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외전같은겁니다.


매울 수도 있습니다.


1편.

2편.



밤이 되고 테마파크의 모든 불이 꺼지고 모두들 오르카호로 돌아갈 때 사령관은 혼자서 테마파크 입구 앞에 섰다.

낮에만 하더라도 밝고 활기차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녹이 잔뜩 쓸어버린 놀이기구에서 나는 을씨년한 소리로 가득했다.


사령관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사령관의 옆에 있는 누군가는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소름.."


T-14 미호는 양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몸을 타고올라오는 음산한 기운을 쫓아냈다.


"그냥 나 혼자 가도된다니깐.."


"사령관.. 사령관 혼자서 놀이기구 탈려는거 내가 모를 줄 알고?"


"내가 그럴거처럼 보이냐.."


"그럴지도?"


"내가 말을 말지.."


사령관은 고개를 저으며 테마파크 안으로 들어갔다. 녹슨 경첩이 내는 기분나쁘고 묵직한 소리가 아무도 없는 테마파크에 울려퍼졌다. 

그 소리와 분위기에 미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오르카호로 돌아가고싶었지만 이대로 돌아갔다간 사령관에게 보여준 이미지가 전부 망가질까봐 그럴 수도 없었다.


그녀가 망설이는 사이 사령관은 움직였다. 


"사령관..! 같이 가!"


미호는 사령관과 팔짱을 낀 상태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무서우면 돌아가. 나 혼자가도 충분하니깐."


"흥...누누누..누가 무섭대...?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말은 그렇게했지만 사실은 무서웠다. 둘은 아무런 말없이 테마파크의 길을 따라갔다. 이윽고, 일행은 어느새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중세시대 풍의 성 앞에 서있었다.


입구에 C구역이라고 적혀져있는 이 성은 아까 낮에 사령관이 왔었던 장소였다. 낮에도 무서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던 장소였는데 밤이 되니 더 무서운 분위기를 풍겨왔다.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튀어나올거 같은 분위기에 미호는 사령관의 팔을 더 꽉 붙잡았다.


"사사사..사령관..? 설마 저기 안으로 들어가겠다는건..."


"들어갈거야."


"에..?"


사령관은 팔짱을 낀 미호를 뿌리치고 공구를 꺼낸 다음, 성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복도에는 그의 슈트에서 나오는 불빛만이 감돌았다. 미호는 그의 뒷모습만을 멍하니 바라보고있었다.


"하여튼..정말 바보..."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대로 오르카호로 돌아갈려던 찰나 아무것도 없는 테마파크의 풍경을 본 미호는 사령관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사령관..! 같이가!"


그렇게 둘은 C구역에 발을 들였다.




"윽..이게 무슨 냄새야..."


미호는 손가락으로 코를 막으며 사령관의 뒤를 따라갔다. 사령관은 이제 익숙해졌지만 미호는 그러지 못 했다. 여기는 낮이나 밤이나 기분 나쁘다고 생각한 사령관은 빨리 무대 뒷편에 있는 것을 보고 오르카호로 돌아가고싶었다.


"찾았다.."


"뭔데..?


미호는 손전등으로 사령관 앞을 비췄다. 하얀색 문이 그들의 앞에 서있었다.

무대로 향하는 문을 발견한 사령관은 문고리를 잡고 그것을 천천히 돌렸다. 아까 낮에도 들었던 삐걱거리는 기분나쁜 소리가 복도를 가득 매웠다. 그 을씨년스럽고 기분나쁜 소리에 미호는 사령관의 팔을 꽉 붙잡았다.


"사령관..?"


"들어간다.."


문을 천천히 열자 낮에 봤던 작은 무대가 보였다. 가죽의자는 보이지않았다. 

사령관은 커튼을 향해 공구를 겨눈 채로 천천히 한발한발 내딛었다. 그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소리에 미호는 식은땀이 비오듯 흘렀다.


"무대..? 이거볼려고 밤에 온거야..?"


"미호. 넌 혹시 모르니깐 여기 뒤에 있어.."


"아..알았어..."


무대 위까지 올라온 사령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 낮에 보았던 뽀끄루 대마왕이라는 자는 보이지않았다.

공구의 방어쇠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커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커튼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악취가 슈트의 헬멧을 뚫고 자신의 코를 괴롭혔다.


악취를 참으며 커튼을 붙잡은 사령관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천천히 커튼을 걷혔다.


"시발..!"


"세상에..."


커튼을 걷히자 엄청난 수의 날파리 떼가 그들을 덮쳤다. 그것들은 사령관의 슈트에서 나오는 불빛을 보고 자극을 받았는지 그에게 달라붙었다. 사령관은 날파리 떼를 떼어내기 위해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혼자서 그들을 떼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사령관! 잠시만 기다려봐..!"


미호는 들고있는 손전등을 무대 뒷편으로 던졌다. 날파리 떼들은 그녀가 던져놓은 손전등을 향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이제 좀 한결 수월해진 사령관은 날파리들을 손으로 쳐내며 미호를 쳐다보았다.


"고마워."


"고..고맙긴 뭘..."


미호가 얼굴을 붉히며 볼을 긁적이는 것을 뒤로 하고 사령관은 손전등을 들어올려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헉...!"


"......."


공구의 손전등에 비춰진 것을 본 사령관과 미호는 다리에 힘이 풀릴 뻔 했다. 

그 옛날 학자와 예술가들이 만들었던 조각상처럼 기괴한 자세로 서서 장식품이 되어있는 시체들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시발...뭐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까부터 풍겨왔던 악취의 출처가 다름아닌 시체라는 것에 사령관은 두눈이 떨렸다.

예전에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다시 재현되고있는 기분이었다. 그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천천히 무대 뒷편을 거닐었다.




"......."


말조차 나오지않았다. 기괴한 자세로 장식품이 되어버리거나, 바닥에 늘어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않거나, 구속구에 묶여 백골이 될 정도로 방치되어버린 시체들이 무대 뒷편을 가득 매우고있었다. 어지러운 사령관의 머릿속에는 누군가의 말이 계속해서 반복재생 되었다.


"쉬어야하니깐요..모두들 공연을 하느라 고생했으니깐.."


"뭘 한거야..."


"사령관..저거..."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있던 도중 미호가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사령관은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눈을 굴렸다. 한 머리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아마 저 기괴한 장식품들에게서 떨어진 머리였을 것이다.


"씨발...!"


머리를 본 사령관은 결국 주저앉고말았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머리였다.

바퀴벌레와 날파리떼가 달라붙은 탓에 반은 끔찍한 몰골이었지만 반은 멀쩡했다. 그 멀쩡한 부분을 본 사령관은 구토가 올라올 뻔 했다.


콘스탄챠 S2 모델의 머리였다.


"사령관! 여기 뭐야?! 뭐하는 곳이야?! 여기..놀이동산 아니였어..?!"


미호의 비명이 섞인 질문이 들려왔지만 사령관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런 곳은 처음이었다.

너무나도 끔찍했다. 자신이 겪었던 게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빨리 이 곳을 나가고싶었다.


그는 숨을 천천히 고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호..여기서 나가자.."


"알았어! 사령..."


뒤를 돌아본 미호는 말을 이어가지 못 했다. 문 앞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그들을 이 곳으로 초대한 AGS가 실크햇 모자와 지팡이를 더듬으며 그들을 바라보고있었다.


"하하..인간님..인간님...제가 분명 기다리라고 말씀드렸는데..그새를 못 참으신겁니까?"


"너..이게 뭐야..이건 대체.."


"바이오로이드 주제에 어딜 끼어들어!!"


"꺅!!"


"미호!"


그는 호통을 치며 미호의 머리채를 붙잡고 들어올렸다. 그의 돌발스러운 행동에 사령관은 재빠르게 공구를 그에게 겨누었다.


"걔 내려놔..."


"인간님..? 설마...이것들을 감싸시는건 아니죠..?"


그는 손에 잡혀있는 미호를 이리저리 흔들며 사령관에게 보여주었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미호는 표정을 찡그리며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냈다.


"아아악...!"


"내려놓으라면 내려놔!"


AGS는 고민한다는 그에게 표정을 보이며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다시 웃는 표정을 지으며 다른 한손에 들려있는 지팡이로 사령관을 가리켰다.


"아...하하...역시..그런거였나요..."


"뭐가..."


"당신..바이오로이드 인권단체 소속였군요."


"뭐..?"


"테마파크 프로토콜 제12조..바이오로이드 인권단체 소속은 제거한다."


신사적인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기계적이고 무거운 목소리에 사령관은 방어쇠에 손가락을 올렸지만 그가 더 빨랐다.

그에게 손을 잡힌 사령관은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인간은 AGS를 이길 수 없었다. 


"인권단체 소속은 제거한다."


"아...시발..."


그는 사령관의 머리를 들이박았다.




"으으윽....."


낯선천장이었다. 어지러운 정신을 부여잡으며 사령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감옥처럼 보이는 장소에 갇혀있었다. 슈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그가 늘 들고다니는 공구는 없었다.


아마 그가 가져간게 분명했다.


"시발..."


"사령관!"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호였다. 그녀 또한 갇힌 것이 분명했다.


"괜찮아..?"


"응..괜찮아..사령관은..?"


"괜찮아.."


"다행이다..빨리 오르카호에 연락해야해..!"


"기다려봐. 내가 연락해볼테니깐..."


주파수를 맞추고 오르카호에 연락을 취해보려했지만 잡음만이 그를 반겼다.


"뭐야.."


"무슨 일인데..?"


"잠시만.."


오르카호의 모든 주파수를 맞추고 연락을 해보았지만 오직 잡음만이 들려왔다.


"시발.."


"왜 그래..?"


"연락이 안돼.."


"뭐..?!"


"안될거에요.."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에 사령관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뽀끄루 대마왕이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안될거에요..여긴 그런 장소니깐요..아무도 여기를 알아서는 안되니깐요.."


"너..."


"사령관. 쟤 누군지 알아?"


그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뽀끄루에게 다가갔다. 


"무대 뒷편을 보셨나요..?"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한쪽 무릎을 꿇은 다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이야..?"


뽀끄루는 고개를 푹 숙인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테마파크에요...웃고 떠들고 비명을 지르며 즐겁게 노는 테마파크요.."


"뭐...?"


알 수 없는 말을 해대는 뽀끄루의 태도에 사령관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그러거나말거나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기업에서는 전쟁으로 지친 사람들을 달래기 위해 세계 곳곳에 테마파크를 세웠어요..모든 걸 잊고 즐겁게 놀며 비명을 지르길 바랬죠..그리고..다른 이들을 위한 테마파크도 지었죠..바이오로이드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겨 원한과 앙심을 품은 사람들을 위한 테마파크요..주인을 잃거나 혹은 팔아버리거나..또 혹은 폐기처분 될 바이오로이드들이 이곳으로 왔어요...쉬는 곳이다..새 주인을 만나러가는거다..고치러가는거다..라는 사탕발림으로 그들을 속여 이 곳 테마파크 B, C구역으로 오게 되었죠..여기로 온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들의 유흥거리가 되었어요.."


"유흥이라니..? 그게 무슨...!"


"미호야..일단 진정하고.."


"진정..?! 지금 진정되게 생겼어..?!"


사령관과 미호가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뽀끄루는 말을 이어갔다.


"저는 원래 배우였어요..'매지컬 모모'라는 특수촬영물의 악역이었죠..."


매지컬 모모라는 말에 사령관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일전에 LRL과 같이 본 적이 있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어느날, 감독님께서 절 여기로 보냈어요..투자자님께서 제가 마음에 들었다고..절 샀다는거에요..은퇴하는게 조금 아쉬웠지만 새 주인님께서는 제게 새 일거리를 주었어요..여기서 공연을 하라는 일이었죠...공연의 내용을 평소처럼 대마왕 연기를 하는거였어요..


처음엔 기대가 됐어요..다시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할 수있다는게 너무 기뻤어요..기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답니다..?

무대 위에 서고 커튼이 걷혀졌을 때..전 두 눈을 의심했어요...바이오로이드들이었죠..처음엔 뭔가가 잘못된 줄 알았어요..근데 아니였어요..


관객들의 환호소리가 점점 커졌죠. 그들을 죽이라고..


저는 처음에 거부했어요..안된다고..그들은 살아있는 바이오로이드라고..해칠 수 없다고했죠..하지만 그건 그들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였어요..거부를 하자 엄청난 전류가 저의 몸을 타고흐르는 걸 느꼈어요..아무리 제가 촬영을 위해 단단하게 만들어졌지만 그 열기와 고통은 참기가 어려웠어요..결국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죠. 제 비명소리와 울음소리에 그들은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웃고 기뻐했어요..


그리고 제게 다시 말을 하더라고요..그들을 죽이라고..안그럼 너가 죽는다고..

저는 결국 손에 든 채찍을 들어올려 그들을 향해 휘둘렀어요. 그들의 비명소리와 울음소리에 그들은 더욱 거 유쾌하게 웃어댔죠..


저의 공연이 마음에 든 그들은 절 살려두었어요...그리고 계속해서 공연을 시켰죠..다음날도..또 그 다음날도...또또 그 다음날도...또...흐....흐으으윽....으으으윽..!!!"


고개를 푹 숙인채로 울먹이며 말을 이어나가던 뽀끄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모든 것을 토해내듯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령관은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오른손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가자..여기서.."


"전 여기서 못 나가요..전 여기 소속이니깐요.."


"여기 주인이 누구야..?"


"아까 보셨던 그 AGS에요..여기 관리인들이 죽기 전에 모든 권한과 통제권을 그에게 넘겼어요.."


"그렇군.."


"사령관..? 뭘 할려고..."


사령관은 옆에 있는 패널을 뜯은 다음, 그 안에 있는 전선들을 모조리 뜯어냈다. 그의 손짓 한번에 굳게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여기서 기다리고있어. 금방 돌아오지."


사령관은 미호와 뽀끄루를 향해 말 한마디를 내뱉고 어디론가로 걸어갔다.


"뭐..? 사령관..? 뭘 할려는건데..? 사령관..? 사령관?!"


미호는 사령관을 애타게 불러보았지만 그는 어두운 복도 속으로 사라졌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의 슈트에서 나오는 불빛 뿐이었다.











중간에 나온 삽화는 본인 작품입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