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아직 티타니아 제조 전이라 본문에는 티타니아 이야기가 나오지 않음)


어, 오늘 면담은 다프네였지. 요즘 잘 지내니?


네. 주인님. 주인님께서 신경써주신 덕분에 일도 굉장히 편해졌고, 아무 문제도 없이 잘 지내고 있답니다.


 

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기쁜걸. 요즘 하는 면담은 대단한 건 아니고, 같이 지내는 부대원들이나 자매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혹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듣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마음 속에 있는 걸 그대로 이야기해주렴. 알겠지?


네. 주인님!


 

그럼 먼저 레아 이야기부터 할까? 레아는 어때?


레아 언니는 페어리 자매들 중에 가장 자상하시고 늘 저희들을 챙겨주시려고 노력하세요. 요령도 좋은 편이셔서 자기의 약점은 자매들에게 도움받고, 자신의 강점으로 자매들을 도와주시는데 능숙하시고요. 저희들도 레아 언니에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어서, 무슨 일이 있을 때 레아 언니가 계시면 훨씬 더 안정할 수 있답니다.


 

흐음. 다른 아이들에게 듣기로 레아는 나이들어 보인다는 말에 쉽게 화를 낸다고 하던데 그런 건 괜찮아?


아...그건...


레아 언니를 자주 보는 저희들 입장에서는 그런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서 최대한 조심하고 있어요. 주인님도 아시듯이 레아 언니는 상당히 동안이시잖아요? 저랑 같이 있으면.... 레아 언니가 좀 더 어리게 보일 정도로요.


 

음...그렇기는 하지. 아, 다프네가 늙어보인다는 뜻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줘.


후훗. 그렇게 말해주시니 기쁘네요. 레아 언니는 스스로의 동안에 자부심이 있으실 뿐만 아니라 어려보이는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화장이라든지 건강관리 등을 많이 신경쓰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다른 분들에게 나이들어보인다는 놀림을 받으면 스스로의 노력을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특히 과민하게 반응하시는 거에요. 저희들은 레아 언니의 노력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죠.


 

헤에. 그렇구나. 하긴, 노력을 부정당하면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하지.


저...주인님...? 주인님께서 오해하시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말씀드렸지만...레아 언니는 본인의 노력을 주인님께 들키고 싶어하지 않으시니까...앞으로도 모르는 척 해주셔야 해요? 괜찮으시죠?


 

걱정 마, 오늘 이 자리는 고해성사 같은 거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한테는 말 안 할거니까. 


감사합니다. 주인님!


 

음. 그럼 주제를 바꿔서 리제는 어떻게 생각해?


같은 자매들끼리 볼 때 리제 언니는 사실 굉장히 귀여운 면이 많답니다. 그리고 살갑게 표현을 안 하실 뿐이지 다른 자매들보다 저희들을 많이 믿어주시고, 여유가 있으실 때는 은근히 저희를 돕거나 챙겨주시고 싶어하세요. 아닌 척 하면서도 몰래 뒤에서 움직이거나 말로는 퉁명스러우면서도 실제로는 상냥하게 대해주실 때는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러워요.


 

페어리끼리 있을 때는 그런 면도 있구나. 하지만 다른 대원들과 싸움이 잦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런 건 괜찮아?


그건...리제 언니는 저희들 중에서 가장 주인님의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하니까요. 리제 언니 앞에서 주인님 이야기를 하는 건 조금 조심해야 하는데...실제로는 다른 자매들이 모두 그렇게 대해주기가 어렵다보니 어쩔 수 없기는 해요.


하지만, 리제 언니도 결코 나쁜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스스로의 사랑이 너무 커져버려서...참을 수가 없는 것 뿐이랍니다. 평소에는 늘 주인님께서 리제 언니를 사랑할 거라고 믿으시지만, 가끔씩은 저와 레아 언니에게 다른 자매들에게 해를 끼치면 주인님께 미움받지 않을까 상담하기도 해요. 리제 언니 본인도...다른 분들과 공존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계시다고 생각해요.


 

어...예전에 한 번쯤 리제에게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내 말을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주는지는 몰랐어.


리제 언니에게 주인님은 너무나 환하게 빛나는 태양과도 같은 존재랍니다. 주인님이 눈에 들어오면 다른 모든 것이 가려져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요. 약간 서투르고...또 주인님을 독점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애쓸 수 있는 분이기도 하니까...부디 리제 언니를 조금만 더 믿어주세요.


 

하하하...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조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 앞으로 리제에게도 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


주인님의 말씀을 들었다면 리제 언니도 굉장히 기뻐했을 거에요. 다만...너무 한 번에 다가가시면...리제 언니가 굉장히 부끄러움을 탈 테니까...조금 천천히 상냥하게 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응. 명심할게. 드리아드는 어때?


드리아드는 자존감이 많이 부족하고...주인님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데 리제 언니 앞에서 표현을 자제해야 하다보니 힘들어할 때가 많기는 해요. 


 

으음...페어리 중에서 가장 겉도는 느낌인거니?


아...아니에요. 그런 건 아니에요.


드리아드도 굉장히 착하고, 레아 언니를 많이 따르는 동생 같은 면이 있답니다. 아무래도...레아 언니는 저희의 큰언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머니 같은 느낌도 약간 있으니까요. 그리고 드리아드는 저희들 중에서 제일 머리가 좋은 편이라, 뭔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 참신한 생각을 잘 떠올려서 많은 도움이 돼요. 자존감이 부족해서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면도 있지만...본인의 일에 굉장히 열심이기도 하고요.


아. 그러고보니 농사 쪽이 장기였지. 저번에 전출신청서 봤을 때는 굉장히 놀랐어. 전투원으로 지내는 게 힘든게 아닌가 싶어서.


굉장히 열심히 하고, 또 잘 하고 있는데 본인 입장에서는 주인님을 충분히 기쁘게 해드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장기인 대규모 농사 부분에서 큰 성과를 얻으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다행히 자매들의 설득으로 말리기는 했지만...본인 입장에서는 좀 더 성과를 내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흠...그건 조금 문제가 있네. 다음에 내가 면담할 때 은근슬쩍 위로해주면서 좀 북돋워줄게.


아...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럼...다음은 아쿠아인가? 아쿠아는 어때?


아쿠아는 요즘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조금 장난꾸러기 같은 느낌도 있었는데, 알렉산드라 님의 교육을 받은 이후로 부쩍 의젓해져서...보고 있으면 너무 사랑스러워요.


 

하하하. 다프네 말하는 게 꼭 아쿠아의 엄마같이 느껴지네.


아...그...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사실 예전에 아쿠아가 제 태도 때문에 저를 조금 부담스러워했었거든요.


 

호오? 그건 또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아쿠아는 자기 스스로 충분히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했는데...제가 저도 모르게 과보호를 해버려서 서로 조금씩 엇갈리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해결된 것 같은데, 방법이 뭐였어?


알렉산드라 님이 아쿠아에게 사랑받고 있는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알려주시기도 했고, 저에게도 아쿠아를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동료로라고 생각하고 의지라하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 후로는 하루하루 아쿠아와 더 친해져가는 것 같아서 너무나 기뻐요.


 

 흐음. 그렇구나. 알렉산드라도 본인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네. 벌써 자매들 이야기를 한 번씩 했는데 불만 같은 건 없어? 옆에서 보기에는 다프네가 제일 힘들어보인다는 이야기가 있길래.


불만이요...? 전혀 없어요!


 

다프네가 자매들 신경을 많이 쓰는 건 다들 알고 있으니까, 남들에게 말하지 않을테니 불만이 있으면 솔직히 말해줘.


저...정말이에요! 저는 아무 불만도 없어요. 


 

남들보다 챙길 게 많아보이는 상황인게 뻔한데도? 


으음...주인님? 저희 다프네 기종에 대해서 조금 말씀드려도 될까요?


 

음...? 응. 부탁할게.


저희들이 정원을 돌보기 위해 만들어진 부분이나 환자분들을 간호하는 역할로 쓰였다는 건 알고 계시죠?


 

어. 그건 잘 알고 있지. 다프네도 우리 오르카의 수복실에서 힘내주고 있고.


저희들은 처음부터 함께하는 모든 인간님들, 동식물, 바이오로이드 자매들을 포함한 상대방을 돌보는데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답니다. 그래서, 제가 조금 신경을 더 쓰고 몸을 더 움직이더라도 다른 자매들을 돌봐주는 일이 저에게는 너무나 기쁘게 느껴져요.


 

하지만...그건 인간들 탓에 강제로 그렇게 느끼도록 만들어진 거 아냐? 다프네가 불만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세뇌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후훗. 인간님들 때문에 많이 고생한 자매들 앞에서는 말할 수 없는 일이지만...저는 오히려 저를 이렇게 만들어주셔서 기뻐요. 다른 자매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때마다...그리고 그 덕분에 웃어주는 자매들을 볼 때마다...정말이지 행복하거든요. 모든 바이오로이드는 인간님들을 위해 봉사할 때 큰 기쁨을 느끼지만...저는 특별히 더 많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 같아서...늘 감사하고 있답니다.


 

음...그런가...다프네가 기쁘다면 나는 받아들일게. 사람도 각자 성격이 가지각색인 법이고, 나는 다프네를 포함한 오르카의 모두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후후훗...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러면...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 이번에는 정말 욕망이든 뭐든 숨기지 말고 그대로 말해줘야 해?


네...? 어떤 질문이시길래...?


 

다프네는...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솔직히.....말해달라고 말씀하셨죠...?


 

응.


건방지게 들리실지도 모르지만...저는...이 세상에서...가장 주인님을 사랑하는 바이오로이드랍니다. 설령 리제 언니나 이터니티 양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주인님께 사랑을 표현하는 분들이 상대라도...제 사랑의 크기는 다른 분들께 절대로 지지 않을거에요. 저는...주인님이 저에게 의지해주시면 너무나 행복하고,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주인님의 의지를 반드시 실현시키고 싶어하기도 해요. 주인님께서...저를 마음껏 이용하셔도 좋으니...부디...제가 주인님을 사랑하는 걸...허락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다프네.


네? 주인님?


 

고마워. 나도 다프네를 사랑해. 다프네의 외모도, 착한 마음씨도, 조심스럽고 상냥한 자세도, 항상 남을 배려하는 성격도, 그리고...다프네의 마음 속에 피어있는 나만을 향한 열정의 불씨도. 나는 다프네의 모든 것을 사랑해.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주인님...정말 사랑해요. 주인님...정말로...너무나도...사랑해서...제 마음을...모두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제 마음의 일부분도 표현하기 어려운 것 같아서...너무 안타까워요...


 

굳이 말로 할 필요 없잖아? 자, 내 품에 안기렴.


아...으...다음에 면담하실 분이 있으셨던 게 아닌가요...? 그 분들께 죄송해서...


 

가끔은...남들은 잊고 스스로를 만족시키는데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니까 연습이라고 생각해. 알겠지?


네...주인님♡ 부디...마음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