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공식설정과 다릅니다.


외전같은겁니다.


1편.

2편.

3편.

4편.

5편.



"즉,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동정하고 돕고 사는 법이라구..." 


사령관의 귓가에는 닥터의 말이 반복재생되는 음악처럼 계속해서 되풀이되고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점점 흐려져만갔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였다. 


"어디야?!"


"수복구역 201호실이요!"


사령관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복도를 달려나갔다. 지나가던 대원들의 인사를 무시하고 때로는 대원들과 부딫힐 뻔하기도 했지만 그는 신경 쓰지않고 콘스탄챠가 말한 장소로 달려갔다. 함장실에서 수복구역까지는 꽤나 먼 거리였다. 슈트의 장갑과 신발에 땀이 차올라 찌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헬멧 안에는 색색거리는 거친 숨소리만이 났다. 사령관은 달리는 내내 라비아타는 왜 이렇게 넓은 잠수함을 거점으로 삼은 것인지에 대해 속으로 되뇌였다.


그렇게 계단과 복도를 얼마나 달렸을까 환자복을 입은 바이오로이드 대원들이 공연을 보는 관중처럼 복도를 가득 매우고있는 것이 보였다. 거의 다왔다는 것이다. 


"비켜! 나와!"


그의 말에 길을 막고있던 대원들은 그 옛날 두손을 들어올려 파도를 두갈래로 갈랐다는 누군가가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


"LRL!"


"권속!"


수많은 관중들을 뚫고 들어온 그의 눈에 보여진 것은 뽀끄루가 LRL에게 손찌검을 하기 위해 손을 들어올리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만해! 두 손 뒤로하고 엎드려!"


사령관의 뒤를 따라온 리앤이 리볼버를 꺼내들어 그녀에게 겨누고 경고를 주었지만 그녀는 움직이지않았다. 어딘가 이상했다. 뽀끄루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있었다. 그것을 본 사령관은 리앤에게 총을 거두라는 손짓을 하고 뽀끄루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뽀끄루...?"


어깨를 토닥이며 뽀끄루를 불렀다. 그녀는 고장난 태엽 장남감처럼 온몸을 덜덜 떨며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짓을 본 사령관은 자신도 모르게 홀스터에 있는 공구에 손을 올렸다. 


"사사삿사...사삿사사사사장님...?"


입은 돌아가있고 동공이 수축되어있는 것도 모잘라 초점도 맞지않았으며,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침이 폭포처럼 흐르고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일전에 LRL과 함께 보았던 표정과 일치했다. 목구멍에서부터 혀를 타고넘어오는 사악한 기운에 복도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썅.."


그녀의 표정을 본 사령관은 무의식적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누가보더라도 어딘가 나사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머리에 있는 뿔에서 불이 깜빡일 때마다 뽀끄루의 상태는 점점 이상해져만 갔다.


공포영화에서 볼 법한 자세로 뒤틀어져만 가는 그녀의 모습에 복도에 있는 모두의 입은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사..사장님.. 이거...오래..못..버텨...."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뽀끄루는 눈을 뒤집히며 복도에 쓰러졌다. 사령관은 그녀가 차가운 복도에 몸이 닿기 전에 그녀를 받아주었다.

자신의 손아귀에서 침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슈트의 헬멧을 만지작거렸다.


"세상에..."


그는 나지막이 말을 꺼내며 복도를 가득 매운 관중들을 쳐다보았다.




"감사해요..!"


눈부시고도 화려한 조명이 뽀끄루를 감쌌다. 그 빛 사이로 관중들의 환호소리와 휘파람소리, 그리고 꽃다발들이 쏟아지는 것에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관중들을 향해 두손을 높게 들어올려 꾸벅 인사했다.


그녀는 남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비단 공연 뿐만 아니라 촬영까지도 말이다. 비록 자신의 몸이 망가지고 때론 남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한 꼴이 되기도했지만 그녀는 신경쓰지않았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관중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관중들의 환호소리, 박수 그리고 커튼콜을 위해 다시 무대로 올라 갔을 때,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꽃다발들과 무수한 악수요청을 받으며 힘을 얻었다. 


그 일이 있기 전 까지는.


"뽀끄루. 이제부터 이 분이 네 새 주인님이란다."


"네..?"


청천벽력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싫다는 내색을 들어내서는 안된다. 그녀는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었으니깐.

활짝 웃으며 새 주인에게 인사를 했다. 공연을 할때나 촬영을 할 때나 늘 그래왔으니깐.


"오늘부터 우리 테마파크에서 공연을 해줬으면 하는구나."


"네..?!"


"싫나?"


"아..아니에요..! 감사해요..!"


기뻤다. 다시 공연을 할 수 있었기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대사를 읊조리며 채찍을 튕겼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늘 하던 버릇이었다. 그렇게 모든 대사를 전부 읊조렸을 때 무대의 커튼이 걷혀졌다.


눈부시고도 화려한 조명이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한발한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 발걸음은 얼마 안가 멈춰버리고 말았다. 어딘가 이상했다. 자기 자신이 무대 위에 서있는 것을 본 뽀끄루는 두 눈이 흔들렸다.


"사장님..? 이건..."


"...쟤도 죽이는건가요..?"


무심하게 무서운 말을 꺼내는 자신에 뽀끄루는 손에 들고있는 채찍을 떨어뜨렸고, 다리의 힘까지 풀려버렸다.

그녀는 천천히 한발한발을 내딛으며 자기 자신에게 다가갔다. 도망쳐보려했지만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뭐야..?! 사장님..?! 사장님?!"


자신을 감싸던 눈부시고도 화려한 조명은 한명의 관중이 되어 그녀의 죽음을 구경하고있었다.


"이제..마가 강림했노라..."


자신 앞에 서있는 또 다른 자신이 손을 뻗자 불길이 뽀끄루의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뭐야..?! 싫어..! 안돼! 살려줘!살려줘! 싫어..!"


손을 토닥여도 보고, 이리저리 굴러보았지만 불길은 꺼지지않고 계속해서 올라왔다.

어느새 몸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뽀끄루는 자신의 몸을 타고 오르는 불길처럼 몸부림을 쳤다. 


"어때..? 너도 당해보니깐.."


불길에 휩싸이는 와중에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 뽀끄루는 눈을 떠보았다. 

이제껏 자신과 테마파크에서 공연을 한 바이오로이드들이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고있었다.


"싫어..그만해....제발...."


그들을 향해 애타게 구걸해보았지만 그것들은 그녀의 말을 무시해버렸다.

그렇게 자신의 몸이 쌔까맣게 타들어갈 때 쯤에 다른 무언가가 보였다. 자신을 향해 저주의 말을 내뱉지도, 섬뜩하게 웃지도 않고있었다.


그것은 뽀끄루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가자. 여기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여러개의 푸른빛에 뽀끄루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왠지 모를 포근함과 따뜻함을 느끼며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


낯선천장. 아니. 익숙한 천장이었다.


아까 자신이 있었던 병실과 똑같은 천장이었지만 조금 달랐다. 독한 락스냄새와 모든 것이 비춰보일 정도로 반질반질한 새하얀 타일이 깔려있는 방에서 깨어난 뽀끄루는 침대에서 일어나보려했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건..."


양손에 수갑이 채워져 침대난간에 묶여버린 그녀는 이상함을 느끼며 자신의 손목에 채워져있는 수갑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일어났나?"


어디선가 들려온 말에 뽀끄루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 꿈에서 보았던 여러개의 푸른빛에 그녀는 몸을 흠칫했다.


"흐잇..?!"


"괜찮아?"


구석에 등을 기대로 팔짱을 끼고있는 조금은 화려한 색의 AGS처럼 생긴 무언가. 자신을 그 지옥에서 꺼내준 장본인인 사령관이었다.

그의 등장에 뽀끄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기댔다.


가습기와 출처를 알 수 없는 기계에서 나는 소음, 그리고 사령관의 숨소리만이 들리는 새하얀 방에 갇힌 뽀끄루는 사령관을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


"저기..."


"편한대로 불러. 난 신경 안 쓰니깐."


"그럼...사장님..?"


그녀의 부름에 사령관은 고개를 두번 끄덕였다.


"그 아이는 무사한가요...?"


아까 복도에서 LRL을 향해 손찌검을 할려고했던 것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응. 다친 곳 하나 없어."


"다행이네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그녀는 침대에 기대어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누군가를 향해 들어올린 손이었다.

그 손을 바라보며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을 감자, 아까 꿈에서 보았던 그녀들이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있는 것이 보였다.

불쾌한 경험에 뽀끄루는 아까 먹었던 것들을 게워내고싶었지만 너무나도 깨끗한 타일을 더럽힐 수 없다는 생각에 숨을 천천히 고르며 사령관에게 다시 질문했다.


"사장님..?"


이번에도 사령관은 고개를 두번 끄덕였다.


"어째서 절 구하신거죠...?"


조금 어려운 질문이었는지 사령관은 슈트의 헬멧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고있었다.


"음...모르겠군.."


그의 애매모호한 대답에 뽀끄루의 미간은 아까보다 더 심하게 찌푸려졌다.

오른손으로 주먹을 살짝 움켜쥐며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왜 나 같은걸 구하셔서......"


순간적으로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에 뽀끄루는 왼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돌려 구석에 서있는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런 말없이 새하얀 벽에 팔짱을 끼고 기대어 자신을 쳐다보고있었다.


생명의 은인한테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에 뽀끄루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사령관은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가 한발한발 내딛을 때마다 새하얀 타일에 우악스럽고 거무튀튀한 발자국이 새겨졌다. 


"사...사장님...?"


어느새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사령관의 모습에 뽀끄루는 이불을 끝까지 올려덮으며 그의 눈을 피했다.

아까 꿈에서 자신의 죽음을 지켜보던 그 눈과 똑같은 눈을 하고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불 속에서 몸을 부르르 떨고있던 와중, 그가 손을 뻗었다.


"흐잇..?!"


그녀는 이불을 끝까지 올려덮으며 그의 손길을 피해보려했다. 아까 자신의 말로 인해 기분이 상해서 자신에게 해코지를 할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불안한 생각과는 달리 그는 뽀끄루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고있었다.


"후에...?"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뽀끄루는 이불을 천천히 내렸다.

헬멧을 쓰고있었던 탓에 그의 표정이 어떤지는 상상이 가질 않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했다.


아까 꿈에서 자신에게 손을 뻗었던 무언가랑 똑같은 느낌이었다.












꿈에서 뽀끄루에게 손을 뻗은 무언가.




이런 뇌절에 재미도, 감동도 없는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때까지 쓴 글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