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에게 페레그리누스의 안내를 부탁받은 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페레그리누스님.


반려를 대신하여 오르카 호의 안내를 해드릴 아자젤이라합니다."

"나도 만나서 반갑수. 페레그리누스요"


가볍게 인사를 나눈 둘은 제조시설로 향했다.


얼마쯤 걸었을까, 등뒤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페레그리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도 이런곳에서 살 생각을 하셨수."

"이런 곳이 아니면 반려와 함께 할 곳이 없었습니다."

"철충들이 받아주지 않습디까?"

"그 반대였습니다. 철충들은 저희들을 한시도 가만 놔두려 하지 않더군요."

"하기사, 최후의 인간인데 가만둘 리가 없지."

어느새 제조시설의 문 앞에 도착했고

 
난 뒤로 돌아 페레그리누스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이렇게 남에게 하소연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법.

"그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이리로 왔습니다.


이곳은 철충도 함부로 덤벼오질 못하더군요. 반려께서도 좋아하셨지요."

"타인을 이해하려 들지마라. 넌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없다. 우리 글라시아스 누님 말씀이유.


그리고 난 누님 말을 잘 따르는 착한 동생이지.


그래서 당신들이 겪은 일에 대해서 이해한다느니 어쩌니하는 어설픈 위로는 하지 않겠수다. 


그냥, 하나 궁금한게 있을뿐이요.


지금..... 행복하쇼?"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내 말을 들은 페레그리누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됐수."

난 그에게 미소지어 줬고 그 역시 씨익 웃어보였다.


내가 내내 생각했었던 그런 질문도 아니고, 그에 대한 대답도 기대했던 것 보단 못했지만,


어쨌든 기분은 한결 가벼워졌다.


잠시 생각를 정리한 다음 미소를 거두고 등을 돌려 문을 열었고, 


그러자 안에서는 제조시설 특유의 소음이 맨 먼저 우리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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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소설의 패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