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아프다...


여긴.. 수복실...인가?


"사령관님.. 괜찮아?"


내 옆을 지키는 더치걸 들


"...이게 어떻게..."


더치걸들은 눈물을 채 제대로 닦지도 못한채로 말을 이었다.


"분리수거장에서 쓰레기 더미에 사령관 담뱃불이 옮겨붙어서 분리수거장이 전부 타버렸어.. 조금만 늦었어도 우리도 불길속에 못들어갈뻔했어.."


...그랬던가..


"고마워요. 더치걸씨.. 조금 쉴게요. 가서 쉬세요."


더치걸들은 우물쭈물하면서도 한명 두명 천천히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더치걸들이 몰려나가고 나서 내 몸을 둘러보니 아직 제대로 빠지지 않은 분리수거장 쓰레기냄새


옷으로 덮이지 못한 부분은 분리수거장이 불탈때 화상을 입었는지 피부가 짓뭉개져있었다.


-탕-


"각하-!"


"까..깜짝이야.. 불굴의 마리씨.. 미안해요. 아직 분리수거 다 못했..."


불굴의 마리는 내 앞에 차렷자세로 서고는 입을 열었다.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못난 부하의 잘못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마리는 오른손을 하늘높이 들어올리더니 곧장 나의 뺨을 후려쳤다.


얼얼하다.


그 어떤경우라도 바이오로이드에게 맞아본적은 없었다.


항상 그들의 신뢰를 얻고자 노력했을뿐이었다.


그렇기에 마리의 손찌검은 정신이 나갈듯한 충격이었다.


"분리수거장에 뭐가 있는줄 알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기절합니까? 제정신입니까? 청소중에 담배를 피우다니-! 브라우니도 그러지는 않을겁니다-!"


"......"


아무말도 못했다.


마리에게 맞았다는 당황스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잘못이라는 점.


더치걸들이 도와주러 왔다고 생각하고 뒤로 빠져서 주변을 살피지도 않고 담배에 불붙인점..


마리는 뺨을 한대 후려치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거의 고함을 질러대다시피 잔소리를 했다.


잠시 후에 콘스탄챠가 들어오며 상황을 보곤 라비아타를 불러오며 불굴의 마리는 겨우 진정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것인지 씩씩 거리며, 콘스탄챠의 인도를 받아 겨우 수복실을 나갔다.


"..."


"...주인님."


"네, 라비아타씨.."


"이번일은 불굴의 마리씨도 잘못이 있지만 주인님도 잘못이 있어요."


그래. 분리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운 내 잘못이지.


라비아타 역시도 불굴의 마리보단 좀 덜했지만 20분정도 잔소리를 하고 수복실을 나섰다.


기분이 매우 안좋은지 쿵 쿵 소리를 내며 발걸음을 옮겼다.


...


...


...


당분간은 조심해야 할듯하다.


잠시 수복실에 누워있자니 내가 이곳에 환자로 들어온건 처음이었다.


다친 바이오로이드를 위로하고자 온적은 있었지만 내가 환자가 될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똑똑-


잠시 노크가 있고나서 다프네가 간호복을 입은채로 붕대와 약을 챙겨 내게로 오고 있었다.


"정말이지 주인님. 분리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우는건 무슨 용기신가요? 아무도 그러진.. 못할거 같네요."


다프네는 내 눈을 마주치지 않은채로 진물이 묻은 붕대를 풀어내고 약을 온몸에 펴바른뒤 다시 붕대를 감아주곤 자리를 피했다.


내 몸에서 냄새가 그렇게 심하게 나나..


그래도 난 엄연히 환잔데.. 어쩌다가 내 처우가 여기까지 왔을까..


그리고 다프네가 수복실을 나가자 내가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패널로 수신음이 들어왔다.


ㅡ - 송신자 - 에이다 - ㅡ


[사령관님, 오비탈 와쳐 소속의 에이다 Type-G 인사드립니다. 현 시점 오르카호의 AGS 전체등록 및 타이런트 개체 호라이즌 소속으로 이전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본 작업은 현 시간부로 종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야.. 에이다씨.. 고생이 많으셨어요. 더 필요한게 있으신가요?"


[사령관님께서 많은 권한을 이양해주신바, 작업중에 불필요한 접촉요소를 회피할수 있었으며, 강제권을 이행하여 더 필요한것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역시 기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언제나 효율성만을 생각한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으윽. 더 필요한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패널로 연락주세요."


[사령관님 개체의 부상을 확인하였습니다. 강도높은 화상으로 추정. 휴식을 요구합니다. 수복용 바이오로이드 개체 검색중 - 오르카호의 수복용 바이오로이드 개체 없음. 대리임무 근무자 - 다프네. 자리에 없음. 호출을 시도합니다.]


...


[거절당하였습니다. 거절사유 - 미체크]


거절?


[재시도를 요청합니다... ... ... 거절당하였습니다. 거절사유 - 행할일이 없음.]


"에이다씨, 괜찮아요. 난 혼자 있어도 되요."


[사령관님 개체의 부상은 혼자 있으면 불편함이 많을것으로 유추됩니다. - 사령관님의 명령을 확인. 호출작업을 중단합니다.]


"...고마워요. 에이다씨. 혹시 펍헤드씨 1기를 여기로 아무도 모르게 호출을 부탁합니다."


[명령어 확인 - SD3M 펍 헤드. 호출을 시작합니다. 3분후 도착예정. 사령관님의 명령에 따라 은밀기동을 요청하였습니다. 도착예정시간이 더 길어질수 있습니다. 추가요청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아니에요. 고마워요. 더 필요한일이 생기면 호출할게요."


[사령관님 개체의 추가요청사항 없음. 대기모드로 들어갑니다.]


에이다씨는 칼같이 통신을 종료했다.


잠시 누워있으니 머리가 몽롱한 느낌이 들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수복실의 문이 열렸고 에이다씨를 통해 호출한 펍 헤드가 도착했다.


[오 호출하셨는가, 사령관? 어떤 범인을 체포하기에 은밀하게 나를 불렀지?]


언제나 유쾌한 펍 헤드 개체이다.


"아 안녕하세요. 펍헤드씨. 부탁이 있어서 불렀어요."


[부탁이라니, 언제나 명령을 하게, 사령관. 우린 자네에게 충성을 바친다네. 물론 시민들의 안전이 우선이긴 하지만.]


"저를 여기서 꺼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