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장화의 폭탄테러와 곳곳에 설치된 날카로운 와이어줄 때문에

포메이션을 지키며 대응하던 몽구스팀은 뿔뿔이 흩어질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몽구스팀을 이끄는 홍련의 무전까지 먹통이 되었는지 본부와의 연락마저 끊긴 상태.

사령관은 홀로 남은 홍련이 장화에게 공격당할까 조마조마해하며 서둘러 지원부대를 출격시켰다.


몽구스팀의 아이들이 "엄마"라고 외치면서 폭연속에서 홍련을 찾는 와중,

장화는 침착한 얼굴로 도로위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홍련의 형체를 확인하며 다가섰다.


"네가 꼴에 가족으로 데리고 다니는 녀석들도, 총애를 갈구하는 인간도 지켜보지 않는데, 이제 본색을 드러내는게 어때?"


".....장화야..."


폭연속에서 홍련은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장화의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날카로운 얼음 볼트가 장화의 코앞에 떨어지면서 폭연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화에 눈에 비친 홍련의 얼굴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레모네이드들이나 지을법한 사악한 표정을 지은채였다.


"힘들지 않았니?~ 지금껏 날 쫓아다니느라 그렇게 힘들게 돌아다닌거야? 후후..."


"....."


"내 자매기들, 몇명이나 죽였어?! 그리고 그 사실에 미쳐날뛰는 애새끼들은 얼마나 죽였니? 쉽지 않았을텐데."


"오랜만이네, 홍련. 네 그 얼굴."


질린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화의 말에 홍련은 씨익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대꾸했다.


"뭐, 어쩌겠니. 테러 진압용으로 태어난 이상, 남모르는 곳에선 과격하고 교활할 필요가 있단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자들도, 너도, 그리고 마리아 리오보로스인가 하는 그 인간도 이해하고 넘어가야하지 않을까? 후훗."


"네가 하고 다니던 미친짓거릴 보면 그런 생각이 안드는데?"


"어머, 내가 무엇을 했다고."


"내 입으로 직접 얘기해 주길 바래?! 회사의 명령이라면서 네 애들을 시켜 인간들을 사격연습용으로 쓰고, 현모양처 같은 그 모습과 몸을 이용해서 앙헬의 반대파를 암살하고 다닌 덕분에 그가 블랙리버의 실권을 잡게 했잖아? 


그리고 여제님, 마리아 리오보로스님에게 틈만 나면 네가 직접 고른 암살자를 보냈지? 네가 신경써준 덕분에 여제님은 남편분을 잃었던 트라우마를 계속 떠올리면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우리 엠프레시스 하운드를 도구로써 다루게 만들었어. 


그리고 무엇보다...그렇게 기껏 마주친 나에게 자매의 정을 이용해 상냥히 다가오더니 죽기 직전까지 칼빵을 놓은 것도 너잖아? 덕분에 내몸엔 문신이 차지하는 곳이 반이야.


그러면서도 어떻게 네 부하들이랑은 항상 행복한 가족놀이를 하는건지 널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게 만들고, 그것 때문에 우리 팀은 전부 테러범의 이름값을 뒤집어썼지. 안 그래?"


장화의 입에서 멸망 전의 일들과, 지금도 그 시절의 기억과 본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홍련의 일을 까발렸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반응했다.


"그래서, 이제 하나뿐인 이 언니를 죽이기라도 할 셈?"


"굳이 못할 건 없지."


"할 수 있다면 해보렴. 난 멸망 이후 지금의 사령관님께 모든 것을 걸었거든. 그 분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될 분이시지. 그분께 총애를 받을 수 있다면 뒤에서 무슨 짓이든 못하겠니? 하지만 그러기엔 너같은 오점이 살아있다는게 맘에 안든단다."


대화가 끝나자마자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독사같은 표정을 지은 홍련은 남들 앞에서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신체능력으로 달려들어 장화의 목을 잡아 조르기 시작했다.


"크으윽...켁..홍련..이거 놔...!!"


"내가 왜? 사실 좀 불안했는데, 너희 엠프레시스 하운드가 나타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너희들만 하나씩 잡아 죽이면 내 본성을 알만한 녀석들은 사라지는 거잖아, 후훗."


"으윽, 멸망 전 처럼 내가 쉽게 당할 줄 알고...!"


홍련의 무식한 악력에 켈록대던 장화가 지면 아래 설치해둔 폭탄을 폭발시키자, 홍련은 아깝다는 듯이 물러났다.

폭발에 휩쓸린 홍련의 옷은 넝마조각처럼 찢겨나갔고, 홍련은 쳇하며 혀를 차더니 말없이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그 순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반응을 감지한 홍련은 장화와 있었던 일이 언제 그랬냐는 듯, 딸들을 걱정하고 동료들을 배려하는 상냥한 표정으로 돌아와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있던 와이어에 자신의 팔과 다리춤을 그어 피가 흐르게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자신을 피해자로 만드는 홍련의 작업이 끝나자, 그녀의 뒤편에서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사령관이 보낸 지원병력이 도착해있었다.


"""엄마!!!"""


"얘들아!!"


홍련이 잘못되기라도 했을까봐 달려온 드라코, 불가사리, 핀토, 미호는 홍련에게 달려가 그녀를 보호하고 나섰고, 다급하게 지원을 부탁한 사령관의 말을 듣고 누구보다 빨리 달려온 부대의 우두머리가 홍련의 옆에 서며 입을 열었다.


"괜찮은가?"


"칸 대장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군. 몽구스 팀은 뒤로 물러서 있는게 좋겠어. 저 녀석은 우리 호드가 맡도록 하겠다."


칸의 등장에 홍련은 팀원들의 부축을 받아 뒤로 물러서면서도 장화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칸 대장님, 실례지만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장화, 저 아이를 크게 다치게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 아이가 네 자매기라는 얘기는 사령관에게 들었다. 최대한 노력해보도록 하지."


"흑흑, 감사합니다."


칸의 대답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하는 홍련이 고개를 숙이며 싱긋 미소를 짓는 것을 본 장화는 역겨움과 함께 소름이 돋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자신의 자매기를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보는 장화에게 칸은 자신의 장비를 조용히 가동시키며 질문을 던졌다.


"네 자매기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혐오하는 반응은 참 이질적이군. 이젠 그 뒤틀린 성격을 고쳐보는게 어떤가."


하지만 그런 칸의 질문을 받은 장화는 뭐가 재미있는지 웃다가 웃음을 뚝 멈추고는 칸에게 경고가 담긴 말을 던졌다.


"하하하!!! 언제나 그래. 이녀석이나 저녀석이나 다 저년에게 속아서는...이봐, 내가 충고하나 하는데, 저 여자를 믿지 않는게 좋을거야. 과거의 나처럼, 절망감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으면."




갑자기 흑막물 짤 나오니까 재밌네 ㅋㅋㅋㅋㅋ

차라리 장미이벤은 미니 이벤트답게 약빤 드립이라도 장착하고 나와서 웃겼어야 했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