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 들으면 더욱 좋습니다]

 

   

“사령관님. 저랑 별좀 보고 오실래요?”

   

   

어느 늦은 겨울밤에 나를 찾아온 세이렌이 대뜸 별 보러 나가자고 권했다. 마침 잠이 안오기도 했고, 세이렌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해서 나는 세이렌을 따라 별이 보이는 바깥으로 향했다.

   

   

   

“사령관님! 어서 하늘좀 올려다보세요. 하늘에 별이 진짜 많이 떠있어요!”

   

   

“오... 그러게말이야. 오늘 별이 진짜 많이 떴네. 맨날 실내에만 처박혀있다보니 이런 밤하늘을 보는건 정말 오랜만인거같아.”

   

   

“사령관님. 우리 서있지만 말고 편한 자세로 보자고요.”

   

   

“그래. 다리 아프니까 앉아서 별을 감상하자. 세이렌, 혹시 내 무릎위에 앉아서 볼래?”

   

   

“그래도 될까요? 그러면... 사양하지 않을게요.”

   

   

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자, 옆에서 쪼르르 달려온 세이렌이 내 무릎위에 살포시 앉았다. 품에 안긴 세이렌의 머리를 쓰다듬자 세이렌은 기분 좋은 듯이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사령관님. 저쪽에 오리온자리 보이세요?”

   

   

“아니 안보여. 오리온자리가 어디있는데?”

   

   

“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한번 보세요. 별 세 개가 나란히 있는게 보이시나요?”

   

   

“앗! 보인다 보여! 저게 바로 오리온자리였구나. 생각해보니까 별자리를 두눈으로 직접 보는건 이번이 처음인거같아. 세이렌, 혹시 저거말고 다른 별자리는 아는거 있어?”

   

   

“물론이죠. 오리온자리 중앙부분에 있는 별 세개에서 위쪽으로 시선을 쭈욱 올려보세요. 그러면 엄청나게 밝은 별이 하나 보이실거에요. 혹시 찾으셨나요?”

   

   

“으음. 뭔가 밝은 별이 보이기는 한데... 저건 대체 무슨 별자리의 별이야?”

   

   

“저건 황소자리의 알파별인 알데바란이에요. 어떠세요 사령관님? 하늘에 떠있는 황소가 눈에 들어오시나요?”

   

   

“글쎄. 별로 황소같은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그럼 이번엔 많이 익숙할만한 별자리를 보여드릴게요. 제가 가리키고있는 방향을 한번 유심히 봐주세요. 혹시 국자모양 별자리가 보이시나요?”

   

   

“국자모양이라고? 오, 보이는거같아! 저게 설마 말로만듣던 북두칠성인가? 그러면 저걸로 북극성의 위치를 찾을수도 있겠네?”

   

   

“그럼요. 국자의 머리 부분에 있는 두별을 따라가다보면 북극성을 찾으실 수 있을거에요. 한번 사령관님이 직접 북극성을 찾아보시겠나요?”

   

   

“알겠어. 한번 찾아볼게. 으음... 혹시 북극성이 저거야?”

   

   

“맞았어요! 저게 바로 북극에 가장 가깝게 떠있는 별인 폴라리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별이죠.”

   

   

“정말? 세이렌이 제일 좋아하는 별이 북극성이라고?”

   

   

“네. 저는 항해를 하는 뱃사람이잖아요. 한 밤중에 항해를 할 때 북극성을 이용해서 항해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게 북극성을 자주 보게 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북극성이 좋아지게 된것 같아요.”

   

   

“그래? GPS랑 수많은 최신장비들이 있는데도 여전히 너는 북극성을 보고 항해를 한단 말이야?”

   

   

“매번 그러는건 아니에요. 가끔가다 한번씩 북극성을 보며 항해를 하는거 뿐이에요. 저도 평소에는 당연히 장비들을 쓰죠.”

   

   

“그렇구나. 그런데 가끔씩 북극성을 보며 항해하는건 왜 그러는거야? 그렇게 하는게 훨씬 더 불편하고 힘들텐데.”

   

   

“물론 장비를 사용할때보다 북극성을 직접 찾으며 항해 하는게 훨씬 힘든건 맞죠. 하지만...

   

   

그러는 편이 훨씬 더 낭만적이잖아요.”

   

   

“낭만이라... 그거 좋지.”

   

   

“사령관님. 혹시 그거 아세요? 제가 북극성에게 또다른 이름을 붙였다는걸 말이에요.”

   

   

“북극성에 다른 이름을 붙였다고? 어떤 이름을 붙였는데?”

   

   

“...사령관님이라고요”

   

   

“응? 북극성에 내 이름을 붙였어?”

   

   

“네. 왜냐하면 사령관님과 북극성은 공통점이 아주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어두움 가득한 세상을 밝게 비춰주는것도 그렇고, 제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는것도 그렇고, 힘들고 지칠때마다 한번씩 올려다볼때마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저를 바라봐주는것도 그렇고...”

   

   

“내가 세이렌에게 그런 존재였구나...”

   

   

세이렌의 말을 곰곰 생각하며 나는 다시 북극성울 올려다보았다. 그때 갑자기 북극성의 옆으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재빠르게 지나갔다.

   

   

“어라, 방금 북극성 옆으로 뭐가 지나갔던거 같은데 세이렌 너는 뭐 못봤어?” 

   

   

“뭐가 지나갔다고요? 아아, 그러고보니 깜빡했어요! 애초에 사령관님을 데려온 이유가 같이 유성우를 보기 위해서 나온거였는데...”

   

   

“유성우? 앗, 또 지나갔다! 진짜 엄청 많이 떨어지는걸 보니까 유성우가 맞구나!”

   

   

“사령관님. 저희 모처럼이니까 별똥별을 보며 소원 빌래요?”

   

   

“소원이라고? 당연히 나야 좋지! 어서 빌자!”

   

   

그렇게 나와 세이렌은 하늘을 빤히 올려다보며 유성우가 떨어지기를 얌전히 기다렸다. 거의 몇십초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반짝이는 별똥별 하나가 밤하늘을 가르며 재빠르게 지나갔다.

   

   

“!!! 지나갔다! 아, 그런데 너무 빨라서 소원을 못 빌어버렸는데... 세이렌 너는 혹시 소원 빌었어?”

   

   

“네. 저는 소원 빌었어요!”

   

   

“우와, 그 짧은 순간에 소원을 빌다니 정말 대단하다! 대체 어떤 소원을 빌었는데?”

   

   

“으으, 그게... 조금 많이 유치한 소원이라서 말해주기가 좀 부끄러운데요...”

   

   

“괜찮아! 난 세이렌이 비는 소원들을 전혀 유치하게 생각 안 할테니까 그냥 솔직하게 말해봐.”

   

   

“알겠어요. 그럼 제가 별똥별에 빌었던 소원이 뭔지 말해드릴테니 귀좀 한번 대보세요.”

   

   

나의 귀에 닿을락말락하게 입을 가까이 댄 세이렌이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속삭여주었다. 

   

   

사랑하는 사령관님과 결혼하고 평생을 알콩달콩 함께 살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그게 너가 빌었던 소원이니?”

   

   

“네...”

   

   

얼굴이 새빨개진 세이렌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 대답했다. 나는 그런 세이렌을 껴안아주며 물어보았다.

   

   

“세이렌. 왜 고개를 숙여? 혹시 방금 했던 말이 부끄러워?”

   

   

“우으... 당연하죠. 알콩달콩 결혼이라는 이런 유치한 소원을 빌다니... 사령관님이라면 분명 저보다 근사하고 멋진 소원을 빌었을텐데...”

   

   

“아니야. 내가 생각했던 소원도 유치한 소원이야. 비록 별똥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소원을 빌지는 못했지만.”

   

   

“그래요? 사령관님은 대체 어떤 유치한 소원을 비셨는데요?”

   

   

“내가 별똥별에 빌려고 했던 소원은... 너랑 같아.”

   

   

“네? 저랑 같다니 그게 무슨 뜻이세요?”

   

   

“이러면 무슨 뜻인지 알겠니?”

   

   

나는 주머니속에 고이 숨겨두었던 반지를 꺼내 세이렌에게 보여주었다. 그걸 본 세이렌은 눈을 크게 뜨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그건...”

   

   

“사실 얼마전부터 쭉 고민해왔었어. 어떤 타이밍에 세이렌에게 이 반지를 건네주는게 가장 멋있는 프러포즈일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지금이 가장 적합한 순간인거같아.” 

   

   

반지에 시선이 고정되어있던 세이렌이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서 나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나를 보고있는 세이렌의 눈빛에서 놀람, 감격, 기대감등의 여러 감정들이 느껴진다. 역시 지금 말을 해야겠다.

   

   

“세이렌. 나도 너처럼 이루고싶은 소원이 있어. 너와 결혼하고 평생을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싶다는 소원 말이야. 혹시 이런 나의 소원이 이뤄지도록 만들어주겠니?”

   

   

나는 세이렌의 자그마한 손가락에 조심스럽게 반지를 끼워주었다. 세이렌은 자신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유심히 보더니, 곧 눈에서 눈물을 한방울씩 뚝뚝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물론이죠 사령관님. 저도 사령관님과... 평생을...”

   

   

세이렌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기쁨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나는 그런 세이렌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물어보았다.

   

   

“세이렌. 너의 소원이 이루어진 이런 기쁜 날에 왜 우는거야. 넌 웃는 모습이 더 예쁘니까 어서 웃어주렴.”

   

   

“죄송해요. 이런 날에 울면 안되는데...”

   

   

세이렌은 흘러내리던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령관님. 사실 전 예전만해도 사령관님은 저 하늘에 떠있는 북극성처럼 결코 다가갈 수 없는 존재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그 별은 서서히 저에게 다가와서, 이렇게나 예쁜 반지를 제 손에 끼워주었어요. 그게 너무나도 감격스러워서...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어요. 사령관님. 보잘 것 없는 저에게 이런 기쁜 순간이 찾아오도록 만들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사령관님이 저에게 반지를 주신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쭉 사령관님의 옆에서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드릴게요. 정말로 사랑합니다 사령관님.”

   

   

“응. 나도 세이렌 너를 사랑해.”

   

   

눈물이 그친 세이렌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꽈악 껴안아주었다.

   

   

“사령관님. 저 혹시 소원 한가지만 더 빌어도 괜찮을까요? 밤하늘의 별똥별이 아닌 제 앞에 있는 북극성에게 빌고싶은 소원이에요.”

   

   

“말해봐.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줄게.”

   

   

“키스해줘요.”

   

   

나는 곧바로 그녀의 소원을 이루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