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네모시네의 숙소 앞>

   

   

(똑똑) “므네모시네. 혹시 방에 있니?”

   

   

“....”

   

   

“안에 없는건가? 분명 항상 이시간에는 방에 있을거라고 했는데... 어라, 안에 있었잖아?” 

   

   

혹시나 하고 방문을 열은 사령관은 숙소의 창가에 가만히 서있는 므네모시네를 발견했다.

   

   

“...”

   

   

“므네모시네. 나 왔어.”

   

   

“아, 관리자님 오셨습니까. 무언가 의뢰하실 사항이 있어서 오신겁니까?”

   

   

“응. 기억의 방주에 관해 물어볼게 있어가지고. 근데 뭘 하고 있었길래 불러도 대답을 안한거야?”

   

   

“...관리자님의 부름에 응답이 늦어져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 화분을 보고 있었기에 관리자님이 오신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입니다.”

   

   

“화분?”

   

   

사령관은 므네모시네가 가리키고 있는 창가 옆의 조그마한 화분을 바라보았다. 화분에는 완전히 말라 비틀어버린 꽃 한송이가 심겨있었다.

   

   

“아... 므네모시네가 키우던 꽃이 죽어버렸구나. 열심히 키우던 꽃이 죽어가지고 슬퍼져서 그러고 있었던거야?”

   

   

“슬프다...? 네. 아마도 제가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은 ‘슬프다’라고 표현하는게 옳은 것 같습니다. 매일 적합한 양의 물을 주고, 햇빛도 매일 쬐주고, 흙도 주기적으로 갈아줬음에도 불구하고 이 꽃은 서서히 시들어가다가 오늘 완전히 생명활동을 끝내버렸습니다. 저의 관리소홀로 인해 생명을 하나 죽인 것 같아서 슬픕니다.”

   

   

“아니야 므네모시네. 너는 이미 충분히 할 일을 했어. 식물은 원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시들게 되어있잖아. 이건 그냥 자연의 이치일 뿐이니까 너무 슬퍼하지마.”

   

   

“...그래도 살리고 싶습니다. 이 꽃은 제가 기억의 방주를 관리하고 처음으로 키우기 시작한 꽃입니다. 제가 더 이상 기억의 방주를 관리하지 못하는 순간까지 이 꽃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기억의 방주를 관리하면서 처음 키운 꽃이라고? 그래서 므네모시네가 그렇게 애착을 가졌던거구나.”

   

   

“관리자님. 관리자님은 제가 알지 못했던 꽃을 되살리는 방법을 아십니까? 만약 알고 계시다면 저에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글쎄.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저 꽃을 되살리는건 불가능할걸.”

   

   

“..! ‘기적’이 일어난다면 꽃이 되살아 날 수 있는겁니까? 본 개체, 이 꽃을 되살릴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지금 당장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분을 찾아보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관리자님.”

   

   

므네모시네는 죽은 화분을 들고 후다닥 숙소 밖으로 나가버렸다. 사령관은 떠나는 므네모시네를 당혹스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내가 말한건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므네모시네가 이상한 오해를 해버린거 같아....”

   

   

   

   

<코헤이 교단의 숙소>

   

   

“아자젤님. 기적을 일으키는 것을 의뢰하는 바입니다.”

   

   

“네? 갑자기 기적이라니 무슨 말씀이신건가요?”

   

   

“본 개체는 정보검색을 하던 도중, 멸망전의 사회에선 종교단체등에서 기적이 자주 일어났다는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교단체인 코헤이 교단 또한 마찬가지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니 이 꽃이 되살아나는 기적을 일으켜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부탁은 또 처음이네... 베로니카,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죠?”

   

   

“그냥 꽃을 위해 대충 기도해 준 다음 돌려보내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므네모시네님, 지금부터 이 꽃을 위해 기도를 드릴겁니다. 므네모시네님도 두 손 모으고 눈을 감아주세요. 그리고 제가 하는 말을 따라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다)

   

   

“자, 지금부터 기도드리겠습니다. 빛이시여, 여기 시들어버린 안타까운 생명이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 기도드리겠습니다. 빛이시여, 여기 시들어버린 안타까운 생명이 있습니다.”

   

   

“앞에거는 굳이 안 따라하셔도 되요.”

   

   

“앞에거는 굳이 안 따라하셔도 되요.”

   

   

“...부디 광명의 빛으로 이 연약한 생명에게 부활의 기적을 일으켜주셔서 이 여린 생명이 다시 꽃피우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빛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부디 광명의 빛으로 이 연약한 생명에게 부활의 기적을 일으켜주셔서 이 여린 생명이 다시 꽃피우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빛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기도를 마친 뒤슬며시 눈을 뜬다)

   

   

“...아자젤님. 본 개체는 실망하였습니다.”

   

   

“네? 갑자기 무슨 말이세요.”

   

   

“꽃이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기적을 일으키겠다는 약속을 어긴 코헤이교단을 사이비종교로 간주하겠습니다.”

   

   

“뭐라고요?! 기껏 기도해줬더니 그런 심한말을...”

   

   

“므네모시네님.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식물은 하루아침에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네? ...물론 아닙니다. 식물이 발아 생장을 하며 꽃을 피우기까지는 많은 기다림을 필요로합니다.”

   

   

“맞습니다. 식물의 꽃을 피우기 위해선 저희가 할 일은 없습니다. 그저 식물 스스로가 꽃을 피우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저흰 할 일이 없죠. 므네모시네님이 말씀하신 기적 또한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기적 또한 마찬가지? 그 말은 기다리기만 하면 기적이 찾아온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원래 기적이란 기다리는 자에게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계속 기다리고 간절히 기도하다보면 언젠가는 므네모시네님의 꽃에게도 기적이 찾아올 것입니다. 물론 안 그럴지도 모르고요.

   

  

“알겠습니다. 베로니카님이 말씀하신대로 이 꽃에 일어나는 기적을 기다리겠습니다.”

   

   

므네모시네는 베로니카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화분을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꽃화분을 다시 창가에 내려놓았다. 

므네모시네는 말라비틀어진 식물을 조심스럽게 잡은 뒤 눈을 감았다. 꽃이 되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살아주시기 바랍니다.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기도를 마친 므네모시네는 침대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오늘따라 므네모시네는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7시 00분 00초. 

므네모시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가에 놓여진 화분을 바라봤다. 꽃은 여전히 말라비틀어진 상태였다. 그것을 본 므네모시네는 크게 실망해버렸다.

   

   

“...기다렸음에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코헤이교단을 진짜 사이비종교로 간주하겠습니다.“

   

   

(똑똑) “므네모시네. 방에 있니?”

   

   

“앗, 관리자님 오셨습니까. 무언가 의뢰하실 사항이 있어서 오신겁니까?”

   

   

므네모시네는 재빨리 문을 열어서 숙소에 사령관을 맞아줬다.

   

   

“어제 못 물어봤던걸 지금 말하려고. 좀 빨리 알고싶은 정보라 너 기상시간에 맞춰서 왔어. 내가 너무 일찍 온건 아니지?”

   

   

“아닙니다. 필요한것은 전부 답해드릴테니, 궁금하신 것은 모든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알겠어. 그럼 첫째로... 어라?”

   

   

므네모시네와 대화를 하던 사령관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이 꽃 화분을 유심히 바라봤다.

   

   

“므네모시네. 이거 뭐야?”

   

   

“어제도 말씀했듯이, 본 개체가 키웠으나 죽어버린 꽃입니다. 본 개체가 코헤이교단까지 찾아가서 기도까지 했음에도 되살아나지 않은...”

   

   

“아니 이 꽃 말고. 흙에 있는 이 초록색을 말하는거야.”

   

   

“초록색 말씀이십니까? ....앗!”

   

   

“이건... 떡잎인가? 어제 화분 보여줄땐 이런게 없었잖아.”

   

   

“...”

   

   

므네모시네는 떡잎이 피어난 화분을 두손에 들고 그것을 유심히 바라봤다.

   

   

“...떡잎의 모양으로 봤을 때, 이 작은 떡잎은 제가 이전까지 키우던 꽃과 동일한 종인 것으로 판명됩니다.” 

   

   

“그래? 그럼 시들어버린 그 꽃에서 진작에 나왔던 씨앗이 지금껏 흙속에 숨어있다가 어제 흙을 뚫고 나온건가?” 

   

   

“그런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건 정말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기적이라고?”

   

   

“예. 제가 아끼던 꽃은 죽었지만, 그 꽃은 저에게 새로운 새싹을 선물로 주고 갔습니다. 저의 바람대로 기억의 방주를 관리하지 못하는 순간까지 이 꽃을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기다릴것입니다. 제게 찾아온 이 작은 생명이 예쁜 꽃을 피워내고, 그 꽃이 또다른 생명을 저에게 선물로 줄때까지요.”


 
므네모시네는 화분을 다시 창가에 내려놓았다. 밝게 빛나는 창가의 아침햇살이 순수하게 미소를 짓는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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