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42504460

모음집- https://arca.live/b/lastorigin/33474470



모든 것의 시작은… 몇년 전으로 흘러올라간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테러와 반 바이오로이드 운동, 일하지 않은 자들의 자본가와 기득권을 향한 분노, 윤 박사는 노력 한번 하지 않고 자본가들의 돈을 뜯어먹을려는 자들의 행패를 막기 위해, 신에 가까운 위치의 그녀를 만들어야겠다 다짐하였다. 곧바로 앙헬에게 달려가, 자신만을 위한 연구소 설립을 허락해 달라고 하였고, 회사에 큰 기여를 한 대표 연구원이자 친구인 윤박사를 위해 앙헬은 윤춘득 그이만을 위한 비밀 연구소, ‘팀 버뮤다’ 비밀 연구소를 본사 지하와 몰디브 해상에다가 설립하여 주었다. 우선, 가장 먼저 그가 실행한 계획은, 몸속에서 생체 전기를 만드는 레이시라는 바이오로이드를 만드는 것이였다.


설령 그녀가 그저 생체전기 실험을 위해 태어난 존재였어도, 윤춘득은 그녀에게 그녀가 태어난 이유와 향후 벌어질 실험 계획을 설명해 주었고,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이 실험에 동참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였다.


“...저에게는 당신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 그런데, 왜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해주시는 거죠? 어짜피 제가 거절한다 하더라도 당신은 무조건적으로 절 데려다 실험하실거 아닌가요?”


레이시는 자신의 가혹한 운명에 눈물을 흘리며 차라리 아무런 기억도 없이 실험에 쓰이는게 더 나을 것이다 울부짖었다. 하지만, 윤춘득은 천천히, 부드럽게 레이시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레이시, 내가 널 실험에 쓰려는 이유는, 너를, 그리고 우리를 강하게 만들기 위함이야. 세상은 인권을 잃어버린 자들이 오히려 인권을 바라며 우리가 쌓아온 돈과 행복, 그리고 권리를 뺏어가기 시작했어. 터무늬 없는 주장과 위협으로 타당하게 벌어온 우리의 자본을 뺏어가는 세상이야. 나는 너와 함께 강해지고 싶어. 그래서 너를 실험하고 싶은 이유야. 물론, 너가 다치지 않도록, 너가 고통스러울 때면 무조건 실험을 중단시킬거고, 너가 행복하게 이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게 실험의 빈도도 아주 길게 만들거야. 나는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고, 그래서 지금 너한테도 이렇게 물어보는 거지. 만약 내가 눈앞에 강함을 바라기만 했다면, 지금 당장 너한테 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저 생체전기 실험캡슐에 널 집어넣고 죽기 직전까지의 전류를 흘렀겠지.”


“...”


“레이시, 걱정하지마. 난 너를 지켜줄거고, 넌 강해지기만 하면 되는거야. 얼마가 걸려도 상관없어. 천천히, 모두가 함께. 우리를 지키는거야.”


“...알았어요… 대신 약속해줘요. 계속 함께해주기로…”


“물론이지.”


윤 박사의 진심을 들은 레이시는 천천히 자신의 힘을 늘려나갔고, 오히려 강해지고 싶은 마음에 실험을 중단하려는 윤박사를 말리며 실험을 진행해달라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그렇게 첫번째 레이시가 탄생하고, 6개월만에 생체 전기를 자유자제로 활용하는 기술을 습득하였고, 윤춘득 또한 레이시의 생체 전기 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윤춘득은 레이시와 함께 하기로 한 약속은 지키질 못하였다. 연구가 계속되며, 레이시는 부하 연구원과 사랑에 빠졌고, 그녀는 그 연구원과 함께 실험이 끝나면 결혼하자까지 약속하였고, 모든 연구가 끝난 후에 이 소식을 들은 윤춘득이 레이시의 머리에 장착된 장치를 제거해주었고, 그녀와 그의 결혼식 비용, 집과 차를 선물해주며 기분좋게 서로 헤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윤춘득은 지금도 가끔씩 레이시와 연락하고, 지금은 은퇴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연구원의 집을 종종 방문하기도 했다.


그가 생체전기 기술을 완벽하게 연구하고 다음에 만든 바이오로이드가 바로, 네오딤. 레이시보다 훨씬 더 강한 생체 전기를 버틸 수 있게 만들었지만, 그 부작용으로 인해 성격이 너무 순수해 지능이 낮아보이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윤춘득은 그런 그녀를 배려하여 진짜 자신의 친딸처럼 연구실에 놀이터도 만들어주고, 함께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바이오로이드를 도구로 보는 앙헬의 시선에는 그러한 윤춘득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친구라는 허물이 벗겨지며 한번은 둘이 강하게 싸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하아… 이젠 하다하다 애까지 돌봐? 그것도 연구실에서?”


“애를 돌보다니, 난 이 아이가 성숙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뭔 성숙이야 임마! 지금 저 실험체 연구 속행해. 안그럼 여기랑 저어기 몰디브에 지은 비밀 연구소까지 전부 내 밑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내가 친구로써 너한테 한해에 수십조 씩 태우는 줄알아?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보육한다고 이런 연구소를 지어준게 아니잖아!”


“호오, 그래? 지금 당장 우리 네오딤이 실험실에 들어가면, 네가 무슨 일이 일어나면 책임 질 수 있겠지? 지금 얘가 폭주라도 하는순간에, 이 연구소는 물론이고, 블랙리버 본사건물이 완전히 뭉게질수도 있어. 그래도 책임질 수 있겠나, 응?”


“...”


“...명심해, 강함에는,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법이야. 너처럼 돈으로 뭐든지 해결하려는 녀석들한테 존나 안성맞춤인 명언이지. 알아들었으면, 얼른 가서 일이나 해. ‘봇박이’씨? 내가 삼안 버리고 여기 와서 한 일들을 생각해봐서라도, 좀 기다려라, 응?”


“...에라이 진짜…”


그렇게 앙헬까지 설득을 끝마치고, 삼안의 정보약탈전에 골머리를 앓던 윤춘득은 그때 당시에는 연구소에서 더이상 쓰지 않는 레이시의 생체전기 기술을 김지석에게 친구라는 명목으로 선물해주며 빠져나와 마침내 네오딤에게 온 정신을 쏟을 수 있게 되었다.


“얌마, 내가 누구냐? 블랙리버에서 앙헬 다음으로 높은 새끼야 임마! 이런거 받아도 괜찮냐, 이런 말 하면 진짜 계급장 때고 붙는거다?”


“하이고… 알았다 알았어. 근데 이거 진짜 가져가도 되는거냐?”


“걱정 말래도? 이미 앙헬한테 다 이야기 했고, 사람 헤치는 기술로 쓰는거 아니기로 약속이나 해.”


“...알았어. 고맙다.”


그렇게 김지석과 앙헬을 떼어내고 온종일 그녀를 돌봐주며 네오딤이 ‘철이 들 때’쯤, 마침네 윤춘득은 네오딤에게 실험에 동참해주겠냐는 물음을 하였고, 네오딤은 몇년동안 자신을 돌봐주고, 함께 해주었던 윤춘득의 감사함을 보답하기 위해 기꺼이 나서주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실험이 시작되고, 윤춘득은 전기가 흐르는 캡슐에 그녀를 넣으며 뺨을 어루만져주었다.


“...네오딤, 실험이란건, 네 생각보다 훨씬 아플거야. 그래도, 버티기 힘들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한다? 멋대로 버티고, 그런 바보같은 짓은 하면 안돼. 알겠지?”


“...응, 그래도 최대한 버텨볼게.”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내가 저기 유리벽 앞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을게. 아프다고 하면 꼬옥, 이야기 해야된다?”


“...응…”


그렇게 실험이 시작되고, 첫 실험은 레이시가 버텼던 최고 기록보다 훨씬 더 적은 정도로 시작하였다.


“네오딤, 지금 전기가 흐르고 있는데, 느낌이 어때?”


“...아무렇지도 않아.”


“음, 말을 흘리지도 않네. 괜찮나보다. 전기 좀 더 올려봐.”


“레이시가 버텼던 최고점보다 더 높일까요?”


“아니, 최고점. 딱 그정도만.”


“알겠습니다.”


“...지금은 어때?”


“아까랑 똑같아. 손끝이랑 배가 조금 간지러.”


“아직은 괜찮단다.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올려. 네오딤? 아프면 말해야 된다?”


“...응…”


“올라가고 있습니다……? 소장님, 지금 네오딤 상태 어떤가요?”


“아무 변화 없는데?”


“...벌써 지금 레이시가 버텼던 최고점의 5배정도 지나고 있는데요?”


“...? 네오딤, 진짜 괜찮은거 맞지?”


“...하나도 안아픈데…?”


“소, 소장님! 이젠 전기가 역류하고 있습니다!”


“...뭣? 지금 뭔소리를-”


“전기가 역류하고 있다니깐요? 그러니까… 네오딤이 직접 전기를 만드는듯 합니다.”


“...그게 뭔 개소리야? 네오딤, 너 괜찮아?”


“괜찮은데… 손 끝이 약간 찌릿찌릿한 느낌이야.”


“...당장 실험장체 해체시키고, 나사랑 너트가 가득 담긴 통 하나만 구해줘.”


그렇게 믿기지 않는 실험을 끝내고, 윤춘득은 두번째 실험에 이어갔다.


“...네오딤, 방금 손이 찌릿찌릿 하다고 했지?”


“...응…”


“박사님, 이젠 뭘하실려고…”


“전기가 온몸에 흐른다면, 자성도 생기나 궁금해서.”


“...!”


“네오딤, 혹시 지금 이 통에 담긴 나사를 들어올려볼래?”


“...이렇게?”


“...ㅎ, 아니 그렇게 말고. 손이 혹시 찌릿찌릿하게 만들 수 있어?”


“...”


‘파지지직!’


“...!”


“이렇게 하는거 맞아, 박사님?”


“...어, 어! 맞아. 그럼 이제 그 손을 통 안에 넣어볼래…?”


네오딤은 윤춘득의 말이 끝나자마자 통 안에 손을 집어넣었고, 예상대로였다. 손바닥부터 손등까지, 나사와 너트들이 손에 다닥붙어 떨어질려 하지 않았고, 그렇게 지구에서 최초로 자성을 조종하는 존재가 나타났다. 그리고, 연구원 한명은 그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애초에 신은 없었지만, 한국계 미국인이 신을 만들었다.’


라고 말이다.


윤춘득은 네오딤에게 점점 훈련과 교육을 해주었고, 마침내 네오딤은 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네오딤은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주고, 친하게 지내준 윤춘득에게 고마워 하였고, 윤춘득 또한 강하게 자라준 네오딤이 자랑스러워, 앙헬 몰래 실험실 밖 구경도 자주 시켜주었다. 그렇게 네오딤은 윤춘득의 친딸처럼 자랐고, 그렇게 윤춘득은 철을 다루는 네오딤의 실력을 확인하고, 그 능력을 조금 전투에 치중한 새로운 바이오로이드, 에키드나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

.

.

“...”


비행기에서 물을 마시며 회상을 끝낸 윤춘득은 천천히, 눈을 떴고, 휴대전화를 열어 영상 하나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자아… 실험 14번, 실험체의 손가락을 잘라도, 생체전기 능력이 사라지지 않을 것인지에 대하여 실험해보겠습니다. 칼 어딨어?”


“여깄습니다.”


‘스윽-’


“으읍! 으브븝!”


“시끄러, 네가 또 소리지르면 귀가 아프잖아.”


그들은 네오딤이 철을 다룬다는 것을 알고, 의자는 나무로, 포박장치는 가죽으로, 칼은 유리로 만들었고, 네오딤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잘라갔다. 마취를 하지도 않은듯 네오딤이 눈물을 쏟아내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읍브브! 으으으응!”


“이런걸로 안죽는다.”


고통스러운듯 온 몸을 비트는 네오딤과는 달리, 안죽는다며 너무나도 침착하고 건성건성 이야기하는 연구원을 보며 윤춘득은 손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이미 다른 실험이 진행했듯 온 몸에는 푸른 멍이 들어 있었고, 불로 지진듯한 부위도 존재해 보였다. 윤춘득은 눈물을 흘리며 휴대폰을 천천히 닫았다.


“씨발놈들… 총알 먹이는걸로 끝내는게 아니였는데…”


네오딤의 잘린 손가락을 복구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태운 살도 복구가 가능했다. 그가 진정으로 화난 이유는 네오딤을 자기 마음대로 학대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기 허락없이.


비행기는 새벽 밤하늘을 유유히 날아갔다.


.

.

.


“청소같은걸 왜 하나? 귀찮게.”


청소기로 서현을 후려친 것이 미안했던 에키드나는 처음에는 쭈볏쭈볏 청소를 도와줄려 했지만, 갈수록 귀찮아지는 청소에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같이 도와주겠다고 한지 몇분이나 지났는데, 벌써 흥미가 잃었어요?”


“...”


“자요. 정전기 패드. 엘리랑 프리가는 욕실청소 중이고, 팬텀이랑 레이스 누나는 물걸래로 방청소 중이니까, 빠르게 먼지만 털어내요.”


“...정전기? 이거, 먼지도 정전기로 치울 수 있어?”


“그렇죠? 패드에 먼지가 달라붙으니까.”


“하아… 그럼 진작에 말하지.”


에키드나는 생체전기를 천천히 몸속에서 뱉어내기 시작했고, 쇼파와 옷장, 서랍장 아래에 고이 묵어둔 먼지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우, 우왓!”


“뭘 이정도로 놀라. 2분이면 끝나니까 기다려봐.”


곧이어 굴러온 먼지들이 에키드나의 손으로 두둥실 떠오르며 손에 착착 모이기 시작했고, 시간이 잠시 지나자 야구공 크기의 먼지가 에키드나의 손에 올려져 있었다. 서현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신기해 먼지공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에키드나도 서현이 이제야 마음을 풀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우쭐거리며 먼지공을 이리저리 모양변형을 시켰다.


먼지는 별로도 만들어지고, 뱀모양으로 허공을 날아다니기도 하였다. 곧이어 서현의 머리에 구름모양으로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고, 서현은 신기해서 고개를 들어 먼지를 바라봤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에키드나의 정신이 전화로 흘러가며 먼지에 작용하고 있던 힘이 풀리며 먼지들은 서현의 얼굴로 툭 떨어졌다.


“아.”


“풉! 푸하하하!”


“...그게 그렇게 웃겨요?”


물티슈로 얼굴을 닦아내며 서현이 다시 새침하게 물어봤고, 에키드나가 계속해서 웃어대자 포기한 서현은 휴대전화에 다가가 수신버튼을 눌렀다. 물론, 전화를 건 대상이 아빠라는 것을 확인하고 말이다.


“여보세요?”


“어, 아빠야. 혹시 옆에 에키드나 있니?”


“...예, 지금 저 놀리고 엄청 웃고 계시네요. 참나.”


“그래? 혹시 바꿔줄 수 있니?”


“...누나, 아빠한테 전화왔어요,”


“아, 알았어알았어, 엄청 웃기네… 여보세요?”


“에키드나, 나야. 지금 상황이 안좋아서 미리 전해줄려고.”


“아… 간만에 배꼽잡고 웃었는데, 또 무슨 일이야?”


“...네오딤이 탈출했어.”










“...뭐?”



이제부터 오라이 안하는 날 매일매일 저녁에 글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