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뷰의 오르카-1

자메뷰의 오르카-2



"아, 어서오세요. 오라버니. 무슨일로 오셨나요?"

이걸로 두번째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격식을 차리는 닥터라니...게다가 호칭에서 더욱 큰 위화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 상황을 혼자서 해결할거라 생각되지 않았기에 모든 사실을 전했다.

미래에 오르카가 궤멸하고 나만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그러나 내가 알던 세계와는 조금 다르다는것을.


"음...우선 뇌파와 외형, 모든 수치는 원래의 오라버니와 완전히 일치하고 있어요. 애초에 그 장치는 말 그대로 백업이라 본인이 아니면 작동조차 불가능해요."

닥터는 놀란 기색도 없이 담담히 말했다.

"그렇다면 불안정한 장치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오차가 발생해 원래의 세계가 아닌, 조금 다른 세계로 이동했다고 보는게 타당하겠네요."

조금?

내가 겪은 당혹감과 공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억지로 씹어삼켰다. 그녀에게 내뱉어봐야 단순한 화풀이일 뿐이다.


"그리고 알기쉬운 차이점은 오라버니를 최초로 발견, 보호한 스쿼드이고, 지금 세계는 20스쿼드가 구한 세계이기에 알고있던 기록들과 다른 상황이 벌어진거죠."

닥터에게 혹시라도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냐고 물었다.


"해결은 문제가 있어야 가능한데 이 상황은 문제라고 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해답조차 없고 잘못된 것도 아닌 그저 오라버니가 선택한 결과인걸요..."

닥터는 죄송해요. 라며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렇다. 이건 내가 선택한 결과다.

망가진 세계에서 내 실수를 돌이키려고 모두를 버리고 다시 과거로 왔다. 두번째 기회가 있을것이라 믿고.

그러나 그 선택은 결국 내가 알던 모든 이들과의 관계를, 추억을 희생시켰다.


물론 나는 각오했다.

이번에는 절대 잃지 않겠다.

다시 모두와 관계를 쌓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 

해보이겠다. 그것이 내 의무고, 모두를 버린 내 책임이니까.

그렇게 다짐하며 닥터에게 감사를 전한 뒤, 사령관실로 돌아갔다.


이후, 혼란을 막기위해 일부 지휘관들에게 이 사실을 공개하고 직접 면담했으나. 의외로 내 상황을 쉽게 받아들여줬고 그녀들도 내가 알던 심성과 행동등은 일부를 제외하면...일치했기에 다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나는 모두를 버리고 도달한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령관님?"

왜 지금일까.

왜 너라는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을까.

왜 자연스럽게 말을 걸지 못했을까.

왜 지나치지 못했을까.

내 눈앞에, 그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