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어느덧 마지막 업무이다. 

15년이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철충이나 별의 아이 등 인류의 위협이 될 모든 요소도 없어졌고 인류재건이라는 목적도 아직 멀었지만 이제 나 혼자만이 유일한 인류는 아니게 되었으니 나도 할 일은 전부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볼 뿐.

“홍차 가져왔습니다. 사령관님.”

“고마워, 그리고 이젠 사령관이랑 호칭은 그만 써 줘. 더 이상은 아니니까.”

홍차와 간단하게 군것질할 간식 몇 개를 챙겨온 콘스탄챠가 싱긋 웃으며 돌아갔다. 홍차를 마시며 지금까지의 여정을 떠올리며 잠깐 눈을 붙였다.

처음으로 콘스탄챠를 만나고 라비아타를 만나며 무용, 알파 등 다양한 바이오로이드들을 만나며 몇 번이나 위험한 고비도 넘기고 중간 중간 재밌는 추억도 많이 쌓였다. 솔직히 떠나는게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10년이 넘게 쌓여온 이 기억은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만 기억하는 것이 아닌 나와 함께한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기억하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고 있는 사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도 돼.”

“사령관, 정말....떠날 것인가?”

들어온 그녀는 호드의 리더 칸. 그녀는 언제나 냉정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며 지휘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본인은 인지하는지 모르겠지만 떨리는 목소리임이 느껴졌다.

“응 이제 나의 역할은 끝났어. 애초에 인류재건 이후에도 사령관 노릇이나 하면서 지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독재는 싫어하거든.”

“그런가...”

그녀는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본인은 눈물을 참고 있는 것 같지만 타인의 입장에선 너무나도 쉽게 티가 난단 말이지.

“너무 서운해 하진 마. 갑작스런 결정도 아니고 한참 전부터 생각해둔 일이니까. 그리고 이젠 사령관도 아니니 편하게 대해줘.”

“그래, 하지만 당신이 있었고 우릴 이끌어주었기에 오늘의 세상이 있는거니 그것만큼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럼 가보도록하지.”

그 말을 뒤로 사령관실을 나간 칸. 하지만 복도에서 들려오는 울먹이는 소리는 숨길 수가 없었다. 아마 내가 들은 첫 울음소리. 달래주고 싶지만 떠날 사람인 내가 계속 미련을 남겨선 안 된다.

“들어가도 되지? 사령관?”

“응, 들어와.”

차가운 표정을 하고 들어온 레오나 그녀의 수식어인 철혈답게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떠난다는 거...정말이야?”

“응...이미 인수인계도 다 끝내놨고 이제 일주일이면 여기서 떠나.”

“안 떠난다는 선택지는 없는 거지?”

“그렇지?”

나의 대답에 그녀는 최대한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려 하는 것 같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 나라고 그 기분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미 결정된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당신이 없다면 나..난....”

결국 울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어린애처럼 울고 있는 레오나.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품에 안겨 서럽게 우는 그녀. 나는 말없이 그저 안아주고 있었다.

“왜! 왜 떠나는거야..!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제와서 혼자만 가겠다고?! 이 비겁자!!”

흐느끼며 내 가슴팍을 주먹으로 치고 있었다. 왜이서인지 감정이 담긴 주먹일 텐데 전혀 아프지 않았다.

“나도 이 추억이라던지 지금의 모두와 헤어지고 싶진 않아. 하지만...”

“하지만 뭐! 으흐흐흑....”

“언제까지나 내가 모든 인류와 바이오로이드들을 통제하며 왕 노릇할 순 없는 거 알잖아? 그리고 나도 조용하게 살고 싶은 것도 있고..”

이 말을 하고 있는 나이지만 사실 나또한 레오나를 정말 사랑한다. 첫 만남 때 인사를 건넸지만 차갑게 무시당했던 기억이 난다. 발키리와 있는 사이 샤워실에서 3시간이나 기다렸다가 화가 나게 했던 것도 전부 기억한다. 이미 그녀와는 서로 없으면 안 될 사이다. 하지만 그녀는 발할라의 지휘관이다. 지휘관이 없는 부대는 말도 안 된다. 나야 이제 불과 인간1에 불과한 놈이지만 그녀는 부대에 필요한 사람이니 서로 헤어지는게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울던 레오나는 진정이 좀 되자 일어나더니 나갔다.

“이만 돌아가 볼게. 아깐 미안했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평소의 모습대로 돌아와선 사령관실을 나갔다. 다른 부대의 지휘관들도 역시나 와서 인사를 하고 갔다. 그리고 저녁8시 나는 콘스탄챠를 불렀다. 

“부탁했던 짐은 준비 다 됐어?”

“준비 다 했으니 챙겨서 나가시면 될 듯 합니다.”

“고마워.”

이제 혼자서 살게 될 집은 몇 년 전부터 스스로 공부해서 직접 설계하고 지은 집이 한 채 있다. 바다가 보이며 마당도 있어 바비큐나 흔들의자에서 가만히 시간을 보내기엔 참 좋은 곳이었다.

“그럼 그동안 정말 고생 했어. 부족한 인간인 나를 이만큼이나 챙겨주고...이끌어 줬으니까.”

“아녜요. 저희야 말로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앞으로의 길도 무운가득하길 빌게요!”

사실 말은 일주일 뒤에 떠난다 했지만 나를 붙잡거나 다른 불상사가 생길까 몰래 일찍 떠나기로 했던 것이다.

콘스탄챠가 몰래 마련해둔 보트를 한 대 타고 내가 살 집으로 떠났다.


처음써보는 문학인데 여태 글 한번 써보고 싶은거 미루다가 이번년도 가기전에 하나는 내보고 싶어서 쓰고 있는중이니까 재미없어도 애해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