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 https://arca.live/b/supernerimk2?category=%EC%86%8C%EC%84%A4&target=title&keyword=%EC%A1%B0%EA%B8%88+%EC%9D%B4%EC%83%81%ED%95%9C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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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령관, 몸은 괜찮아?”

 

“… 그래, 레오나.

이렇게 목소리 듣는 것도 오랜만이네.”

 

“목소리 듣는 걸로만 만족하면 조금 섭섭한데.

뭐, 지금은 다른 할 일이 있다고 하니 한 번은 봐줄게.”

 

 

내 패널로 전화를 건 레오나가 조금 까탈스러운 말투로 내게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녀 성격 상 이렇게만 이야기 하는 걸 보면 꽤 많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알파의 손에 이끌려 나온 난 곧장 요정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알파는 마을 입구에서 헤어져 함선 쪽으로 향했고, 혼자가 된 난 조금 착잡한 마음으로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요정 마을 안에서 끝내야 할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주변 철충들은 어느새 정리가 되었고, 닥터가 몇 마리를 생포해 돌아갔다고 한다.

철충들도 우리가 아닌 로버트의 타이런트 부대로 총구를 집중시켰던 덕분에 이쪽에서 부상자가 조금 나오긴 했지만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의 화력이 약하다는 게 늘 걸림돌이었는데, 정작 이번엔 그 약함 덕분에 살 수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덕분에 이 애가 지금 내 눈 앞에 이렇게 멀쩡하게 숨을 쉬고 있을 수 있었으니까.

 

 

 

“앨리스…”

 

“… …

...

사령관.”

 

"... 아... 그래. 미안해, 레오나.

잠깐 생각 좀 하느라."


"... 괜찮아?"


"... ..."


"... 안 괜찮구나.

하긴, 당신 성격을 생각하면 그러는 게 당연하겠지."


"조금은..."




내가 무모하게 앨리스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을 한 번만 더 검토하고 진행했더라면,

그랬다면 이 아픈 아이를 전장으로 내모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 우리 둘만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말할게.

그렇게 무겁게 생각할 필요 없어. 달링.

당신 덕분에 일이 훨씬 쉽게 풀렸으니까."


"... ..."


"우린 그 로버트라는 AI가 이런 짓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몰랐고, 철충이 바다 건너까지 올 수 있다는 것도 몰랐어.

만약 달링이 미리 말해주지 않았다면 셀 수도 없이 많은 대원들이 죽었겠지."


"..."


"... 그것도 마음에 안 들어? 그럼 이건 어때.

호드 쪽에서 잡은 타이런트만 13대야. 우리가 잡은 건 5대고.

최상급 AGS를 상대로 사망자도 없이 이렇게 처치할 수 있었던 게 얼마나 대단한 업적인지, 내가 백날 설명해줘도 달링은 이해 못할 거야."


"... ..."


"알파라는 아가씨 덕분에 함 내에 AGS 기술력도 몇 배는 발전할 거고, 호라이즌 대원들은 마음 놓고 이 섬의 블랙 리버 함대소에서 쉴 수 있게 됐어.

생포한 철충 덕에 획득할 수 있게 된 정보의 양도, 질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고.

그리고 무엇보다 마을 속의 수백 바이오로이드를 함대로 합류시켰지."


"... ..."


"이 모든 게 달링이 단 한 번의 지휘로 해낸 일이야.

아무런 사망자도 없이 말이야..."


"..."


"... ..."




수화기의 얕은 신호음만이 머리 속을 채웠다.

레오나가 해준 말들은 그저 내 주변을 맴돌 뿐이었다.


잘했다. 분명 잘했다.

... 아니, 잘 '한' 게 아니라 잘 '된' 거다. 

빙의자라는 꼬리표를 단 사람이 한 일이라기엔 우연이 너무나도 많이 개입되었다.




"... 그러니까 조금은 기뻐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될까? 달링?

그렇게 침울한 목소리를 듣는 것도 나에겐 고욕이야..."


"...

... 우리, 부상자가 있었지?"


"그랬지. 하지만 그 정도는... ..."


"가장 심하게 다친 아이는 어느 정도야?"


"...

... ..."




레오나의 말문은 거기서 턱, 하고 멈췄다.




"... 말 안 할 거야. 달링.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달링의 마음이 풀어지진 않을 거잖아."


"...

... 미안해. 레오나.

조금만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 ..."


"..."


"사랑해. 달링."


"... 나도."




약간의 주저함 끝에 레오나의 수확기가 끊겼다.

기뻐해야 할 때 기뻐하지 못하고, 되려 슬퍼하는 내 모습을 레오나를 통해 보니 상상 이상으로 추잡스러웠다.


하지만 어떻게 여기서 더 기뻐할 수 있겠나.

내가 바보같았던 것이 맞는데.




"... 앨리스..."




일전에 세레스티아와 만났던 자리.

그 방에 있던 침대 위에서 앨리스는 곤히 잠자고 있었다.

 

귓볼엔 아직 보랏빛 귀걸이가 쓰여져 있었고, 하나뿐인 반푼이 귀걸이가 그녀의 머리카락 속으로 몸을 숨겼다.

난 침대맡에 앉아 조심스럽게 그 머리카락을 훑었다.

그런 내 모습을 옆에서 세레스티아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걱정되시나요. 사령관님?”

 

“… 걱정되지. 어떻게 안 되겠어.”

 

“괜찮을 거에요.

저희 아이들이 이미 몇 번씩이나 검진을 해봤으니까.”

 

“왜 오르카 호가 아니라 여기로 옮긴 거지?”

 

“이 아가씨가 쓰러졌던 곳에서 오르카 호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저희 마을로 들여올 수 밖에 없었죠.”

 

“…”

 

“자칫했으면 저희도 세뇌의 영향으로 이 아가씨를 헤칠 뻔했어요.

다행히 사령관님께서 세뇌를 풀어주신 덕분에 그런 일은 면할 수 있었지만.

… 감사해요.”

 

“… …” 

 

 

 

세레스티아는 나와 거리를 벌려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귀걸이가 걸려 있었을 때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그런 모습이었다.

 

 

 

“… 지금 몸은 어때?”

 

“아가씨라면 괜찮…”

 

“아니, 너 말이야. 세레스티아.”

 

“… 괜찮아요.

걱정해주실 필요 없어요.”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어?”

 

“… … 제가 무례를 범했던 입장이었으니 그럴 수 밖에요.

세뇌 기기 때문에 기억은 없어졌지만, 다른 분들이 말씀해주셨으니까…”

 

“… 아냐, 앨리스를 이렇게 챙겨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더 바라는 건 욕심이지.

덕분에 나도 한시름 놓겠다.”

 

“… …”

 

 

 

레아의 구름이 걷힌 지금, 화창한 달과 별이 요정 마을 가장 높은 곳을 비추고 있었다.

이 커다란 나무는 마치 살아있는 듯이 숨을 셨고, 나무의 벽을 만지다 보면 그 맥박이 느껴지는 듯했다.

 

세레스티아는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내 옆에 섰다.

이제 잘 시간이라는 것을 알리는 듯이 세레스티아의 눈은 점점 무거워졌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꿋꿋하게 버텨내고 고개를 숙였다.

 

 

 

“… 죄송해요. 사령관님.”

 

“...

세레스티아.”

 

 

 

세레스티아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숙여진 고개를 따라 천천히 흘러내려왔다.

아름드리 버드나무 가지처럼 길게 뻗어 있는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내 앞에서 힘없이 고꾸라지는 것을 봐야만 했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하는 바이오로이드.

무엇을 죄송하다 하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사과에선 되려 동정심만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잔잔히 자고 있는 앨리스의 얼굴을 보았다.

그렇게 세레스티아에게서 고개를 돌린다면, 이 애도 조금은 편안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세레스티아.”

 

“…”

 

“난 네가 뭘 미안하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난 너와의 시간이 즐거웠고, 설령 그게 안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그건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지.

네가 미안하다고 할 건 아니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난 말이야, 너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난 인간이고 너흰 바이오로이드니까.”

 

“…”

 

“근데 그건 반대도 마찬가지지.

너희도 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난 너희를 예전부터 봐왔거든. 너희가 상상도 못할 곳에서부터 말이야.”

 

“… 사령관님…”

 

“거기서부터 난 너희를 사랑했고, 지금까지 그러고 있다.

그러니 날 더 부담스럽게 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그냥 마음 편하게 있어줘.

부탁이야.”

 

“…”

 

 

 

말없이 잔잔한 바람 소리가 이 방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파도가 별들 사이로 흘러가는 것처럼 구름이 별들을 가렸다 다시 펼쳐냈다.

꼭 그만큼 어두워졌다 밝아지는 방 안에서, 세레스티아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원래의 자리를 되찾았다.

 

여전히 알 수 없는 깊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와 있었고, 창문 너머로 비춰지는 달빛이 그걸 빛 속으로 조금 가려냈다.

모든 것이 잘 끝났지만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침울해진 분위기.

그래도 깔끔해진 마음으로 그녀를 볼 때 밤바람의 상쾌함이 몸 속으로 스며든다.

 

 

 

“고마워. 세레스티아.

내일 다시 보자.”

 

“… 감사합니다.”

 

 

 

그녀는 그렇게 다시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방 밖으로 향했다.

전과 같이 숙인 고개, 하지만 그와 같은 무거움이 느껴지진 않았다.

씁쓸하게나마 내게 미소를 보여줄 수 있게 된 세레스티아에게서 나는 작은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게임 속 로버트와의 마지막 전투에선 마을 속 바이오로이드들이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었었다.

그 덕에 주인공이 죽을 위기에서 넘어갈 수 있었고, 세레스티아는 동등한 입장에서 주인공과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세계선에선 그렇지 않았다.

내가 모든 걸 시작했고, 결국은 내 손으로 끝을 맺었다.

칸과 팬텀 덕분에 블랙웜, 세레스티아가 내게 도움을 줄 기회를 빼앗겼다.

그 때문에 자기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책임을 나에게 넘겨주지 못했고, 그저 나를 덮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렇게나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다 좋게 좋게 끝났으면 되는 거잖아.

결국 끝까지…'

 

 

 

모르겠다.

분명 결과만 보면 게임 속 주인공과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로버트라는 조력자를 얻었고, 오메가와 협상할 카드까지 얻었으니 더 났다면 났다고도 할 수 있는 결과.

 

하지만 그 모든 게 무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블랙웜과 세레스티아는 계속해서 나와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고, 요정 마을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수 차례 살을 섞었음에도 결국 인간과 바이오로이드라는 간극을 넘지는 못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 건 내가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것.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하면 될 것이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말자. 난 잘했으니까.

 

 

 

"… … 주인… 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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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앨리스의 머리카락을 슬쩍 넘겨 보았다.

달빛에 반짝이는 보라색의 귀걸이.

이 작은 것이 앨리스를 얼마나 더 깊은 꿈 속으로 데려 갔을 지 나는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 주인님…”

 

 

 

작게 속삭이듯이 외치는 처절한 단말마.

앨리스는 침대 위에서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내 손가락을 가볍게 쥐었다.

눈조차 뜨지 못했을 이 아이는 그렇게 본능적으로 온기를 찾아 손을 뻗은 것이다.

 

닥터가 이미 언질해주고 갔듯이, 앨리스의 상태는 정상이다.

귀걸이의 영향을 받은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았고, 타이런트가 대부분의 강력한 철충을 이끌고 간 덕에 다친 부분도 많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 이 귀걸이만 빼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었다.

 

 

 

"… ...”

 

"…

아냐… 나… 난 아냐… …

내가... 내가 죽인 게…”

 

 


하지만, 그러는 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지금 당장 귀걸이를 빼고, 그녀를 자유롭게 하면 그걸로 끝날 일일 것이다.

그걸로 끝날 것인데... 잠꼬대하는 앨리스의 모습을 보니 그것이 끝일 것 같진 않았다.

기억을 억제해주는 귀걸이를 낀 상태에서도 저런데, 이것을 빼버리면 어떻게 될 지는 불 보듯 뻔하지 않겠나.

 

쥘 것이 생긴 앨리스의 손은 더욱 강하게 내 손가락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 당겼다.

잃어버린 자신의 아이를 다시 품 안에 집어 넣으려는 것처럼, 애처롭게 몸을 뒤척이는 등 뒤엔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달빛이 내 등 뒤의 창문에서 직선처럼 내려 앉았고, 그 그림자가 앨리스의 머리 위에 드리워졌다.

 

난, 그녀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의자의 위치를 바꿨다.

침대맡에서 좀 더 아래쪽으로,

그러자 나와 그녀 사이의 간격이 더 멀어져버렸다.

 

 

 

"미안해… 미안해… …

… 어…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 … 미안해...”

 

"...”

 

“그러니까 제발… 제발… 제발… ...”

 

 

 

그럼에도 앨리스는 내 손가락 하나만큼은 놓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품 안에서 지켰다.

어정쩡하게 허리 숙인 자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마음 아픈 고백을 옆에서 끝까지 들어주는 것들뿐.

 

그녀의 꿈은 악몽이었다.

옆에서 숨쉬는 호흡 소리만 들어도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을 만큼 확실한 악몽.

그 악몽 속에서 나타난 것이 누구인지, 그것이 누구의 꿈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겠지.

그녀가 셀 수 없이 많이 되내이고 있었으니까.

 

난 그녀의 옆자리에 슬며시 누웠다.

사람 둘이 눕기엔 충분히 커다란 침대.

그녀의 옆은 따스한 밤바람 속에서도 시릴 정도로 텅 비어있었고, 그 자리를 채우려 난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그녀 얼굴 위를 비추던 내 그림자가 침대 속으로 사라졌다.

 

 

 

"앨리스.”

 

"… 미안해요… 미안해요… ...”

 

“앨리스.”

 

"… ... 미안… 해요… …”

 

“... 앨리스.”

 

"...”

 

 

 

내가 그녀의 이름을 세 번 부르자 앨리스는 자그마하게 눈을 떴다.

길고 가늘게 뜬 실처럼, 푸른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가 아주 조금 보이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내가 그녀의 얼굴에 비춰지는 것을 보기엔 충분했다.

 

 

 

"… 

...

... ... 맞다... 당신… 이네.”

 

"… ...”

 

"근데 아직…

… 아직 꿈인 것 같아.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같거든."


"... ..."


"… 봐봐. 

...

... 저기 달빛도 보이잖아.”

 

"...”

 

"땅에 서있으면 절대 볼 수 없는… 밝은 빛.

아직도 그게 보여.

… 꿈인 거야. 난 아직...”

 

 

 

속삭이는 듯한 작은 말들이 한 구절 한 구절 마음 속으로 기어 들어왔다.

그 속에서 엉키고 설켜, 결국은 하나의 매듭이 되어 내 감정 속에 새겨진다.

 

 

 

"별… 별… 

별이야… 예쁜 별.

창문 밖에… 예쁜 별...”

 

"… 앨리스.”

 

“당신이랑 같이 볼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이상하게 당신만 있으면…

당신만 내 곁에 있으면 …"




그녀는 말 끝을 흐리며 고개를 숨겼다.




"… 난 날 수가 없어.”

 

“… … 날고 싶어?”

 

"… ...”

 

 

 

그녀는 꿈 속에서 날았다.

 

꿈에서 깨어나면 그녀는 날개를 잃어버릴 것이다.

귀걸이라는 꿈에서 벗어나면, 태양에 그 날개가 타버릴 것이다. 


 

 

“네가 지금도 날고 싶다면, 난 여기서 멈출 거야.”

 

"… 별들이...”

 

“그 부유감에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힘든 지 나도 알아.

그러니까 네가 싫다면 하지 않을게.”

 

"...”

 

“꿈도, 악몽도,

나는 다 이해하니까.”

 

 

 

생각해보면, 나도 꿈을 꾸었었다.

 

바닐라와의 이야기를 다 끝내지 못하고 철충에게 공격 당했을 때도,

모두의 도움으로 결국 몸을 바꾸어 냈을 때도,

길고 어두운 땅에서 붉게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도 그렇게 꿈을 꾸었었다.

 

그 늪과 같은 꿈에서 벗어나는 것은 너무 커다란 고통이었다.

그것이 매혹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곳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숨통을 조여오는 삭막함이 존재하는 곳.

다만 이 현실이, 모든 인류가 멸망하고 모두가 나에게 손가락질 하던 이 현실이 그 삭막함보다 더 두려웠기에 그 꿈이 매혹적이었던 것이다.


날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기억했을 때가 되어서야, 난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리리스가, 콘스탄챠가, 바닐라가, 또 셀 수 없이 많은 누군가가 내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내 아이들이라는, 나가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었으니까.


 

 

“꿈은 달콤한 게 아니지.

괴물이 날 잡아먹으려 하고, 끝 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지기도 하고,

파란 하늘이 붉게 물들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무서운 것들이 날 괴롭히기도 하지.”

 

"… 난...

… … … 난 그래도 날고 싶었어…

… 그랬었어.”

 

"…”

 

“내가 날 수 있는 곳에선… 내 아이가 있었으니까.

… 다 멍들고… 끓여지고 수프에 빠져 불어 터진 모습이었더라도…

… … 꿈 속에선 그 아이가 있었어.

다시 보면 이제 괜찮다고… 편히 보내주겠다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 ...”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뒤틀리고 끔찍한 모습으로 자신의 아들이 나타난다고 한들, 그렇게라도 볼 수 있으면 족하다.

아무리 가슴 찢어지게 아프다 한들, 그 아이가 사라진 이 현실보다 아플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게, 

어머니라는 거니까.

 

 

 

“이 귀걸이만 있었다면… 다 잊게 해주는 이 귀걸이만 있으면 끝날 줄 알았단 말이야…

아주 조금만… 딱 마지막 인사 한 번만 건넬 정도의 용기였으면, 

이 작은 기계가 딱 그 정도의 용기만 줬으면 다 끝날 일이었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

 

"… 앨리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

내가 먹은 아이인데… 내가… 내 입으로 우적우적 씹어 삼켜버린 그 아이인데…!!!”

 

"… ...”

 

 

 

감히 어느 누가 여기에 어줍잖은 위로를 더할 수가 있었을까.

감히 어느 멍청한 인간이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제 자식을 잃은 어미의 어깨에 손을 얹을 수 있었을까.

내가 해줄 수 있던 것은 그저 그녀를 천천히 끌어 안아주는 것뿐이었다.

 

 

 

"앨리스.”

 

"… 흐흑… 흑...”

 

“그래서 말했잖아.

네가 날고 싶다면, 언제든지 날게 해줄 거라고.”

 

"흐으윽… ...”

 

“꿈보다 현실이 더 무서워서, 꿈보다 현실이 더 두려워서,

그래서 꿈 속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다면 그냥 그렇게 하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테니까 그냥 그 꿈 속에서 살자.”

 

"… … 내… 내 아이가...”

 

“그래도 내가 같이 있어줄 테니까 그렇게라도 해서 괜찮아질 수 있으면 그렇게 하자.

더 길게 말하지 않을게.”

 

"… ...”

 

“그 귀걸이를 때면 앞으로도 우리한테는 계속 그 아이가 떠오르겠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가 계속, 우리 주변을 따라다닐 거야.

기억을 지워주지도, 세뇌할 수도 없을 테니까.”

 

"… ...”

 

“대신, 귀걸이를 가지고 산다면, 우린 영영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게 될 거야.

꿈보다 잔혹하고, 더 무서운 곳.

하지만 결국 현실인 곳.”

 

"...”

 

 

 

둘뿐인 침대 사이, 앨리스의 귀걸이가 달빛에 반짝거렸다.

그 요물이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여기까지 끌고 오게 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분명 저것은 앨리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저걸 고치고, 좀 더 손을 본다면 앨리스의 마음을 진정시킬 때까지 하나의 진통제처럼 사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슬픔을 고작 귀걸이 하나가 담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두의 희망이었던 평화의 상징을, 무엇보다 자신의 아이를 자기 목구멍으로 넘겨야 했던 그 마음이, 과연 사그라들 날이 올 수 있을까?

거센 불길은 잔잔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잔불이 타버린 재 사이에 남아 언제든지 온 산을 태워버릴 준비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앨리스의 마음은 다시 무너질 거고 그녀는 다시 꿈 속으로 가라 앉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고쳐도 마음을 지탱하는 막대기가 무너지고, 부숴지는 것은 필연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귀걸이를 손에 가져다 대고 그녀에게 묻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선택하자.

꿈에서 깨어나 다시 땅을 걸을지, 

더 깊은 꿈으로 들어가 날아갈지.”

 

 

 

현실의 가장 신비한 점은,

그것이 바로 현실이라는 것이다. 

내가 좋든, 싫든.

 

그러니 앨리스도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아무 것도 없는 삭막한 현실로 돌아올 것인지, 꿈 속에서 허우적댈 것인지를 말이다.

 

 

 

"… ...

… 당신. 

그 책에서 말이야...”

 

 

 

그 때 앨리스가 작게 읊조렸다.

 

 

 

"… 앨리스는

꿈에서 깼어?”

 

"… 응.”

 

"…”

 

 

 

내 대답을 듣더니, 앨리스는 눈물 자국이 있는 입가에 손가락을 살짝 집어넣어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래, 그거면 됐어.”

 

 

 

그 말을 끝으로 앨리스는 내 팔을 잡아 당겼다.

 




틱.

 

작은 금속음이 들리더니, 보라색의 귀걸이가 그녀의 귓볼에서 툭 하고 떨어졌다.

 

달빛도, 별빛도 딱 창문 하나만큼만 비추는 방.

그 높다란 방에서 가장 커다란 발자국은 그렇게 멋없는 말과 함께 내 마음 속에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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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괘… 괜찮아...?”

 

 

 

순간 철렁이던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는 호들갑스럽게 일어나 앨리스의 몸을 살폈다.

혹시 귀걸이를 때면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닐까, 행여 모듈에 영향이라도 가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으로 앨리스의 몸을 열심히 살펴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별 다른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별 이상이 없다는 건 전과 다를 게 없다는 것, 이건 꽤 서글픈 이야기다.

귀걸이를 쓰고 있었을 때는 그나마 기억이라도 지워줄 수 있었지, 이젠 그럴 수조차 없다.

그녀가 결국 그 아픔들을 전과 다를 것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는 뜻이었으니까 서글플 수밖에.

 

 

 

“왜... 왜 그렇게 급하게 뺐어!

그러다가 어디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떻게 했을려고!”

 

"… ...”

 

“그나마 닥터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망정이지, 이게 어떤 물건인 줄 뻔히 알면서 그런 위험천만한 짓을…

… 어휴… 그래도 어디 흉 진 거나 상처 난 것 같지는 않아 다행… … 읍브!!”

 

 

 

간 떨어질 뻔한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있었을 때에, 앨리스가 내 어깨를 잡고는 다시 자신의 옆자리로 끌어 당겼다.

출렁이는 침대 위에 푹신하게 떨어진 난 그제서야 정면으로 앨리스의 동그란 눈동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전과 달리 완전히 뜬 눈, 그 안은 밤하늘 전부를 담아 놓아도 남을 만큼 커다랬다.

 

 

 

"… 당신.”

 

"으, 응?”

 

“당신 말을 듣고 나도 생각 많이 했어.

… 앨리스. 이상한 나라로 갔던 앨리스.

그 아이가 다시 깨어났을 땐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고.”

 

"...”

 

“그 아이, 트럼프 카드로 만들어진 병정들에게 죽을 뻔 했다고 했지?

빨간 하트로 장식된 트럼프 카드 말이야.

그럼 나중에 그걸 다시 봤을 때도 놀랐을까?”

 

“그랬… 겠지...

...

… 그래도 버텨냈을 거야."


"... 왜?"


"그 앨리스는 가족이랑 같이 행복하게 살았다고 했으니까.”

 

 

 

찌르르 거리는 귀뚜라미 소리와 바람에 이는 풀잎이 약간의 고요함을 대신해주었다.


내 시선을 하염없이 앨리스를 향해 있었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아름다운 결말이 없는 이 세계에서 난 앨리스라는 이야기의 끝을 보기 위해 그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내 말을 들은 앨리스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 난 귀걸이 덕분에 아주 잠깐 그 아이를 잊을 수 있었어.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거칠 것 없이 폭탄을 쏟아 부었지.

내가 만들어진 원래 목적대로 말이야.”

 

"… ...”

 

"그런데… 그렇게 전부 죽이고 나면,

난 다시 땅에 발을 디뎌야 해.

언제까지고 날아다닐 수는 없잖아.”

 

 

 

그녀가 내 손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향해 가져다 대었다.

조금 높게 떠오른 달빛이 내 그림자를 조금 더 몰아내었고, 그녀의 백옥 같은 피부를 내 거친 손이 쓰다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땅에 발이 닿으면… …

… 다시 생각나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잊으려고 했던 건 누구인지.

… 그리고 누가 나에게 이렇게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줬는지.”

 

“… ...”

 

“… 그래서 그냥 무작정 다시 하늘로 날아 올랐어.

기억하고 싶지 않았거든. 전부 다.

내 입에 내 아이를 쑤셔 넣었던 그 인간도, 그렇게 내게 먹힌 내 아이도...

근데… 결국은 다시 땅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어.

세상엔 잊혀질 수 없는 것들도 있는 법이니까.”

 

 

 

전보다 조금 더 환하게, 말 끝으로 이어지는 것은 작은 미소였다.

입 끝에 손가락을 넣지 않아도, 그걸 끌어 올리지 않아도 나오는 아주 자연스러운 미소.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이 담겨 있는 미소.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그걸 담을 만큼 깊은 미소였다는 뜻이었다.

 

 

 

"… … 그렇게 땅과 하늘을 몇 차례나 왔다 갔다 했을까…

한 번은 다시 땅에 내려오니까 그 아이가 날 붙잡더라고.

가지 말라고.”

 

"앨리스...”

 

“그렇게 잊어버리게 되면 자기는 영영 사라져버릴 거라고.

자기를 기록했던 보고서도, 사진들도, 심지어 자기를 좋아해주던 누나들도 전부 자기를 잊어버렸는데,

엄마까지 날 잊어버리면 대체 누가 자기를 기억하겠냐고.

… 그렇게 내 팔을 잡았지.”

 

“… ...”

 

"… 그 때 나도 알았어.

아, 이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구나.

세상 모두가 잊어버리더라도, 마지막까지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 나였구나.

…”

 

 

 

약간의 조소 섞인 한탄이 그 미소 안에 스며들어 갔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만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 그것을 받아들인 자의 얼굴에는 어떻게 해도 씻을 수 없는 짐이 그려지는 법이었다.

 

 

 

“…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

난 그렇게까지 그 아이를 머리 속에서 지우려고 애를 썼는데 결국 실패했잖아.

근데… 딱 한 번.

그렇게 딱 한 번 그 아이를 받아들이니까… 사라졌어. 그 아이가.”

 

“...”

 

“욕심 많은 엄마랑 다르게… 정말 순수하게 원했던 거야.

단 한 명만 자기를 기억해주기를.

걸음마도 때지 못한 채 사라져갔던 자기 존재를 이 세상에서 단 한 명만 기억해주기를 바랬던 거라고.

… 늘 도망치기만 했던 나랑은 다르게...”

 

"… ...”

 

“… 내겐… 그 아이가 내 트럼프 카드였어.

하트가 새겨진… 작은 트럼프 카드.

보기만 해도 가슴 속을 일렁이게 하는… 

트라우마.”

 

 

 

잠깐의 공백을 채우는 고요.

자신의 아이를 트라우마라 칭하는 그 입의 무게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대체 그 사이를 무슨 말로 채울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 … 동화의 끝은 언제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이라 했었지?

하지만 당신이 말한 것처럼 우리의 삶은 동화가 아니잖아.

잔혹하고, 끔찍한 이야기지. 당신 같이 불쌍한 사람은 더 그렇고.”

 

"...”

 

"근데, 사실 앨리스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고작 트럼프 카드 하나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사람이 정상적인 삶을 살았을 리가 없잖아?

아팠겠지. 많이 아팠을 거야.

그런 이상한 나라에서 멀쩡히 살아 돌아온 사람이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

 

"...”

 

“그래서 그냥… 나도 그런 거지.

트럼프 카드가 무섭다고 계속 꿈 속에 빠져 살면 안 되는 거잖아.

그게 무섭다고… 자기를 깨우는 사람을 무시할 수는 없잖아.”

 

 

 

내 손을 가만히 잡고 있던 앨리스는, 내 어깨 위로 자신의 팔을 뻗어 깍지를 끼었다.

천천히, 부드럽게 내게 안겨오는 그녀의 몸놀림이 왠지 모르게 이슬처럼 가볍게, 또 아프게 차가웠다.

 

 

 

"… 지금… 내 감정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어.

홀가분 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슬픈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날 깨워준 게 원망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 괜찮아, 괜찮아...”

 

“…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어.”

 

“… 뭔데?”

 

 

 

마치 물어보라는 듯이 내게 안겨오는 앨리스를 난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그녀를 살며시 껴안으며, 그녀의 대답을 찬찬히 기다렸다.

 

조금 차가워진 밤바람 속에서, 그녀의 몸의 온기가 날 아득하게 할 때쯤 그녀가 대답했다.

 

 

 

“날 깨워준 그 사람이 없으면,

난 평생 못 살 거라는 거.”

 

 

 

그 말은, 전에 들어본 적 없는 맑은 울림이었다.

 

 

 

“그러니까 알려줘.

내가 당신 곁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

 

"당신이,

내 곁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그녀는 자신의 옷자락의 단추를 천천히 풀어헤쳤다.

하나, 하나,

작은 단추가 버티고 있던 옷이 풀어질 때마다 그녀의 상처 입은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철충에게 다친 상처, 총알에 맞은 흔적들,

칼과 메스로 짓이겨진 손목과 빨간 멍이 잔뜩 들어있는 그녀의 복부까지.

내가 보았던 어떤 바이오로이드의 몸보다 야릇하고 구슬펐다.

 

누구에게 당한 것인지 뻔한 성처.

몇 년 동안 가리고 숨겼던 그 흉터들을 그녀는 마침내 내게 허락해준 것이다.

 

 

 

“… 지금이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어.

미안해.”

 

 

 

알 수 없는 세상으로, 꿈 밖으로 나온 앨리스가 나를 향해 크게 손을 뻗었다.

그 감정이 무엇일지, 어떤 마음이 그녀를 이리 움직이게 했을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그 시린 상처들을 보듬어주고 싶다는 마음대로 난 앨리스에게 말을 건넸다.

 

 

 

"…

… 사랑해. 앨리스.

진심이야.”

 

“…

… 아… 이게 사랑이란 거구나…

… 사랑해. 나도.”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이 가는 대로 서로의 몸을 섞었다.

 

난도질 된 손목을 핥아 주고, 멍든 둔부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서 상처 난 입술 사이로 서로의 혀를 주고 받았다.

깊은 자상이 난 허리를 손으로 감싸 안고, 실핏줄이 선명하게 올라온 그녀의 가슴을 조심스럽게 쥐어 입 안으로 가져다 대었다.

작은 교성이 끊임 없이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모든 상처의 근원 속으로 내 물건을 집어 넣었다.

 

파르르 떨리는 몸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그녀는 내 몸을 자신에게 밀착시키며 귓가에 속삭였다.

 

 

 

"고마워. 당신.

… 그래, 주인님. 나의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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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

 

 

 

찌르르 거리는 새 소리에 눈을 뜬 나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옷가지를 챙겼다.

난생 처음 해보는 길고, 느린 섹스.

1분에 한 번씩 왕복하며 아주 천천히 서로에게 녹아드는 듯한 섹스는 경험에 꽤 많이 익숙해진 나에게도 제법 힘든 것이었다.

덕분에 아침 햇살이 창문 밖으로 쏟아질 때까지 잠에 빠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앨리스를 보니 또 어제 밤이 떠오른다.

행여나 앨리스가 다칠까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그녀를 너무 애태웠던 모양이다.

결국 마지막엔 서로 성대하게 가버리면서 기절하듯이 침대 위에 쓰러졌고, 그렇게 창문도 닫지 못한 채 서로에게 안겨 잠에 빠졌던 것이다.

 

 

 

“… 역시 이런 데에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게 없단 말이야...”

 

 

 

소설이었다면 그렇게 뜨거운 밤을 보내는 것으로 끝이 났겠지만, 현실엔 그런 게 없다.

아침에는 언제나 눈곱을 때어내야 잠에서 깨고, 비몽사몽한 몸에 물을 뿌려야 정신이 멀쩡해진다.

그러게 나는 자고 있는 앨리스의 이마에 작게 키스를 하고 빠르게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밖에 나와 대충 물을 닦은 난 습관적으로 패널에 손을 올렸다.

언제나 자고 일어나면 밤새 내게 왔을 메시지를 보고, 다른 부수적인 것들까지 처리해야 했으니 습관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다.

그렇게 천천히 보고서들을 읽어보고 있었는데…

 

 

 

"… … 닥터?”

 

 

 

닥터에게서 급한 전화가 와있었다.

전화 수신 시간은 대략 15분 전. 거진 10통이 넘게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설마 뭔가 일이 터져버린 것 아닐까,

역시 현실이 그럼 그렇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건 있을 리가 없지

그런 마음으로 난 닥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닥터? 내가 잠깐 씻느라 전화를…”

 

"오빠!! 이제 일어난 거야?!!

밖에 봐봐! 밖에!!”

 

"… 밖?”

 

 

 

어느새 부스럭거리며 일어난 앨리스가 내게 몸을 기대며 전화를 엿듣고 있었고,

덕분에 나와 앨리스는 덩달아 같이 창문 밖으로 몸을 쭉 펼쳤다.

 

그리고 거기에는...

 

 

 

“… 이게 무슨...”

 

"오빠!! 꽃이야! 꽃!!

저 커다란 나무가 꽃을 피웠다니까?!!”

 

 

 

수천, 수만, 아니 입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의 광대한 꽃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던 나무들 위로 온 사방 펼쳐져 있었다.

푸른 코스모스, 빨간 장미, 하얀 아카시아 꽃과 자주빛 수국까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꽃들이 마을의 가장 높은 이곳까지 그 형언할 수 없는 장관을 그려내고 있었다.

 

사람의 영혼을 끌어내는 듯한 광경.

섬 전체를 꽃으로 덮어버린 듯한 그 절정의 풍광.

세상 어떤 깊은 곳까지도 칠해버릴 만큼 압도적인 그 광경에 나는 입이 살짝 풀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이게 대체...

세레스티아가 분명 이런 건 불가능하다고 했… …”

 

"오빠? 오빠?

괜찮아?”

 

"하, 하하… 나… 나야 괜찮지...!

이런 멋진 걸 봤는데 괜찮지 않을 리가 없잖아...!!”

 

“휴우… 그럼 다행이네.

난 또 오빠 기절이라도 하는 줄 알았잖아!”

 

"… 이런 게 가능한 거야...?

전에 분명 꽃을 피우는 건 불가능하다고...”

 

 

 

전에 농담 삼아 세레스티아에게 건넸던 말이 있었다.

이 나무들에 꽃을 피울 수가 있겠냐고.

물론 안 된다고 했었지만 그 땐 단순히 나무가 너무 커서 안 된다고 하는 줄 알았다.


아니, 직접 보니 알겠다.

이건 단순히 커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한 나무에만 해도 수천, 수만 가지 색의 꽃들이 눈이 부실 만큼 밝게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었고, 그런 나무들 수천 그루가 온 섬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까.

그런 비현실적인 광경을 보면 다른 어떤 단어보다 불가능하다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에이, 그런 게 뭔 상관 있어! 그냥 나랑 같이 꽃구경이나… 으엑!

… 세레스티아 모델이지?”

 

 

 

한창 들떠있던 닥터를 옆으로 치워내고 수화기를 차지한 사람은 또 다른 닥터였다.

그 시니컬한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잊혀지지가 않으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 응? 뭐가?”

 

“마을 안에 있던 사람.

나야 워낙 바빠서 누가 누구인지 제대로 몰랐지만 이거 보니까 대충 알겠네.

팩스의 벌목 사업을 위해 언론 진정용으로 만든 바이오로이드.

그 정도 바이오로이드라면 이런 곳에 있어도 이상하진 않지.”

 

“그럼… 세레스티아가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건가...?”

 

"설마. 힘은 깨나 썼겠지만 아무리 팩스가 이를 악 물고 만들었다고 해도 이 정도 일을 사람 하나 크기의 단말기로 할 수는 없지.

아마 전부터 여기 종자들을 기업에서 관리하고 있었던 거였을 거야.

나무들부터가 보통 나무가 아닌 걸 보면 뻔하지 뭐.”

 

"… ...”

 

 

 

닥터가 무어라 설명해주긴 했지만, 나는 내 눈으로 들어오는 색채의 향연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렇게 아찔한 것이 점점 머리 속에서 잦아들 때쯤, 닥터의 말이 다시 귀로 들어왔다.

 

 

 

“근데 이상하네.”

 

"… 뭐가?”

 

“나무들에 성장 억제제가 공급되고 있던 흔적이 있었어.

지면에 숨겨져 있어서 찾는 게 좀 늦었네.

지금은 멈춘 거 같지만.”

 

"그래?”

 

“구조를 보면 섬 북쪽 부근의 시설에서 이걸 관리하고 있었나 봐.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건 지 모르겠네.

누가 마을을 가지고 통째로 실험하려던 건가? 하여튼 이 섬 마음에 안 들어.”

 

 

 

섬 북쪽 시설이라면…

하나 밖에 없다.

 

 

 

"… 실험하는데 나무를 왜 통제해?”

 

“모르지 뭐.

대충 변인통제 같은 걸 하려고 했던 거 아닐까?

세레스티아 모델이 이런 걸 관리하려고 하면 어지간한 에너지로는 불가능했을 테니까 아예 미연에 막아버렸던 거거나… 뭐, 그런 거겠지.

덕분에 이 섬 생태계도 좀 정상으로 돌아오겠네.”

 

"… ...”

 

“아무튼 잘 즐겨봐.

내가 말은 이렇게 했어도 이 정도 일은 세레스티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야.

아마 그 세레스티아 모델은 당신이 꽤 마음에 든 것 같네. 이런 선물도 주고 말이야."


"선물... 이라... ..."


"어차피 우리 이제 할 일도 없잖아.

옆에 있는 이 꼬맹이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여유를 좀 가지라고.”

 

"… … 그래, 고맙다. 닥터.”

 

“아참, 그것도 있었네.

앨리스 언니랑은 잘 됐어?”

 

"...”

 

“말하는 거 들어보면 나쁘진 않았나 보네.

수고했어.”

 

 

 

늘 그랬듯 시니컬한 답장으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닥터였다.

그럼에도 전에 비하면 걱정해주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목소리였기에 난 한결 풍족해진 마음으로 패널을 내려놓았다. 


섬 북쪽, 거기 있는 건 로버트의 연구 시설뿐이다.

설마 앞으로 여기 있는 애들 얼굴 볼 일 없을 거라 한 게 이런 거였던 걸까.

 

 

 

"… 나름 마지막 선물이라, 그거지?”

 

 

 

서로가 서로에게 원수였을 세레스티아와 로버트가 함께 이렇게나 멋진 선물을 주다니.

뭐라고 해야 할까...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바람이 한 번 불 때마다, 수만 조각의 꽃이 하늘 위로 치솟는다.

그러다가 또 다시 불면, 그것들이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춘다.

 

인간들이 다가갈 수 없는 신비로운 섬,

이상한 나라,

요정들의 마을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장관이었다.

 

 


"... 하... 이런 걸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앨리스?"


"..."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가 있는 방도 나무였는데, 혹시ㅣㅣㅣ?! ㅇㅇ으에ㅔㅔ??’

 

 

 

갑자기 든 생각에 고개를 들려고 하는 순간, 내 옷을 하나 훔쳐 입은 앨리스가 나를 안고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순간 떨어지는 감각에 온 몸이 굳어버리는 감각을 느꼈다.

 

 

 

"앨리스으ㅡㅡㅡ???!”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만 보면 재미 없어서 어떻게 해!!

우리 둘 다 꿈에서 깼으니까 마지막으로 같이 한 번 시원하게 날아가보자고!!”

 

 

 

나를 꽉 껴안은 채 뛰어든 앨리스는 파르르 떨리는 증기를 뿜어내며 하늘 위로 떠올랐다.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고, 눈을 뜰 수조차 없을 만한 속도로 우리는 저 멀리, 나무의 끝의 끝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렇게 다른 나무들이 작은 원이 될 때까지 올라왔을 때가 되어서야 앨리스는 비행을 멈췄다.

나무 위로 시원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가장 높은 곳에서 받아내며, 나는 내가 있던 곳, 섬에서 가장 커다란 나무를 내려다 보았다.

 

 

 

"허어… ...”

 

"어때? 즐겁지 않아? 주인님?”

 

 

 

지금까지 봐왔던 나무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나무.

홀로 고고하게 섬의 하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커다랬던 이 나무는 그 크기에 부끄럽지 않을 만한 분홍색 벚꽃을 피워냈다.

그 벚꽃잎의 눈부신 행렬은 앨리스가 그려낸 비행운의 뒤를 어린아이처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전의 우울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맑은 미소가 앨리스의 얼굴에 걸려 있었다.

 

 

 

"… … 예쁘네.”

 

"그렇지? 이런 거라면 그 아이도 정말 좋아했을 거야.

태몽이 커다란 꽃이었거든.”

 

“… … 꽃이라.

그럼 분명 예뻤겠네.”

 

"맞아. 예뻤지. 엄청.”

 

 

 

조금은 씁쓸한 내용의 대화.

하지만 그건 그저 내용이 그러했기 때문이지, 결코 앨리스의 말투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었다.

 

한껏 높이 떠오른 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흩어져갔다.

한껏 들뜬 고양감도 서서히 가라앉고, 오직 비현실적으로 커다란 벚꽃 나무만을 우리는 하늘 높은 곳에서 멀찍이 바라보고 있었다.

 

 

 

"… 힘들지 않겠어?”

 

"뭐가?”

 

“그렇게 즐거운 척 하지 않아도 돼.

그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더 그렇고.”

 

"… 그럴까?”

 

"그래, 굳이 힘들여 가면서…”

 

"아니, 그냥 이렇게 할래.”

 

“… 응?”

 

 

 

앨리스는 빙그레 웃으며 나를 다시 끌어 당겼다.

내 어깨 밑으로 손을 집어 넣고, 내 얼굴이 자신을 마주할 수 있도록 몸을 돌려 꼭 끌어 안아 자신의 어깨 위로 내 얼굴을 툭, 얹었다.

조금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난 그제서야 앨리스의 품 안에서 평온함을 느끼며 주변을 바라볼 수 있었다.

 

구름 없는 상쾌한 하늘, 저 멀리 날아가는 철새 몇 마리,

360도를 빙 둘러싼 기다란 수평선 위로 태양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게 마치 세상의 중심에 올라탄 것처럼 아득해질 때, 앨리스가 나를 꼭 끌어 안으며 웃었다.

 

 

 

“다들 내 얼굴을 보면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부터 걱정하더라.

… 나쁘다는 건 아니야. 오히려 너무 고마웠지.

근데 그러다 보니까 다들 잊고 사는 거 같아.

내가 어떻게 그 인간의 손에서 처음으로 태어나 마지막까지 버틴 앨리스가 됐는지.”

 

"… ...”

 

“그 아이를 먹어버리고,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아니, 미쳤지. 정말 미쳤다고.

… 근데 그래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 인간이 아무리 날 괴롭혀도, 죽이려고 해도,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다짐했지.

나는 자기 아이까지 먹은, 세상 둘도 없는 나쁜 엄마였으니까.”

 

"… 앨리스.”

 

“그 때 내가 뭘 생각하면서 버텼을 것 같아?”

 

 

 

벚꽃과 똑 닮은 색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앨리스는 나를 향해 크게 웃어 보였다.

 

 

 

“웃는 거야!

아무리 슬퍼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도!

설령 그게 추하고 남루한 끝이더라도 웃으면서 미치는 거야!

웃을 힘마저 다 사라져버렸을 때까지, 내 얼굴 근육만으론 다시는 웃지 못할 때까지!

그 때까지 소리 죽여서 계속 웃는 거야!”

 

 

 

너무 높게 올라왔던 탓일까,

앨리스의 눈에 맺힌 물방울이 햇빛에 맺혀 그녀의 눈동자처럼 반짝거렸다.

 

 

 

“하하... 하...

... 그래, 그러니까 참을래.

힘들어도, 잊혀지지 않아도 웃으면서 참을래.

그게 내가 제일 잘 하는 거고,”

 

"...”

 

"그게,

내 주인님이 원하는 거니까.”

 

 

 

앨리스의 눈물이 하늘 위로 산산이 부숴졌고, 그렇게 우리 둘은 방향을 돌려 땅 위로 천천히 떨어져 내려갔다.

무섭고,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지만 앨리스를 끌어 안으며 버텨낼 수 있었다.

 

어쩌면 꿈에서 깨어난 앨리스의 마지막 비행이 될 수도 있었던 곡예.

난 그 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를 보았고,

가장 고결한 눈물을 보았고,

가장 굳건한 결의를 보았다.

 

아직도 이 이상한 나라에 있는 앨리스는 이번 비행의 끝, 땅에 발을 내딛는 것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도 즐거이 이 마지막에 참여했던 것이다.

 

 

 

괴로움, 고통과 악몽, 풀어질 수 없는 역경과 고난.

이 세계는 늘 그랬다.

소설이라면 해피 엔딩으로 끝맺음 지을 수 있었던 지점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 중, 어느 하나도 날 엔딩으로 이끌어주진 않았다.

 

깨어난 현실 속에서 나는 늘 괴로웠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눈에 담아야 했다.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소설 같은 끝을 꿈꾸는 것은 그저 환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말이다,

내가 고통을 짊어지는 것으로 이 아이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끝맺음 지을 수 있다면,

이 고귀한 결의를 행복이란 끝으로 가져다 줄 수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수천의 꽃잎이 휘날리는, 이런 풍경을 다시 보게 해줄 수만 있다면,

 

그럼 설령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해도, 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따라 이 마을의 공기가 유난히 더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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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의 품격에 맞는 2만자를 가지고 왔슴다

떨어지는 조회수와 추천은 독자들이 전부 연말을 맞이한 인싸들이라 그런 거시라 생각하겠슴다


근데 100화에 뭐 할까

누가 뭐 하라고 좀 시켜줬으면 좋겠다

근데 일단 100화부터 써야겠지



아무튼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