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이 명령한 땅을 잃고 돌아온 내게, 과연 무엇이 남아 있는 건가?


오히려 잃은 것들로 내게로 돌아올 것들은 돌맹이들과 타다가 남은 나무 막대기가 아닐까 싶네.




그렇게 자책 안 해도 되. 너희 모두가 안전히 돌아온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게다가 동시다발적으로 전지역을 휩쓰는 이상한 철충이 나온다고는 생각 못 했으니 나도 책임은 있는 거겠지.




주군의 잘못?




깊게 생각하진 말자고. 우린 이렇게 살아남았고, 북극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 했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을 갖자.




그저 내 걱정을 덜어주려고 횡설수설 말하는 주군을 보고 있자니, 괜한 말을 꺼낸 것 같군.




첫 점령지이자 터전을 잃었을땐 주군을 어찌봐야하나 걱정했네. 하지만 이렇게나 우릴 보다듬어주는 주군을 보자니 괜한 걱정이었다 싶긴 하더군.


그러면 마음의 정리라도 할 겸 하나만 물어보겠네.


주군에게 그곳은 어떤 곳이었나?




모든 것 중 하나였지.




...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 중 하나고.




무슨 말인지 알겠군.


먹고 입고 쓸 것이 있다면 만족해야지. 세상에 나올 때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으니, 돌아갈 때도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는 거군.




어... 너무 거창해졌는데?




난 사제왕 요안나로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라네. 뭐든 거창하게 말하는 연극단원이지.


주군 덕에 마음이 한 껏 편해졌네.


그러니 주군!




한 해의 마지막까지 마음 속 깊이 있을 고민은 떨쳐버렸음 좋겠군.


아직 새해가 밝지는 않았지만 바쁠 주군을 위해 미리 말하겠네.


좋은 새해를 맞이하길 고대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