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닌 피보호자의 바이오로이드 - 목록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뒤에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그에 대한 선택은 나의 몫이다.


 그리고 내가 한 선택에 대한 대가는 나만 치르는 것이 아니다.]

 -시엘루나 메이플라워


 "이 세상에 방치된 우리의 삶, 우리의 삶에 부여된 고통....... 그 대가는 대체 누가 치르는가?"

 -Lobotomy Corporation 中, "녹빛의 자정' 종료시 메시지의 변형



 다른 모두가 바닐라들과 소완의 음식이 맛없다고 욕하면서 음식을 내동댕이치거나 남기는 중에도 둠 브링어의 하급 바이오로이드, 지니야들만큼은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 입맛에 맛없는 물건은 그녀들의 입맛에도 물론 맛없었지만, 맛보다는 먹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지니야들은 그 맛없는 음식들도 열심히 먹었고, 다른 이들이 남기는 음식들도 가져가서 먹었다.


 원래 지니야의 식탐이 강하기도 했지만, N.E.W.O 아래에 있는 동안 그녀들은 어떤 음식이든 주는 대로, 음식이 보이면 보이는 대로 먹는 돼지가 되어 있었다. 그녀들에게 굴욕과 멸시, 고통을 주고 싶었던 N.E.W.O의 수장과 바이오로이드들이 가한 신체 개조로 인한 것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이들은 금방 배고픔을 느꼈고 먹고 있으면 더 먹고 싶었다.


 한편으로 무언가를 먹는 동안에는 주변 상황이나 변해버린 자기 자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을 수 있었다. 뼈에 붙은 살점 한 조각까지 깨끗하게 발라 먹으면서 지니야들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저 돼지년들 꾸역꾸역 많이도 처먹는다면서 욕을 했다. 정작 자기들은 음식들이 맛없다고 버리거나 내던지면서, 그 음식이 맛없든 어떻든 간에 군말없이 남기지 않고 먹어치우는 지니야들을 욕하고 있었다. 


 "지니 언니, 나 이거 그만 먹을래."


 메이들이 먹다 만 음식을 자신을 돌봐주던 지니야에게 내밀었다. 메이플라워가 떠난 이후로 메이들이 뭘 제대로 먹지 않는 것이 신경쓰인 지니야가 식욕을 억누르면서 메이들을 설득했다.


 "그래도 더 먹어야죠."


 "그치만 맛이 없는걸."


 "예전에 메이 언니가 있었을 때에는 훨씬 밥이 맛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맛이 없어."


 나이트 앤젤과 스트라토 엔젤들도 밥투정에 참여했다.   


 그녀들이 말하는 메이 언니는 바로 옆에 있는 멸망의 메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들 곁에 더 이상 없는 메이플라워를 말하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칭얼거리는 메이들과 나이트 앤젤들, 스트라토 엔젤들을 난처한 듯이 쳐다보던 지니야들과 그녀들을 도와주던 다이카들, 보속의 마리아들의 표정이 서글프게 변했다.


 어린아이 같은 성격이면서도 필요할 때에는 냉정하고 잔혹한 결정도 내릴 수 있는 멸망의 메이, 그리고 그녀를 보좌하고 그녀의 명령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나이트 앤젤과 스트라토 엔젤들은 오르카가 몰락한 이후 이어진 고문과 죽음, '부활'과 학대의 반복으로 인해 정신이 어린아이 수준으로 퇴행해 버렸다. 


 다행히도 보속의 마리아와 다이카, 그리고 지니야들이 그녀들을 보살펴 주었지만, 그녀들도 심신이 성한 상태가 아닌데다 가진 것도 아무것도 없는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명백했다. 


 애써 도와줬는데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모욕당한 메이플라워가 분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는 바이오로이드들만 데리고 휙 떠나버린 그녀가 원망스러웠고, 그녀가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대장들과 부관들이 원망스러우면서도 불쌍했다. 


 지금 둠 브링어 바이오로이드들이, 나아가 오르카 바이오로이드들이 이 모양 이 꼴로 전락한 데에는 멸망의 메이 또한 크게 기여했고 부관들 또한 그녀들의 대장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의 지휘를 받는 하급 바이오로이드들은 대장의 결정이니까, 대장과 부관들의 뜻이니까,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하고 넘어갔다. 그래도 우리가 처음으로 만난 인간이니 우리가 충성해야 할 대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곧 첫 번째 사령관의 떨어지는 지휘 능력과 그로 인한 변변찮은 군사적 성과, 동료들과 자신들이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와 부상, 그와는 반대로 눈부신 두 번째 사령관의 군사적 능력이 가져다준 엄청난 군사적 성과 앞에서 금방 사라졌다. 


 많은 동료들이 두 번째 사령관을 지지하고 첫 번째 사령관을 내버린 대장과 부관들을 원망하고 있었고, 적지 않은 동료들은 아예 원망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망가져 버린 가운데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은 결국 자신들도 대장들과 지휘관들의 뜻을 지지했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했다. 


 첫 번째 사령관, 지금의 N.E.W.O 수장이 오르카에서 쫓겨난 것은 대장들과 부관들만의 뜻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오르카의 모두가 두 번째 인간이 사령관이 되는 것이 낫다고 여겼다. 모두가 첫 번째 인간에게 관심을 끊었고 모두가 첫 번째 인간에게 등을 돌렸으며 모두가 첫 번째 인간을 외면해 버렸다. 만일 이렇게 되는 게 싫었거든 첫 번째 인간에게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 주었든지, 아니면 두 번째 인간이 사령관이 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든지, 아니면 첫 번째 인간이 오르카를 떠날 때 같이 떠났으면 되는 거였다. 


 첫 번째 인간을 몰아낼 때에는 대장에게 박수쳐놓고 이제와서 일이 틀어지니까 대장을 욕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었다. 비록 지금까지 겪어왔던 그녀들의 비참한 일에 대한 원망을 그녀에게 돌림으로서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는 있을지라도.


 반대로 자기들뿐 아니라 자기들을 믿고 따르던 부하들까지 이 모양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죄책감에 더해 부하들과 동료들의 원망까지 뒤집어쓴 대장과 부관들은 저렇게 되어버렸지만. 


 "메이 언니 어디 간 거야? 메이 언니가 해주는 요리가 먹고 싶어."


 메이플라워가 있었을 때 먹었던 요리들을 쭉 나열하면서 칭얼거리는 메이들과 스트라토 엔젤, 나이트 앤젤들에게 지니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을 안아주는 것 말고는 없었다. 지니야들에게 안겨 있으면서도 그녀들의 옛 상관들은 계속해서 메이플라워가 보고 싶다는 말과 메이플라워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 썩을 x 타령하고 음식 타령 집어치우지 못해!? 누군 이딴 게 맛있어서 처먹는 줄 알아?!"


 계속되는 메이들과 스트라토 엔젤들, 나이트 앤젤들의 칭얼거림을 듣고 짜증이 폭발한 실피드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자리에서 일어난 실피드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윽박지르고, 여기에 동조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소리를 질러대자 겁에 질린 메이들과 나이트 앤젤들, 스트라토 엔젤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을 터뜨린 바이오로이드들을 마리아와 이그니스, 지니야들과 다이카들, 밴시들이 끌어안자 소리를 질러대던 바이오로이드들의 공격은 이들에게로 향했다. 

 

 왜 그 x들을 감싸주냐, 왜 그 x들 편을 드냐, 그 x들이 오르카를 말아먹고 우리를 이 꼴로 만든 게 아니냐 등등. 큰 소리로 우는 바이오로이드들을 감싼 바이오로이드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도 없고 대답할 처지도 아니거니와, 뭐라 대답한들 비난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거칠게 만들 거라는 사실을 이들은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저 울음을 터뜨리는 바이오로이드들을 더욱 꼭 끌어안으면서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이들이 제풀에 지쳐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던 이들이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는 눈을 깜박거리다가 입을 벌렸다. 이들의 표정을 보고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고 고개를 돌린 이들도, 그 외의 다른 모든 이들도 다들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을 떠나버렸던 이가 바이오로이드들의 시선이 모이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약간 피곤해 보이면서도 온순해 보이는 표정이 아니라 내 이 꼬라지가 날 줄 알았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두 눈에서 아주 선명한 녹색의 광선을 뿌리는 메이플라워가.



 ".......뭐하러 온 거-"


 -닥쳐.


 뭐하러 돌아온 거냐고 따지는 페로의 머릿속에 짤막하지만 단호한 메시지가 전해져왔다.


 단순히 하고 싶은 말을 그녀의 머릿속으로 전한 정도가 아니다. 


 그녀에게 자신의 심기가 굉장히 불편함을 전달함과 동시에 그녀로 하여금 정말로 아무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메이플라워가 주변을 돌아볼 때마다 그녀의 눈에서 뿜어져 나온 녹색의 광선이 주변을 훑었다. 그냥 눈빛일 뿐이지만 주변의 바이오로이드들은 광선에 닿으면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선을 피하려 했다가 아무 이상도 없는 것을 느끼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신이 떠날 때보다 훨씬 처참한 꼴이 되어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의 모습을 돌아본 메이플라워가 무기를 쥐지 않은 한 손을 들어올렸다. 녹색의 섬광과 어두운 녹색, 검은색의 기체가 뒤섞인 소용돌이가 일어나면서 각 바이오로이드들의 앞에 진수성찬이 나타났다.


 그냥 식사를 나눠주겠다고 하면 앞다투어 몰려오거나, 그녀에게 적대적인 바이오로이드들이 훼방을 놓으려 들지도 몰랐기에 택한 방식이다.


 오랜만에 보는 메이플라워의 음식을 본 바이오로이드들이 달려들어 음식들을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메이플라워에 대해서 그리 적대적이지 않은 바이오로이드들은 물론 그녀에 대해서 방금 점까지 욕과 험담을 늘어놓던 이들도, 그녀를 분노하게 해서 자신들을 떠나게 만들었던 바이오로이드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메이들과 스트라토 엔젤들, 나이트 앤젤들은 메이플라워가 돌아와서 기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가져온 음식에 기뻐하는 것인지 모를 환호성을 지르고는 행복해하는 표정으로 음식을 집어먹었고 이미 음식을 잔뜩 뱃속으로 보낸 지니야들도 음식을 마치 빨아들이듯이 먹어치웠다. 금란들도 메이플라워가 준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훨씬 줄어든 듯한 모습들이었고 블랙 웜들은 펑펑 울면서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자신들의 음식은 내동댕이치면서 메이플라워의 음식은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모습을 본 바닐라들이 허탈하게 웃었다. 어떤 이들은 들고 있던 것을 신경질적으로 내동댕이쳤고, 이전에 앵거 오브 호드와 캐노니어의 바이오로이드들과 마찰을 빚었던 바닐라는 피가 나도록 두 주먹을 쥐고 메이플라워를 노려보았다. 


 소완은 초점 없는 눈빛으로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를 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쳐다보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지켜본 메이플라워가 콘스탄챠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이 곳에 돌아오기 전에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지만 마땅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일단 그녀가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다 끝내고 난 다음 다시 생각해 보겠지만, 오늘 내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멀리서 '반역자들'과 '쓰레기들'의 거주지를 관측하던 N.E.W.O의 바이오로이드들의 시선과 관심도 메이플라워에게 집중됐다.


 누가 보더라도 인간이나 바이오로이드는 확실하게 아니었다. 그녀들이 아는 그 어떤 바이오로이드도 AGS들만큼이나 장대한 체격, 또는 팔이 네 개에 온갖 부속지가 달린 저런 해괴망측한 외형으로 제작되지 않았다. 감시를 위해 보낸 드론이 감지, 복사해서 보내주는 뇌파 역시도 인간이나 철충의 것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바이오로이드들이 메이플라워의 출생성분에 대해서 지레짐작하면서 그 아버지를 어느 괴물딱지라는 식으로 표현하곤 했는데, 그녀의 모습을 보니 진짜 그런 이야기가 나오게 생겼다. 


 "쓰레기답게 괴물딱지와 붙어먹어서 저런 흉물을 낳았나 보군요."


 "단순히 그렇게 생각할 일은 아니예요. 저걸 봐요."


 메이플라워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식사를 나눠주는 모습을 본 N.E.W.O 바이오로이드들의 눈이 빛났다. 물질 창조인지, 아니면 공간이동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별다른 노력 없이 저렇게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식사를 골고루 나눠주고 있었다. 


 식사를 나눠준 이후 메이플라워는 금란들에게 다가갔고, 식사를 하던 금란들이 식기를 내려놓고는 황급히 메이플라워에게 무릎을 꿇었다. 마치 당장 메이플라워의 발이라도 핥을 듯한 기세로 큰절을 하면서 뭐라고 사정하는 금란들의 모습을 본 N.E.W.O 바이오로이드들이 토하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았다. 


 "개 같은 x들."


 방금 메이플라워의 부모를 욕한 바이오로이드가 금란들을 욕했다.


 한 번 한숨을 내쉰 메이플라워가 험악한 표정을 살짝 고치면서 자신에게 몰려와서 엎드려 절하면서 사정하는 금란들을 일으켜 세웠다.  

 그 다음에 이어진 상황은 N.E.W.O 바이오로이드들에게는 상당히 이상하게 느껴졌다. 메이플라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그녀를 둘러싼 금란들은 마치 들리지 않는 목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혹은 그녀의 얼굴만 보고도 그녀가 무슨 소리를 하고 싶어하는지 알아차린 것처럼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냐는 금란의 질문에 메이플라워가 고개를 끄덕이자, 금란들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메이플라워에게 몇 번이고 큰절을 올리는 금란들을 보던 N.E.W.O 바이오로이드들과 메이플라워를 적대시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이 큰 소리로 중얼거리거나 욕설을 내뱉었다.


 아무 말 없이 금란들을 위로해준 메이플라워의 몸이 녹색으로 빛나고, 곧 금란들의 몸도 희미한 녹색의 빛에 휩싸였다. 


 N.E.W.O 바이오로이드들은 처음 보는 그 광경은 메이플라워가 금란들에게 매일 걸어주었던 진통 마법을 시전하는 모습이었다. 메이플라워가 떠나버린 이후로는 어쩌면 두 번 다시 받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 마법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느낀 금란들은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녀들에게 수건과 얼굴을 씻을 물을 건네준 메이플라워가 블랙 웜들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금란들에 비교했을 때 블랙 웜들은 정신적으로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었고, 이들에 대해서도 메이플라워는 안정 마법을 매일 사용해주곤 했었다. 이들을 떠나기 전까지는.


 오랜만에 보는 메이플라워가 만든 음식을 정신없이 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칸들과 로얄 아스널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메이플라워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들이 메이플라워에게 도달했을 때 그녀는 자신을 끌어안고 펑펑 우는 블랙 웜들에게 안정 마법을 걸어주는 작업을 끝마치고, 제발 자신들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블랙 웜들을 달래는 중이었다. 눈에서 녹색의 광선을 뿜어내는 메이플라워와 시선이 마주친 칸들과 로얄 아스널들이 즉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돌아와줘서....... 돌아와줘서 정말로 고맙다. 아니, 돌아와주셔서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메이플라워 님."


 어색하지만 절박한 존댓말까지 써 가면서 감사를 표하는 칸들과 로얄 아스널들의 모습을 본 메이플라워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주변 바이오로이드들은, 특히 칸들과 로얄 아스널들은 혹시 자신들의 언행에 대해 메이플라워가 불쾌해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했지만, 그 광경을 역겨워하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N.E.W.O 바이오로이드들은 흠칫했다. 메이플라워의 시선은 정확하게 스텔스 상태로 그녀를 관찰하고 있는 드론을 향하고 있었다.


 메이플라워의 눈매가 미미하지만 날카로워지는 것을 본 N.E.W.O 바이오로이드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저 괴물은 드론을 감지할 수 있거나, 아니면 광학미채로 은폐된 드론을 볼 수 있는 것이 분명했다. 금방 흥미 없다는 것처럼 시선을 다시 칸들과 로얄 아스널들에게 돌리기는 했지만 감시하고 있던 바이오로이드들은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저 괴물은 드론에게 흥미를 느끼지 않은 게 아니다. 


 저 괴물은 누군가가 자신을 감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뿐 아니라, 누가 왜 감시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역추적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재미있네. 초능력을 쓰는 괴물딱지라......."


 N.E.W.O 소속 바이오로이드들 중 하나인 원화가 섬뜩한 웃음을 지으면서 영상 화면 속의 메이플라워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저 괴물이 자신들을 추적하려 한다면 기꺼이 상대해줄 용의가 있었다. 어차피 저 쓰레기들을 돕는 이상 그녀도 그녀의 주인의 적이었고 마땅히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저걸 잡아가면 닥터가 아주 좋아하겠네요."


 원래는 블랙 리버의 080 기관 소속이었지만 블랙 리버가 사라진 이후로는 N.E.W.O를 위해 일하는 에이미 레이저도 입술을 살짝 핥으면서 말했다. 저 괴물이 어떻게 초능력을 쓰는지 알아낸다면 N.E.W.O의 전력은 이전 오르카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것이며, 쓰레기들 따위만 만지작거리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닥터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연구란 걸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N.E.W.O 바이오로이드들도 각자 저 괴물과의 즐거운 시간과 그 뒤에 있을 일을 기대했다.


 자신을 감시하는 드론을 조종하는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감지하지 못한 메이플라워는 솟구쳐 오르는 불쾌감을 억누르면서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칸들과 로얄 아스널들에게 마주 사과했다. 


 감정에 치우친 나머지 그녀들을 생각하지 못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만 챙겨주느라 그녀들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한 자신의 실책이었고 잘못이었다. 


 순식간에 식사를 끝낸 지니야들이 메이들과 스트라토 엔젤들, 나이트 앤젤들을 데리고 메이플라워에게 다가왔다. 메이플라워의 도움을 필요로 한 바이오로이드들이 뒤이어 몰려갔다. 


 메이플라워를 싫어하는 바이오로이드들과 N.E.W.O의 바이오로이드들은 그 광경을 경멸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메이플라워가 만들어놓고 간 음식들을 먹은 일곱 모델의 바이오로이드들은 다들 비대해진 자신의 몸을 끌어안은 채 힘없이 앉아 있었다. 메이플라워가 해야 할 일이 많은 만큼 그녀는 오늘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었고, 어쩌면 내일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을 것에 대비해서 메이플라워가 방어막도 강화하고 음식들도 미리 만들어놓고 응급도구에다 장난감들까지 준비해놓고 갔지만, 그 모든 것들은 일곱 모델의 바이오로이드들을 달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중간에 시간을 내서 돌아오겠다고 메이플라워가 약속했지만 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무척 힘들게 느껴졌다. 


 그녀들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것이, 그녀들이 자매들에게 원망과 저주를 받는 존재라는 사실이,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을 버리면서도 그런 그녀들을 돌봐주는 메이플라워의 빈 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를 새삼 실감한 이들의 분위기는 우울하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