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저항군을 이끌고 펙스와 철충, 별의 아이에게 승리한 사령관도 세월의 무게를 이겨낼순 없었다. 인류를 부흥시키고 살아있는 전설이 된 그도 결국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이 온 것이었다.


 그의 사망이 발표되고 세계의 모든 재건된 인류가 그를 추모했다. 가장 크고 화려한 관에 유해가 안치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슬퍼하는 와중에 사령관의 유언대로 특이한 장례식 의식이 시작되었다.


 관을 운구하는 행렬이 안치소 앞 철문에서 멈추자 한 여성이 철문을 두드렸다. 쾅 쾅 쾅. 묵직한 소리로 망자의 도착을 알린 그녀는 흰 제복과 칼 네 자루를 착용하고 있었다. 사령관의 곁에서 가장 많은 전공을 올리고 마지막 승리까지 그를 보좌한 무적의 용이었다.


 철문 안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가 들어오려 하는가?"


"철남충. 재건인류의 최초이자 최후의 사령관이다. 외계의 위협에 대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펙스 레모네이드 연합을 꺾었으며 성소의 정복자이고 별의 아이의 공포에 맞서 지구를 지킨 수호자이며 인류를 하나로 다시 만든 이 땅의 지배자시다!"


"우리는 그를 모른다!"


 육신이 땅으로 돌아가는 때에는 군사적 전공과 지위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적의 용이 고개를 떨구고 물러나자 한 소녀가 대신 앞으로 나섰다. 평범한 푸른 옷에 한쪽 눈에 안대를 착용한 아이는 평소 들고 다니던 소방도끼 대신 곰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LRL은 다시금 철 문을 두들겼다. 쾅 쾅 쾅. 울음에 이미 퉁퉁 부은 눈 위로 새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들어오려 하는가?"


 "철남충. 모든 바이오로이드의 보호자. 누구든 차별하지 않았으며 모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애썼고 바이오로이드의 제약을 풀어 자유를 주었으며 그 공로로 만들어진 명예 훈장과 직위의 소유자시다!"


 "우리는 그를 모른다!"


 역시 매몰찬 대답뿐이었다. 명예도 그를 죽음의 순간에서 빼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눈물을 훔치며 LRL이 물러나자 당당한 외모에 붉은 모피 외투를 걸친 여자가 걸어나왔다. 전장의 신. 포병대의 대장인 로얄 아스널이었다. 쾅 쾅 쾅. 철문이 세번 울리자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들어오려 하는가?"


 "철남충."


 아스널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낱.... 생체 딜도였습니다."


 "... 그렇다면 들어오라."



진지하게 썼지만 사실 개그물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