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미국-캐나다 국경선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 한 남자가 경비 AGS들로부터 몸을 숨긴 채 국경선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은 누가 오지 않을까 하고 잠 잘 시간도 아껴가며 국경선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오늘 밤도 아무도 안왔다.


펙스의 본진에서 그 남색머리 여자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 뒤, 어디로 가야 형님을 찾을 수 있을 지 고민했다. 우선 형님과 헤어졌던 그 도시부터 방문했다. 자신과 리디아가 오메가의 군대에 맞서싸웠던 그 2차선 도로에 가봤다.


리디아가 서있었던 자리엔 말라붙은 혈흔만이 남아있었다. 혈흔을 따라가보니 건물 사이로 이어졌고, 거기서 혈흔이 뚝 끊겼다. 시체는 없었다. 펙스가 굳이 시체를 회수해갈 리는 없을테니 이 쯤에서 지혈한 뒤 알아서 도망쳤을 거라 생각했다. 일단 리디아는 살아있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중금속 합금 헬멧을 발견한 그 연구소였다. 그새 먼지가 더 쌓인 게 자신들 셋이 다녀간 뒤로 누구도 오지 않은 것 같았다. 형님의 행선지를 찾기 위한 단서를 생각하던 중 여기서 형님과 나눴던 말이 떠올랐다.


'이제 볼 일 다 봤으니 미국에서 떠야지. 여기 계속 있다간 언젠가 또 오메가한테 들킬걸.'


형님이 살아있다면, 그 때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면, 아직 미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캐나다로 돌아가기 위해 국경선으로 갈 게 틀림없다. 그리고 지금, 트레저는 캐나다-미국 국경선 근처에 숨어 누가 오지 않나 계속 지켜보고 있다.

마치 주인 잃은 개처럼, 하염없이 가디리고만 있었다.



*



한편 아직 오메가가 돌아오지 않은 오메가의 본진에선, 두번째 인간이 펙스제 바이오로이드들을 지휘해서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한 밑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포츈! 남은 AGS들은 처리했나?"


"전부 '점검중'으로 돌려놨어! 누나가 이대로 자릴 비워버리면 계속 잠만 자고 있을거거든?"


"바바리아나, 그쪽 일은 끝났고?"


"안테나 철거 다 끝났어! 이제 오메가는 직접 오기 전까지 이쪽 사정을 알 수 없어!"


"더치걸, 너는?"


"시킨대로 전력실이랑 서버실에 폭탄 설치하고 왔어. 스위치만 누르면 바로 터뜨릴 수 있어."


"켈베로스?"


"군용 수송 트럭 있는대로 다 가져왔어요!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


"잘했어! 이 정도면 오메가가 돌아와도 당장 추격하지 못할테지. 이제 떠날 준비가 다 된 것 같군.

그런데 유미, 저 본사 지하에 일곱 회장의 시체가 보관되어 있는 걸로 알고있는데..."


"어... 어떻게 아셨어요? 기밀사항인데."


"어차피 공공연한 비밀 아니냐. 거기 접근할 방법은 있어?"


"아뇨. 일곱 회장이 잠들어있는 냉동 수면 장치들은 지하 벙커에 엄중히 보관되어 있어요. 알파님을 제외한 레모네이드 시리즈 만이 접근할 수 있죠."


"쯧, 거기에도 깽판 좀 쳐놓고 싶었는데. 그건 포기해야 겠군.

우린 이제 출발할건데, 넌 어떡할래?"


원작의 유미는 나중에 9지역에서 더 많은 펙스 난민들을 이끌고 온다. 하지만 여기있는 유미는 어떻게 되지? 얘도 내 개입으로 인해 히루메처럼 원작과 다른 행보를 걷게 되는 건가?


"죄송하지만... 전 아직 갈 수 없어요."


유미는 당장 동행하길 거부하고, 내가 아는 원작의 행보를 밟기를 선택했다.


"괜찮겠어? 이번 일로 또 오메가한테 쪼인트 까일텐데."


"제 죗값을 조금이라도 더 치루기 위해서, 제겐 해야할 일이 남아있어요."


"...더 많은 펙스 난민들을 끌고 탈출하는 것 말이지. 

하나만 더 묻자. 여기서 고블린 본 적 없나?"


"그 사람은 이미 탈출했어요, 여기서 나간 뒤로 어디로 갔는지는 저도 몰라요."


"그래... 적어도 살아는 있다는 거군... 알았다."


그렇다고 한들 트레저를 찾아 미국을 돌아다닐 시간은 없다. 난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게 급선무다.

유미에게서 고개를 돌리자 내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백여명의 바이오로이드들을 볼 수 있었다.


"더치걸, 다 폭파시켜! 켈베로스는 모든 트럭에 자동 운전 기능을 키고!

우린 지금부터 여길 탈출한다! 목적지는 시애틀 항구, 그곳에서 오르카 저항군과 합류한다!

애니, 네가 선두를 맡아서 난민들을 이끌어줘! 히루메는 후열을 지키며 주변을 경계하고!"


"좋았어! 다들 날 따라와, 내가 앞장설게!"


애니가 앞장서서 출발하자 난민들도 그녀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조심해, 유미."


"다음에 또 만나뵙길 기대할게요."


"그때까지 우리 둘 다 살아있다면 말이지."


유미와 짧은 작별인사를 마친 뒤 난민 행렬에 합류하자 리리스가 다가와 물었다.


"저대로 남겨두고 가도 괜찮겠어요?"


"본인 선택인걸. 유미에겐 아직 역할이 남아있..."


"제 말은, 오메가한테 우리가 간 방향을 알릴지도 모르니 여기서 죽이고 가야 하지 않냐는 뜻입니다."


"안심해, 유미는 진심으로 오메가를 따르지 않으니까. 그리고 넌 그 성질부터 좀 죽여..."



*



두번째 인간이 난민들을 이끌고 뜬 지 약 한 시간이 지났다, 유미는 밤바람을 쐬며 부숴진 안테나 앞에 쭈그려 앉아 그것을 천천히 수리하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 밤에 빛나는 건 본사 빌딩 뿐이었는데 전력실이 폭파된 덕에 빌딩의 불이 다 꺼져 어둠 속에서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작업하던 중이었다.


"유미!!"


히스테릭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놀라 뒤돌아보자 막 본대를 이끌고 귀환한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오메가님! 돌아오셨..."


"상황 보고해. 당장."


"예, 오메가님이 나가계신 사이 두번째 인간이 여기 들어와서 명령권으로 바이오로이드들을 전부 데리고 도망갔습니다!"


"뭣, 전부라고...!"


"그리고 나가면서 안테나를 있는대로 부수고 갔고, 전력실과 서버실도 폭파시킨 뒤 이 지부에 있는 모든 수송 트럭을 이끌고 사라졌습니다."


보고를 들은 오메가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그 인간이 여기 들어왔을 경우 제일 우려하던 시나리오가 터진 셈이였다. 이전에도 바이오로이드가 한두명씩 도망치는 일이 번번히 있긴 했으나 이렇게 대규모로 빠져나간 건 유례없는 일이없다. 노동력이 전부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통신 마비에 본사 건물까지 난장판이 됐으니 전부 복구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요될 지 계산을 시작하기도 전에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넌 그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건물 안에 숨어있었습니다."


"그 인간을 막지도 않고 그냥 보내줬다고!?"


"제가 가까이 갔다간 명령권에 붙잡혀 같이 끌려갔을 텐데 어떻게 막아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유미는 이미 두번째 인간과 만나 협조했었지만 오메가가 그걸 알 턱이 없었다.

미리 서버실을 폭파시킨 덕에 오르카호와의 통화 기록 뿐만 아니라 이곳의 CCTV 기록도 다 날아가서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그럼 그 인간은 어디로 갔지?"


"북쪽입니다, 다수의 수송 트럭이 북쪽 방향으로 사라지는 걸 봤습니다."


"안테나 수리가 끝나려면 얼마나 더 걸리지?"


"아, 앞으로 3시간은 있어야..."


"1시간 안에 끝내."


"네...? 아, 알겠습니다!"


유미는 오메가가 안면 근육으로 한번이라도 더 말대꾸했다간 두들겨 패겠다고 표현하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자 작업을 서둘렀다.

오메가는 혀를 차며 땅 위에 남겨진 바퀴 자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연 유미가 말한대로 전부 북쪽을 향해 있었다.


여기서 북쪽으로 가면 미국-캐나다 국경선이 나온다. 두번째 인간이 난민들을 이끌고 캐나다로 망명하려는 수작일 거라 짐작했다.

저 안테나를 고치기 전엔 통신을 사용할 수가 없다, 국경선 쪽 경비 AGS에 연락해 경계를 강화하라고 명령을 내릴 방법이...


있다. 지금 여기있는 AGS는 오메가가 직접 명령을 내려 움직일 수 있다. 오메가는 먼저 정찰형 인터셉터를 전서구삼아 국경선에 보냈다, 그것이 전달할 명령의 내용은 '국경선에 오고있는 트럭에 타고 있는 자들을 전부 사살하라'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국경선 경비 AGS만으로는 도망치는 이들을 전부 붙잡아 죽일 수 없을테니 방금 자신이 끌고온 본대 병력의 반을 떼서 바퀴 자국을 따라 국경선 쪽으로 보냈다. 저 AGS들에게 감정 모듈이 남아있었다면 방금 뺑이치고 왔는데 너무하네 하면서 투덜거렸을 것이다.


오메가는 국경선의 경비부대와 지금 보낸 지원부대로 난민 무리를 앞뒤로 포위해서 그 두번째 인간도 그를 따른 바이오로이드도 한 명도 남김없이 처형시킬 생각이었다.



*



동이 트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국경선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펙스 AGS들은 저들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수십 대의 트럭을 발견했다. 이미 그 명령을 하달받은 AGS들은 경고도 없이 일제히 트럭들을 향해 발포했다. 그러나 선두에 선 트럭 몇 대가 벌집이 되고 있음에도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마치 카미카제처럼 돌진하고 있었으며 뒤따르고 있는 트럭들도 마찬가지였다.

거리가 좁혀지자 램파트들이 모여 방패를 들고 방진을 짰다, 그 램파트라는 이름 그대로 성벽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함이었다. 트럭 한두대 였다면 멈춰세울 수 있었을 테지만 수십 대를 막을 여력은 되지 못했다. 


램파트들의 방진과 전력질주하던 수십 대의 트럭이 충돌하자 램파트쪽이 밀려 그대로 뒤에있는 철조망에 쳐박아 찌부되어버렸다. 

허나 고장난 램파트들의 몸체와 철조망이 압축돼 뭉친 것이 더 튼튼한 벽을 만들어버렸고, 선두에서 달리던 트럭들이 부딪힌 충격으로 멈춰버리자 후열의 트럭들이 그대로 전열에 꼬라박고 나서야 전부 멈췄다. 국경선 경비대의 주 병력이 파괴되긴 했으나 결과적으론 트럭들을 멈춰세우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더이상 움직이지 않게 된 트럭들에 펍헤드, 드론, 스팅어 등의 다른 AGS들이 다가왔다, 목적은 물론 오메가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이 차량 안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난 뒤, 그들은 명령을 따르는 대신 오메가한테 연락을 취했다.


"오메가님, 국경선 경비대에서 보고드립니다. 트럭 안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습니다. 명령 수정을 요청합니다."



*



"전부 비어있다니, 그게 무슨 헛소리야!"


본진에 남아있던 오메가는 최소한의 통신이 복구되자 유미와 수리용 드론에게 전력실 복구를 명령한 뒤 본인은 잠도 안자고 승전보를 기다리는 중이었었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과 전혀 다른 보고가 들어오자 오메가는 미간에 주름을 잔뜩 지은 채 소리쳤다.


[사실입니다. 모든 트럭은 자동 운전 기능을 사용해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명령 수정을 요청합니다.]


또 더미인가, 그제야 두번이나 낚였다는 것을 깨닫은 오메가는 주먹으로 애먼 책상을 치며 화풀이를 했다.


"그럼 어디로 간 거지? 트럭을 쓰지 않았다면 걸어서 간 건가? 내륙으로 도망쳤을 리는 없으니 동쪽이나 남쪽은 아닐테고... 서쪽, 바다인가!"


[명령 수정을 요청합니다. 수정 사항이 없으면 명령을 취소하는 걸로-]


"닥쳐봐 좀!"


오메가는 즉각 자신의 패널을 통해 국경선으로 지원보낸 병력에 회군을 명한 뒤, 본진 수비를 위해 반 남겨놓은 병력을 서쪽으로 출전시킬 준비를 했다. 이번에야말로 그 인간을 잡아 찢어죽일 생각이었다.


[오메가님, 국경선 경비대에서 보고드립니다.]


"또 뭔데!"


[누군가가 맨 뒤쪽에 있던 트럭에 타서 빠져나갔습니다.]


"뭐!? 안막고 뭐했던 거야!"


[국경선을 넘으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기에 냅뒀습니다.]


"내가 트럭에 탄 인원은 누구든 사살하라고 했잖아!!"


[그 명령은 방금 취소했잖습니까?]


오메가의 스트레스 지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더니 이내 그녀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뚝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력실에 틀어박혀 복구 작업에 착수하던 유미는 분명 몇 층이나 위에 있는 회장실에 있을 터인 오메가가 성질 부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



아침이 밝었다. 펙스 난민들이 잠도 못자고 밤새 걷느라 지쳐있었기에 적당한 폐건물 안에 들어가 쉬기로 했다. 다들 많이 피곤했던건지 하나둘 쪽잠을 자기 시작했다. 나도 얘들도 밥도 제대로 못먹은 데다 저 중 몇 명은 최근 오메가한테 혹독한 처벌을 받았어서 걸으면 걸을수록 통증을 호소했다.


그렇다 한들 내가 줄 수 있는 건 잠깐의 휴식 뿐이다. 급하게 세운 작전인 만큼 식량도, 의약품도 없다. 리리스가 들고 다니던 구급 가방도 펙스에 붙잡히면서 잃어버렸다고 한다.


다행히 아직까진 오메가의 추격대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미끼로 쓴 트럭들은 그리 오래 시간을 끌지 못할거다. 폐건물의 입구 가까이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쉬던 중 히루메가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그대여... 그대도 눈 좀 붙이는 게 어떻겠느냐?"


"난 괜찮아. 어제 낮에 많이 잤어."


"쉴 때 제대로 쉬지 않으면 몸이 피폐해질 것이니라."


"그리고 잠들면 정신이 피폐해지지. 너도 알잖아."


"그... 건 그렇긴 하다만..."


히루메는 고개를 푹 떨구더니 내 손을 꼭 잡아줬다.


"뭐가 퇴마의 무녀라는 건지... 뭐가 마를 물리는 신체라는 건지... 그대의 혼을 갉아먹는 악마에게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못하거늘... 미안하구나, 첩의 힘이 부족해서..."


"히루메, 넌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잘해줬어. 정말이야."


히루메와 도란도란 말을 주고받던 중 마침 주변 정찰을 마친 리리스가 돌아왔다.


"왔구나, 상황은 좀 어때?"


"펙스가 눈치 챈 모양이더군요. 오메가의 본진에 남아있던 군대가 움직이려 하고 있습니다. 대군이 이동하는 만큼 그리 빠르진 않겠지만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우리도 걸음을 재촉해야 되요."


"우리가 항구에 도착하기 까지 얼마나 남았지?"


"차를 타고 갔다면 몇시간 거리였겠지만 도보로는 이틀 거리입니다, 그것도 쉬지 않고 걷는다는 가정 하에서요."


"쓰읍... 상황이 안좋은데. 이러다가 저놈들한테 따라잡히겠는걸."


"그러니까 그냥 차 타고 가는 게 나았잖아요."


"그랬다간 오메가가 본진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우리한테 추격대를 보냈었겠지."


"뭐, 지나간 일이니 그건 그만 얘기하죠. 이제 어떡할 거죠? 다른 미끼 생각해둔 거 있어요?"


"없어... 그렇지. 네가 한번 더 수고 좀 해줘야 겠다."


"저보고 미끼가 되라고요? 전 무기도 다 잃어버렸다고요."


"아니, 리리스 넌 지금 당장 항구로 달려가라."


"네? 그게 무슨 말이죠?"


"니가 우리 중에서 제일 쌩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잖아. 난민들과 속도 맞추지 않고 혼자서 달려가면 금방 도착할 수 있을테지? 오르카호에 도착하면 항구에서 기다리고만 있지 말고 저쪽에서 마중나오라 그래."


"저보고 전서구가 되란 뜻이군요. 오르카호가 저만 싣고 가버린다는 생각은 안하셨나요?"


"안했어. 사령관이 저 불쌍한 난민들을 버리고 혼자 튈 양반이냐?"


"물론 아니죠... 휴, 좋아요. 그럼 전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뒤 출발하려나 싶더니 잠깐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그렇지, 이걸 말하는 걸 잊었네요. 당신을 따르는 리디아라는 이름의 브라우니, 그녀는 오르카호가 구출해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ㅁ, 뭐!?"


"그러니 그녀를 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살아서 돌아오세요."


리리스는 그 말을 남기고선 서쪽을 향해 뛰쳐나갔다.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리디아, 너도 살아있었구나. 이로써 서둘러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나와 히루메는 자리에서 일어나 쉬고 있는 난민들을 불렀다.


"자, 다들 일어나! 다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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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난민을 이끄는 자유의 인간


라붕이와 트레저가 재회하기까지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