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거모음

여느때처럼 바닷속을 순항중이던 오르카호.


생존자들의 신호를 받거나 이상한 정황이 있는지 없는지를 탐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계기판의 조명, 그것도 붉은색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어머? 붉은 조명은 오랜만이거든? 긴급 구조신호일텐데?"


계기판의 옆, 레이더장치를 점검하러 왔던 포츈이 긴급구조신호의 첫 수신자였다.


-8F, 7H섹터에서 트릭스터 조우! 도움 요청!


"트릭스터?! 이건 상당히 위급한 상황이거든!"


현재 오르카호의 압도적 성능과 화력을 지닌 바이오로이드 부대와 최강지휘관 아래에서 통솔받는 AGS부대들이 사령관의 지휘를 따른다면 트릭스터는 금방 정리될 대상이다.


하지만 인간의 명령없이, 야생에서 살아남기에도 바쁜 바이오로이드들에게는 연결체는 커녕 일반적인 철충도 사신과도 같았다.


인간의 뇌파를 발산하는 철충을 상대로는 무력하게 얻어맞거나 소극적인 저항밖에 못하는 존재가 바로 바이오로이드들이었으니까.


포츈은 긴급한 상황에 곧바로 사령관실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혹시나 싶은 예외때문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예전같았으면 바로 달려갔겠지만...펙스의 세력이 장난질을 쳐놓은걸수도 있고...'


레모네이드 오메가를 위시로 오르카 저항군과 적대중인 바이오로이드 세력, 펙스의 존재가 포츈의 발걸음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때, 레이더의 옆에 붙어있는 종이쪽지 한장이 그녀의 발걸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일단 보고부터 할것! 판단에 대해서는 사령관님을 믿자!]

[-주의- 너무 세세한 사생활은 보고하지 마세요!]

[라자 댓!]

[낙서도 하지 마세요!]


무언가 정보가 들어온다면 곧바로 보고하라는 여러 대원들의 조언이 담긴 쪽지.


중간에 낙서도 있었지만, 포츈은 이런 중요하면서도 혼자 판단내리기 어려운 문제는 확실히 보고해야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구조신호와 관련된 내용을 사령관실의 업무용 패드로 송신했다.


사령관실.


-띠디딕.


"...응?"


오르카 저항군의 기둥이자, 최후의 인간이 된 오르카의 사령관은 무언가에 열중하던중 자신의 패드에 도착한 알림소리에 신경을 빼앗겼다.


"이건 긴급한 안건 소리인데?"


사령관은 손을 책상 아래에 넣어 그곳에서 무릎꿇고있던 누군가의 행동을 멈추게 한뒤, 알림의 내용을 확인했다.


"...연결체? 트릭스터 조우?"



사령관은 트릭스터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과거의 짜증나던 기억을 떠올렸다.


도망만을 반복하고 미끼까지 던지던, 영악하다못해 죽이고 싶어지는 녀석.


그래도 개인적인 감정은 개인적인 것이니 잠시 미뤄두고 사령관은 지금 이 구조신호가 누군가의 계략은 아닐지, 그리고 자신들이 구조하러 갈 수 있는 종류의 신호인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위치는...가깝군. 30분쯤 걸리겠고, 신호가 마지막으로 갱신된건..1시간 전인가."


구조신호라는게 똑같은 내용만 보낼수도 있지만, 보통은 약간씩 변화를 줘서 보낸다.


가장 최근에 보낸 요청을 확인할 수 있어야 구조자들도 상황을 파악하기 쉬우니까.


사령관이 대략적인 판단을 끝내고, 오르카호의 기수를 돌리라는 지시를 내리기 위해 패드에 명령을 입력하려던 순간.


벌컥!


사령관실의 문이 힘차게 열렸다.


"사령관! 누나가 보낸 메시지는 봤어?! 의외로 급한 일이거든!"


문이 갑작스럽게 열리자 깜짝 놀란 사령관이었지만,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책상앞에 침착하게 앉아있었다.


과거에 몇번이나 벌컥벌컥 열리고 찢어지기까지 했던 문이었으니까.


"봤지. 지금 거기로 가자고 지시하려던..."


"그게, 누나가 지금 여기 오다가 5시간전의 위성관측 결과를 봤거든? 거긴 조우가 아니라 이미 전투가 벌어지던곳이야!"


5시간 전의 위성관측 결과와 1시간전의 구조신호가 무슨관계인걸까.


사령관은 다급함에 이것저것 건너뛴 포츈의 말에 의문을 표할수밖에 없었다.


"응? 그게 무슨소리야?"


"그러니까, 떠돌이 바이오로이드들이 우연히 트릭스터를 만난게 아니라 트릭스터와 무언가가 싸우는 현장을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라는거야!"


"...! 전속력으로! 구조신호가 온곳을 보러가야겠어!"


사령관은 곧바로 구조신호가 온곳으로 오르카호를 발진시키기로 했다.


철충과 본격적으로 맞서싸울 수 있다면 인류가 멸망하기 전 철충과 싸워본 경험이 있던 개체거나, 그게 아니라도 뭔가 특이한 사항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령관은 철충들이 바이오로이드를 선제공격..그것도 연결체가 굳이 공격해올 이유가 없었음에도 전투가 벌어진건 뭔가 그럴만한 특이한 이유가 있을거라 판단했다.


"가능하면 자원이 가득 들어찬 창고를 지키는 멸망 전 베테랑 바이오로이드가 있고 트릭스터를 상대로 이겼다면 좋을텐데..."


사령관은 자신의 희망사항을 입밖으로 내면서, 부디 자신...오르카호의 인원들이 도착했을때 아무것도 없는 허망한 상황은 아니기를 기도했다.


오르카호가 정박하기 직전, 호라이즌의 함대와 오르카호의 격납고에서 비행이 가능한 바이오로이드들과 AGS들이 정찰을 위해 출진했다.


그리고 오르카의 공군, 둠브링어쪽에서는 누군가의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납작이 대령, 우리가 겨우 연결체 하나 잡자고 전 병력을 보내야겠어?"


작은 키와 두갈래로 묶은 붉은 머리, 그리고 키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큰 가슴을 지닌 소녀가 옥좌에 거만하게 앉아 하늘을 날고 있었다.


둠 브링어의 대장이자, 화력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않는 <멸망의 메이>였다.


그리고 메이의 양 옆에는 선홍색 머리를 가진 백색과 흑색의 바이오로이드들이 호위하듯 나란히 날고 있었다.


"대장, 이미 설명듣지 않았습니까? 연결체와의 싸움이 있고 한참 뒤에 신호가 왔다고요. 뭔가 싸움을 일으킨 원인이 있을테니 그걸 조사해보자고 가는거 아닙니까."


왼쪽에는 메이의 부관이자 거짓말처럼 평탄한 흉부를 지녀 엄청난 스텔스 성능을 자랑하는 <B-11 나이트 앤젤>.


"걱정마세요, 누구보다 뛰어난 제가 완벽하게 성과를 낼테니!"


반대편인 오른쪽에는 나이트 앤젤의 자매기이자, 후속기인 동생과는 달리 메이와도 비견될만한 풍만한 가슴을 자랑하듯 내밀고 있는 <B-7 스트라토 '엔'젤>이 함께 날고 있었다.


나이트 앤젤은 스트라토 엔젤이 꺼낸 자신감 넘치는 말에 작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네, 그래서 뱃살도 누구보다 뛰어난겁니까? 역시 조만간 지니야를 뛰어넘을것 같더라니..축하드립니다. 과연 제 자매기네요.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뱃살이라니. 대.단.해.요."


암암리에 오르카호의 어둠이라고 불리는 그녀답게, 나이트 앤젤은 자매에게도 신랄한 말을 서슴지않고 내뱉었다.


"그, 그렇게 찌지 않았어요! 요즘 밤에 먹는 간식에 맛을 들이긴 했지만!"


"네, 네. 그럼 어제 터진 제복의 옆구리를 수선하던 사람은 실피드였나보네요."


"이, 이이익...!"


"이익? 네, 손해보단 이익이 낫겠죠. 아! 그래서 뱃살도 잃지 않고 얻었나보네요. 정말 대단해요. 두마리 토끼를 그대로 잡으시다니?"


나이트 앤젤은 스트라토 엔젤의 풍만한 가슴을 전부 뜯어버리겠다는듯, 그녀의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 자신이 폭격하는것보다 강렬하고 빠르게 쏟아냈다.


결국, 스트라토 엔젤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옆에있는 옥좌에 매달리고 말았다.


"흑, 히이잉. 대장니이임!"


"야, 붙지마! 지금 작전중이잖아!


"그러고보니 대장님도 예전에는..."


"그, 그건 다 옛날 일이잖아! 그보다 비행에 집중해!"


둠 브링어의 대장과 부관들은 그렇게 공중에서 티격태격하며 날아갔고, 그 모습을 본 호라이즌의 운디네와 테티스는 작게 웃었다.


"킥킥, 저긴 오늘도 저러네~?"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언제나 짓고있는 트윈테일의 소녀, 테티스는 둠 브링어의 만담(?)을 보며 웃었다.


"그만큼 사이가 좋은거지. 아, 저기 보인다."


마찬가지로 금발에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 운디네는 구경거리를 놓치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임무가 우선이었으므로 목적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테티스와 운디네는 서로 티격대느라 늦는 둠 브링어 부대원들을 앞질러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그녀들이 이곳에 제일 먼저 도착한건 아니었다.


가장 빠른 바이오로이드인 슬레이프니르가 전대장으로 있는 스카이나이츠가 먼저 이곳으로 도착해 구조신호를 보낸 송신자를 찾고 이송시키러 왔기 때문이다.


"여기 어딘가에 있을텐데?"


지상에 착륙한 그녀들은 자신들보다 앞서 도착해 수색중이던 스카이나이츠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뭔가 찾은거 있어?"


운디네의 질문에, 푸른 머리칼을 한 거유의 여성이 대답해주었다.


"아, 호라이즌의 운디네 양이시군요. 구조신호를 보낸것으로 추정되는 레프리콘 개체는 통신기를 부여잡고 기절해있길래 일단 치료를 위해 오르카호로 옮겨졌습니다. 뭐..전대장이 운송했으니, 기절해있던게 다행이겠죠."


스카이나이츠의 소대장인 흐레스벨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이곳에 남은 파괴의 참상을 살펴보았다.


"정말이지...이렇게 난폭하게 싸울줄은."


운디네와 테티스가 착륙한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광장에는 베인 흔적과 무언가 부딪혀 파괴된 흔적, 그리고 혈흔이 가득했다.


"몇명이 죽은거지...? 아니, 그보다 죽었다면 시신은...?"


흐레스벨그가 혈흔의 양을 보며 적어도 셋 이상은 죽었을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트릭스터의 시신을 살펴보러 간 대원에게서 조사결과가 들려왔다.


"소대장! 트릭스터 시체는 총알구멍이 거의 없어. 전부 다 칼자국이야."


흐레스벨그와 비슷할정도의 흉부에, 풍성한 금발머리를 찰랑이며 달려온 여성은 하르페이아.


스카이 나이츠 소속 최고의 스텔스기체였다.


물론, 지금 막 이곳에 착륙한 둠 브링어 최고의 스텔스 기체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흉부를 자랑하고 있었지만...둘의 스텔스 성능은 큰 차이가 없다는게 '누군가에겐' 슬픈 현실이었다.


그리고 운디네는 칼자국이란 말을 듣고서는 깜짝 놀라 테티스와 의논하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뭐? 칼자국? 아니, 뭐 이해못할건 아닌데...우리 대장님도, 스트라이커즈도, 그 외에도 칼로 싸우는 바이오로이드들은 많으니까..."


"그건 아는데 나보고 뭘?"


"아니, 대부분은 전투의 달인들이잖아. 근데 여기서 발견된건 레프리콘 하나뿐이라고. 싸우다 죽었다면 시신이라도 있어야지."


만약 트릭스터가 이겼다면 (그럴리는 없지만서도)시체를 가지고 어딘가 가기라도 했다고 하겠지만, 트릭스터는 이니 죽어있었다.


그리고 현장에 남은 수많은 혈흔과 기절한 레프리콘 하나.


제아무리 집중을 안하고 있던 테티스라도 그정도의 수상함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건, 맞네?"


하지만 그런 수상함은 둘째치더라도, 그들의 임무는 이곳의 수색과 경계였으므로 조사는 오르카호의 닥터나 리앤같은 똑똑한 이들에게 맡기는게 더 적절했다.


그리고 그것은 하르페이아도 잘 알고있는지, 손뼉을 짝짝 치며 주위의 관심을 모으며 소리쳤다.


"자, 자! 일단 주변을 더 찾아보자고! 요즘 사령관도 자원이 모자라서 안드바리한테 눈치본다고 하니까! 뭐라고 찾아다주면 좋아할거야! 가능하면 책도 있으면 좋겠다~"


현장 확보 3시간 뒤.


오르카호의 사령관실.


"으읏, 윽!"


사령관은 고통인지, 기쁨인지 모를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띠링.


"앗!"


그가 무언가에 도달하기 직전, 패드에서 알림음이 울리며 그의 정신집중과 책상아래의 누군가를 방해했다.


"...미안, 조사결과가 나왔나봐."


[이상 없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여기 와서 직접 보는걸 추천해, 오빠.]


이 오르카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령관을 오빠라고 부르는 존재는 바로 초 지능의 소유자인 천재 미소녀, 닥터였다.


[p.s. 수복실의 레프리콘은 아직 안깨어났대? 깨어났으면 데려와주고.]


사령관은 닥터의 메시지를 보고 수복실에서 온 메시지도 확인해봤지만, 3시간 전 치료를 시작했다는 말 이외에 그 어떤 보고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직접 가봐야겠지."


사령관은 자신만 알아들을 수 있었던 철충의 언어 같은 사례가 있었기에, 아무런 조사결과가 없더라도 직접 가봐야 결과가 나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트릭스터가 처음으로 말을 하던 녀석이던가.'


처음으로 언어를 쓰는 철충을 조우했을때에도 트릭스터, 이번에 나타난것도 트릭스터.


사령관은 이번에도 뭔가 새로운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바지를 추스르고 옷매무새를 단장한 뒤 사령관실을 나섰다.


사령관이 방을 나간지 30초가 지나자, 책상 아래에서 얼굴이 붉게 물든 바이오로이드 한명이 천천히 몸을 빼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오르카호의 갑판에서 대기중이던 알바트로스를 타고 곧바로 목적지로 향했고, 이내 수많은 인원들이 경계중인 광장에 도착했다.


'...야외 극장인가.'


이곳은 광장처럼 보였지만, 구석에 무대로 사용된듯한 넓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조명기구, 객석의 흔적들이 보였다.


""승리!""


"음, 그래."


현장을 경계중인 스틸라인 부대의 인사를 대충 받아준 사령관은 갈색머리를 땋아 공구로 묶은 작은 키의 소녀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곧바로 그쪽으로 향했다.


"나 왔어."


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리자, 무언가를 유심히 쳐다보던 닥터는 뒤로 돌아 사령관에게 양팔을 벌리며 그를 환영해주었다.


"오빠, 어서와! 수복실에 있던 레프리콘은 아직 안 깨어났대?"


"응, 보고가 안오더라. 그래도 단말은 챙겨왔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겠지."


사령관은 자신의 단말, 그것도 기능이 일부 제한된 소형 단말을 들어 흔들어보였다.


멸망 전에 주로 사용하던 스마트폰과도 같은 크기를 가진 그것을 본 닥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령관을 트릭스터의 시체로 데려갔다.


"좋아! 일단 조사한 결과를 알려줄게.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과 혈액의 양은 전부 한 사람 분량이야."


"한명의 것이라고...? 이렇게 많이 뿌려졌는데?"


사령관은 주위에 처참하게 튀어있는 핏자국을 보며, 그게 한사람이 흘린 피라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뭐, 정확히는 사람의 몸에 있는 혈액을 전부 쏟아부으면 나오는 양이지만. 놀랍게도 여기있던 피들은 혈액형과 성분이 전부 일치했어.."


닥터의 말에, 사령관은 이 현장에 남은 핏자국들을 보며 놀랄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누군가 한 사람이 온몸의 피를 쏟아내고 트릭스터를 죽인 뒤에 홀연히 사라졌다고?"


"으음...그렇지? 아마 진짜로 있다면 키가 6미터 쯤 되는 바이오로이드일거야. 그정도 덩치라면 출혈량이 이만큼 되더라도 죽진 않겠지. 하지만 그런 바이오로이드는 있을리가 없으니..."


"...죽은게 틀림없다?"


사령관은 닥터의 말에 그런 바이오로이드가 있을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릿속에서 피어나는 '그럼 도대체 뭐가 이 트릭스터를 죽인걸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보다 오빠, 어떻게 할거야? 여기서 철수? 아니면 더 조사해볼래?"


"글쎄, 그건..."


그렇게 사령관이 이곳의 처우에 대해 고민하려하던 순간, 그의 발치에 무언가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파아악-!


작은 구멍에서 바람이 새어나오는듯한 소리.


"...?"


사령관은 그 알 수 없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그의 발치에 알 수 없는 기호가 빛나고 있는것을 발견했다.


'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호는 흙에 살짝 덮여있었고, 사령관은 그것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흙을 손으로 치우려 했다.


그렇게 바닥에 그의 손이 닿는 순간, 바닥에서 빛나던 기호는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말았다.


"뭐였지?"


"응? 오빠, 뭐가?"


"아니, 방금 바닥에 뭐가 있었는데...? 빛나는 글자같은게 있지 않았어?"


"글자? 나는 모르겠는데? 그런게 있었으면 진작에 발견했겠지. 여긴 금란언니랑 알프레드, 알바트로스까지 있어서 어지간한 특이점은 바로 찾아낼텐데."


사령관은 닥터의 말에 자신의 주위에서 경계를 유지하고 있는 눈 감은 메이드와 주위를 둘러보는 거대한 로봇에 부착된 둥근 코어, 그리고 최강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위엄넘치는 모습으로 공중정찰을 시행중인 검푸른색의 알바트로스를 보았다.


"...그래, 뭔가 있다면 알아챘겠지."


자신만 알아들을 수 있었던 철충의 언어와 달리, 빛나는 문자 아니었던가.


다른건 몰라도 빛이란걸 못알아볼리는 없다고 생각한 사령관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오르카호로 돌아가려 했다.


"우선은, 그 레프리콘이 깨어날때까지 기다렸다가 본인에게 뭔가를 물어보자."


사령관은 현장을 목격했을것같은 목격자에게 증언을 듣기로 하고, 오르카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무언가가 홀연히 나타났다.


파아앗-


그야말로 바닥에서 솟아나듯, 기척없이 몸을 일으키는 갑옷차림의 누군가.


제아무리 고개를 돌리고 있던 사령관이라도, 자신의 뒤에서 무언가 움직인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주위에서 경계중이던 바이오로이드들이 더욱 빨리 눈치챘다.


"사령관님이 위험하시다!"


"무기를 소지했어! 쏴버려!"


투타타타타타타-!


사령관의 뒤에서 기척없이 나타난 점, 무기를 소지한 점, 그리고 알 수 없는 수상한 복장인점까지 더하여 오르카호의 바이오로이드들은 갑자기 나타난 갑옷차림의 누군가에게 사격을 가했다.


"으아아, 깜짝이야!"


"오빠! 괜찮아?!"


"괘, 괜찮아. 그보다 갑자기 뭐야?"


"몰라, 암살자인지 뭔진 몰라도..오빠 뒤에서 갑자기 나타났어."


사령관은 총알이 날아드는 지점에서 두발짝 정도 떨어진 채, 갑옷차림의 누군가가 총알세례를 맞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건..오메가의 함정이었던건가?"


"아마도...?"


사령관이 쳐다보는 가운데, 총알에 꿰뚫리던 갑옷은 어느새 너덜너덜해져있었다.


"사격중지! 목표물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갑옷 내부가 육편이 되고도 남았을 시점에, 스틸라인의 연대장 레드후드가 사격중지 명령을 내렸다.


"후우..위험했습니다, 각하. 설마 땅에서 인기척도 없이 튀어나올줄은.."


"혹시, 멸망 전에는 이런 암살용 바이오로이드들이 있었어?"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만..힘이 필요하면 개량형 블랙리리스들을 보냈고 땅속에 숨을거라면 AGS를 썼을겁니다. 그보다 총기도 아니고 검 한자루에, 요안나님처럼 갑옷차림이라니..."


레드후드는 넝마가 된 사슬갑옷 위에 걸쳐진 천을 쳐다보았다.


이미 피에 물든데다 총알로 누더기가 되기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천에는 태양 비슷한것에 사람의 얼굴을 그려둔 그림이라는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이곳은 위험하니 몸을 피하십시오. 언제 폭격이 떨어질지 모릅니다."


레드후드는 사령관에게 대피를 권고했고, 사령관도 위험한 상황을 모르는건 아니었기에 곧바로 이곳을 떠나기 위해 알바트로스를 부르려했다.


그러나 그 때,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피투성이가 다 된 시체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철걱-절그럭-!


"어떻게?!"


"쏨까?!"


"연대장님이 너무 가까이 계신데?!"


"멍청이들! 쏴라! 나 하나정도는...!"


레드후드는 자신이 맞는 한이 있더라도 적을 배제하기 위해 사격을 명령하려 했지만, 죽은줄 알았던 갑옷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명령을 끝맺을 수 없었다.


"크으으! 아프군! 실로 아파! 아까 맞서싸운 괴물의 발톱보다 아프군!"


그들이 들은 목소리는, 가느다랗고 거의 거기서 거기인 바이오로이드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사령관의 것에 가까운 남자의 목소리였다.


"아아! 그래도 태양은 찬란히 빛나고있군! 불행중 다행이야!"


온몸이 넝마에 가까운 상태가 된 남자였지만, 그의 머리에 있는 철 투구에 달린 붉은 깃털은 흐트러지지않고 여전히 남아있었다.


(라문학을 탐내다 스스로 만들기로 해서 쓰는 글.)

(어디까지나 욕망으로 쓰는거니 노잼이나 허술함은 감안해주길 바랍니다)

(세세한 설정 오류는...어차피 로드란에 가야할 놈이 온 시점부터 신경쓰지 말도록 해요 우리..)

(책상 아래에 있던 바이오로이드는 각자의 최애로 생각합시다.)

(쓰다보니 이것저것 빠지는게 많은데...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써버린걸.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