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 X-00 티아멧, X-05 에밀리

게스트 : AL 팬텀, AL 레이스

브이로그 상편

브이로그 하편

게스트 : 소완

게스트 : P/A-00 그리폰, 멸망의 메이, 블랙 리리스

 


[17 : 59]

[시청 대기자 : 35명]

[18 : 00]

[방송을 시작합니다]


"우하! 우르의 우르르 TV야!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하면? 원시인! 원시인 내가 시를 쓰니까......"


[야점 야점이오]

[원시 드리프트 뭐임ㅋㅋㅋㅋㅋ]

[(안웃겨도 웃어!)]

[와 재밌다 하하하]

[ㄹㅇㅋㅋ]


우르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한쪽 볼을 부풀렸다. 항상 방송 시작할 때 쓰는 개그를 짜느라 고생하는데 겨우 웃겼다는 생각이 들면 힘이 쭉 빠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늘 '그녀들'을 섭외하는 데 성공했으니, 오늘 방송의 재미는 보장할 수 있었다.


"음, 내 개그가 재미 없을수도 있어....... 하지만 오늘의 방송은 재미 없을 이유가 없다! 그 이유를 알고 싶어.......? 그럼 게스트들을 소개할게. 오늘의 첫 번째 게스트는 둠 브링어의 밴시야!"


우르가 자신을 가리키자,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밴시는 고개를 꾸벅 숙여 시청자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둠 브링어의 전술 폭격 편대를 이끌고 있는 밴시라고 합니다. 버킷리스트에 쓴 목표를 이루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하!]

[과연 우르의 우르르티비가 버킷리스트 목록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ㄱ]

[목표 달성 축하해요.]

[근데 둠 브링어 출신 게스트가 벌써 세명째네ㅋㅋㅋㅋ]

[둠브링어 바이럴 멈춰!]

[밴하밴하]


"저...... 우르 씨. 밴하라는 게 무슨 뜻인가요?"

"아, 밴시 하이라는 뜻이야. 절대 밴을 하라는 뜻은 아니니까 안심해."


[방장 밴하]

[아재개그 남발하는 방장 밴하시오!]

[이번 건 먹혔닼ㅋㅋㅋㅋ]

[아 여기서 터지다니 자존심 상해]


우르의 설명을 납득한 듯, 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르는 그런 밴시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옆에 있는 하르페이아를 소개했다.


"그리고 오늘의 두 번째 게스트는 문학에 능통한 스카이나이츠의 하르페이아!"

"안녕? 하르페이아야! 오늘 방송에서는 말로 릴레이 소설을 쓴다는데......"

"아앗, 스포일러!"


하르페이아가 오늘의 방송 내용을 노출하는 바람에, 우르는 급히 하르페이아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그녀가 말한 내용은 이미 채팅창에 퍼져나가, 시청자들은 대놓고 아는 척을 해 댔다.


[아 릴레이 소설이구나]

[스정게에서 하는 거 봤어]

[1회는 ㄹㅈㄷ였지]


"에이, 다 들켜 버렸네....... 그럼 어쩔 수 없지. 오늘은 릴레이 소설을 할 거야. 기본적으로 나와 게스트 두 명이서 진행하겠지만, 5참치 이상 후원하면 시청자 여러분도 끼어들 수 있어."


[대놓고 수금하네]

[아... 모모님 피규어를 사느라 참치를 다 날려버렸는데...]

[그럼 진조의 프린세스 이야기를 넣어도 되는가?]


"물론이지. '5참치 이상 후원한' 시청자 여러분의 이야기는 얼마든지 환영해."


[5참치 이상 후원한 시청자 강조하는 거 보솤ㅋㅋㅋㅋ]

[추하다 추해]

[추하다 방장]

[우하다 추르]

[우르르...]


스트라이커즈 부대에 참치가 부족해서 벌고자 했던 우르의 속셈이 들통나고 말았다. 우르는 그런 흉악한(?) 의도를 감추려는 듯 귀엽게 혀를 내밀고는 릴레이 소설의 규칙을 화면에 띄웠다.


"그럼 규칙 설명을 할게. 규칙은 간단해. 우리 셋 중 한 명이나 시청자 여러분이 10초 안에 한 문장으로 소설을 잇지 못하면 끝! 참고로 순서는 나-밴시-하르페이아 순이야! 시청자 여러분은 언제 끼어들어도 상관 없어."


규칙 설명이 끝나자, 밴시가 발 밑에 놔둔 상자를 들었다. 상자에는 '태그 뽑기'라는 글귀가 큰 글자로 씌여 있었다. 


[오 태그를 뽑는 건가]

[무슨 태그 넣어놓음?]


"음, 멸망 전 모 소설 사이트에서 유행한 태그를 넣어 봤어. 태그는 로맨스, 판타지, 무협, 스포츠, SF, 아카데미, 후회물, 피폐, TS...... 이정도야. 이 중에서 두 개를 뽑을 거야."


[TS는 안된다, TS는!]

[누구를 TS시키든 재앙이야]

[피폐도 안돼...]

[후회물과 피폐가 동시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어두운 이야기 하면 나감]


[북방의_암사자 님이 1참치를 후원하였습니다!]

[...후회물 빼면 10참치.]


익명의 시청자 '북방의_암사자'가 갑자기 1참치를 후원하자, 하르페이아는 스정게에서 유행했던 후회물 소설들을 떠올렸다. 후회물 소설에서는 열이면 열 마리와 레오나가 제일 먼저 사령관을 배신했었다. 만약 후회물 태그를 뽑는다면 이 시청자가 나가 버리고 말거라는 생각에, 하르페이아는 우르를 설득했다.


"저기, 저 시청자분 말씀대로 후회물 태그는 빼면 어떨까?"

"응? 후회물이 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사연이 있어]

[아앗 아아...]

[흑흑]

[스정게의 '그 후회물'...]

[우리가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적으로 후회물은 빼주자]


채팅방에서도 후회물 태그를 빼자는 의견이 우세하자, 우르는 턱을 괴고 곰곰히 생각하더니 상자에 손을 넣어 후회물 쪽지를 빼 버렸다.


[북방의_암사자 님이 10참치를 후원하였습니다!]

[고마워]


"나야말로 10참치 고마워! 후회물은 뺐으니 이제 태그를 뽑도록 할게. 상자는 내가 들 테니까 첫번째 태그는 밴시에게 부탁할게!"


밴시는 우르에게 상자를 건넨 뒤,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상자에 손에 넣어 몇 번 뒤적이더니 쪽지를 하나 꺼냈다.


"공개하겠습니다."


짧게 말을 마친 밴시가 손에 든 쪽지를 펴 보았다. 


【아카데미】


[나이스 밴시!]

[아카데미면 무난하지]

[여성향이건 남성향이건 좋아]

[사령관님이 바이오로이드 아카데미에 하렘을 차려...]


밴시가 '아카데미' 태그를 뽑자, 채팅창에서 밴시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하르페이아의 차례였다. 후회물은 뺐지만 아직 TS와 피폐 태그가 남아 있어서, 시청자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럼 뽑을게!"


하르페이아가 상자 안에 손을 넣고 단숨에 쪽지를 뽑았다. 쪽지가 상자에서 나오자 우르는 마른침을 삼켰고, 밴시는 뭔가 생각난 듯 버킷리스트에 새 항목을 추가했다. 채팅창마저 조용해진 그때, 하르페이아가 쪽지를 열었다.


【피폐】


[으아아아아아ㅏㅇ]

[이제 우린 망했어]

[순애 드리프트 가자]

[엔딩은 피폐 아니어도 상관없지?]

[아 10참치 후원해서 피폐도 뺄걸]

[살려주어어어ㅓ어]

[나 생존기체인데 피폐 보고 나간다]


소수의 시청자들이 피폐 태그를 보고 나가버렸다. 하지만 이대로 방송을 끝낼 수는 없었다. 우르는 10초 세기용 스톱워치를 책상에 놓았다.


"미안해, 우르. 내가 피폐 태그를 뽑아서......."

"괜찮아! 시청자 분들이 말했다시피 장르가 피폐여도 해피엔딩으로 끝맺을 수 있잖아? 힘내보자!"


[과연 릴레이 소설은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까도 말했지만 순애드리프트가 시급하다]

[괜찮아!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야]

[맞아! 이걸 유장의 미라고 한다지?]

[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우르는 결연히 밴시와 하르페이아와 한 번씩 눈을 마주쳤다. 문학에는 조예가 깊은 둘이었다. 이 둘과 함께라면 어떤 이야기도 해피엔딩으로 끝맺을 수 있다. 우르는 그렇게 생각하며 숨을 들이마셨다.



"아름다운 무인도에 위치한 오르카 학원은, 좆, 아니 나쁜 학원장의 만행으로 피폐해진 상태였어......"


[방장 좆간이란 말은 어디서 배운거얔ㅋㅋㅋㅋ]

[좆간이 미안해...]



"학생 바이오로이드들은 매일매일 죽어나갔고, 급우 한 명이 사라지면 다음날 그녀가 흘린 피와 뜯겨진 살점이 교실에 전시되었습니다."



"많은 바이오로이드 학생들이 고통에 신음하던 어느날, 사령관이 전학을 왔어."


[하르페이아님 치트키 쓰신다]

[아ㅋㅋ 사령관님은 못참지]

[순애드리프트! 순애드리프트!]


[하늘의창잡이 님이 5참치를 후원하였습니다!]

[전학오자마자 2학년 A반의 반장이 된 사령관은 사랑으로 동급생들을 돌봐 주셨어!]



"사령관이 전학온 후, 2학년 A반의 학생들은 서로 힘을 합쳐 학원을 즐겁게 바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행복도 잠시, 높으신 인간님들과 함께하는 'C구역 축제'를 시작한다는 안내문이 학원 이리저리 붙었습니다."


[아니 C구역은 좀]

[여기 더치걸이나 키르케 없지?]

[...키르케 7호입니다. 나가 보겠습니다.]

[갑자기 훅 분위기 어두워졌네]

[오르카 학원의 바이오로이드들에게 희망을 줘]


".......한 반이 노력하는 걸로 이런 상황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밴시를 보며, 우르와 하르페이아는 측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사일보다 싸게 만들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몇 번이고 출격해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 염세적인 성격이 되어버린 밴시. 우르는 그런 밴시에게 해피엔딩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사령관은 학급회의를 열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으려고 했어."



"그래서 2학년 A반 학생들은 축제가 시작되기 전 학원에서 탈출할 계획을 세우기로 했어."


그 계획이 들켜서 많은 학생들이 죽었다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밴시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보다 빨리 후원과 함께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밤의천사 님께서 5참치를 후원하였습니다!]

[그때, 사령관의 친구가 된 밴시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기관포를 학원장실에 투척해 시선을 끌겠습니다."


[교토미녀다이카 님이 5참치를 후원하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살아돌아오면... 저를 꼭 안아주실 수 있을까요...?]


익명의 시청자 밤의천사와 교토미녀다이카의 개입으로, 어두웠던 릴레이 소설은 밴시와 사령관의 로맨스에 가깝게 변했다. 하르페이아는 그 기세를 이어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령관은 말없이 그런 밴시를 안아 주었어."



"꼭 안아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얼마든지 부탁해."



"확언할 수는 없지만....... 살아돌아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차가운도시의커리어우먼 님이 5참치를 후원하였습니다!]

[옆에 있던 우르와 하르페이아, 그리고 다른 동급생들도 사령관과 함께 밴시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훈훈해]

[피폐 ㅇㄷ?]

[여기서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결전의 날이 찾아왔고, 한 마음 한 뜻이 된 오르카 학원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사령관의 명령으로 C구역 축제의 준비를 무산시켰어!"



"그리고 밴시는 학원장실에 기관포를 투척했어......"


우르가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밴시의 차례가 왔다. 하지만, 그녀는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면, 이야기 속의 자신은 죽어야 한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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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야기 속의 밴시에게는 사령관이 있었다. 자신을 기다리는 동료 바이오로이드들이 있었다. 자신은 몰라도, 그녀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7

6

5

4


[4초 남았어]

[여기서 끝나면 안되는데]

[누구 5참치 있는 사람?]

[피폐는 싫어 순애드리프트!!!]

[우리는 밴시의 행복을 바라고 있어]


3

2


 


"폭격이 끝나고, 밴시는 상처와 핏물 때문에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사령관에게 찾아갔습니다."


[밴시가 살았어!]

[아 왜 눈물나노]

[살 았 다]

[감동적이야]

[👏 👏 👏 👏]



"그사이 다른 친구들은 보트를 타고 무사히 섬을 탈출했고, 사령관은 밴시를 기다리고 있었어."



"정말 다행이다....... 라고 말하며, 사령관은 눈물을 흘렸어."



"밴시는 말없이 그런 사령관을 끌어안았답니다."



"그리고, 무너져가는 섬을 배경으로 밴시와 사령관은 뜨겁게 입을 맞췄어! 끝!"


[순애드리프트, 성공적]

[👏 👏 👏 👏]

[띵작이다]

[이게 피폐물(사실은 아님)이지ㅋㅋㅋㅋㅋ]


[iron_bug2019 님이 20참치를 후원하였습니다!]

[밴시 대원은 비밀의 방으로]


익명의 시청자의 후원 내용을 본 밴시의 얼굴이 붉어졌다. 우르와 하르페이아는 그런 그녀 몰래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밴시는 조용히 버킷리스트에 체크 표시를 했다. 


"응? 방금 어디 체크한 거야?"

"......."


밴시가 버킷리스트에 체크 표시를 하는 것을 본 우르가 물었다. 밴시는 말없이 버킷리스트를 우르와 하르페이아,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었다.


『릴레이 소설 해피엔딩으로 끝내기 ☑


"그런데 왜 우울한 이야기를 한 거야?"

"'피폐' 태그가 붙은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르페이아가 잘못했네]

[그래도 해피엔딩이었으니까 상관없어]

[해피엔딩이니까 나간 사람들 돌아와!]

[방송 거의 끝나가니까 다시보기라도 해]

[우르의 우르르TV가 이런 방송이었나요?]

[너무 감동적이어서 아닌 것 같아]


"우르의 우르르TV는 항상 유익하고 감동적이었거든? 경고 1회! 하지만 릴레이 소설이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니까 특별히 취소할게. 방송 종료 시간이 다가왔어. 밴시, 하르페이아. 소감 한 마디!"


의도치 않게 피폐물을 진행하게 된 만악의 근원인 하르페이아가 멋쩍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피폐 태그를 뽑아서 미안하게 됐어. 그래도 순애드리프트하느라 힘 좀 썼으니 용서해주면 안될까?"


[글쎄]

[하는 거 봐서]

[특별히 용서해 드리겠읍니다]

[사령관 난입은 칭찬할 만 했어]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인지, 채팅창은 깔끔하게 하르페이아를 용서해 주었다. 애초에 피폐 태그를 뽑은 게 운이 나빠서였으니 용서해 주고 말 것도 없긴 했지만 말이다. 하르페이아의 소감이 끝나자, 밴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르, 하르페이아와 시청자 여러분 덕분에 버킷리스트를 하나 이룰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서 비밀의 방 언제감?]

[??? : 밴시 빨리 오라고]

[역시 순애가 최고야]


"게스트 여러분의 소감 잘 들었어! 나도 즐거웠어. 릴레이 소설도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내가 쓴 책의 이름은? 우르남무법전! 우바!"


[우바]

[감동적이니까 봐준다]

[사령관이오르카호에서하렘차린이야기 는 아니고?]

[TMI : 우르남무 법전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법전을 담은 점토판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보다 오래된 법전이다. 첨언하자면, 확실히 X-02 우르가 쓰지는 않았다.]

[↑노잼]

[밴바 하바]

[우바!]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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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게스트는 사령관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