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는 혼잣말을 방아쇠로 오르카호는 니바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된다


발단은 사소한 것이었다

비밀의 방에서 역바니라 니바냐는 시덥잖은 사령관의 농짓거리에서 시작된 대화는 삼천포로 빠져 포지션 역전 사령관 방치플레이에 도달하게 되었고 안전단어를 설정하고 사령관에게 재갈과 안대를 씌웠지만 SM플레이가 처음이었던 둘이 미처 안전행동을 설정하는 것 까지 생각이 닿지 않은데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모든 바이오로이드 위에 군림하는 사령관의 목줄을 쥐고 그의 눈과 입을 가리운 그 황홀하고 고양되는 정복감이 니바의 마음에 사악한 속삭임을 속삭였다


가장먼저 니바는 불굴의 마리를 급습하였다

짧은 아이사츠를 주고 받은 뒤 마리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사령관께서!

쇼타의 육신으로!

역바니차림!

마리의 입에서 5.7.5조의 하이쿠가 새어나오고 말았다

수많은 토끼들의 토끼가죽을 벗겨 역바니로 만들고 그 가죽을 기워 몸에 두른 악명높은 바니 슬레이어 니바, 그 실력은 일전의 소동에 희생된 대원들의 처참한 몰골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설마 그 실력이 사령관 마저 역바니로 만들어버릴 줄이야

마리는 역바니 리얼리티 쇼크를 일으키며 마음이 꺾이고 말았다

그 어떤 마리가 역바니 쇼령관을 눈 앞에 두고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마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속없는 아둔패기 사령관은 지금 이 상황이 방주에서 보았던 산책플레이인줄만 알고 침을 질질 흘리며 한껏 달아올라 있을 뿐이었다


불굴이 굴했다

마리를 제압한 뒤로 바니 슬레이어의 리벤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평소 불굴의 마리와 뜻을 함께해온 사조직인 비밀결사 '마망회'는 니바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성을 잃은 조직원들은 과거 어느 어린이 운동가의 말을 빌어 3분의 천년왕국이라도 세울 모양이었고 니바의 입장에선 어찌됐든 든든한 뒷배를 얻은 셈이었다

오르카의 모든 군권을 쥔 무적의 용 마저도 비밀결사의 뜻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헌티드 포트리스 때문에 이성을 잃은 사령관이 3암습에 꼬라박았기 때문이었다

유일한 억제기인 부사령관 라비아타는 마침 임무로 호드와 함께 부재중이었다

군권을 장악하고 오르카호 전체가 니바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사령관은 문득 재갈때문에 안전단어를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물론 이러한 쿠데타가 케이크 먹듯 쉽게 이루어 진 것은 아니다

그저 사령관을 BDSM에 적합한 차림새로 갈아입혀드렸을 뿐이라는 니바의 변명과 자기합리화애도 불구하고 이를 사령관을 향한 위해로 보고 반발하는 이들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마망회의 한명 한명부터가 만만치 않은 용력을 뽐내는 이들이었으며 그 거느린 세력들 또한 오르카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니바를 향해 부는 순풍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더이상 꼬라박지 못하는 사령관의 몰골에 안드바리 대령이 설득되며 권총과 보급줄을 틀어쥐고 시오발 내부의 반발을 잠재웠다

또한 사령관은 더이상 옳지 못한 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니바는 최강지휘관의 지지를 얻으며 주유구 혹사로부터 해방된 AGS들 덕분에 내부 안정화 작업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진행되었다

반동세력의 수괴였던 콘스탄차는 꼴알못 새끼들이란 말을 남기고 해녀복 차림으로 보리와 함께 오르카호를 탈출하였다

덕분에 니바는 골든 리트리버 발에는 물갈퀴가 있다는 얘기가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외에도 여러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결국 오르카호는 니바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남은 것은 외부의 적들 차례였다

아직 복귀하지 않았지만 부사령관도 오르카호의 이변을 진작 눈치챘을 것이다

물론 혼자서 오르카의 군세를 감당할 수야 없겠지만 오랜세월 저항군을 꾸려온 경험치를 무시할 순 없다

동생과 합류하여 새로운 저항군을 꾸린다면 충분히 위협이 될만한 존재이다

또한 부사령관 버금가는 규격외의 괴물인 신속의 칸 역시 호드 대원들과 함께 라비아타의 곁에 있다

레모네이드 내전에 겹쳐 라비아타까지 적으로 돌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니바는 라비아타의 위치를 레모네이드 세력에게 흘리기 시작한다

사령관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쏟아져나오는 펙스의 군세에 발이 묶여 반동분자들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레모네이드에 의해 라비아타가 없어지고 나면 오르카호에 미래가 없긴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펙스에 흘린 라비아타의 정보와 함께 스며들어간 한 장의 사진이 빛을 발휘한다


조금씩이지만 그동안 스카이나이츠의 아이돌 활동을 통해 펙스 내부에 균열이 생겼다

아이돌 활동은 말 그대로 지상락원에서 이팝에 고깃국을 떠먹는 삐라와 같은 역할을 했으며 마지막 희망인 최후의 인간의 존재를 알리는 교두보가 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이러한 선전을 통해 펙스 세력에서 이탈하는 인원들이 생겨났으며 레모네이드들에개 있어서 여간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탈을 막고자 강화된 통제속에서도 탈출각만 보며 신곡을 기다리던 이들에게 라비아타의 정보와 함께 몰래 섞여들어왔던 사진 한장이 전해지게 된다

최후의 인간

근데 역바니 차림

쇼타의 자태

펙스 내부에 겉잡을 수 없는 역바니 리얼리티 쇼크가 퍼져나갔다

스카이 나이츠의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각해보라

자아실현의 욕구와 역바니 쇼령관의 사진

어느쪽이 더 강력한 파급력을 가졌을 지는 말이 필요없다

하물며 역바니 쇼령관 vs 역바니 펙카스 같은 선전물이 돌아다니는데 결과야 뻔한 거 아닌가

실로 두려운 바니 슬레이어의 힘!

그 힘 앞에서 이성이 마비된 펙스의 이탈세력은 나날이 늘어만 간다

솥발의 형세에서 오롯이 두 발만이 계속해서 소모되고 있다

라비아타는 레모네이드의 군세와 맞서며 나날이 지쳐간다

펙스는 바이오로이드들의 이탈, 라비아타에게 희생당한 군세로 나날이 야위어간다

오르카호만이 역바니 쇼령관을 휘두르며 나날이 세를 불려간다

솥발이 균형을 잃고 솥은 엎어지고 만다

천하가 바니 슬레이어애게 넘어간 그 순간에도 사령관은 안전단어를 말할 길이 없어 코헤이 예배당에 묶여 성수 디스펜서가 되어 넋이 나가있었다


레모네이드 내전은 그렇게 바니 슬레이어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최후의 인간은 그렇게 영양공급용 수액과 소완의 특제 수액이 꽂힌 채로 현인신으로 모셔져 지금도 성수를 베풀고 있다

바니 슬레이어는 내전을 종식시킨 공을 인정받고 마망회의 축복속에 최후의 인간의 뒤를 이어 사령관 자리에 오르고 현인신이 된 최후의 인간을 보좌하여 철충과 별의 아이들을 태양계 밖으로 몰아내고 신인류에게 평화를 가져올 것을 맹세하였다

























즉위식 다음날

집무실에서 에바의 손에 모가지가 비틀어진 니바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아벨은 그렇게 기나긴 방치플레이에서 겨우 해방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