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방주와 오르카 호를 돌아다니면서 대원들과 소통을 하면서 지낸 지 3일 정도가 지났다.


"...3일이면, 충분해! 일! 일거리를 보자! 일을 못 하고 있으니 근질근질해서 미치겠다!"

"시끄럽습니다, 주인님. 불두덩이가 근질근질하시다면 아무나 하나 잡고 비밀의 방에라도 가시면 되잖습니까."

속마음은 자연스럽게 육성으로 터져 나왔고 이에 바닐라가 면박을 준다.

불두덩이야 3일동안 제법 많이 써서 근질거린을 넘어서 따가울 정도다.
애초에 아랫쪽이 아니라 불두덩이 외 모든 곳이 근질거린다.


"후훗, 뭐 그런 분골쇄신 하시려는 점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무리만큼은 하지는 말아주십시오. 호의를 베푸신 만큼 저희들도 주인님에게—— 핫"


머리라도 식힐 생각으로 눈밭에 냅다 누워버린 내 모습을 본 바닐라는 나를 생각해서 말을 하다가 한 곳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러고는 빠르게 총을 꺼내들고 시선이 꽂힌 곳에 겨누었다.
분명, 철충이나 마리오네트로부터 확보한 구역일 터. 나는 빠르게 일어나고 바닐라와 함께 그 곳을 확인했다.




그 곳에는 크게 부상을 입은 마리오네트 보병 한 명이 있었다.



고글은 반파, 온몸에는 찢어지다시피한 상처가 있었다.
찢어진 피부 사이로 피가 흐르고 있었고 동상에라도 걸린 것인지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초점을 잃어가는 눈은 우리을 힘겹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으으......"

"...이대로 보내드리는 게 맞겠죠."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분명 마리오네트를 처리할 때에는 되도록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끔 하라고 했는데...


"아아... 으... ㅅ...ㅏ"


...!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이쪽으로 천천히, 아니 처참한 모습으로 기어오고 있다!


"! 주인님, 물러서세요!"


알다가도 머리가 멈춰버리는 듯한 상황에서 바닐라는 기어오는 넝마 마리오네트의 머리에 총알을 꽂아박았다.
하지만 조준이 흔들렸는지 탄은 어깨에 박혔다.


"우으으으——!! 흐그으으윽—!!"


마리오네트는 그런 상처에 총상까지 입고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그럴 힘이 거의 없어 비명소리라 할 수도 없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히익...!"


바닐라는 어째서인지 겁을 먹고 주저앉았다.
솔직히 나도 지금 무섭다. 저런 소리를 내면서 계속 이쪽으로 기어오고 있으니까...


"으으으으으으...! ㅅ... 사, 사ㄹ고 ㅅㅣㅍ—"

"살 뭐!?"

"———살 ㄱㅗ 싶ㅇㅇㅛ—"


갈수록 갈라지는 목소리와 함께 발치까지 다가왔다.
나는 일단 바닐라에게 주변에 있는 부대 아무나 불러달라고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뒤로 빠졌ㄷ—


- 텁


...마리오네트가 내 다리를 붙잡고 나를 올려다 보았다.

공포스러운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마리오네트의 입모양은 선명하게 보였다.

'살고 싶어요.'






*****






나도 내가 뭘 쓰고 자빠진 건지 모르겠다.
즉석에서 써내려 가는 게 이렇게 위험합니다.

소재는 그냥 간단하게 '마리오네트 중에서 인간성이 남아 있는 변종이 있으면 어떨까?' 정도인데, 이건 그 소재를 한참 벗어난 물건 같음.

이어서 쓰면 그래도 심폐소생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어갈지 머리 굴려야 하는데다 지금 심야라 더 안 돌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