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하나의 문학이나, 그런 것이 아닌 팬픽으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대한 라스트 오리진의 공식 설정을 대입하려고 노력했고, 대체적으로 이어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설정 충돌과 설정 오류가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은 양해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글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제가 조금 늦게라도 댓글을 다 달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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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바람이 마치 비구름이 몰려와, 핏물을 닦으려는 것 같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게, 이제는 눈치보듯 바람만 조용히 스쳐간다.

여태까지, 울릉도라는 이 곳에서, 생존에 온 힘을 쏟아내며 살아가던 이민형이었지만, 공허한 이 감정은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도, 서동주의 죽음과 토리고마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던 이 정신적 충격은, 소중한 자를 내 손으로 베어야 했던, 일반인의 생각으로는 견딜 수 없는게 당연하다.

당장 이민형과 서동주는 레지스탕스 시절부터 같이 동거동락했던, 소꿉친구였지만, 그 이상의 전우였다.

토리고마 또한, 이민형에게 영향을 받아가며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마음을 다시 열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물론 아리마 또한 마찬가지. 포이를 폐기하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 그 부부는 퇴사를 했지만, 삼안산업에서는 기술력을 수출할 거라는 명목으로 그 둘을 울릉도에 던져버렸으니, 당연하리라 봤다.

자신의 주변에 사람을 두면 죽어간다.

망령의 꼬리표가 누군가에게 붙어야 한다면, 이민형을 위한 꼬리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민형. 일단 지금 자원 및 탐색은 끝이 났는데 어떻게 하겠나."



"... 여기를 박살낸 괴물부터 죽인다."



"일단 그 괴물을 죽이기 전에, 먼저 거점으로 돌아가자. 해가 지려고 하고 있어."



"횃불로라도 밝혀서 죽여낼거야."



"이민형. 정신차려. 지금 바브웨랑 나는 너까지 잃을 수 없어."



"그건 블라드의 말이 맞네. 일단 진정하고, 우리 거점으로 돌아가세."



"... 알겠어."


겨우 부들거리는 창에 힘이 빠진다. 힘을 너무 주고 있었기에, 근육 자체가 떨리고 있다는 것 조차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빠르게 이동하세. 당장은 여기는 너무 위험하네."



"나도 밖에 나와있어서 전투가 불리할 거야. 먼저 돌아가자."



"그래. 일단 돌아가서 안정을 취하자."


(※ 이 이미지는 토리고마의 죽음를 묘사하는 장면의 짤일 뿐, 관련된 짤이 아님을 알립니다.)


차갑게 누워 있는 그의 시체 앞으로는, 빗물에 씻겨져 내려가는 핏물이 바닥을 적시고 있다.

어떤 시련이던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토리고마는 이 울릉도에서 향년 30세로 생을 마감해야했다는 것도,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민형은 쓰러진 그의 옆에 놓인 검을 챙긴다.



"민형. 그 검은 왜.."



"원수는 이 검으로 베야지. 깔끔하게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이 검에 원수의 피를 뭍혀야 넋을 기릴 수 있을거야."



"그게 제일 올바른 복수 방법일거야. 사체는 나중에 우리가 비 그치면, 뭍어주자."



"그래. 고마워. 모두."



"아닐세. 일단 자원도 챙겼으니, 먼저 움직이도록 하지."



"일단 거점으로 가야 우리가 후속대처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자."



이민형과 바브웨, 블라드는 자연스럽게 아리마의 사체를 들고서 토리고마의 옆에 눕힌다.

너무나도 작은 체구의 그녀의 사체는, 무겁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은, 그저 한 명의 여성이었다.

토리고마가 그렇게 아끼고, 상처라도 생길까봐, 간단한 업무도 보게 하지 않았던 것 때문인지, 손이 울릉도에서 1년을 넘게 생존한 인물치고 곱디 고왔다.

그런 상처없는 손에, 누구보다 심각하게 굳은 살이 잔뜩 생겨, 투박한 손인 토리고마의 손을 얹어준다.



"깍지를 껴주는 것은 어떻겠나. 절대로 놓치지 않을걸세."



"그들의 영혼길에, 신께서 길을 잃지 않게 하시길."


블라드는 그 둘의 손을 잡고서 손깍지를 껴준다.

블라드도 변온동물의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신체가 차가운 편에 속하는데, 블라드는 그들의 손은 너무나도 차갑다고 얘기한다.



"참으로 따스한 사랑이, 이 차가운 손을 깍지를 껴준다고,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렇게만 손을 잡게 해줘서 미안해. 토리고마, 아리마."



"신께서, 당신에게 축복을 내리시길."


그리고서 그의 검을 다시 들고서, 거점으로 발을 돌리는 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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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고 도망쳤나본데?"



"죽고 싶은거야?"



"하핫. 그렇진 않은데."



"확실한건, 왔다가 갔나보네."



"왜?"



"저 시체 봐봐. 살아있던 놈은 죽어있고, 걔 무기였던 검도 없어."



"뭐, 그 검으로 우리를 베겠다는 하찮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럼 내가 그 검으로 베어 죽여야지."



"그것도 재밌겠다. 꼭 보여줘."



"우리 삿갓씨도, 재밌게 봐달라고."



"응. 아주 기대하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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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방은 조금 늦게 닫아줘."



"왜 그런가? 민형.."


다시 물어보려던 바브웨의 어깨에 블라드의 손이 올라간다.

그리고서는 천천히 쉿, 하는 표정으로,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바브웨도 아주 바보는 아니었는지, 그 눈빛과 행동으로 알아챈 듯 하다.



"알겠네. 그렇다면, 우리 간만에 담배라도 필텐가. 민형."



"그럴까."


천천히 거점에 도착했다고, 자원을 내려놓기만 하고서 빠르게 나온다.

울릉도에 도착했을 때에, 담배는 가끔 배를 타고 오는 놈들이 주던 보급품이었다.

간단한 보급품이었지만, 거짓말 같이 담배로 인해서 한 생존자 캠프가 멸망했을 정도로 담배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담배는 울릉이라는 바다의 습함에, 잘 길러지지 않는 식물이었으니, 담배를 제조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섬의 중앙쪽이었던 제 9캠프만 가능했었다.

그래서 이민형은 농경대를 다녔기에, 담배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생존자 캠프들끼리 단합을 위해 담배를 보급했었다.

그렇게 담배를 보급함과 동시에 부싯돌같은 불이 필요했기에, 다들 라이터같은 보급물품도 중요하게 사용했고, 그 것 말고도 성냥을 다 지니고 다녔다.

그렇기에 이민형은 어느 생존자 캠프라도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인데, 이민형이 도착했다는 것은 담배를 보급하러 왔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이민형이 바브웨와 블라드의 곁에 있으면서도 담배는 재배하고 있었고, 그것을 조금씩이지만 말아서 피고 있었다.


(※ 이 이미지는 흡연를 묘사하는 장면의 짤일 뿐, 관련된 짤이 아님을 알립니다.)


조심스럽게 불을 붙힌다.

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조그맣게 빨간 불이 켜져, 뿌옇게 연기를 뿜어낸다.



"민형. 오늘의 일은 너무 크게 생각말게."



"그래도.. 솔직하게는 토리고마와 서동주는 무사하길 기도했어.."



"나도, 예전에 뉴올리언스 사건 때에, 말해서 알고 있지 않은가."



"..."


당연하다. 술을 가끔 마시면 늘 들려주던 레파토리가 있었으니까.

바브웨 또한 T1 고블린으로써, 그리고 블랙리버의 1층 로비를 지켰던 고블린으로써.

긍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지만, 그 긍지를 위해서 동족을 베어야 했던 슬픔 또한 있었다.


(※ 이 이미지는 전투를 묘사하는 장면의 짤일 뿐, 관련된 짤이 아님을 알립니다.)


그 블랙리버의 1층으로 쳐들어온 고블린들, 그 동족을 베어야 했던 고블린 또한, 바브웨였으니.



"동족이여. 비켜다오. 우리는 여기서 앙헬을 죽인다."


그 앞을 바브웨는 열어주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베었다. 동족의 목을.

그렇다고 동족을 베었고, 감정묘듈의 폭주와 폭력성이 들어나던 고블린의 타개체와는 달랐지만, 인간에게는 그저 같은 고블린일 뿐.

앙헬은 그렇게 충성심이 높았던 바브웨 또한 같이 폐기하기 위해서 폐기실에 넣으려고 했었다.

그 때 바브웨가 다시 생각한 것이,



"동족이여. 자네는 인간을 어찌하여 믿었는가. 그 인간이 우리를 만든 선구자는 맞으나, 우리는 그들의 피조물로 살 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는가."


목을 베어 버리기 전에, 조그맣게 읊조리던 한 고블린 개체의 말.

너무나도 심장을 갉아 먹는 말이었다고 늘 얘기했던 바브웨가, 후회는 없다고 한다.



"내가 비록 이렇게 인간의 형상도 아닌, 코끼리의 형상을 가지게 됐고, 그저 이제는 담배를 피며 하소연 하는 내가 됐지만.."



"...후...."



"민형. 자네와 블라드를 만난 것은 너무나도 나에겐 큰 행운일세."



"오늘은 조금은, 길게 피네."


조그맣게 커피 잔을 들고 따라 나온 블라드가 얘기를 덧붙힌다.



"민형. 자네가 오늘 벤 동족의 이야기는, 우리가 후대로 이어가면 된다네. 그러니, 잊지 말고 기억하면 죽지 않는 것이네."



"그런 걸까."



"그렇네. 지금 내 마음 속에 살아있는 나의 동족들, 그리고 모든 수인들이 그렇게 살아 있다네."



"맞아. 우리도 아무 죄 없이 떠나온 고블린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를 믿어주는 너도 있고, 서로의 등을 지켜줄 바브웨도 있잖아."



"그래. 이번 일은 피의 복수로 반드시 갚겠지만, 토리고마의 뜻과 의지를 이어가자. 너희에게 상처가 될 말을 했긴하지만.."



"민형. 인간은 신의 영역에 발을 들였고, 그 악행을 우리에게 저질렀었네. 그렇지만 우리는 용서를 했지. 그렇기에 우리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네."



"그런가.."



"우리가 널 용서했으니, 인간을 용서했다고 봐도 무방해. 우리에게 인간이라는 기준은 너니까."



"그렇다네. 우리에게 올바른 인간의 상은, 이민형. 자네 뿐이라고 생각하니."



"고마워. 모두. 이제 얼른 다 피고 들어가서 자자. 일단 물자도 정리해야하고, 그 다음 이야기도 정해야 할 것 같아."



"기운을 차려줘서 고맙네. 일단 얼른 들어가도록 하지."



"그럼 난 먼저 들어가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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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냇가는, 반딧불이 있을 정도로 맑은 초여름의 날.

땅이 울리고, 전장이 울린다.



"스틸라인의 제군들. 우리는 여기서 죽는다. 서서 죽을 지언정,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니, 지휘관으로써 명령하니, 생환하라."



"당연하게 생환하겠습니다!"



"승리!"



"우리가 승리할 수 있을까."



"괜찮을까요."



"일단 해봐야 아는 거 아닐까? 지휘관님을 믿자."



"여기서 우리는, 인간님을 찾아, 생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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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기 0지역 [창귀(倀鬼) ] 굶주린 자 - 04 part.


P.S : 설날 이후에 또 적어보는 이야기입니다. 조금씩 이야기의 진전이 되리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