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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비오는 날엔 장화를 신고 걷는다.


그렇게 생각을 계속하니 아까보다 진정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슬픔이란 감정은 이상하게 불 같아서 한 번 최고치로 타오른 다음에서는 알아서 꺼지곤 했으니까

뒤집어쓴 이불에서 벗어나 다시 정면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 봐야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더라도 결국 끝에 살아남느냐, 결국 죽어 잊혀지느냐는 중요한 문제니까..

옆에 태블릿을 열어 시간을 보니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슬퍼해도 아직 시간은 30분밖에 안지났네...."

그 사실에 안도감과 쓸쓸함을 느낀 채로 옷을 정리하고

여러모로 이런 짓을 한 것이 후회되 애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미소를 몇 번 연습한 뒤에 방 밖을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노력은 방을 나서자마자 한순간에 박살 나게 되었다.

"사령관..... 울었어?"

거기에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장화가 있었다.

"사령관 실 문 분명 걸어 놓고 선 방에 들어간 거 같은데...."
 
"내가 울었냐고 묻자나..... 사령관"

"넵.....혼자 울었습니다."

"포춘이 데리고 오라고 해서 와 보니까 혼자 질질 짜기나 하고 왜 그랬어?"

포춘이랑은 친하게 지내는 건가... 다행이다.

"그게.....세상에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거기에 익숙해지는 것이 좀 슬퍼져서 눈물이 났어."

"그거 말고는?"

"오늘 지휘관 급 회의를 진행했는데 다른 애들의 의견을 내가 찍어 눌렀어."

"그거 말고 다른 건"

"어젯밤에 사정한 이후로 계속 우울하고 마음속에 불안 함 같은 게 느껴져...."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장화가 질문하자 막혀 있던 둑이 터진 듯이 쉽게 말이 나왔다.

나 원래 이렇게 입이 가벼웠었나?

더 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자 장화는 내 어깨를 잡고는 밝게 웃어 보았다.

"말해 보니까 별거 아니지?"

그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해 보니 정말 별거 아니었다.

그냥 몸이 아니라, 마음이 지쳐서 잠시 쉰 것뿐이었다.

"토스트 맛있게 먹었어. 누가 만든 거야?"

"원래는 소방관인 프로스트 서펀트가 만들어 줬어."

 "흠 한번 말 걸어 봐야겠는데...."

장 화는 눈을 크게 뜨더니 살짝 미소를 짓고 선 입을 열었다.

"아까 포춘한테 들었어. 날 배려해서 몽구스 팀에 넣어 주고,

부관으로 임명해서 지켜 주려고 했다며?"

그 말을 들은 내가 놀란 듯이 바라보자 장화는 말을 이었다.

 "기억이 없을 뿐 머리가 나빠진 건 아니니까
 
그 뒤로 홍련 언니를 만났는데 사령관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고 걱정하길래

문 열고 들어와 봤는데... 울고 있더라고"

"문을 열고 들어온 게 아니라 따고 들어온 거 아니야?"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어느새 내 얼굴엔 편안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애들한테는 이미 다 들켰었구나

"뭐 어때, 이제 내가 부관이라며 이 정도 월권 행사는 봐줄 수 있지?"

"하긴 이런 월권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네...."

울다가 웃어서 그런가 턱이 아팠다.

"그럼 이젠 다 운 거야?"

"어 다 울었어."

"그럼 오늘 좋은 하루 보내 날씨도 우중충 한데, 기분까지 어두운 건 별로니까."

그 말을 남긴 장화는 살짝 붉어진 뺨을 비추더니 나를 스쳐 지나가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 사령관이 준 열쇠가 있는 방에 가 봤는데..... 여기가 좀 더 낫더라.... 오늘은 여기서 자도 되지?"

바닥에서도 잘 자는 장화의 솔직하지 못한 위로였다.

"뭐 너 하는 거 지켜 봐서..."

어느새 마음에 여유까지 생겼는지 난 사족까지 덧 붙였고

장화를 제지하지 않은 채 사령관 실을 나선 나는

어느새 식당에 들어가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제조 실로 향했다.

"사령관...? 닥터가 완성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은 거거든."

"그냥 여기서 기다리려고 조금 일찍 왔어."

"그런 거라면 환영한다는 거거든."

포춘은 기계를 열심히 조작 중이었지만 내가 가자 살갑게 맞아주며 의자를 꺼내주었다.

그러곤 계속 작업을 진행하는 그녀의 표정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포춘 장화랑 친하게 지내줘서 고마워."

"그 아이 내 옷을 입혀봤는데 너무 잘 어울리는 거거든 완전

내 동생으로 삼고 싶을 만큼 귀여웠는데.... 선수를 빼앗긴 것 같아 아쉽거든."

하지만 그 말을 하는 포춘은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이... 두 사람 모두 내 동생으로 삼아주면 되는 거거든."

한없이 밝은 대답을 듣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래 두 사람의 언니가 되어 줘."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 어느새 닥터는 완성되었고 포춘이 검사를 마치자,

난 안으로 들어가 닥터와 마주할 수 있었다.

"안녕! 오빠가 사령관이야?"

작고 귀여워 보이는 인상에 바이오 로이드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만나서 반가워. 맞아 현재 여기 오르카에 사령관을 맡고 있어."

"내 이름은 닥터야 오빠 잘 부탁해!"

포춘이랑은 정반대지만 왠지 모르게 비슷한 친화력을 가진 닥터를 보며 어떻게든 사령관 등록을 끝마쳤다.

"좋아 이걸로 등록은 완료했고, 이제 앞으로 기술적인 부분은 내게 맡겨 주면 돼.

미리 말하지만 나 장난 아니게 똑똑하거든!"

연구욕을 불태우는 듯이 닥터의 눈은 이글 거렸고 난 태블릿을 통해 에이다가 보내준 자료를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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