굉장했다. 나는 아랫도리가 딱딱하게 굳어오는 것을 느끼며

그녀에게 바라는 두 번째 선물이자 가장 중요한 선물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두 번째 선물!"


"그게 무엇입니까? 각.. 아니, 여..보..."


"바로 너야!"


"꺄앗! 여, 여보!"


나는 그대로 발키리를 안아 들어 침실로 걸어갔다. 가장 행복한 두 번째 선물을 열어볼 생각에

행복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 하며 내려 달라 애원하던 발키리도 결국 포기했는지 얌전히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내 목에 손을 둘러 안기면서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부드럽게 부탁 드려요.. 여보.."





아무리 봐도 발키리 1주년 스킨 머리 리본이 

스스로를 선물이라 어필하는 것 같아서 개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