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철충의 포격에 휩쓸렸어.


다행히 외상은 없지만...


오빠가...혼수상태에 빠졌어


오르카 호의 사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비밀로 하고 있지만...


지휘관들에게는 사실을 전할 수 밖에 없었어.


......지휘관들과 대화를 하면서 오빠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


라는 설정이야.


 

포격에 휩쓸린 건 사실이지만 털끝 하나 안 다쳤어.


이걸 기회로 이런 장난을 꾸미다니...오빠도 참 장난꾸러기라니까.


하지만 재밌을 거 같으니 나도 참가했어.


우선은 레오나 언니에게 오빠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알려줬어.


철혈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다급히 오빠를 찾아가더라.


자, 어떤 대화가 이루어질까?




들어갈게, 사령관.


 

(나는 돌이다. 나는 돌이다. 나는 돌이다.)


 

다행히...다른 외상은 안 보이네.


 

어쩌면 금방 깨어날지 모르겠네.


 

어쩌면...오랫동안 안 깨어날...


 

흠흠.


 

비관주의는 내 성향에 안 맞아.


 

......


 

사령관...


 

깨어있는 거지?


 

(뜨끔!)


 

......


 

정말로...혼수상태인 거야?


 

(후우...)


 

대답해줘...


 

(나는 돌이다. 나는 돌이다. 나는 돌이다.)


 

......


 

다시 말하지만...비관주의는 내 성미에 안 맞아.


 

듣지 못할지는 모르겠지만...즐거운 이야기를 하자.


 

얼마 전에 알비스가 LRL이랑 함께...




 

후후. 정말로 알비스도 못 말린다니까.


 

(하지만 그게 귀엽잖아.)


 

그러고 보니 님프도 다시 다이어트를 한다고 공연히 말하고 다니더라.


 

나보고 같이 하지 않겠냐고 묻던데...나 살쪄 보여?


 

(아냐아냐! 전혀! 지금이 딱 좋아!)




 

발키리랑은 요즘 어때?


 

(노코멘트.)


 

내가 가장 신뢰하는 자매랑 사이가 좋은 건 좋지만...


 

나보다 사이가 좋지는 말아줘...


 

(질투?)


 

내가 더 달링을 좋아하는 걸...


 

(!$*!#$#@!$*!@#%!^@$*#@!$%&!)


 

요즘 나랑 우리 자매들이랑, 다른 동료들도 전부 이렇게 즐겁게 지내고 있어.


 

여기에...달링만 있으면 완벽하게 즐겁고 행복할 거 같아.


 

그러니까...빨리 일어나, 달링.


 

(나는 돌이다. 돌이다. 돌이다. 돌이다.)


 

보고 싶어...달링.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사랑이 짝사랑이라는데...


 

지금이 더 괴로워...사랑하는데...서로 사랑하는데...바로 옆에 있는데..


 

달링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아.


 

바로 옆에 있지만...그 이상으로 서로 눈을 마주하고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나는 돌이다...나는 돌이다...나는...돌아이다.)


 

좋아해. 사랑해, 달링.


 

(어? 무슨 짓을 하려...)


(쪽!)


 

(!!!!!)


 

......도둑키스는 비겁한 짓 같아서 싫어하지만...


 

이걸로 달링이 깨어났으면 좋겠어.


 

옛날부터 정신을 잃은 사람을 깨우는 것은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였잖아?


 

그러니 일어나, 달링.


 

나를 이렇게 안달나게 만드는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알아?


 

......혼 안 낼 태니까...빨리...일어나.


 

......


 

사령관이 언제 깨어나도 괜찮아. 얼마든지 기다릴게.


 

아니. 깨어나지 않아도 언제든지 달링의 곁은 지킬게.


 

내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아니, 내가 죽고 나서도 나의 의지를 잇는 부대, 집단을 만들어서라도 달링이 깨어나기를 기다릴게.


 

달링이 다시 일어날 때.


 

내 감정이 전해질 수 있도록.


 

사랑해.


 

평생 동안 달링만을 사랑했고, 죽고 나서도 결코 사라지거나 희석되지 않을 정도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정도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하지만...


 

그래도...빨리...일어나줬으면 좋겠어.


보고 싶어...달링.


 

......


 

으...응?


 

......


 

무, 무슨...여긴?


 

오르카호 의무실, 달링은 철충의 포격에 휩쓸려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어.


 

......


 

아니, 정정.


 

혼수 상태에 빠진 척 하고 있었지?


 

......알아챘어?


 

완벽한 내가 그것도 못 알아챘을 거 같아?


 

......언제부터?


 

처음에 내가 깨어 있냐고 물어봤을 때 움찔거렸지?


 

그리고 중간중간에 계속 꿈틀거렸고.


 

사령관, 사람 속이는 거 진짜 못한다.


 

......알면서도 계속 속아 준거야? 왜?


 

......


 

사령관이 그러기를 바라는 거 같아서.


 

시답잖은 장난이지만...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바란다면 거기에 얼마든지 어울려 줄 수 있어.


 

하하...속이려고 했던 내가 반대로 속아버렸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진심이었어. 한 치의 거짓도 섞이지 않은.


 

...사랑해, 달링.


 

......질 나쁜 장난해서 미안해.


 

괜찮아. 속은 건 처음뿐이니까.


 

덕분에 평소랑 다른 식으로 내 마음을 전해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런 장난은 자중하는 게 좋을 거야.


 

사령관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충격으로 쓰러지는 줄 알았어.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진짜 미안해...이런 짓 다시는 안 할게.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해?


 

응. 진심으로.


 

사과 하고 싶지?


 

...응.


 

......달링의 시간을...차지하고 싶다고...요구해도 될까?


 

......


 

얼마든지.


 

고마워. 그 보답으로 나의 시간을 달링에게 줄게.


 

나의 모든 시간은 언제나 달링의 것이야.


 

사랑해, 달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