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217번 레프리콘..넌 이제 자유다..가서 너가 하고싶은대로 살아..”

 

그녀의 상관이었던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레프리콘은 뒤도 돌아보지않고 뛰었다. 기관총과 군장이 자신을 무겁게했지만 무겁지가 않았다.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그녀의 발걸음은 점점 가벼워졌다. 

 

원래라면 전장을 벗어난 그녀는 즉결처분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처벌할 인간도. 상관도 없었다.

 

세상은 이미 멸망했다. 그것도 이상한 벌레들에게. 그녀는 이 넓은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

 

“하아..하...하...하아...”

 

얼마나 달렸을까 폐가 따가워지고 가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들고있던 군장과 기관총을 잠시 내려두고 숨을 골랐다. 비오듯 흐르는 땀을 피와 벌레들에게서 나온 액체가 잔뜩 묻은 점퍼로 닦아내며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푸르른 하늘 위로 구름 몇점이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자유로이 날아다니고있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구름을 본 레프리콘은 폐를 괴롭히는 따가움을 간신히 참아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아름다웠나..?’

 

기관총을 잠시 내려놓고 두팔을 높게 들어올려 자신의 뺨을 간지럽히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인간의 명령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 것이 기쁜 것인지 아니면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에 흘러나온 것인지 아무도 몰랐다.

 

그녀 또한 자신이 왜 눈물을 흘리고있는지에 대해 의아했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나아갔다.

 

----------------------------------------------------------

 

그녀는 아무 생각없이 망해버린 세상을 돌아다녔다. 군인으로 태어난 그녀에겐 쉴 수 있는 집도, 그녀를 반겨줄 이도 없었다.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처없이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해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 더 이상 돌아다닐 수 없었기에 그녀는 쉴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여기가 적당하겠네..”

 

벌레들에게 의해 폐허가 되어버린 시가지 속 건물들 중에서도 그나마 형태를 갖추고있는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 살던 집처럼 보였지만 집주인들은 잠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 것 같았다. 그것도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실례합니다..”

 

분명 아무도 없을 것이 분명했지만 그녀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무것도 없는 단칸방이었지만 침대가 있었다. 

 

‘저거..침대야..?’

 

침대를 본 레프리콘은 홀린 듯 기관총과 군장을 벗어던지고 바로 침대에 몸을 맡겼다.

 

무거운 몸을 가볍게 받아주는 침대의 푹신함에 그녀의 기분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침대는 신문물이었다. 그녀가 쓰던 낡은 구형 침낭은 쳐다도보기 싫어졌다.

 

‘졸려...’

 

얼마 안가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벌레들과 싸우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기에 이는 당연한 처사였다.

 

그녀는 그렇게 잠에 빠졌다.

 

-----------------------------------------------------

 

창가로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에 그녀는 눈을 떴다.

자신의 입가로 들어간 머리칼을 정리하고 그녀는 비몽사몽한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브라우니..왜 안 깨우신건가요..’

 

대답은 없었다. 무서울정도로 조용했던 탓에 순식간에 졸음이 날아가버렸다.

 

“브라우니...”

 

동료들과 부대끼며 지내던 막사가 아닌 쓰러져가는 단칸방에서 눈을 뜬 그녀는 그제서야 현실을 자각했다. 

 

“맞다..”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 공허함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공허함은 그녀의 뱃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스러지고 말았다. 

 

‘배고파..’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배를 부여잡고 군장에 있는 참치캔을 꺼냈다.

그녀가 상관과 인간들의 눈을 피해 간신히 숨겨놓은 것이었다. 

 

주위에 누가 있나 한두번 살펴보고 참치캔을 열었다. 참치의 고소한 향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녀는 손으로 참치를 개걸스럽게 퍼먹었다. 입과 식도를 코팅하듯 넘어가는 참치와 기름에 눈이 뒤집혀졌다. 인간들에게 먹을 것조차 빼앗겼을 때의 그 심정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서러웠다.

 

‘맛있어..’

 

머릿속에는 오직 이 한마디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다소 지저분한 식사를 마친 레프리콘은 캔에 남아있는 참치와 기름 마저 삼켰다. 이걸로도 모자랐는지 그녀는 손에 묻은 기름도 빨아먹었다. 오랜만에 포식한 그녀는 배를 매만지며 식사의 여운을 즐겼다.

 

불린 배를 두드리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보다 좋은 신선놀음이 어딨겠는가.

그녀는 푹신한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상관이 말했던 것을 곱씹어서 생각하고있었다.

 

‘자유가 뭐지..?’

 

자유.

 

그녀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인간을 위해 태어난 존재. 인간의 말 한마디면 스스로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어야만 하는 존재. 그런 것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자유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보아도 자유가 무엇인지 가늠조차 되지않았다. 다른 레프리콘들과 달리 단순하고 성격이 불같으며 참을성까지 없었던 그녀에게 심오한 주제는 머리만 아파올 뿐이었다.

 

그녀는 머리라도 식힐 겸 군장에서 라디오를 꺼냈다.

 

침대에 누워 라디오의 전원을 킨 다음 주파수를 맞춰보았다. 시끄러운 잡음만 들려올 뿐.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실망만 남은 채로 전원을 끌려는 순간. 잡음 속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어..?”

 

소리를 들은 그녀는 천천히 아주 조심히 주파수를 맞추었다. 잡음 대신 점점 무언가가 들려왔다. 소리의 주인공은 바이올린과 첼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뭐야..”

 

소리의 정체가 음악이라는 것에 레프리콘은 실망했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음악에 자신도 모르게 음악을 따라 콧노래를 불렀다.

 

막사에서 이랬다면 아프리트와 임펫에게 혼났겠지만 지금 이 단칸방에는 그녀 혼자 뿐이었다.

그녀는 라디오를 자신의 머리맡에 놓고 평화롭게 음악감상을 즐겼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연주가 끝나고 다른 음악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까 들었던 음악이 또다시 흘러나왔다. 아까와 똑같은 음악이 흘러나온 것에 그녀는 조금 당황했다.

 

다른 음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았지만 바이올린과 첼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은 도돌이표를 타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있었다.

 

‘재미없어.’

 

그녀는 라디오의 전원을 끌려고했지만 끌 수가 없었다. 이 아름다운 선율을 놓치기는 싫었다.

만약 이것마저 놓친다면 그녀는 끝을 알 수 없는 외로움에 금방이라도 죽고싶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에라이..”

 

결국 라디오를 끄지 못한 그녀는 다시 침대에 머리를 파묻고 자유가 뭔지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유가 뭔지에 대해 정의를 내리지 못 했다. 

 

결국 생각에 지친 그녀는 그가 마지막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가 하고싶은대로 살아..”

 

그녀는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떠올려보았다.

 

‘다시는 전장에 서지않을거야...그리고..그냥 평생 놀아야지! 이제 내 맘대로 살 수 있으니깐 말야!’

 

그렇게 결심한 그녀는 두팔을 배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벗삼아 잠을 청했다. 

 

피비린내와 총탄이 무수하게 쏟아지고 풍기는 전장에 다시는 서고싶지않았다.

평생 놀고싶었다. 단지 그 생각 뿐이었다. 자신은 충분히 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뭐라할 상관도 인간도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행복한 표정으로 잠을 자는동안 라디오에선 수도없이 음악이 도돌이표를 타고 되풀이되고 또 되풀이되었다.

 

----------------------------------------------------------

 

“우으..”

 

평화롭게 잠을 청하고있던 그녀의 볼을 무언가가 자꾸만 찔러대고있었다.

처음엔 파리나 모기같은 해충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손을 휘휘 저어보았지만 무언가는 계속해서 그녀의 볼을 찔러댔다.

 

“그만하라고..”

 

그녀의 말에도 무언가는 그녀의 볼을 건들었다. 결국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버리고 말았다.

잠에서 깨어난 그녀의 옆에 있었던 것은 바로 태어난지 얼마 안된 갓난아이였다.

 

“어...?”

 

아이는 그녀를 보자마자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아이의 웃음과는 정반대의 표정을 짓고있었다. 

 

“너..뭐야..? 누구야..?”

 

아이에게 삿대질을 하며 질문을 해보았지만 아이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할 리가 없었다.

 

“어머. 깨어나셨군요..”

 

누군가의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애니웨어 시리즈들 중 하나였던 보속의 마리아가 젖병을 흔들어대며 아이에게 다가오고있었다.

 

“당신..뭐야..? 어째서..”

 

레프리콘은 옆에 있던 기관총을 들어올려 마리아에게 겨누었다. 

 

“이봐. 그거 내려놓으시지.”

 

그 순간. 그녀의 머리에 차갑고 무거운 감각이 닿았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굴려 옆을 쳐다보았다. 같은 애니웨어 시리즈들 중 하나였던 아이언 애니가 그녀에게 총을 겨누고있었다.

 

“시발..당신들 뭐야..저 아이는 뭐고..”

 

“다 설명해드릴테니..일단 그것부터 내려놓으세요.”

 

그녀의 말에 레프리콘은 기관총을 거두었다. 그것을 본 마리아는 애니를 바라보며 턱짓을 했다. 그녀의 턱짓을 본 애니는 레프리콘의 머리에 겨누었던 리볼버를 거둔 다음 홀스터 안에 집어넣었다.

 

“일단 저는 427번 보속의 마리아. 저쪽은 142번 아이언 애니에요.”

 

보속의 마리아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아이언 애니는 모자를 살짝 들어올려 인사를 했다.

그들의 인사에 레프리콘도 인사를 했다.

 

그녀의 인사를 본 마리아는 웃음을 지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저희는 저 아이를 데리고 그 괴물들을 피해 락 하버로 가고있었어요. 그러던 도중에 쉴 곳을 찾던 도중에 당신의 라디오에서 나온 음악 소리에 이 곳으로 들어오게 되었고요.”

 

그녀의 말에 레프리콘은 자신의 머리맡에 있었던 라디오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었던 라디오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레프리콘은 머리를 매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도 락 하버에 가고있었나요?”

 

“락 하버? 그게 뭔데..?”

 

“마지막 남은 최후의 요새이자 보루. 그 곳에 가면 그 괴물들을 피할 수 있을거야.”

 

“그 곳에 가면..뭐가 있어..?”

 

“적어도 희망은 있겠죠..?”

 

마리아의 말에 레프리콘은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레프리콘의 헛웃음을 본 아이는 그녀의 웃음을 따라하고있었다.

 

아이의 웃음에 마리아와 애니의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레프리콘만큼은 그러지 못 했다.

 

“난 안가.”

 

“네..?”

 

“그것들을 피해 편안하게 지내고있었어. 다시는 그것들하고 안 싸워. 락 하버인지 뭔지는 당신네들만 가. 난 여기 남아서 계속 살거야.”

 

“하지만 이 곳에 있는 것보단..락 하버에 가는게 낫지 않을까요? 그 곳엔 인간님들이 계실텐데..”

 

“인간들이 우리한테 뭘 시키겠어? 괴물들하고 다시 싸우는 것말고 뭐 더 있겠어?”

 

“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아이언 애니가 주먹을 치켜드는 순간. 마리아가 그녀를 말렸다.

 

“알았어요. 당신은 여기에 남으세요. 우리는 그 곳에 갈테니깐.”

 

그녀는 아이를 안고 자신들이 가져온 짐들을 챙기고 방을 나왔다.

 

“저희에게 잠시 쉴 곳을 제공해줘서 고마워요.”

 

“아니. 당신들이 멋대로 들어온거잖아..”

 

마리아와 애니, 그리고 아이는 그렇게 레프리콘이 지내고있었던 빌라를 나왔다.

창문에서 고개만 살짝 내밀고 그들이 떠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있던 레프리콘은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침대로 되돌아갈려는 순간.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일어난 지진에 이상함을 느낀 레프리콘은 창문 바깥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괴물들이 눈에서 붉은 빛을 내뿜으며 그녀가 있던 빌라 주변을 돌아다녔다.

 

“시발..뭐야..”

 

괴물들의 압도적인 숫자에 레프리콘은 입을 가리고 숨었다. 저것들에게 들키는 순간 뼈도 못 추릴 것이 분명했다.

 

조용히 숨을 죽이고 저것들이 떠나길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다시 땅이 흔들렸다.

레프리콘은 천천히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다행히 괴물들은 자리를 떠났다. 그것을 본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다시 침대에 누울려는 순간 그녀의 눈에 밟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괴물들이 남긴 발자국이었다. 그것들의 발자국의 방향은 아까 마리아와 애니가 향한 방향과 똑같았다.

 

“썅..”

 

그것을 본 레프리콘은 서둘러 기관총을 장전하고 군장을 챙겼다. 그녀들이 괴물들에게서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깐..”

 

그렇게 밖을 나설려는 순간. 레프리콘은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왜 도와줘야해..? 그냥 조용히 있으면 내가 원하는대로 조용히 평생 놀면서 살 수 있잖아..그냥 침대로 돌아가. 그냥 잊고 다시 자는거야..’

 

생각은 그렇게했지만 몸은 전혀 반대로 움직이고있었다. 침대로 돌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밖을 나가기 위해 문고리를 꽉 붙잡고있었다.

 

‘레프리콘..뭐하는거야..그냥 침대로 돌아가자고..넌 충분히 쉴 자격이 있어..’

 

계속해서 되뇌여보았지만 그녀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점점 자신의 행동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냥 돌아가라고!”

 

그 순간. 그녀의 침대 위에 놓여져있던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처음 그녀가 들었던 음악이었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음악. 그 음악은 도돌이표를 타고 아까와 똑같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있었다.

 

한참동안이나 그 음악을 들은 레프리콘은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이렇게되는건가..”

 

그녀는 방문을 열고 빌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괴물들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

 

“마리아! 나 총알 없어!”

 

“저도 없어요!”

 

건물 안에 갇힌 마리아와 애니는 천천히 자신들을 옥죄여오는 괴물들의 모습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아이도 둘의 불안함을 느꼈는지 아까보다 더 우렁차게 울어댔다.

 

“제길..아까 그 녀석이 따라만 왔어도..”

 

“그만두세요..이제와서 그 분을 미워할 순 없죠..그 분도 그 분만의 삶이란게 있으니깐요..”

 

마리아의 말이 맞았다. 이제와서 레프리콘을 미워해봤자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발..최후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말야..”

 

“그러게요..”

 

둘은 그렇게 눈을 지그시 감고 자신들의 최후를 기다렸다. 그 순간이었다.

 

“야!! 이 괴물 새끼들아!!!”

 

괴물들이 무수한 총탄에 우수수 쓰러지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저..저 분은..?!”

 

마리아가 가리킨 곳에는 레프리콘은 괴물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하며 다가오고있었다.

 

“전부 괜찮아?”

 

레프리콘의 극적인 등장에 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리아의 품에 안겨있는 아이는 그녀를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레프리콘도 그녀의 웃음을 받아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당신..”

 

“뭐야. 말은 그렇게했지만 역시 우리랑 함께하는게 좋았나봐?” 

 

“착각하지마..난 그저 바람 좀 쐬러 온 것 뿐이니깐..”

 

“네네..어련하시겠습니까..”

 

감동적인 인사를 나누는 것도 잠시, 그녀의 총성을 들은 괴물들이 다시 우수수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마리아와 애니는 두 눈이 흔들렸다.

 

“당신들. 여기는 내가 어떻게든 시선을 끌어줄테니 아이를 데리고 락 하버인지 뭔지에 빨리 가.”

 

“네..? 하지만..”

 

“가라면 빨리 가. 난 인간들 명령 듣는건 이제 질색이라서 말이야. 내가 하고싶은대로 살거야.”

 

그녀는 기관총을 재장전하며 마리아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웃음을 본 마리아와 애니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여기서 혼자 남아 저것들과 싸우겠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마찬가지였다.

 

“뭘 멀뚱히 서있어?! 빨리 가! 가라고!!”

 

그녀의 호통에 둘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마리아에게 안겨있던 아이는 레프리콘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녀는 아이의 인사를 받아주고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가관총의 노리쇠를 당겨 약실에 총알을 삽입하였다. 그리고 한쪽 발로 자신의 뒤에 선을 그었다.

 

“이 뒤로는 아무도 못 지나간다..”

 

그녀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괴물들을 향해 방어쇠를 당겼다.

 

----------------------------------------------------------------

 

“하아..하...시발...죽는 줄 알았네...”

 

괴물들을 모조리 쓸어버린 그녀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관총에 남아있는 탄약을 확인해보았다. 

 

약실에는 단 한발만이 남아있었다. 그것을 본 레프리콘은 헛웃음 밖에 나오지않았다.

 

“하하..시발..”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괴물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어주었으니 아마 그녀들은 락 하버인가 뭔가하는 곳에 도착했을거라고 생각했다.

 

“잘 도착했겠지..지금 쯤이면..”

 

그녀는 피가 쏟아지는 복부를 부여잡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괴물들의 시체로 산을 이룬 곳에 당당히 혼자 서있었다. 그것을 보며 뿌듯해하는 순간. 그녀의 뒤로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어..?”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가진 괴물이 뻘건 눈을 부라리며 그녀의 앞에 서있었다.




그것을 본 레프리콘은 소름이 돋았지만 그 소름은 순식간에 웃음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쓰고있던 바이저를 벗어던지고 눈을 감고 자신의 최후를 기다렸다.

 

“잠깐이었지만...내가 하고싶은대로 살아서 좋ㅇ...”

 

 

 

 










 

 

 

 

 

 

그 자리에는 그녀가 쓰고있던 바이저만이 남아있었다.


-------------------------------------------------------------------------------------------------------


중간에 나온 삽화들은 전부 본인 작품입니다.


아침부터 쓰기 시작해서 이제야 완성했습니다.

이게 자유대회의 주제와 맞나싶지만..뭐 괜찮겠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