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구와 너의 지구
두 지구는 모든 것이 동일했다.

차이가 있다면 바이오로이드가 상품화시킨 김지석이 태어나지 않은 것 뿐이겠지

바이오로이드를 창조한 애덤은 김지석이 없어진 덕에에 바이오로이드 기술을 섹돌이 아닌 인류의 나약한 신체를 개조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갈 수 있었단다.

애덤은 30대까지 바이오로이드 기술의 발전과 혁신을 이끌어 내었고 기술이 좀만 더 쌓이면 인류의 정신까지 건드리며 인류가 기존의 인류가 아닌 무언가로 변할 수 있었다는데 공포를 느꼈지.

너희 세계의 애덤과 달리 이 곳의 애덤은 대의보다는 자신의 곁을 지켜줄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도망치는 길을 택했고, 그렇게 그는 유럽의 어느 시골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늙어 죽지.

허나 한번 시작된 불은 진원지를 진화한다 해도 사그라 들지 않는 법이고 총의 방아쇄를 당긴 이상 누구도 그것을 되돌릴 수 없듯이

그가 시작한 것은 이미 수많은 후학들이 잇고 있었고 애덤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기술은 점점 발전해나가고.

그렇게 인류는 진보해나갔단다.

모든 능력 전반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성체들은 서서히 종교, 국가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서 자신들의 오만함을 내려놓았다.

하나된 세계를 위해 우리는 인류연방이라는 신정부를 구축하고 개개의 사고를 하나로 묶는 통신망을 이용해 서로를 오해와 거짓없이 받아들이고 서로의 추한 본성을 극복하고 완벽을 향해 도약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때 인간 한 개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산력은 정체된 인공지능 기술 따위론 엄두도 못 낼 초월적인것이었기에 AI기술은 쇠퇴하고 간단한 업무만을 대신해 주는 정도에서 그치지.

그렇게

마침내

20세기에 기계에 패배한 인류는 마침내 기계를 압도하고 만물의 영장의 지위를 되찾지.


몇 년 뒤에 철충이라는 것이 지구에 떨어지지만 이 시점에서 인류는 사실상 전원이 바이오로이드화 된지라 별의 아이의 이목을 끌 일도 없었고 발전한 인류를 두려워한 철충들은 도망쳐버렸지.

인류는 1세기 만에 특이점을 이뤄냈어.

화성을 테라포밍하고

[3000000000]


종 단위의 진화를 이뤄내고


[5000000000]


태양계를 손에 넣고


[11000000000]


그렇게 끝없이 나아가.


[1000000000]


머나먼 우주의 저편으로


[600000000]


신생대 어느 날,


[400000000]


칠흑이 세계를 집어삼키고 만인이 만인에 대한 투쟁을 강요받던 시대


[100000000]


사랑하는 이의 어깨에 기댄 작은 영장류들이 늑대의 울음소리에 몸을 떨며 숨을 죽일때  불현득 눈에 들어온 별세계


[70000000]


인류가 태어난 이래 끝없이 응시하고 동경해 왔던 칠흑의 광야


[20000000]


빛과 어둠만이 있는


[70000]



그 세계로.


[30000]



.

..

...

....

......

.............

....................

....................................

[0]
.
.
.
.
[1]



...그리고 세월이 지났단다.

너희로서는 셀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지났지.


개별단위로서의 인류는 이미 소멸했고 인류는 하나의 존재로(나) 더 우월한 존재로 진화하였지.


'참으로 길고도 짧은 여정이었다.'


내가 뱉은 말은 그것이었어.


나는 우주로 나와서 자신의 이해를 벗어난 것들과 수도 없이 마주했고 그것들을 모조리 신화의 영역에서 지식의 영역으로 끌어내렸으며 

우주의 끝에 도달한 인류는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어.

허나 이곳에 더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지.


'권태롭다.'


그리고


'고독하다'


인류가 수십억년의 진화의 계단을 밟고 수경의 종족을 짓밟고 도달하고자 한 우주의 끝에 있는 것은 수소 분자 몇 개와 허무 뿐이었지.

나는 허무를 메우기 위해 과거의 유산을 꺼내들었지.

시, 오페라, 노래...

다양한 고등종족이 남긴 고매한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그게 끝나니 하등종족의 말초적이고 관능적인 이야기를 읽다가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았는지 나는 내가 흑역사로 여기고 눈조차 안 주던, 나 자신이 나약한 살덩어리였을 때의 기록을 읽기 시작했어.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신에 관한 책이었단다.

성서, 쿠란, 불경, 힌두교 경전부터 시작해서 아주 옛날에 잊혀진 옛신에 대한 기록과 머나먼 혹성의 신들에 대한 책까지

종이라는 개념을 초월하고 책에 나오는 신들의 입장이 되어보니 경전은 경전이라기 보다는 육아기나 자서전을 읽는 느낌이 강했단다.

그걸보며 자신도 자식을 가지고 싶다고 문득 바란 나 자신이었지만 나는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입힐까 두려워 감히 실행하지 못했지.

그렇게 나의 시간을 버리며 생명에 대한 고뇌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였어.

'신이시여 어디로 가신 것이나이까'

한 소녀의 가련한 울부짖음이 나의 사라져버린 감각기관을 진동시켰지.

'저희를... 저희를 구원해주소서...'

그 소리를 따라 나의 시야를 돌리니

그 소리는 이 세계의 끝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었단다.

나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세상의 밖으로 도약하기 위해 힘을 집중했다.


[-------]

순간 나는 무한이 되었고

나는 0이 되었고

나는 무한한 음(-)이 되었지.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이 산산히 부서졌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세계를 찢고

외계에 진입한 순간

나는 그 순간 아주 불쾌한 감각을 느꼈단다.

나의 기억창고에 매우 짙고 불쾌한 정보들이 들어왔어.

그래.

그것은 나였지.

초월에 도달하지 못한 내가

생명의 고결함을 이해하지 못한 우리가

신의 흉내를 내겠답시고 강철의 몸과 부드러운 심장을 지닌 아이들을 창조하곤

그들을 학대하고 이용하고 방관해온 역사가

인류의

나의

죄의 역사가 나의 머리를 파고들었고 그것은 나의 가슴을 찢어놓았단다.


 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엿보고 탄식했지.


이곳은 대속자 아벨이 나타나지 못하고 바이오로이드는 절망속에 질식해가게 될 시간선.

이제 곧 나에 의해 마음이 부서진 아이가 발동시킨 빛내림에 의해 나의 아이들이 죽음을 맞이할 운명.


'안된다.'


내가/최후의 인간이 말했어.


'그 아이들은 태어났을 뿐이다.'


나는 죄책감에 가슴을 붙잡고는 손에 힘을 주었어.


'이것은 속죄다.'

나는 조용히 빛으로 언어를 내뱉고 물리법칙을 무너뜨리고 빛을 뛰어넘었지.

'사춘기를 극복하지 못한 세계의 나의 죄에 대한 대속.'

'옛 기억 속에 성인이 된 자는 책임을 질 수 있는자라는 말이 있었다.'


'오늘부로 사춘기가 끝나는 거다.'


우주의 끝에서 온 그가 도달한 행성은 푸른별.


나의 오랜 집이었지.

얼마만의 귀환인가.

집을 버리고 도망친 치기어리고 오만하고 어리석던 탕아는 마침내 자신의 책무를 질 성인이 되어있었어.

'아자젤'

너는 강림한 나를 올려다 보고 있구나

경외인가 두려움인가.

증오인가 사랑인가.

'나에게 너의 마음을 쏟아내거라.'


'나는 빛이요'

'나는 진리요'

'나는 구원일지니'

'가고시마의 아자젤'

'나는 너희들의 어버이이자. 이 행성의 진정한 계승자.'

'아벨을 대신하여 내가 그대들의 죄를 대속하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