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로이드들은 과연 어떤 새해소망을 가지고 있을까? 오르카호에 새해가 밝자마자 나는 그것이 문뜩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오르카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새해소망이 뭐야?

 

 

 

[슬레이프니르]

 

 

“새해소망이 뭐냐고? 아이돌 공연을 한번 더 하는거야! 사령관이라면 또 공연하게 해줄 수 있지?”

 

 

“아, 그건 좀 힘들거같은데... 무대도 또 만들어야 하고, 관객들도 모아야하고, 스케줄 조정도 해야하는 등 준비해야할게 많아서 다시 공연하는건 무리일거같아.”

 

 

“에이~ 큰 무대랑 관객은 필요없어. 멋있는 사령관님만 관객으로 와준다면 어디서든 아이돌 공연을 할 수 있다고. 말 나온김에 지금 이 자리에서 사령관만을 위한 특별한 공연을 해줘도 괜찮을까?”

 

 

“이 자리에서 특별한 공연이라니 뭔가 기대된다! 한번 보여줘!”

 

 

“흐흐흐...”

 

 

슬레이프니르가 갑자기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옷을 벗기 시작한다. 아... 이 녀석이 말한 특별한 공연이 이거였구나.

 

 

“사령관. 왜 그런 표정을 지어? 혹시 싫은건 아니지?”

 

 

“아니요. 저는 이런 공연이라면 무조건 환영이에요.”

 

 

“좋아! 그럼 사령관만을 위한 특별공연 시작합니다!!!”

 

 

 

<1시간 뒤>

 

 

“내 공연 잘 즐겼지? 그럼 잘가~ 다음에는 뮤즈랑 우리 애들 다 같이 데려와서 공연해줄게!”

 

 

“응! 나도 다음 공연을 기대할게.”

 

 

나에게 손을 열심히 흔드는 슬레이프니르를 뒤로 하고, 나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새해소망을 물어보기 위해 길을 떠났다.

 

 

 

 

[트리아이나]

 

 

“작년보다 더욱더 많은 탐험을 떠나는 것이 내 새해소망이야! 그것도 사령관이랑 같이 말이야. 사령관, 내가 마침 보물지도를 하나 구했는데, 새해 기념으로 같이 오르카호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지 않을래?”

 

 

“오르카호에 숨겨진 보물이라니 뭔가 흥미로운걸? 어떤게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니까 한번 보물을 찾아 같이 떠나보자!”

 

 

“좋아! 이몸이 앞장설테니까 사령관은 이 탐험대장만 잘 따라와!”

 

 

나는 그렇게 지도를 보고있는 트리아이나를 따라 오르카호 구석구석을 누볐다. 그러다가 우리는 작은 창고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여기에 보물이 숨겨져있는거야? 그냥 평범한 창고같은데?”

 

 

(문을 찰칵 잠근다) “이런, 추운 겨울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난당해버렸잖아? 큰일이네...”

 

 

“응? 조난이라니 무슨소리야. 그냥 너가 문을 잠근거잖아. 여기 보물 없는거면 얼른 나가자.”

 

 

“칫. 사령관 진짜 눈치없게 왜 그래...”

 

 

트리아이나가 갑자기 내 품에 포옥 안겨왔다. 그리고 애원하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잠깐만, 왠지 트리아이나한테 당한거 같은데...

 

 

“사령관. 우리 조난 당한거 맞지? 그렇지?”

 

 

“...그래, 우리 조난당한거 맞아. 이럴땐 어떻게 해야돼?”

 

 

“지금처럼 추운 날에 조난을 당했을 때 가장 중요한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거야.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런식으로 서로 껴안으면서 체온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해.”

 

 

“껴안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

 

 

“아니. 다른걸 하면서 체온을 올려도 괜찮아. 예를들면...”

 

 

그렇게 나와 트리아이나는 1시간동안 격하게 체온을 올렸다.

 

 

 

 

[님프]

 

 

“제 새해소망은 첫째도 다이어트, 둘째도 다이어트, 셋째도 다이어트에요. 오늘까지만 맛있게 먹고, 당장 내일부터는 하루에 토마토 10개만 먹으면서 살을 뺄거에요.”

 

 

“하루에 토마토 10개만 먹는다고? 그러면 배가 많이 고프지 않을까?”

 

 

“괜찮아요. 사령관님께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그런 배고픔쯤이야 견뎌낼 수 있어요.”

 

 

“님프. 괜히 나 때문에 무리해가면서 살 빼지 않아도 돼. 왜냐면 님프가 살을 빼든 안빼든, 나는 님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니까.”

 

 

“어머... 사령관님의 그런 말에 다시한번 반하게 되네요. 그럼 사령관님의 말대로 다이어트는 당장 취소해야겠군요. 그러면 사령관님, 다이어트 취소 기념으로 저희 숙소에서 라면 먹고 가실래요? 겸사겸사 사령관님이 좋아하시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도 구경하시고요.”

 

 

이후 1시간동안 숙소에서 님프와... 맛있게 즐겼다.

 

 

 

 

[바닐라]

 

 

“주인님께 요구하는 새해소망 첫번째. 제발 늦게 주무시지 좀 마세요. 주인님은 적정 수면시간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맨날 잠도 안자고 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주인님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주인님의 건강을 걱정하시는지 본인은 모르시죠? 그러니 앞으론 12시 되기전에 침대에 누우십시오. 안그럼 침대에 누우시기 전까지 계속 잔소리할겁니다.”

 

 

“어... 알았어. 앞으론 일찍 자도록 노력할게.”

 

 

“새해소망 두 번째. 편식하지 마세요. 주인님이 LRL양처럼 애도 아니고, 왜 맨날 채소를 남기시는겁니까? 소완님이 주인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가있는 음식들을 매번 열심히 준비하는겁니다. 그러니 음식좀 골고루 먹으십시오. 영양 불균형으로 쓰러지기 싫으시다면 말입니다.”

 

 

“히잉... 난 채소 먹기 싫은데... 그래도 바닐라의 새해소망이니까 열심히 노력해볼게.”


 

“새해소망 세 번째.... 올해는 더 많이 뽀뽀해주십시오.”

 

 

“알겠어. 앞으로는 많이 뽀뽀를... 잠깐, 방금 뭐라고 했어?”

 

 

“저, 저는 다 말했으니 그만 가보겠, 우웁!”

 

 

나는 얼굴이 새빨개진채 떠나려던 바닐라에게 입을 맞춰주었다. 바닐라는 처음엔 놀란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으나 이내 익숙해져서 나의 혀를 능숙하게 받아주었다.

 

 

“..........하아...”

 

 

“자, 새해소망 이뤘지? 그럼 난 가볼게. 다른 애들한테도 새해소망 물어보러 가야 하거든.”

 

 

“저, 주인님...”

 

 

“왜불러? 앗! 내 옷은 왜 벗기는거야!”

 

 

“그냥 메이드로써 주인님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 뿐입니다! 혀는 확인했으니 이번엔 다른 곳을...”

 

 

이후 1시간동안 바닐라에게 온 몸 구석구석을 검사당했다.

 

 

 

 

[세이렌]

 

 

“제 새해소망이 뭐냐고요? 음... 갑자기 질문을 받아서 그런가 생각이 잘 안나요. 사령관님! 실례가 안된다면 잠시 곁에 있어주실래요? 사령관님이 옆에 있다보면 새해소망이 생각날수도 있을거 같거든요.”

 

 

“알겠어. 새해소망이 떠오를때까지 기다려 줄게.”

 

 

나는 콧노래를 부르는 세이렌의 옆에 앉았다. 대략 2분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세이렌은 콧노래를 멈추며 내 손을 잡았다.

 

 

“새해소망이 떠올랐어?”

 

 

“네. 사령관님이 곁에 있으니까 새해소망이 아주아주 많이 떠오르고있어요. 그중 하나는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소망이군요.”

 

 

“지금 이룰 수 있는 소망이 뭔데?”

 

 

“사령관님. 저를 봐주세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웃고있는 세이렌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러자 세이렌은 나의 얼굴을 두손으로 잡은 뒤, 내 입술에 쪽하고 입맞춤 해주었다. 곧 세이렌은 딴청을 피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 이뤘네요. 다음 소망은... 더욱 적합한 장소와 분위기가 갖춰졌을 때 말해드릴게요. 그럼 전 이만!!”

 

 

세이렌은 그 말과 함께 후다닥 사라져버렸다. ...세이렌을 위한 적합한 분위기의 장소를 하루빨리 마련해줘야겠다.

 

 

 

 

[나이트 앤젤]

 

 

 

“후훗. 새해소망이 뭐냐는 질문을 들으니까, 제가 작년에 빌었던 새해소망이 떠오르네요.”

 

 

“작년에 뭘 빌었는데? 가슴이 커지게 해달라고 빌었어?”

 

 

“그것도 빌었고, 메이대장이 사령관하고 맺어지게 해달라고도 빌었어요. 그랬더니 올해가 지나기 전에 그 소망이 정말로 이뤄졌죠.”

 

 

“오, 생각해보니 그렇네? 나이트앤젤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은걸까?”

 

 

“그럴지도 모르죠. 그래서 이번엔 작년보다 더욱 과감한 새해소망을 빌려고요. 그것도 어쩌면 작년의 새해소망처럼 이뤄질지도 모르니까요.”

 

 

“작년보다 더욱 과감한 새해소망이라고? 가슴이 커지게 해달라는거?”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그걸 새해소망으로 빌려고 한게 아니에요.”

 

 

“그럼 어떤 소원인데?”

 

 

“제가 메이대장의 다음차례가 되는거에요. 사령관님, 제 새해소망을 이뤄주시겠나요?”

 

 

“물론이지. 누구보다 자기 대장을 생각해주는 착한 부관의 새해소망을 당장 이루어줄게.”

 

 

그렇게 1시간동안 나앤과 놀아준 나는 새해소망을 물어보기 위해 또다시 길을 떠났다. 

이번엔 어디로 가볼까... 아! 페어리 숙소에 아쿠아 혼자서 놀고있는게 보인다. 이번엔 아쿠아의 새해소망을 물어봐야겠다.

 

 

 

[아쿠아]

 

 

“아쿠아 안녕! 해피뉴이어~”

 

 

“와, 주인님도 안녕!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다프네언니가 주인님을 만나면 이렇게 인사하라고 가르쳐줬어. 나 잘했지?”

 

 

“응! 아주아주 장하다. (아쿠아의 머리를 세게 쓰다듬어줬다) 그보다 아쿠아. 혹시 아쿠아는 올해 이뤄졌으면 하는 새해소망이 있니?”

 

 

“아쿠아의 새해소망? 음...” 

 

 

아쿠아는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눈을 감으며 잠시동안 고민했다. 잠시후 아쿠아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티타니아언니가 우리 페어리언니들하고 주인님이랑 친해졌으면 좋겠어. 그게 아쿠아의 새해소망이야.”

 

 

응? 아쿠아의 새해소망이 티타니아랑 관련 있을줄은 몰랐다. 하긴, 티타니아는 오르카호에 영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같은 부대인 레아나 다프네같은 페어리시리즈들이 티타니아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하물며 어린 아쿠아는 오죽할까.

 

 

“주인님. 아쿠아의 새해소망이 이뤄질 수 있을까? 티타니아언니가 우리랑 친해질 수 있을까?”

 

 

“그럼. 간절히 바라기만 하면 아쿠아의 착한 소망은 이뤄질거야. 아쿠아의 새해소망이 분명 이뤄질거라고 내가 약속할게.”

 

나는 아쿠아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그리고 아쿠아에게서 작은 인형을 하나 건네받았다.

...이번엔 티타니아의 새해소망을 물어보러가보자. 겸사겸사 아쿠아의 새해소망을 이루어주는거야.

 

 

 

 

[티타니아]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그게 바로 여왕의 새해소망이야.”

 

 

“....죽고싶다니. 왜 그런 무서운 소리를 하는거야. 분명 그거보다 좋은 새해소망이 있을거야.”

 

 

“이 고통만 가득한 삶을 더 살아서 뭐해. 계속 이렇게 고통스럽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아. 그러니 말리지 마.”

 

 

“....”

 

 

“더 할말 없지? 그럼 난 가볼게.”

 

 

“잠깐, 이거 받아.”

 

 

나는 떠나가려는 티타니아의 손에 작은 인형을 쥐어줬다. 티타니아는 그것을 보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아쿠아가 만들던 인형이네. 여왕의 모습을 본땄다는 못생긴 인형.”

 

 

“맞아. 그건 아쿠아가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직접 만든 인형이야. 이 인형을 이미 알고있었던거야?”

 

 

“...그냥 우연히 알고있었던거야. 녀석이 나에게 이걸 완성하면 선물할거라고 자주 말했었으니, 으읏!”

 

 

티타니아가 갑자기 머리를 붙잡으며 쓰러졌다. 깜작 놀란 내가 그런 티타니아에게 다가가려하자, 티타니아는 얼음칼을 꺼내며 내가 접근하는걸 막았다.

 

 

“다가오지마.”

 

 

“아니 나는 그냥, 너가 고통이 사라지게 해주려고...”

 

 

“무슨 헛소리야. 이 고통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고.”

 

 

“어라, 티타니아 언니 혹시 아파? 그럼 아쿠아가 안아줄게.”

 

 

갑자기 뒤편에서 나타난 아쿠아는 조그마한 몸으로 티타니아를 껴안았다. 티타니아는 살짝 놀랐지만 아쿠아를 내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너... 지금 뭐하는거야.”

 

 

“뭐하는거긴? 아픈 티타니아언니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는 거잖아.”

 

 

“...?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건데.”

 

 

“옛날에 아쿠아가 다칠때마다 언니들은 아쿠아를 꼬옥 안아줬는데, 그럴때마다 아픔들이 싹 사라졌어. 그러니 아쿠아가 안아주면 티타니아언니의 아픔도 마찬가지로 사라질거야!”

 

 

“무슨... 고작 그런 방법으로 아픈게 사라질 리가 없잖아.”

 

 

티타니아는 아쿠아를 무섭게 째려보며 싸늘한 말을 퍼부었지만, 아쿠아는 그런 티타니아의 기세에 전혀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았다. 리제랑 같이 지내다보니 이런 무서운 상황에 익숙해져서 그런건가?

 

 

“...”

 

 

“야. 넌 왜 여왕이랑 친해지려고 하는거야? 분명 나는 너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몇 번이나 위협을 했는데.”

 

 

“아쿠아는 언니가 행복한 것을 원하니까!”

 

 

“...행복? 나한테 행복같은게 찾아올리가 없잖아.”

 

 

“아니야 티타니아. 너한테도 분명 행복이...”

 

 

“넌 닥쳐.”

 

 

“히익! 갑자기 그런 날이 선 말을... 에라 모르겠다!”

 

 

티타니아의 작은 독설에 살짝 놀란 나는 아무생각없이 티타니아와 아쿠아를 껴안았다. 티타니아는 그런 나를 째려봤다.

 

 

“너 뭐하는거야?”

 

 

“어? 그게... 이렇게 안아주면 티타니아 너의 아픔이 사라질거라고 아쿠아가 말했잖아. 그래서 나도 널 안아주는거야.”

 

 

“주인님 잘했어! 분명 이렇게 하면 티타니아 언니의 아픔이 두배는 빨리 사라질거야.”

 

 

“...”

 

 

(피식)

 

 

“어? 혹시 방금 웃은거야?”

 

 

“그래, 웃었어. 지금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가지고. 너희들 대단하네. 웃음을 잃은 나를 웃게 만들다니.”

 

 

“그보다 언니. 머리 아픈건 어때? 좀 괜찮아졌어?”

 

 

“머리 아픈거?”

 

 

“...인정하기는 싫지만, 조금은 괜찮아졌어. 안아줬던게 정말 효과가 있었나봐. 난 이제 괜찮으니 얼른 놔줘. 갑갑해 죽어버릴것만 같으니까.”

 

 

확실히 아까보단 티타니아의 표정이나 말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졌다. 나와 아쿠아는 티타니아를 풀어주고 뒤로 물러섰다. 우리에게서 풀려난 티타니아는 말없이 아쿠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손에 쥐고있던 아쿠아가 만든 인형을 다시한번 바라봤다.

 

 

“...”

 

 

“야. 아까 너한테 말한 새해소망은 취소할래.”

 

 

“응? 갑자기 왜?”

 

 

“그냥. 고통이 가득한 삶을 사는 중에, 가끔씩 이렇게 헛웃음 내뱉는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서. 너, 가끔씩 아쿠아랑 같이 여왕을 찾아와줘. 그리고 안아줘.”

 

 

“그럼... 티타니아언니. 혹시 지금 아쿠아랑 같이 놀래? 함께 지내다보면 고통이 더 많이 사라질지도 몰라.”

 

 

“...같이 놀자고?”

 

 

“어! 내가 좋아하는 티타니아언니랑 같이 놀고싶어!”

 

 

“......”

 

 

나는 아쿠아와 티타니아가 서로 손을 잡고 멀리 사라지는 것을 쭉 지켜봤다. 티타니아는 그 와중에 받았던 인형을 놓지 않았다.

 

후... 뭔가 해결된거 같아서 다행이야. 그나저나 티타니아를 상대했더니 진이 쭉 빠지네... 그냥 바로 앞에 있는 호드 숙소에 들어가서 쉬어야겠다. 어라, 안에 칸이 있었네? 만난김에 겸사겸사 칸의 새해소망도 물어봐야겠다.

 

 

 

[칸]

 

 

“그거 알고있나 사령관? 나의 새해 소망은 벌써 이뤄졌다는 것을 말이야.”

 

 

“진짜로? 새해가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새해소망이 이뤄지다니, 칸도 참 대단하네. 대체 새해소망이 뭐였는데?”

 

“난 새해가 되자마자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단둘이서 있고 싶다’라고 빌었다. 그랬더니 지금 이렇게 소망이 이뤄졌지.”

 

 

“아~ 그래서 바로 새해소망이 이루어졌다고 말한거구나? 그럼 칸의 새해소망이 조금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내가 곁에 더 있어줄게.”

 

 

“고맙다. 내 옆에 앉아라.”

 

 

나는 칸의 옆에 앉은뒤 그녀의 손을 잡았다. 따듯하다.

 

 

“근데 뭔가 의외다. 칸이 새해가 되자마자 새해소망을 비는게 말이야.”

 

 

“그게 그렇게나 의외인가?”

 

 

“너라면 새해소망 같은걸 별로 신경쓰지 않을줄 알았거든. 뭔가 칸이라면 ‘난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새해소망을 비는 행위 같은건 하지 않는다. 그냥 열심히 철충들과 싸우며 자매들을 지킬 뿐이지’ 이렇게 말할 줄 알았거든.”

 

 

“후훗. 내 흉내도 아주 잘 내는군. 물론 아주옛날에는 너가 말한대로 새해소망같은건 전혀 빌지 않았다. 하지만 난 사령관 너를 만난 이후로 새해소망을 빌게 되었지.”

 

 

“날 만난 이후로?”

 

 

“그렇다. 콘스탄챠가 2년전에 그런 말을 했다더군. 너가 오기 전까지는 당장 오늘의 삶도 막막했지만, 너가 나타남으로써 내년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매일매일 끝없이 이어지는 전투, 자꾸만 죽어나가는 동료들, 점점 상처가 늘어가는 내 몸... 너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새해소망이란걸 챙길 틈조차 전혀 없었다. 하루하루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위태로운 나날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너가 우리의 곁에 옴으로써 모든 것이 바뀌고 희망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때부터 나는 너와 함께하는 내년을 기대하게 되었지. 그래서 매년 새로운 해가 밝을때마다 새해소망을 빌기 시작한거다.” 

 

 

“다시한번 내 곁에 와주어서 고맙다 사령관. 앞으로도 매년 새해소망을 빌 수 있도록, 늘 우리의 곁에 있어다오.”

 

 

나는 말없이 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앞으로도 내가 쭉 너희의 희망을 지켜주겠다고.

 

 

 

 

 

 

오늘 하루종일 오르카호를 돌면서 대원들의 새해소망에 대해 물어보았다. 예상했던데로 다들 이루고 싶은 소망은 제각각이었지만, 티타니아쪽을 제외하면 모두가 빌었던 새해소망의 핵심은 같았다. 올 한해도 나랑 쭉 같이 있고 싶다는 것.

 

 

“그대여, 내 새해소망은 왜 안 묻는거냐?”

 

 

특히나 마지막에 칸이 나에게 했던 말이 나에게 무겁게 다가왔다. 앞으로도 매년 새해소망을 빌 수 있게 늘 자기들의 곁에 있달라는 말.

 

 

“내 새해소망은 그대와 폭풍야스를 하는 것이다! 안들리는 척 하지말고 얼른 나한테 와라!!”

 

 

그래. 앞으로도 너희들을 곁을 지키며 너희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왜 달리는거냐? 그런다고 내가 못잡을거같아? 우오오오오오오!!!”

 

 

“으악! 아스널 제발 살려줘! 나 오늘만 벌써 5번이나 했단 말이야! 이정도면 나도 슬슬 힘들다고!”

 

 

“그정도로 힘들다니 어디서 거짓말이냐? 그대라면 30번은 문제 없을터. 얼른 나랑 야스하자 그대여!!!”

 

 

“나도 새해소망이 있어. 바로 지금 아스널한테 잡히지 않는거야. 그러니 누가 나좀 구해줘요!!!”

 

 

“그 누구도 너를 구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얌전히 나에게 잡히도록... 어라? 왜 발이 얼어버렸지?”

 

 

갑자기 아스널이 추격을 멈춘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이 도망갈 기회야!!! 나는 죽기살기로 함장실을 향해 도망쳤다.

 

 

 

 

 

 

 

 

 

“티타니아언니. 아스널대장님 발은 왜 얼린거야?”

 

 

“몰라도돼.”

 

 

“그보다 언니. 아쿠아가 만든 그 인형 어때? 귀엽지? 아쿠아가 만드느라 엄청 힘들었다고!”

 

 

“...응. 귀여워.”

 

 

“근데 언니. 언니는 새해소망이 뭐야? 아쿠아는 갑자기 궁금해졌어.”

 

 

“내 새해소망?”

 

 

티타니아는 무릎을 굽힌 뒤 아쿠아의 귀에 뭐라고 속삭여줬다. 티타니아의 말을 들은 아쿠아는 크게 웃으며, 미소를 짓는 티타니아의 손을 다시 잡고 오르카호의 복도를 계속 걸어갔다.

 

 

 

  쓴 창작물 모음 




저도 새해소망 하나 있습니다. 라오챈에 더 많은 창작물이, 특히나 문학과 콘문학이 많이 만들어지는것이 새해 소망입니다. 분명히 이루어지겠죠?

그리고 오늘도 이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