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데?


뭐기는! 새로 발견한 모험의 단서지!


아니 순찰 매뉴얼이 무슨 모험의 단서가 된다는 건데?

애초에 그건 또 어디서 난 거야?


중요한 건 내가 이걸 어디서 얻었느냐가 아니야! 

그런 것보다 내용을 한번 봐보라고!


대체 뭐길레 그렇게 호들갑인지 어디보자....



[오르카호 야간순찰 매뉴얼]

[이 문서는 오르카호 야간 순찰을 담당하는 인원들을 위해 제작된 문서입니다.]

[모든 야간 순찰 인원들은 반드시 이 매뉴얼의 내용을 숙지하고 따라야만 합니다.]

[매뉴얼의 내용을 어길시 발생되는 피해는 모두 본인의 책임이며 추가로 징계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음을 명심하십시오.]


1. 순찰 도중 창문 밖에 얼굴들이 보인다면 못본 척 무시하고 빠르게 지나가십시오.

당신이 그들을 무시하는 한 그들도 당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것입니다.


2. 11pm ~ 5am 사이에는 엘레베이터의 운행이 중단됩니다.

층을 이동할 시에는 반드시 계단을 사용하십시오.

간혹 운행이 중지된 엘리베이터에서 여성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올 경우가 있습니다.

그 경우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는지 간단한 확인작업(운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을 실시해야합니다.

확인 후 엘리베이터가 멀쩡하다면 다시 순찰업무로 복귀하고, 고장났을 경우에는 즉시 당직 사관실로 보고하십시오.


3. 물자보관 창고를 순찰할 때 기록에는 없는 상자(보통 가로 2m 세로 3m정도)를 발견한 경우 확인해보기 위해 흔들거나 발로 차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됩니다.

빠르게 다른 물품들을 확인한 후 이상이 없을 경우 발걸음 소리를 쿵쿵 울릴정도로 크게 내며 창고에서 빠져나온 뒤 안드바리 양에게 보고하십시오. 

그녀가 해야할 일을 알려줄 것입니다.


4. 순찰도중 복도에서 희끄무레한 인영을 발견한 경우 즉시 가장 가까운 빈방에 들어가 문을 잠근 뒤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당직 사관실에 보고하십시오.

이후 사관실에서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그방에서 대기하십시오.

대기 중에는 누가 문을 두드리더라도 절대 반응하거나 문을 열지말아야 하며 열쇠구멍으로 밖을 살피는 행위도 자제하십시오.


5. 3층 연구실 선반에 있는 보라색 사탕을 섭취해서는 안됩니다. 

혹시라도 섭취했을 경우에는 즉시 닥터양에게 찾아가십시오.

닥터양은 대체로 실험실에 있을 것입니다.

.

.

.


이건....


어때? 꽤 특이한 매뉴얼이지?


그러네 확실히 형식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평범한 매뉴얼 같지는 않아 


그렇지? 나도 처음 봤을 때는 이게 정말 오르카호의 순찰 매뉴얼이 맞나 싶었다니까?

이건 펙스의 침입자들을 대비한다기보단 마치... 그래 유령이나 괴물 같은 것들을 대비하는 메뉴얼 같달까?


유령이나 괴물이라....


-문서에서 느껴지는 기이함과 오싹거림은 확실히 그런 생각이 들만했다


-거기에 집히는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별의 아이를 위시한 심해 속에서 잠자고 있는 저 두렵고도 경외로운 고대의 존재들


-설마 이 매뉴얼은 그들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것일까?


그런데 그렇다면 나한테도 보고가 올라왔을텐데


-적어도 내가 기억하기에 그런 보고가 올라온 기억은 없었다

그럼 이 매뉴얼은 대체 무엇일까?

의문에 빠지기 시작한 나를 건져올린 것은 싱글벙글 웃고있는 트리아이나였다


그래서 말이지 이 매뉴얼에 적힌 것들을 한번 조사해보지 않을래 사령관?


이걸 조사해보자고? 이건 딱히 보물과 관련된 것도 아닌데?


사령관도 참~ 나라고 항상 보물에만 집착하는 건 아니라고?


아니었어?


아니거든! 내가 좋아하는 건 모험 그 자체라구! 


아하하 미안미안


아무튼 그래서 이걸 조사하는 것도 나름 신선하고 스릴넘치는 모험이 될 것 같아서 말이지

미스테리하고 기이하게 느껴지는 문서를 파헤쳐서 숨겨진 비밀의 정체를 밝혀낸다!

어때 두근거리지 않아? 


글자 안에 숨겨진 비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 것인가?! 유령? 괴물? 그것도 아니면.... 아무도 몰래 숨겨진 재보?!


결국 보물을 원하는 거 맞잖아!


에헤헤 그것까지 있으면 좋겠다는 거지~

그래서 어때 사령관? 같이 하지 않을래? 분명 즐거울 거라고!


(그렇게 즐거울 것 같지는 않지만 이대로 넘기기에는 나도 찜찜하니까...)

좋아 한번 해보자고


역시 사령관! 그렇게 나와야지!


그럼 곧바로 비밀을 파헤칠만한 뭔가 좋은 아이디어 있어?


음 사실 아까부터 생각난 방법이 하나 있어


오 정말?! 뭔데?


탈론페더라면 아마 오르카호 안의 대부분의 장소를 촬영한 영상이 있을거야

그걸 보면서 야간 순찰 시간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는지 찾아보는게 어떨까?


그거 괜찮네! 

처음부터 진도가 빠르게 나가는 거 같긴 하지만 그런 진행도 나쁘지 않아


-나와 트리아이나는 곧바로 탈론페더에게 협조를 구해 그동안 촬영한 영상들을 넘겨받아 확인하기 시작했고

몇십 분 뒤 한 장면을 찾아낼 수 있었다.


잠깐 스탑! 뒤로 돌려봐봐 여기 좀 이상하지 않아?


어디? 어 정말이네! 순찰을 돌던 레프리콘이 순간 흠칫하더니 보면 안될걸 본것처럼 딱딱하게 홱 고개를 돌렸어!


아무래도 하나 발견한 거 같네. 이건 매뉴얼 1번에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

어디 동시간대에 다른 각도로 촬영한 영상이... 여기있다


꿀꺽- 과연 뭐가 나올려나?


-우리는 다른 각도로 창문쪽을 찍은 영상을 찾아 재생했고

그곳에 찍힌 것은 바로....


포츈.....?


하고 사령관인데....?

사령관 이거 어떻게 된거야?


나도 잘... 아! 설마!


뭔지 알아낸거야?


아니 그게... 이거 아무래도 내가 포츈이랑 수중섹스하고 있을때인거 같은데?


어? 뭐라고?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사령관? 수중섹스라고?


-갑작스럽게 들어온 '수중섹스' 발언에 트리아이나는 당황에 빠졌다


포츈이 정기적으로 오르카호 외부장갑을 정검하러 나가거든

그때 따라나가서 평소와는 색다르게 수중에서 즐긴 적이 몇 번 있는데 아무래도 그중에 하나가 찍힌 거 같은데?


-사령관에 설명을 듣고 트리아이나가 다시 영상을 보자 확실히 포츈의 얼굴은 쾌감과 열락으로 일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자신 또한 사령관과 할때는 저런 얼굴이 되므로 알 수 있었다 저 영상 안의 포츈은 확실하게 사령관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레프리콘이 고개를 돌린 것도...


못 본척 해준거 같은데

레프리콘은 배려를 할줄 아는 애니까


그게 뭐야?!!!

이런 허무한 결말은 원하지 않았단 말이야!


아니, 나라고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됐어! 다음으로 갈거야!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괴기현상을 찾아주겠어!


-예상치 못한 허무한 결말에 분노한 트리아이나는 다음에야말로 반드시 제대로 된 비밀을 파헤쳐보겠다고 벼르기 시작했지만


여기 엘리베이터 내부를 촬영한 영상 찾았어! 

신음소리가 들려... 아앗! 또 사령관이잖아!


아 그러고보니 레오나한테 엘리베이터걸 코스프레시키고 컨셉플레이한 적도 있었지


으그윽- 다음! 창고 안에서 이프리트 병장이 기록에 없는 박스를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아 이 박스 직접 보니까 생각났다

이거 안에 히루메랑 둘이 들어가서 꽉껴안고 밀착섹스할 때 쓴거야

예전에 숨어서 지내던 때가 생각났는지 엄청 부끄러워하면서도 흥분하더라고


그런게 궁금한게 아니라고!!!


-그녀가 열정적으로 임하면 임할수록


이 흰 모피옷만 입은거 설마 무적의 용 대장이야?


맞아 용이랑 노출플레이 할 때 같은데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먼저 발견하고 숨은 거였구나


아! 더치걸이 사탕을 먹은... 엣? 더치걸의 몸이 커졌어?


닥터녀석 성장약을 저기다 뒀었구만

함부로 먹으면 위험하니까 치우라고 해야지


-영상의 내용은 그녀의 기대를 배신할 뿐이었다


이게 뭐야?! 제대로 된 내용은 하나도 없고 대부분 사령관이 다른 아이들이랑 즐긴 게 다잖아!


아무래도 이 매뉴얼 자체가 우리가 생각했던 내용이 아니라 그냥 내가 다른 애들이랑 할 때 방해 안되게 주의할 내용들 써놓은 거 같은데?


그런건 이미 눈치챘다구! 변태 사령관! 

히잉 기대하고 있던 모험이 이렇게 허무하게....


음... 그 뭐냐 미안하게 됐어



그렇게 트리아이나와 나의 짧은 모험은 트리아이나의 불완전연소라는 결말로 끝이 났다

그에 대한 벌충으로 그날 밤은 트리아이나와 함께 보내며 그녀를 만족시켜줘야 했지만 그건 또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





* 문학 한번 써봐야지 써봐야지 하면서 미루다가 드디어 한편 썻네요

삘받아서 그냥 되는대로 끼적거린 거라 많이 부족하지만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