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탁, 탁.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일렉기타는 언제나 훌륭한 하루의 시작이지. 기지개를 깔끔하게 켜고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태블릿을 들고 나가는 사령관실과 함께 복도 전체에 울려 퍼지는 시원한 기타 소리. 그녀는 언제나 그렇게 말하곤 했다. 누구보다 록을 사랑하는 자로써 함 전체에 역대 최고(주관적)의 하드 록을 틀어제끼는 영광을 누리지 않을 수야 없었다. 그녀는 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조끼를 대충 걸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오늘도 활기차게 사령관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어깨 위에는 조끼가, 목에는 넥타이가, 허리와 다리에는 짧은 치마가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펄럭였다. 조끼 안에 팔을 집어넣지도 않고 팔랑거리는 겉옷을 헐렁하게 걸치고 있는 키 130cm의 그녀는 보고 있는 누구든 미소를 짓게 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주인님!”


 당당하게 걷는 그녀를 보고 콘스탄챠가 말했다. 그녀는 작은 손짓을 해 보였다. 콘스탄챠는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가사가 시작되자 그녀는 몸을 좌우로 흔들어 가며 걸었다. 이내 눈도 감고 시원한 기타 소리를 감상했다.


 그녀는 태블릿을 잠깐 쳐다보았다. 오늘은 또 무슨 일로 불렀을까. 정말 지휘관이라는 놈들이 하루가 멀다고 회의를 열 정도로 무능한 거야? 그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 혼자 오르카의 모든 업무를 처리해도 그녀들보다는 잘 할 수 있다고 그녀는 확신했다. 짧은 다리를 박자 맞춰 흔들어 가며 신나게 걷는 모습은 많은 바이오로이드의 관심을 끌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복도를 울리는 기타는 모든 걸 잊게 했다. 자신보다 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찬란했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그 사이로 이를 드러내 웃었다.


 첫 코러스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이제 팔까지 흔들어 가며 걸었다. 그녀의 오른팔과 왼팔이 번갈아 가며 허공에서 흔들릴 때마다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귀여움에 대한 찬사였을 터이다. 그녀의 발은 리듬에 정확히 맞춰서 땅을 굴렀다.


 첫 코러스가 끝날 때쯤 그녀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Back in the back! Of a Cadillac.

No. 1 with a bullet, I’m a power pack!”


 그녀의 목소리는 높고 맑으면서 청량했다. 그녀의 나이대의 여자아이만이 낼 수 있는 소리였다. 그녀의 눈은 계속 감겨 있었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다.


“'Cause I'm back on the track,

And I'm beatin' the flack!”


 원곡과의 괴리감은 있었지만, 소녀가 부르는 하드 록도 들어줄 만했다. 그만의 멋이 있었다. 그녀는 물론 감지하지 못했겠지만.


 망할, 행복하다. 이 시간이 계속됐으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빵빵하게 틀고 거리낌 없이 걸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근데 이런 행복은 도를 넘었잖아. 그녀는 다시는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런 행복에 약했다.


 그녀는 음악 소리에 심취해 팔을 모으고 그 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표정에서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말로 하면 되는데, 그런 무익한 에너지 낭비를 왜 하지?

 ...라고 하기엔 말이지. 그냥 귀찮았던 걸 수도.


 그녀의 발이 드럼 소리에 일치하게 땅을 쳤다. 팔꿈치도 허공을 갈랐다. 코러스가 끝나감과 동시에 그녀가 양팔을 모아 마이크 잡는 자세를 취하고 소리쳤다.


 “Yes, I’m Back in Black!”


 가사가 끝나자 기타 솔로가 흘러나왔다. 심지어 그것마저도 최상의 쾌락이었다. 그녀는 몸을 이리저리로 날리며 넘어지지 않고 계속 걸었다. 작은 체구의 미소녀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귀여워...”


 남을 잘 칭찬하지 않는 그리폰이 홀린 듯 말했다. 당연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팔랑거리는 그녀의 겉옷과 치마, 이리저리 흔들리는 몸과 반짝이는 은발.


 그 말을 들었는지, 그녀는 잠깐 눈을 뜨고 그리폰 쪽으로 한쪽 눈을 살짝 감았다 떴다. 이걸 윙크라고 하던가? 뭐든 간에 일단 귀여웠다. 같이 지켜보던 스카이 나이츠 대원들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인간이 이리 귀여울 수가 없었다. 다른 대원들은 질투심에 여섯을 쳐다보았다. 그녀들도 칭찬을 시작했지만, 이미 기타 소리에 심취한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회의실은 멀었다. 멀다고 해 봐야 4분 거리였지만, 맘에 들지는 않았다. 회의실에 도착할 때쯤이면 노래도 끝나 있겠지, 싶어 그녀는 그 속도를 유지하며, 딴짓도 좀 해가며 느긋하게 걸었다.


 “권속!”

 LRL이 기타 소리를 뚫고 그녀에게 달려왔다. 그녀는 언제나 그녀의 사령관을 자신의 언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함 내로 울리는 음악을 감상하며 LRL을 옆에 끼고 걸었다. 그녀 역시 노래가 맘에 들었는지,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가며 걸었다. 당연하지. 어떻게 이 노래를 싫어할 수 있겠어?


 그녀는 이제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기타 소리에 정확히 맞춰서 그녀의 몸에서 나오는 멜로디는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지만, 정작 그녀는 대수롭지 않았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발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음악의 음량이 너무 커서 거기에 묻혀 그녀는 듣지 못했지만. 집중을 돌리기엔 너무 황홀했다. 괜히 사령관이 록을 들을 때 건드리지 말라고 하겠는가.


 온몸을 다해 음악을 즐기면서도 표정 변화는 전혀 없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이보다 더 신기할 수가 없었다. LRL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특징이었지만, 그녀 나름의 매력이었다. 목을 조이는 목걸이에 달린 작지 않은 크기의 보석(이라기엔 그저 석영이었지만)은 자기들끼리 마구 부딪쳐 은은한 소리를 냈다. 말 그대로 은으로 도금한 듯한 그녀의 머리칼은 진홍색 눈동자와 너무 대조되었다. 지금은 눈이 감겨 있지만, 그녀의 안광은 여간 위협적인 게 아니었다. 괜히 LRL도 처음 봤을 때 쫄았겠는가. 지금은 절친이기는 하지만.


 “Ah- yeah!”


 그녀는 막힘없이 고음을 내질렀다. B. 존슨의 고음과는 성격이 확연히 달랐다. 무표정으로 누구보다 신난 그녀를 보고 LRL은 활짝 웃었다. 그녀도 팔을 쫙 펴고 음악에 따라 몸을 흔들었지만, 그 팔에 맞은 그리폰이 그녀를 쫓아가면서 얼마 안 가 그녀는 다시 혼자 걸었다.


 곧 그녀는 이 곡을 기타로 쳐보고 싶다는 생각에 빠졌다. 지금까지는 해본 적 없었으니까. 그녀는 기타를 칠 줄 알았다. 아주 잘. 이건 자극이 너무 컸다. 이걸 듣고 어떻게 바로 기타로 옮길 생각을 안 할 수 있냐.


 멀리서 에밀리가 걸어왔다. 그녀도 사령관과 같은 부류였다. 무표정에, 말과 행동으로 정보를 드러내는 스타일. 물론 아스널에게서 ‘X스하고 싶다’ 같은 말을 배워 오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할 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어딘가 나사 빠진 구석까지 그녀와 정확히 일치했다. 그녀와 사령관은 머리 하나 정도 차이가 났지만, 그게 큰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에밀리가 사령관을 동생뻘로 생각하는 건 그저 나이와 키 면에서 그렇다는 거지, 그녀보다 훨씬 성숙한, 오르카 대원들에게 발견되어 사령관이 된 그녀를 어떻게 대놓고 동생 취급하겠는가.


 에밀리는 자신보다 30cm정도 작은 그녀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머리는 부드럽게 따뜻했고, 그녀도 상냥한 에밀리의 손길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함 전체에서 그녀보다 작은 바이오로이드는 딱 세 명, 코코, LRL, 엘리 정도밖에 없었지만, 그녀는 누군가를 쓰다듬기보다는 누군가에게, 그 주체가 에밀리같이 자신과 친한 존재라면 더더욱, 쓰다듬어지기를 좋아했다. 그녀는 비틀대면서도 에밀리의 손안에서 즐겁게, 물론 표정 없이 말로만, 걸었다.


 네 번째로 반복된 코러스가 끝났다. 노래도 끝나갔다. 회의실로 향하는 길도 마찬가지로 끝이 보였다. 그녀는 복도의 교차점에서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복도 끝에는 ‘Meeting Room’, 회의실이라는 글자가 벽에 사무적으로 적혀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그 글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행복한 시간을 때려치고 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리였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남은 인간이었고, 그 업무들은 그녀로서는 삶의 일부와도 같았다. 아침시간을 충분히 챙겼다고 생각한 그녀는 활짝 열려 있는 회의실의 문으로 들어갔다. 콘스탄챠가 따라왔고, 이미 안에는 여럿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긴 책상과 의자들을 지나쳐 탁자 맨 끝에 있는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의자에 앉아 있던 여럿과 눈이 마주쳤다. 불굴의 마리, 신속의 칸, 무적의 용, 로얄 아스널...


 그녀가 자리에 앉아 의자를 한 바퀴 돌리고 책상에 몸을 기댔다. 그녀가 모두와 눈이 마주치고, 회의실에 울려 퍼지던 음악도 결국 끝이 났다.




 “오늘은 뭐야?”


 그녀의 얼굴에는 미동 하나 없었다. 말을 하기 위해서 움직인 입 근육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자리에 앉은 모두는 그 즉시 그녀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감지했다.


 “처리하셔야 할 안건이 많습니다.”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스틸라인의 지휘관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하나하나 차례대로 말해봐.”


 “안트베르펜으로 탐색을 보내실 것이 확실합니까? 델타와 협정을 맺었다 해도 그곳은 여전히 적의 땅입니다. 그녀는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기는 자입니다만...”


 이번엔 또 뭔가 했다. 정말 이런 사소한 일까지 자신을 불러야만 할까?


 “누가 갔는데?”

 “레프리콘 5기... 아니, 5명과 브라우니 9명입니다. 어젯밤 3시 34분쯤에 북해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짧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무장은 시켰고?”

 “자원 수급을 최우선으로 경무장, 저장용 탱크 2기를 들고 갔다고 합니다.”

 “걔네 공격받기 전에 당장 멈추라고 하고, 완전무장시키고 5명쯤 더 보내. 부상자 한 명이라도 나오면 가만 안 둔다고도 전하고.”

 “알겠습니다.”


 그녀는 능숙하게 상황을 해결했다.


 “또?”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홍련이 말했다.

 “롱위에아르뷔엔이 공격당했답니다. 몽구스 팀이 정찰 도중 정체불명의 적에 의해 기습을 당했고, 스틸 드라코 경상, 나머지는 복귀했답니다.”

 “싸우지는 않았대?”

 “정체를 모르는 적과는 싸우지 말라는 사령관님의 명령이 우선이라서...”

 “잘했어. 슬레이프니르, 나중에 거기 순찰 잠깐 돌고 와.”


 그녀는 속사포로 말을 쏟아냈다. 스카이 나이츠의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마리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함의 수용인원이 차고 있습니다. 더는 들일 수 없어요.”

 “그래서?”

 “저희 스틸라인 보병과 간부 일부가 함 밖 육지에서 거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임펫 말로는 동사자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랍니다.”


 마리의 말이 끝나자 그녀는 오른팔을 이마에 올리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근데도 내게 보고를 안 했단 말이야?”


 이건 그나마 중요한 안건이었다.


 “지금 함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애들 당장 다 들여보내. 함 주변 육지 개간해서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고 따듯한 물 나오고, 빛 들어오고, 전기하고 전파 통하게 되면 그때 애들 옮겨. 이게 최우선이다. 지금까지 애들을 그 추운 데 놔뒀단 말야?”

 “보병들이었고, 자원해서 나간 이들이었습-”

 “그게 중요해?”


 그녀의 일침에 마리는 입을 다물었다. 진홍색 눈에는 확연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상태 심각한 애들은 함 내에서 가장 따뜻한 방에서 재워. 지금 당장.”

 “알겠습니다, 각하.”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회의실을 나갔다.


 “몇 번째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 무엇보다도 대원들의 안전이 중요해. 그게 누가 됐든 간에.”


 그녀가 회의실의 바이오로이드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녀들의 눈에는 존경심과 공포심이 동시에 보였다. 의장인 사령관은 키 130cm의 소녀에 불과했지만, 그 몸에서 나오는 위압감은 모두를 압도했다.


 “또?”


 “뉴욕에서 비디오가 하나 전송되었습니다.”

 라비아타가 말했다.


 “띄워.”


 대기하던 포츈이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회의실 한쪽 벽면에 영상이 재생됐다. 영상은 시작되자마자 고함을 지르는 오메가의 모습을 보여줬다.


 [델타 너 이 새끼, 대서양 너머는 건드리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 우리 건드리지 말고 북쪽에 있는 오르카를 치라고! 평화협정 왜 맺었어?]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는 오메가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피식하고 웃었다. 알파는 아주 대놓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이구, X신. 이젠 어디다 대고 통신하는지도 모르나?”


 “무시할까요?”

 “어, 버려. 또?”


 아스널이 말을 이었다.

 “동파 문제가 심각하네. 함 외곽 방에 자리잡은 대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이런 건 제발 알아서 해결하라고.


 “기술팀은 뭐하고 있대?”


 뒤에 서 있던 포츈이 입을 열었다.

 “그게... 기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설계 부분이 약간 잘못된 거거든? 그래서 난 해결 못하는 문제라...”


 “닥터하고 아자즈는 뭐한대?”

 “닥터는 그제 각하께서 주문하신 물품 설계에 매진하고 있고, 아자즈는...”


 뭐 하고 있는지는 눈에 선했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싹 압수해. 고치면 돌려주고.”

 “알겠습니다.”


 “중요한 안건만 말해.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거 같은 문제들만. 나머지는 오늘 오후 3시로 옮긴다.”


 그녀가 말을 맺자, 회의실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그녀는 지휘관들의 눈을 돌아보곤 말했다.

 “그럼 이번 회의는 여기서 끝낸다. 본인 출격시간 전까지는 휴식 취하도록. 해산.”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자리를 떴다. 작은 몸이 의자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가로질러 출구로 향했다. 그녀가 방에서 나가자 그녀들도 차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위직부터 차례대로. 최하위 직책인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닥터를 건너뛰고, 비스마르크의 바바리아나, 애니웨어의 알렉산드라, 덴세츠의 아르망, 시티 가드의 리앤, 아머드 메이든의 블러디 팬서, 몽구스의 홍련, 스카이 나이츠의 슬레이프니르, 컴패니언의 블랙 리리스, 페어리의 레아, 레모네이드 알파, 로얄 아스널, 멸망의 메이, 신속의 칸, 철혈의 레오나, 이미 나간 마리를 건너뛰고 무적의 용, 함의 부사령관이자 비상시 사령관 대리인 라비아타를 마지막으로 회의실은 비었다.


 지휘관 회의라고 지휘관들만 모이는 건 아니었다. 지휘관은 아니지만 한 부대를 대표하는 자들을 사령관은 순위를 매겨서 회의에 앉혔다. 그녀는 이렇게 잘 정돈된, 수로 표현 가능한 방식의 분류를 좋아했다. 그 숫자가 실제 서열을 뜻하는 건 아니었지만, 번호를 매기기엔 충분했다.



 그녀가 사령관실에 돌아오자 소완이 해 놓은 간단한 아침상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간소하게 먹기를 좋아했다. 가끔은 푸짐한 식사를 할 때가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이런 간소한 식사를 선호했다.


 그녀는 사령실로 향하는 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사령관이 지내는 방이 ‘사령관실’, 사령관이 업무를 보는 곳이 ‘사령실’이다. 이제 아침을 먹고 나면 그곳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오늘 부관은 누구를 세워 둘까. 원래 부관 직책은 고정되어 사령관의 비서 역할을 하는 자리였지만, 그녀의 능력은 비서를 딱히 필요로 하지 않아 그녀의 놀이 상대가 될 바이오로이드가 그날그날 그녀의 요구에 따라 부관을 맡게 되었다.


 아침을 해치운 그녀는 태블릿을 만졌다. 태블릿이라기보다는 PDA 디스플레이가 더 적당한 표현이겠지만, 그녀는 간단하게 ‘태블릿’이라고 불렀다. 중요하지 않은 업무들은 전부 태블릿으로 보내졌다. 중요한 안건은 종이에 적혀 있었고, 그것들을 처리하고 결재하는 일이 그녀의 업무였다. 물론 태블릿에 그런 사무적인 것들만 있는 건 아니고, 대원들과의 이메일, 간단한 게임(이라고 해 봐야 솔리테어나 지뢰 찾기가 고작이었지만), 읽을 수 있는 글이 더 있었다. 그녀의 이메일 함은 언제나 가득 차 있었고, 90%는 업무 관련이었다. 메신저를 확인하자 에밀리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늘은 시간 나?’


 에밀리와 보내는 시간은 가히 하루 중 가장 행복했다.


 ‘있다가 11시에는 나!’


 그녀가 메시지를 보내자 순식간에 답장이 왔다.


 ‘캐노니어 숙소에서 기다릴게.’


 그녀는 메신저에서도 언제나 말끝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녀는 150*60칸에 지뢰 300개가 있는 게임을 열고서 간단히 끝마쳤다. 그녀 나름의 낙이었다. 마지막 지뢰가 제거되는 때에 타이머는 ‘145’라는 글자를 띄웠다.


 아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사령실로 들어갔다. 사령실과 사령관실은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로 일체형으로 되어 있었다. 사령관의 책상에는 종이가 쌓이다 못해 의자까지 침범했다. 그녀는 그 꼴을 지켜보다 한 바이오로이드를 호출했다.


 [사령관님?]


 “카드게임 한 판 어때?”




내 스타일로 각색을 조금 했스빈다.

하편에서는 애들이랑 노는 걸 쓸 예정!


하편만 낼 수도 있고, 본격 시리즈로 연재할 수도 있고...

근데 이미 쓰고 있는게 하나 있어서 연재 주기가 약간 느려지겠지만.


8000자 넘는 재미없는 글인데도 봐주셔서

감사하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