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있는가?


히루메? 무슨 일이야?


 

우으...그대와 소첩이 만나는데 이유가 필요하느냐?


 

하하, 우문이었네.


 

사실 용건은 있다만.


 

......


 

왜? 소첩은 농담하면 안 되느냐?


 

아냐. 아냐. 히루메도 많이 여유로워졌다 싶어서.


 

처음에는 상처입은 짐승처럼 예민했잖아.


 

비유가 마음에 안 든다만...


 

뭐. 소첩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으니 그냥 넘어가마.


 

그래서 무슨 일이야?


 

땡땡이다.


 

땡땡이?


 

지금 쌓인 업무를 내버려두고 인적 드문 곳에서 노닐고 싶다.


 

......


 

해도 되겠느냐?


 

허락 받는 땡땡이는 땡땡이가 아닌 거 같은데.


 

앨리스...언니가...무섭다.


 

......앨리스는 나도 무서워.


                                                 

하지만 땡땡이 치는 건 마냥 긍정해주기는 힘든     소첩이 할 일을 그대에게 넘겨주마.


 

콜!


 

아무리 생각해도 그대는 이상하다. 일을 넘겨주는데 좋아하다니.


 

살기 위해서 열심히 헤엄치는 상어처럼 나도 살기 위해선 열심히 일을 해야 해서.


 

나에게 일을 뺏어가지 말아줘!


 

이게 바로 흔히 말하는 워커홀릭인가.


 

뭐...됐다. 그대가 기뻐하니 소첩도 기쁘다.


 

그러면 소첩은 이제 땡땡이치러 가보마.


 

소첨이 할 일은 여기에 두고 갈테니 열심히 해두도록.


 

......이거 내 상상 이상으로 많은데?


 

히루메가 원래 이렇게 열심히 일했나?


 

금란 것도 있다.


 

......나 금란도 땡땡이 친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지금 말하지 않았느냐?


 

보통은 허락 받기 전에 말하지 않나!?


 

부탁하마.


 

......


 

후후, 불타오른다, 나의 워커 소울!


 

그대는 나중에 닥터한테 제대로 진단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구나.




 

......


 

금란.


 

아, 히루메. 혹시 여기에 둔 제 패널 못 보셨습니까?


 

그건 내가 처리해뒀다.


 

예?


 

내가 힘을 쓰면 이 정도야 별거 아니지.


 

후후, 굉장하네요.


 

그러니 금란 지금은 한가해지지 않았느냐?


 

그러면 나와 같이 산책이나 하러 가지 않겠느냐?


 

예? 하지만 언니들이 일을 하고 있지 않나요?


 

우리가 맡은 바를 다 했는데 뭐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


 

가자꾸나. 조금 멀리 나가야 하니 나에게 호위가 필요하구나.


 

호위야 말로 너의 본 업무 아니겠느냐?


 

알겠습니다.




 

끄으으으으으응! 광야에 나오니 지금까지 제대로 피지 못했던 모든 꼬리도 제대로 필 수 있구나.


 

......고요하네요.


 

지금 오르카는 이런저런 일로 떠들썩하니 말이다.


 

떠들썩한 것이 싫은 것은 아니다만, 가끔은 고요한 곳에서 심신을 안정시키고 싶어서 말이다.


 

......


 

......


 

차는 좋아하느냐?


 

차...말인가요?


 

그래.


 

모르겠네요. 마셔 본 적이 없어서.


 

으음...겉모습만 보면 차 우리는 것에 일가견이 있어 보여서 이렇게 다기도 가져왔는데.


 

뭐. 됐다. 지금 나는 기분이 좋으니 내가 직접 우려주마.




 

어떠냐?


 

부드럽고...향긋한...떫기도 하고 쓰기도 하지만...은근히 달고...


 

죄송해요. 제 어휘로 이 맛을 설명하기 힘드네요.


 

입에 맞았으면 좋겠구나.


 

다른 사람보다 감각이 예민하다 하여 일부러 옅게 우려봤다.


 

히루메는 차를 많이 마셨나요?


 

야외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음료를 확보하는 것은 필수니까.


 

아...


 

이렇게 좋은 차는 아니지만 여러가지 풀로 차를 내리는 것은 일상이었지.


 

죄송해요.


 

죄송할 게 무엇 있느냐?


 

고난의 시간은 끝이 나고 지금은 행복한데.


 

가끔 일거리가 잔뜩 들어오기는 한다만...


 

뭐. 그 정도는 안락함의 대가라 생각하면 별 거 아니지.


 

과자도 있으니 먹자.


 

아우로라가 만든 거니 흠잡을 데가 없을 거다.




아우로라. 내가 먹을 과자 어딨어?


네!? 만들어서 언제나 두던 곳에 뒀었는데요!?


 

없으니까 묻는 거잖아.


에키드나 씨가 드시고 안 먹은 척...


 

......


 

지금 다시 만들게요!


 

누가 훔쳐간 거야!?





 

......


 

편안해 보이는구나.


 

네?


 

오르카 호에서는 언제나 몸을 굳혀있던 금란이 지금은 무척이나 편안해 보이는 구나.


 

아...


 

오르카 호는 떠들썩하고 소란스러운 곳이지.


 

그 좋은 의미의 소란이지만 가끔은 그 소란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가끔은 그렇게 느끼는데 하물며 예민한 금란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


 

원래는 바닐라가 금란을 배려해서 쉬게 해주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앨리스...언니가 주도권을 잡고 있으니 그것도 쉽지 않지.


 

그래서 이렇게 쉬게 된 김에 금란도 같이 데려온 거다.


 

죄송해요. 너무 신경쓰게 해드렸네요.


 

죄송할 게 무엇 있느냐.


 

......가족 아니더냐.


 

후후. 사실 제가 언니 아닌가요?


 

우으...


 

농담이에요.


 

막내는... 고달프다.


 

그래도 막내라서 좋은 점도 있지 않나요?


 

어떤 일?


 

언니들에게 어리광을 부릴 수 있잖아요.


 

......앨리스...언니에게 어리광 부리면 큰일 날 거 같은데...


 

앨리스 언니께서 엄격하시긴 해도 상냥한 면이 없는 건 아니에요.


 

나한테도 그 상냥함을 보여줬으면 좋겠구나.


 

대신이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겠지만...


 

앨리스 언니 대신 제가 히루메의 어리광을 받아드릴까요?


 

내가 금란을 배려하기 위해서 여기 데려온 건데?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안 되나요?


 

......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고마워요, 히루메.


 

첩이야 말로 고맙다.


 

후후.




 

오르카 호가 보이는구나.


 

네...


어머? 두 사람. 즐거운 시간을 보냈나요?


 

애...앨리스...언니.


부러워라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시간에 땡땡이라니.


 

네?


아아. 저도 쉬고 싶지만 너무 바빠서 쉬지도 못했는데. 땡땡이라니.


제 몫까지 쉬었으면 좋겠네요.


 

그...그래도 할 일은 전부 하고 쉰거다...요.


어머? 그런가요?


저길 봐주시겠어요?


 

(저는 쉬라고 할 때 쉬지 않았습니다.

 앨리스의 심판을 받겠습니다.)


 

히익!?


덕분에 주인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요.


그래도...내려온 공문을 어긴 죄, 땡땡이 친 죄에 대한 벌은 받아야겠죠?


 

모두 첩이 저지른 죄다. 금란은 아무 죄도 없느니라.


......


 

...요.


알고 있어요, 금란이 그런 짓을 저지를 일 없다는 것을.


어느 여우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는 이상 적극적으로 땡땡이 칠 리가 없죠.


 

하지만 앨리스 언니. 히루메는 어디까지나 저를 위해서...


복잡해지니까 금란은 입 다무세요.


음...


히루메. 당분간은 제 밑에서 열심히 뛰어줘야겠네요.


 

......얼마나 열심히?


음...


하루 4시간 쉴 시간은 보장해 줄게요.


 

뭐. 그 정도면...


먹고자는 시간 포함해서.


 

첩의 사인은 과로사였구나...


그리고 금란은...


외근을 해줘야겠네요.


 

네...


므네모시네랑 같이 이 근방에 있는 생화를 좀 모아줘야겠어요. 므네모시네 호위를 겸해서.


 

네?


하실 수 있죠?


 

하지만...


하찮아 보이는 임무지만 완벽에는 하찮음이란 없어요.


 

......


 

네.


다 했으니 금란은 이제 들어가서 쉬어요.


히루메는 지금부터 일 시작하죠.


 

유서 쓸 시간을 주기를 바란다...



 

요...


유서 쓸 시간에 일거리 하나 더 처리하죠.


자, 가요.


 

썩 멋진 생이었구나.


 

히루메.


 

응?


 

시간이 나면 도와드리러 가겠습니다.


 

그러다 금란도 혼나는 거 아니더냐?


 

앨리스 언니도 그 정도는 눈 감아 주실 거예요.


 

왜?


 

가족이잖아요.


 

......그래.


 

그러면 쉬어라...언니.


 

네.


너무 늦으면 꼬리 전부 떼어내서 목도리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


 

.....가족? 상냥?


불만 있어요?


 

아, 아니다...


......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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