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마리아와 애니는 아이를 데리고 넓은 들판을 걸으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고있었다.

아이는 마리아와 애니의 손을 붙잡고 해맑게 웃고있었다. 답답한 락 하버에서 벗어나 소풍을 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났기 때문이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에 마리아는 입꼬리가 내려가지를 않았다. 분명 처음에 데리고있을 때만 하더라도 옹알이를 하고 배를 끌던 아이는 말도하고 두발로 걷기까지 했다.


아이가 아무탈없이 무사히 큰 것만으로도 그녀는 감개무량했다.


"마리아? 어디로가는거에요?"


아이의 질문에 마리아는 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대답을 해주었다.


"소풍을 하기 전..잠시 친구 분을 만나러 갈거에요."


"친구요?"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성하게 자란 풀들만이 존재하는 이 넓은 들판에 친구를 만나러간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네. 조금 자유분방하긴했지만..그래도 좋은 친구였답니다..?"


"그래요?"


"너도 만나본 적이 있는 애라고?"


"제가요?"


"물론이지. 너무 어려서 기억할려나 모르겠지만."


애니의 말에 아이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푸르른 하늘 위로 구름 몇점이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자유롭게 날아다니고있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보았지만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녀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마리아와 애니, 그리고 락 하버에서 만난 사람들 밖에 없었다.


"우으..."


아이는 울상을 지으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마리아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뺨을 쓸어주었다.


"괜찮아요. 다시 인사하면 되겠죠. 그 분도 아가씨의 성장하신 모습을 보면 기뻐하실거에요."


"그..그런가요..?"


"네. 그 분이 조금 까칠하시긴해도 아가씨를 보시면 아마 좋아하실거에요."


마리아의 위로에 아이는 찔끔 새어나온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해맑게 웃었다. 그 모습에 마리아도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후후..그 분을 만나면 제대로 인사해야해요? 아시겠죠?"


"네!"


일행은 다시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발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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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들판을 지나 언덕을 넘은 이들은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아니..이게 뭐야..?"


"세상에.."


"우와! 꽃이다!"


언덕을 가득 매운 아름다운 꽃밭에 아이는 잡고있던 둘의 손을 놓고 마음껏 뛰기 시작했다.

아이는 신나했지만 마리아와 애니는 이 신기하고도 진귀한 풍경에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애니..? 이게 지금 믿겨지시는건가요..?"


"아니..이런 광경은 나도 처음이야.."


애니는 한쪽 무릎을 꿇고 꽃들을 살펴보았다. 파란색과 보라색이 아름답게 어우러져있는 꽃이었다.

그녀는 꽃 하나를 꺾은 다음 자신의 코로 가져가 꽃이 내뿜는 달달하고 씁쓰름한 향을 맡았다.


"마리아? 이 꽃 이름 뭔지 알아?"


"음..제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보았을 때..이 꽃들은 전부 참제비고깔이네요.."


"그런 꽃도 있어?"


마리아는 애니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꽃밭을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마리아?"


"애니. 참제비고깔의 꽃말을 아시나요?"


"갑자기 그건 왜?"


"데이터를 보니..꽃말도 같이 있네요.."


"헤에..그래서 뭔데?"


"자유..라네요."


"자유라.."


애니는 들고있던 꽃의 향을 맡았다. 달달했고. 씁쓰름했다.


"마리아! 애니! 이것 좀 보세요! 여기에 뭐가 있어요!"


아이의 외침에 둘의 시선이 아이에게로 향했다. 아이의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져있었다.


"저건.."


둘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에 손에 들려있는 것은 자신들도 아는 물건이었다.


"역시.."


"예상은 했다지만..그래도..조금은..."


둘은 말을 이어나가지 못 했다.


"마리아? 애니? 왜 그래요?"


아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아이에게 눈물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즐거워야할 소풍을 망칠 수는 없었다.


"아니에요..아무것도.."


"그런가요?"


"아가씨. 일단 그거 원래 있던 자리에 놔두세요."


"네~"


마리아의 말에 아이는 손에 들고있던 것을 원래 있던 자리에 놔두었다.

아이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손에 들려있었던 저것에게서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빨리 와! 안 그럼 도시락 우리가 다 먹을거야!"


"앗! 치사해요! 애니!"


애니의 도발에 아이는 둘이 있는 곳으로 열심히 달렸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엔 참제비고깔의 꽃잎들이 휘날렸다.

둘의 품으로 돌아온 아이는 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리아? 근데 그 친구분은 어딨어요?"


"후후..이미 만났답니다..잘 지내고 있었어요.."


"네?"


"아가씨가 꽃하고 그 물건에 신경쓰시느라 모르셨겠지만..저희들에게 인사를 하고 가셨어요."


"에에..나도 만나보고싶었는데.."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너가 좀 더 크면 말이야."


"그 때까지 언제 기다려요.."


"금방 올거에요..그쵸? 애니."


"그럼. 오고말고."


일행은 서로의 손을 꼬옥 붙잡고 꽃밭을 걸어나아갔다. 마리아는 파랗게 물든 꽃밭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부터..당신 마음가는대로 하고싶은대로 사세요..자신감과 긍지가 차있는 당신은 흠잡을 때가 없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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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과 무성하게 자란 겨우살이가 득실거리는 어느 한 방 안.

떼가 묻고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솜들이 튀어나온 기분나쁘고 눕기도 싫은 이 침대에는 한 여성이 누워있었다.  


그녀의 머리맡에는 한  낡은 라디오가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희미하지만 바이올린과 첼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고있었다.

그 선율은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다소 지루한 음악이었지만 그녀는 이 음악이 좋았다. 



그녀는 자신의 귓가에 감미롭게 들리는 희미한 선율을 벗삼아 그것을 따라부르며 오늘도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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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나온 삽화는 본인의 작품입니다. 


이대로는 끝내기엔 뭔가 아쉬워서 에필로그 남깁니다.

자유대회의 주제와 맞나 모르겠지만..뭐 괜찮겠죠.


결말은 여러분이 상상하기 나름입니다.


문제가 있어서 재업합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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