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외전같은겁니다.

-----------------------------------------------------------------------------------


사령관은 피곤했다.

아침부터 이터니티가 중대사항이 있다면서 그를 깨웠기 때문이었다.


"주인님. 저번에 말씀하신 관은 싫다고 하셔서 이번에는 주인님께서 좋아하실 만한 관을 만들어왔습니다."


이터니티는 자신보다 거대한 관을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녀가 쓰는 해골이 잔뜩있고 기분나쁜 관 대신에 캡슐처럼 생긴 관은 그가 예전에 기술자로 일했을 때 자주 애용했던 동면장치와 흡사하게 생겼다.


"아자즈씨가 그러는데 주인님은 이런 취향이라고.."


"아니. 나 이런거 싫어해."


"네..? 하지만.."


"싫다고."


그의 불쾌한 표정에 이터니티는 몸둘바를 몰랐다.

사실 그가 이러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관을 지독하게 싫어했다. 




"그럼...다른 관을 만들어오겠습니다.."


"아니. 필요없다고.."


"후후..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주인님. 아자즈씨랑 드라큐리나씨랑 같이 들어갈 정도로 넒을 관을 만들어올테니깐요.."


"누구 죽일 생각이야..?"


"그럼.."


"야! 이터..."


그가 말을 끝내도 전에 이터니티는 양손으로 치맛자락을 올리며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방을 나왔다.

사령관은 그제서야 드라큐리나가 매번 고혈압으로 쓰러지는지에 대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시발.."


사령관은 책상을 내리치며 욕을 내뱉었다.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거울이 책상에서 떨어졌다. 그는 그것을 줍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사령관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크서클은 축 눌어져있었고 요 몇일 면도를 하지않았던 탓에 그의 수염은 더 덥수룩해졌다.


"이게 사람이냐..."


그는 자신의 몰골에 충격을 받았다. 거울을 창문 밖으로 집어던지고 얼굴을 매만졌다.


"아얏! 누구야?! 누가 거울을 던진거야?!"


"드라큐리나씨 얼굴에 난 주름살 보라고 하늘이 주신거 아닐까요?"


"누구때문에 생긴건데?! 이 멀대야!"


"드라큐리나씨. 그렇게 화를 내시니깐 주름살이 생기는거에요. 흡혈귀는 안 늙는다고 들었는데.."


"조용히해! 이게 누구들 때문인데!! 아우..혈압이야..."


"드라큐리나씨가 쓰러질려고 하고있어요! 이 틈에 관을 준비.."


"야!!!!!!!!"


창문 밖에서 누군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사령관의 귀에는 들리지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생각 뿐이었다.


'휴식이 필요해..'


그는 창문 너머에 있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예전에 샬럿과 엘리스가 보여준 잡지가 생각났다.

그 옛날 인류는 바다에서 휴양을 보냈다는 내용의 잡지였다.


'바다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좋아. 낚시대도 챙겼고..미끼도 있고..떡밥도 있고...'


세이렌은 작은 보트에 놓여져있는 것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녀는 쉬는 날이면 보트를 타고 낚시하는 것을 즐겼다.


"구명조끼도 입었겠다. 그럼 가볼까!"


"어딜 가겠다는거지?"


뒤에서 들린 누군가의 말에 세이렌은 뒤를 돌아보았다. 사령관이었다.


"앗. 사령관님."


사령관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사령관도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뭘 할려고 이렇게 입은거지?"


"헤헤..낚시하러요."


"낚시?"


조금 의외였다. 세이렌이 낚시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네. 전 쉬는날이면 낚시를 하러가요. 잔잔한 바다 위에서 찌를 바라보며 명상하는게 좋아서.."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배배꼬는 그녀의 행동에 사령관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령관님도 같이 가실래요? 자리 하나 남아요."


"그래도 되겠나?"


"헤헤..그럼요!"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보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출발한다."


"네~"


세이렌의 신호에 맞춰 사령관은 모터에 시동을 걸었다.

보트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갔다.


"후후.."


세이렌은 두손을 모으고 사령관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신나보이는군."


"당연하죠. 저 혼자 낚시하러가는게 얼마나 지루했는지 아세요?"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조금 놀랐다.


"뭐야. 그럼 이때까지 너 혼자.."


"네. 테티스랑 운디네는 아저씨같다면서 놀리고..네레이드는 지루하다면서 보트에서 뛰쳐내렸고..용 대장님은 어선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시니깐..어차피 상관없었어요. 혼자 시간을 보내는덴 익숙하니깐요.."


"....."


울먹이며 말을 하는 세이렌의 모습에 사령관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 했다.


그녀는 철충침공 때 살아남은 개체였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부대원들이 죽거나 다쳤다. 그녀가 그렇게 믿고 따르던 무적의 용도 동면에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세이렌은 혼자 남았다.


그렇게 혼자남은 그녀는 어떻게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달콤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는 오르카 호를 인도해주었다. 그 옛날 노래로 배들을 유혹했던 세이렌의 설화처럼 말이다.


"죄..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아냐. 미안해하지마."


"그..그치만...모처럼 사령관님과의 데이트인데.."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사레가 들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여기서 괜히 딴지를 걸었다간 그녀의 기분을 망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내가 앞으로 같이 낚시 가줄테니깐."


그의 말에 세이렌의 얼굴이 빨개졌다.


"네..? 진짜요..?"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거 봤나?"


'아...아뇨..."


그녀의 얼굴에서 김이 폴폴나는 것을 본 사령관은 웃음을 지으면서 낚시대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선 낚시대는 낯선문명의 물건. 


"야..이거 어떻게 쓰는거야..? 이거 완전..."


온몸이 낚싯줄로 칭칭감긴 사령관은 옴짝달싹하지 못 했다.

그의 그런 모습에 세이렌은 웃음이 터질 뻔 했다.


"사..사령관님! 얌전히 있어주세요..그렇게 움직이시면.."


"아잇..시팔..!"


"얌전히 있어주세요..! 잘못하면 보트가 뒤집힌다고요..!"


"썅..!"


-----------------------------------------------------------------------------------------


간신히 낚싯줄에서 풀려난 사령관은 쭈그리고 앉아 세이렌이 낚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있었다.

역시 자신은 이런것과는 잘 맞지않는다고 생각했다.


"괜찮아요. 사령관님. 누구나 처음은 어려운 법이에요.."


그녀의 위로에도 사령관의 기분은 풀리지가 않았다.


"괜히 온 것 같군.."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깜짝 놀랐다. 얌전한 세이렌의 입에서 저렇게 큰 소리가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당돌한 목소리에 물고기들이 달아나는 것이 보였다.


"앗..."


"괜찮아..물고기야 다시 오겠지.."


"그런가요..."


"아마도..."


"히잉.."


둘은 다시 찌에 집중했다. 잔잔하게 몰아치는 파도를 느끼며 찌가 살랑거리는 모습을 지켜보고있자니 잠이 솔솔 몰려왔다.


"후아아암..."


"졸리신가요?"


"아..아니.."


사실 거짓말이었다. 아침부터 이터니티를 상대하느라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이렌의 기분을 나쁘게하지 않기위해 그는 졸음과 싸우고 있었다.


"졸리시면 주무셔도.."


"안 졸리다니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졸렸다.


"노래라도 불러드릴까요..?"


"갑자기..?"


"뭐..노래라도 들으면 잠이 달아날 수도 있겠죠..?"


"물고기도 달아나겠지.."


"설마 그럴리가 있겠나요? 세이렌의 노래인데? 그리고 누구말대로 물고기야 다시 오겠죠."


"그럼 불러봐.."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천천히 목을 풀었다. 목을 푸는 것임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감미로웠다.

세이렌은 눈을 지그시 감고 노래를 부르기 위해 입을 연 순간. 그녀의 낚싯대가 휘어졌다.


"앗!! 걸렸어요! 사령관님!"


눈을 반짝이며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뭐해! 빨리 감아!!"


"아! 맞다!"


그의 말에 세이렌은 열심히 낚싯대를 휘감았다.

이윽고, 낚싯대에 걸린 물고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령관님! 참다랑어에요!!"


"이런 것도 나오는구나.."


엄청난 크기와 무게를 자랑하는 참다랑어가 엄청난 위용을 뽐냈다.

일반인이라면 엄두도 못 낼 이 물고기를 세이렌은 손쉽게 낚았다. 무거운 함포와 장비를 달고 싸우는 그녀에게 있어서 참다랑어는 귀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참다랑어는 그녀에게 순순히 잡힐 생각이 없었다.

참다랑어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저항했다. 아마 세이렌의 힘을 빼낸 뒤 탈출할 생각임이 분명했다.


"으읏..! 이 녀석..! 그만 순순히 항복해!!"


슬슬 한계가 왔다. 낚싯대를 들고있는 팔의 힘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세이렌! 조금만 버텨봐!"


사령관은 그런 세이렌을 돕기 위해 무언가를 꺼냈다.



작살처럼 뾰족한 창을 무기에 장전한 다음 참다랑어를 향해 조준했다.


"사령관님?! 그건 뭐에요?!"


"공구야!"


"네?!"


"계속 붙잡고있어!"


그는 심호흡을 하며 참다랑어의 눈을 향해 조준했다.

일전에 발키리에게 배운 사격술을 떠올리며 방어쇠에 손을 올렸다.


"지금이다!"


방어쇠를 당기자 작살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 참다랑어의 눈을 맞추었다.

급소를 공격당한 참다랑어는 얼마 안가 죽고말았다.


"대..대단하세요! 사령관님!"


"하마터면 놓칠 뻔했군.."


세이렌은 사령관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사령관은 그런 그녀의 손바닥을 쳐주었다.


"저렇게 큰 녀석을 낚으시다니! 역시 사령관님이에요!"


"아냐. 너가 낚은거야. 세이렌. 난 도와준 것밖에 없어."


"네..? 하지만.."


"너가 한거야 세이렌."


사령관은 세이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행동에 세이렌은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


"헤헤..."


"일단 저것부터..."


그렇게 잡은 참다랑어를 가져오기 위해 천천히 그 쪽으로 갈려는 순간. 

참다랑어에게 박힌 작살이 반짝거렸다. 그리고 얼마 안가 참다랑어는 폭발해버렸다.


"에...?"


"아, 맞다..."


하늘 위로 물과 함께 참다랑어의 살과 내장들이 떨어지며 피비린내를 풍겼다.

세이렌과 사령관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사령관님..?"


"왜...?"


"그거 공구 맞죠..?"


"맞대도..."


세이렌과 사령관은 한동안 서로를 쳐다본 뒤 참다랑어였던 것을 다시 쳐다보았다.











공구라고...


----------------------------------------------------------------------------------------------------------------------


보고싶은 부대원이나 일상이 있으시다면 적어주세요. 시간이 날 때 적어드리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