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전전전전편.


전전전전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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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전편.


전전편.


전편.


"후후..후후훗.."


뭐가 그리 신나서 웃음이 절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드디어 어머니와 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어서인가, 아니면 어머니의 유산을 물려받아서 기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이제 나에게 대적할 수있는 것들이 아무도 없어서인가.


알 수가 없었다. 뭣 때문에 웃음이 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려했지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생각할 시간에 도시를 돌아다니는 벌레들을 박멸하는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리리스가 가.."


"거기 누구야?!"


뒤에서 들린 누군가의 고함에 뒤를 돌아보았다. 켈베로스였다. 아마 내 비명소리를 듣고 여기로 온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연구실 벽에 있던 버튼을 눌렀다. 사이렌이 왱왱거리는 큰소리와 함께 연구실을 붉게 물들여갔다.


"침입자다! 반복한다! 침입자다! B구역 5-55 연구실에 침입자다!"


그녀는 무전기로 상황을 알리고 삼단봉을 꺼내어 내게 다가왔다.

나도 블랙 맘바와 로자 아줄을 집어넣고 그녀를 친히 맞이 해주기로했다.


"에라이!"


그녀의 삼단봉이 내 머리를 강타했다. 원래라면 코뼈가 부러지고 얼굴의 뼈가 함몰 되어야하는게 정상이겠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뭐야..?"


아프진 않았다. 아프기는 커녕 기분좋은 쾌감이 혈관과 모든 신경계를 타고 전해졌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켈베로스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표정과 눈동자에서 공포와 두려움이 느껴졌다.


"아..씨발.."


 그녀의 말과 표정이 나를 더 기분좋게 해주었다. 


"컥..!"


그녀의 조막만한 얼굴을 움켜잡았다. 들고있던 삼단봉도 던져놓고 내 손을 떼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발버둥치는 그녀의 모습을 천천히 돌려가며 지켜보고있었다. 좀 더 발버둥 쳐줬으면했다.


그냥 죽으면 재미가 없으니깐말이다.


"이..이거 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움켜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그녀의 부드럽고 연한 피부를 꿰뚫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아아아악!!! 그..그만...! 그만해!!!"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와  조막만한 손으로 내 팔을 치대는 소리가 클래식 곡의 피날레처럼 들려왔다.

이마와 뺨에서 액체같은게 흘러나왔다. 붉은 빛을 내뿜는 사이렌 때문에 피인지 뇌수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알고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터지면 뭐가 뭐인지 구분이 안갈텐데.


그 순간.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나에게 무언가를 겨누는 듯한 소리였다. 쇠와 살이 쓸리는는 소리. 중량감을 들어보았을 땐 시티가드가 쓰는 리볼버였다.


방어쇠가 당겨지고 공이치기가 공이를 때려 탄약의 뇌관을 터뜨려 총알을 발사하려는 소리가 들렸다. 

펜리르와 하치코의 청각, 그리고 페로와 포이의 반사신경 덕분에 이것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었지만 방어쇠를 당기는 쪽이 더 빨랐다.


머리에 한번, 등에 두번의 충격이 전해졌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기분좋은 쾌감이 등과 머리를 타고 느껴졌다. 그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며 뒤를 돌아보았다. 미스 세이프티와 닥터, 포츈, 그렘린 그리고 아자즈가 놀란 토끼눈으로 날 바라보고있었다. 


"세상에..네분 다 뒤로 물러나주세요!"


세이프티는 다시 방어쇠를 당겼다. 이번에도 머리에 한번, 가슴에 두번 충격이 전해졌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내 앞에는 6개의 찌그러진 납덩어리가 있었다. 난 그것들을 발로 치웠다.


"시발..저게 뭐야..?"


세이프티의 리볼버를 든 손과 동공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표정은 아까 켈베로스가 지었던 표정과 똑같았다.

겁에 질린 저 표정. 아주 마음에 들었다.


'켈베로스,..?'


난 그제서야 잊고있었던 한명이 떠올랐다. 


"아아악..아아아..."


고통에 몸부림 치고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그녀를 그들이 있는 쪽으로 던져주었다.


"켈베로스! 괜찮으신가요..?"


"아파..아파요.."


"조금만 참으세요..의사를 부를테니깐..."


켈베로스를 어루만지며 안심시켜주는 모습을 감상하려던 찰나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나의 코를 찔러댔다.

손톱에 묻은 피에서 풍겨오는 냄새였다. 켈베로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손톱에 묻은 피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런 향과 감촉은 난생처음이었다.


"닥터..? 저거 설마..아니죠..?"


"저거 분명 전부 폐기한거 아니였나요..?"


"닥터? 뭐라도 말 좀 해줬으면하거든..?"


일행은 불안한 표정으로 닥터의 어깨를 흔들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난 손톱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할까..? 한번에 죽일까..?'


'아니..천천히 가지고놀다가 죽이자.."


"저것들은 어떤 소리를 낼까..'


'금방 죽으면 재미없을텐데..'


그들을 어떻게 요리할지 생각하며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잠깐. 지금 이러고있을시간 없어.'


"뭐..?"


'너가 이걸 입은 이유는 그게 아닐텐데?"


순간적으로 몸이 멈칫했다. 맞는 말이었다. 

난 단순히 살육을 즐기기 위해 적합수술을 받고 이것을 입은게 아니였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죽인 놈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마터면 시간을 낭비할 뻔했다.


'이제 어쩌지..?'


'일단 여기서 도망쳐야해.'


도망칠 곳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 켈베로스가 버튼을 누른 탓에 연구실은 방화벽으로 막혔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창문 쪽에는 아직 방화벽이 닫혀있지않았다. 저기로 뛰쳐나간다면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난 창문 쪽으로 뛰어갔다.


"창문으로 도망치려해요!"


눈치를 챈 그렘린이 나를 가리키며 고함을 쳤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더 빨랐다.

유리가 바스라지는 소리와 함께 난 연구소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내가 하나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방금 전까지 내가 있었던 곳은 5층이었다.


"썅.."


아무리 단단한 소재라지만 5층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아마 모든 뼈가 박살이 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눈을 지그시 감고 어떻게든 충격을 덜 받게끔 떨어지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렇게 눈을 감고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있던 와중 안내음성이 또 다시 들려왔다.


'양손 중지손가락을 두번 접었다 피십시오.'


"뭐..?"


안내음성의 말이 의심스러웠지만 마땅히 방법도 없었다. 안내음성이 시키는대로 양손의 중지손가락을 두번 접었다가 폈다.

그 순간, 백팩에서 무언가가 펼쳐졌다. 난 처음에 그것이 낙하산인 줄 알았지만 그것은 낙하산이 아니였다.


'날개...?'


하얀색의 날개 6개가 전개되었다. 날개와 슈트에서 나오는 추진력 덕분에 난 땅바닥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아까 내가 뛰쳐나왔던 연구실 창문이 보였다. 창문에는 닥터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너..뭐야..?"


그녀의 질문을 뒤로 하고 난 연구소를 빠져나왔다. 


성공했다.

이것만 있으면 블랙 웜은 물론이고 그녀의 부하들은 손쉽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목격자가 생겼다는 것이 눈에 밟혔지만 상관없었다. 나를 의심하기 전에 블랙 웜 일당을 처리하면 되는 일이었다.

설령 그 전에 알아차린다고 해도..


전부 죽이면 되는 일이었다.


난 밤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다. 

이제 조금 슈트에 적응된 것 같았다. 아까처럼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지도 않았고, 손에 닿는 모든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 느낌이 들었다.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겨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대로 있고싶었지만 일단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터니티가 깨어나기 전에 돌아가야만 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날이 점점 밝아오는 것을 보며 천천히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사건현장을 바라보고있자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연구소가 괴한에게 습격을 당했다. 다행히 군사기밀이라던가 민감한 것들이 유출되지는 않았지만  그것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오빠와 함께 준비한 프로젝트인 컴패니언 슈트 하나가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탈취당했다.


연구소의 CCTV를 돌려보았지만 모자와 목도리를 둘러쓰고 있었던 탓에 인상착의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애석하게도 그 슈트가 보관되어있던 연구실에는 CCTV가 없었다. 


"남은거라고는 범인이 쓴걸로 추정되는 모자와 목도리 뿐인데..."


자비로운 리앤 언니가 내게 증거품을 보여주었다. 오르카호 선원들에게 주어지는 기념품 모자와 한땀한땀 누군가가 정성스레 짜 준 목도리가 지퍼백에 담겨져있었다. 


저 목도리 어디서 본 적이 있는 목도리였다...근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저것만으로는 범인을 잡을 수 없었다. 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카드키를 잃어버린 것이 이렇게 눈덩이가 되어 굴러올 줄은 몰랐다.


"닥터..이런 말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뭔가 떠오는 거 없어..?"


아무런 말을 하지않았다. 떠오른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카드키를 도대체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몰랐고 그걸 누가 주웠는지도 몰랐다.


"닥터..아무거나라도 좋으니깐..말 좀 해줘.."


카드키를 잃어버린 날. 그것을 잃어버리기 전의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작은 오빠가 오랫만에 날 찾아왔다.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가볍게 옛날 이야기를 하고..탈취당한 저 슈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잠깐.


"잠깐..."


"왜 그래? 뭔가 떠오른게 있어?"


"어..? 아냐..아무것도 아냐.."


나의 표정을 본 리앤 언니의 눈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저 얼굴은 사건의 냄새를 맡았을 때의 얼굴이었다. 저 얼굴을 하고있는 리앤 언니는 상대하기가 조금 까다로웠다.


"형사의 촉으로 봤을 땐 뭔가 알고있는거 같은걸..?"


"진짜 아무것도 아냐.."


"솔직하게 말해봐. 뭔가 알고있.."


"리앤 형사님. 여기 좀 잠시 봐주시지 말임다!"


"어..? 그래! 알았어! 닥터..? 나중에 혹시라도 무언가가 떠올랐다면 나한테 연락 줘. 내 번호 알지?"


"알았어.."


리앤 언니가 그렇게 떠났다.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되어 다행이었다.

난 보안경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저 슈트의 존재를 알고있는건 나와 오빠, 리리스 언니, 포츈 언니와 그렘린 언니,아자즈 언니 뿐이었다.

지휘관들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오빠가 비밀리에 진행시켰기에 당연했다. 


그도 그럴게 이걸 지휘관들이 허락할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오빠는 이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시켰다.

프로젝트의 처참한 결과를 본 오빠는 프로젝트를 중지하고 모든 슈트를 폐기처분했다. 


하지만 난 이 슈트가 폐기처분이 되는걸 원치않았다. 내 희대의 역작이 유압프레스에 눌리는 꼴은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슈트를 빼돌려 창고에 박아두었다. 이 선택이 악수(惡手)가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 한들 뭐하리.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보안경을 벗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슈트의 존재를 알고있는 사람이 한명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빠의 뒤를 이어 저항군 사령관이 될 인간. 오빠와 블랙 리리스의 아들....


바로 작은 오빠였다. 


그가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날, 난 그에게 슈트의 존재를 알려주고말았다. 그렇게 그와 헤어지고나서 카드키를 잃어버렸다.


'설마..그럴리가..'


난 고개를 저으며 부정을 해보려했지만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의심하기 싫어도 난 무의식적으로 그를 의심하고있었다.

비록 작은 오빠가 리리스 언니의 성격을  닮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모한 행동을 할 사람은 아니였다.


설마 오빠와 리리스 언니의 복수심에 눈이 멀어 슈트를 훔치고 복수를 하러간다거나 하는 무모하고 멍청하고 위험한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였다...


아니여만 했다....




뭔가 점점 이상해지는거 같은데. 뭐 괜찮겠죠.

뇌절에 재미도 없는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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