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걸로 준비는 끝났어."


돌이켜보면 사소한, 아주 작은 불씨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방치한 나의 자만과 방심, 여러 우연이 겹쳐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다.

현재 오르카호는 침몰, 모든 점령지의 통신조차 불가능하며 나에게 남은 인원은 닥터와 리리스 단 둘 뿐이다.


"정말 이걸 작동시키면 주인님이 과거로 돌아가시는게 가능한가요?"

"응, 정확히는 마지막 백업 시점인 5년전 12월 20일로 돌아가는게 가능해. 하지만..."

닥터가 불안한듯 말을 늘였다.


"한번 파손된 장치를 억지로 작동시키는 중이라 과연 정확한 시점으로 돌아갈 지 모르겠어..."

"그렇다면 주인님은 어떻게 되는거죠?"

"운이 좋다면 뇌가 휘저어져 폐인이 되고... 없다면 영원히 5년전과 지금 사이에서 의식만이 떠도는거야."

"그런...! 그렇다면 제가 가겠어요! 주인님을 그런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어요!"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 내가 갔을거야...하지만 이 백업은 오르카에서 오빠만이 사용가능해."

리리스는 떨리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역시 이런 위험한 일은 그만두세요. 주인님'이라고 말할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역시 이런 위험한 일은 그만두세요. 주인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저는 주인님의 리리스인걸요. 제가 아무리 말려도 결코 멈추지 않을거라는걸 알아요. 그러니..."

리리스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다시 돌아가서 저를 만난다면.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꼭 껴안아주세요. 저를 다시...주인님의 리리스로 만들어주세요."

'약속이에요?'라며 억지로 웃으며 말하는 그녀를 안아주며 다시 닥터의 장치로 들어갔다.


"후후, 이런 상황에서도 뜨겁네~오빠." 

닥터는 아무렇지 않은듯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답지 않게 작업을 진행중인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나도 리리스언니처럼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분명 다시 만날테니 딱 한마디만 할게. 또 봐 오빠."


"그럼 시작할게."

그 순간, 세계가 검게 물들고. 눈을 깜빡일 정도의 잠깐인지, 그동안 살아온 모든 시간보다 긴 시간인지 모를정도가 지난 후 누군가가 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어...나세요..."

이 목소리는...

"...인...님...!"

콘스탄챠?

"주인님!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잊을 수 있을리가 없다.콘스탄챠 S2, 나와 최초로 만난 바이오로이드. 감정에 북받친 나는 그녀를 껴안았다.

"어머! 주인님! 갑자기 그러시면...네? 오늘의 날짜? 확실히 12월 20일 입니다."

닥터는 성공했다. 그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나는 고양감을 느끼며 일어섰다.


"후후, 주인님이 안아주신건 처음이라 너무 놀랐어요. 저같은 바이오로이드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답니다."


?

위화감이 있었다.

이 콘스탄챠는 내가 가장 먼저 만난 바이오로이드, 그녀의 눈짓과 몸짓, 말투를 구별할 수 없을리가 없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이 있었다.


"이제 정기회의시간입니다. 들어가실 준비를 하시죠."

"...주인님?"

"네? 네. 저는 21스쿼드의 콘스탄챠가 맞습니다. 기억해주셔서 영광입니다."

"그럼 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 주인님."

머릿속에서는 이미 해답이 나왔지만 억지로 생각을 멈추고 지휘패널을 작동시킨다. 비밀번호도. 패널 내부의 프로그램 배치도 모두 일치했다. 그러나.


20SQUAD.

단 하나의 숫자만이 달랐지만.

난 이 세계에서의 이방인이라는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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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뷰: 데자뷰의 반대. 이미 알고있는 대상이나 경험을 처음 보는것처럼 느끼는 현상.=미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