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설정과 다릅니다.


외전같은겁니다.


1편.

2편.

3편.

4편.



테마파크에서 구조된 뽀끄루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져있는 상황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엄청난 크기의 잠수함도 신기할 뿐더러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사가 차려져있었기 때문이다. 테마파크에서는 꿈 조차 꿀 수 없었던 것이었다.


과연 이것을 먹어도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자신 옆에 있는 환자들의 식사가 잘못 온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조심스레 손을 들어 옆에서 환자들을 돌보있는 다프네를 불렀다.


"저기..."


"네?"


"힉..!"


다프네와 눈이 마주친 뽀끄루는 깜짝 놀라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

무언가가 보였다. 자신의 채찍에 목이 휘감겨 고통스러운 비명을 울부짖고있는 다프네의 모습이 보였다.


"살려줘...어째서...왜...같은 바이오로이드잖아...근데..왜.."


"아냐...아냐..."


귀를 후벼파고 뇌를 찌르는 듯한 다프네의 말에 뽀끄루는 숨이 가파져만 깄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것의 말을 부정해보려했지만 그것은 점점 자신에게 다가왔다. 뽀끄루는 그것을 보지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저기...어디 불편하신대라도 있으신가요?"


눈을 다시 떠보았다. 다프네와 환자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있었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그것을 찾아보았지만 그것은 보이지않았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급식판을 가리켰다. 


"저..이거.."


급식판 위에는 따뜻한 음식이 자신을 먹어주길만을 기다리고있었다.

그것을 본 다프네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보였기 때문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이거..잘못 온거 같은데요..?"


"네..?"


"제가 이런 식사를..."


"아..죄송합니다. 식사가 입에 맞지 않으셨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바꿔드릴테니깐요."


"에..? 잠시만..."


다프네는 뽀끄루의 앞에 있는 식판을 들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뭔가 일이 잘못되고있음을 느낀 다프네를 말리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요...."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뽀끄루는 조심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거나 잡지를 보거나 옆에 누워있는 이와 떠드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의 모습을 본 뽀끄루는 덮고있는 이불을 들어올려 코와 입을 가리고 그들을 천천히 관찰했다.


모두들 행복해보였다.


"뽀끄루. 뭐하고있어. 올라가야지?"


"히익..?!"


거칠고 우악스러운 손길과 함께 자신을 부르는 남성의 목소리에 뽀끄루는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  

온 몸을 부르르떨며 그것이 떠나길 바랬지만 그것은 점점 자신에게 다가왔다.


"모두들 널 기다리고있단다. 보여줘야지. 최고의 공연을 말이야."


"싫어..싫어.."


"저...괜찮으신검까..?"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에 뽀끄루는 천천히 이불을 거두었다.

브라우니와 병실에 있는 모두가 그녀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있었다.


"허어..."


"괜찮으신검까? 아까부터 안색이 안 좋으시던데.."


"괘..괜찮아요...예...."


그녀는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내며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 오신 분임까? 만나서 반갑슴다! 전 749275번 브라우니임다!"


브라우니는 새하얀 이를 그녀에게 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것을 본 뽀끄루는 그것을 받을까말까 고민을 했지만 그녀의 손은 이미 브라우니의 손을 붙잡고있었다.


"그 쪽 이름은 뭠까?"


"네..?"


"이름 말임다! 이름!"


"뽀..뽀끄루 대마왕이요..."


"오오...정말 멋진 이름임다! 대마왕이라니..엄청 쩌시는 분이군요!"


"그..그렇지도 않아요...전...."


"아님다! 굉장히 쩌시는 분임다!"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브라우니의 눈은 별빛으로 가득찼다.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한 뽀끄루는 그녀를 어떻게든 떨어뜨리기 위해 머리를 굴렸지만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브라우니. 그만두세요. 곤란해잖습니까."


"죄송함다.."


아까 식사를 가져간 다프네가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브라우니의 머리를 살짝 내리쳤다.

그녀는 식사가 담긴 플레이트를 뽀끄루의 앞에 내려놓은 다음, 브라우니를 그녀에게서 떼어놓고 뽀그루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아..아니에요..모두들 활기차서 보기 좋네요..헤..헤헤..."


"그렇죠..? 아, 그리고 여기 식사입니다."


그녀는 플레이트의 뚜껑을 열어 식사를 뽀끄루에게 대접해주었다.

뚜껑을 열자마자 엄청난 열기가 그녀의 얼굴 따뜻하게 데웠다. 그 안에 담겨있는 음식을 본 뽀그루는 눈이 반짝였다.


아까와 똑같은 식사였지만 식사의 양과 반찬의 가짓수가 늘어나있었다.

침이 폭포수처럼 떨어졌고,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병실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를 들은 환자들과 다프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비웃는 것이 아닌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좀 더 성대하게 차려드리고싶었지만 환자 분의 몸상태를 고려해서 준비한 식사에요. 식기 전에 얼른 드세요."


뽀끄루는 귀를 의심했다.


"네..? 이거..제꺼인가요..?"


"네...?"


다프네도 귀를 의심했다.


"네...환자분 식사에요.."


"진짜요..?"


"네..."


"진짜진짜진짜진짜로요..?"


"네...그렇답니다..?"


다프네의 말에 뽀끄루는 주위를 한두번 살피고는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었다.




입안을 가득채우는 따뜻한 감각과 풍미에 뽀끄루는 눈이 뒤집혔다. 제대로된 식사를 먹어본게 얼마만이었던가. 라고 되뇌이며 뭔가에 씌인거 마냥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환자분..손으로..."


수저를 놔두고 손으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본 다프네는 그녀에게 수저를 가져다주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뽀끄루는 그런 그녀의 손을 쳐냈다.


"쌰아악..!"


"히익...?!"


뽀끄루는 다프네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마치 동물처럼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에 병실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쏟아졌다. 

그녀들이 그러거나말거나 뽀그루는 식사를 이어나갔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음식을 해치워나갔다.


"오 예..굉장히 위험한 분이심다..과연 제가 모실..."


"브라우니..조용히하세요..."


"푸하..."


개걸스러운 식사를 마친 뽀끄루는 배를 두드리며 손에 묻은 밥풀을 떼어먹었다.


"식사..치워드릴께요..."


다프네는 조심히 식판과 플레이트를 치우고 병실을 나왔다.

뽀끄루는 그녀가 병실을 떠나는 것을 얌전히 지켜보며 오랫만에 느껴보는 포만감을 만끽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힛..?!"


문에서 고개만을 내밀고있었던 아이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머리를 숨겼다.

그것을 본 뽀끄루는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 아이에게로 천천히 한발한발 내딛었다.


"어..?"


안대를 쓴 푸른머리칼의 아이가 몸을 쭈뼛거리며 뽀끄루를 올려다보았다.


"저...진짜..뽀끄루 대마왕인가요...? 진짜라면...싸..싸인 좀..."


아이의 말에 뽀끄루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의 귀에는 전혀 다른 말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뽀끄루 대마왕..?! 정말 뽀끄루씨인가요..?!"


"팬이에요! 싸인해주세요!"


아이들의 환희에 가득찬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웃음소리는 곧 비명소리로 바뀌었다.


"왜 그러세요..?! 뽀끄루씨..?! 안돼..! 싫어요..!"


"그러지마세요..! 왜 이러는거에요...!"


"어째서..."


"...."


비명소리 뒤로 들려오는 또 다른 웃음소리에 뽀끄루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피로 흥건한 손 위에는 자신의 무기인 채찍이 들려져있었다. 


채찍을 바라볼 때마다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해?! 빨리하란말이야!"


"우리가 너 멀뚱히 서는거 볼려고 온 줄 알아?!"


"해!"


"죽여!"


"맞아! 죽여!"


"죽여!"


"죽여!"


그녀는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작은 키의 아이가 자신의 앞에 서있었다.


"괜찮으세요...?"


자신과 눈을 마주친 아이는 점점 뒷걸음질 쳤다. 그것을 멀뚱히 본 뽀끄루는 다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채찍이 들려져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보니 뽀끄루는 좀 어때?"


돔 브링어와 테마파크 신축공사를 마친 사령관은 슈트의 헬멧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함장실로 들어왔다.


"괜찮아..일단은..."


"일단은..?


닥터는 함장실 바닥을 더럽히고있는 흙먼지를 신고있는 슬리퍼로 쓸어내며 함장실의 의자에 앉아 의자를 빙글빙글 돌렸다.


"가끔씩. 환각증세를 보이고있어."


"환각...?"


미간이 찌푸려졌다. 환각이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예민하게 반응해버리고 말았다.


"뭐..그 끔찍한 곳에 100년 가까이 있었는데..안 미치는게 신기하지.."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려있는 슈트의 헬멧을 바라보았다.

테마파크의 실체와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번갈아가며 번개가 치는 것처럼 머릿속을 해집는 것에 손에 들고있는 헬멧을 떨어뜨릴 뻔했다.


"괜찮아..?"


"어..괜찮아.."


입김으로 먼지를 마저 털어내고 헬멧을 썼다. 

집에 온 듯한 편안함 감각이 머리를 기분좋게 감싸주었다.


"일단은 조심하고있어. 혹시 모르는 사태에 대비해서 말이야.."


"예를 들어?"


"오빠. 오빠가 처음 여기 왔을 때 생각나?"


사령관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해있었다.

헬멧 때문에 표정은 보이지않았지만 헬멧 뒤에 있는 그의 표정은 말하지않아도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있었다.


"시발. 그게 지금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오빠랑 똑같은 양상을 보이고있어. 특정 상황이나 말, 그리고 행동에 발작을 일으키거나 호흡곤란, 심하게는 폭력증세를 보이고있다고."


사령관은 부정하고 싶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옛날보단 덜했지만 그는 특정 상황이나 말, 그리고 행동에 발작을 일으키거나 호흡곤란, 심하게는 폭력증세를 보이고있었다.


"오빠. 그녀를 치료할 수 있는건 여기선 오빠 뿐이야."


"어째서지..?"


"옛말에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어. 같은 병을 않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하게 여기는 법이야."


"좀 쉽게 말해줄래..?"


"즉,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동정하고 돕고 사는 법이라구."


그는 닥터의 말을 곱씹어 생각했다. 그녀와 자신이 똑같은 처지라는 말이 신경쓰였다.

자신이 겪었던 일에 비하면 뽀끄루가 겪은 일을 비교해보았다.


둘 다 끔찍한 곳에 갇혀있었고, 둘 다 지독하게 굶었으며, 이상현상에 시달리고있었다.


각자 겪은 상황은 서로 달랐지만 그로인한 정신적 외상은 서로 같았다.


"내가 뭘 하면 되는건데.."


"데이트도 좀 해주면서 놀아주고, 그러다가 분위기 좀 좋아지면, 따끔한 조언같은거 해주면되지않을까..?"


"시발..그런걸로 되겠냐.."


"우린 오빠 그렇게 치료했는데?"


그녀의 말에 사령관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말을 말지.."


"오빠..."


"주인님!"


그 순간, 콘스탄챠가 숨을 헐떡이며 함장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뽀끄루 씨가..! LRL을...!"


그녀의 말에 사령관의 심장이 점점 요동쳤다. 두 마디의 말 만으로도 그의 머릿속은 끔찍한 생각들로 가득찼다.

사령관은 말을 더 듣지도 않고 함장실을 뛰쳐나갔다.
















그녀와 그가 겪은 일이 비슷하다고해야할까...




중간에 나온 삽화는 본인 작품입니다.


내일부터 공익근무라 연재주기가 듬성등성해질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뇌절에 재미도 없는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