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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마더. 몽구스팀. 전원 보고하세요."


홍련이 무전기에 말했다.


-여기는 미호, 자리잡았어, 마더.

-핀토도 위치에서 대기중이야, 마더.

-드라코도 불가사의 보고 있어, 마더!


"불가사리에요, 드라코."


홍련은 몸을 숨긴 채 창가를 내려다보았다.


불가사리는 혼자서 길을 걷고 있었다.

남친을 만나러 가는 것 같은 사복차림으로.


"불사가리, 보고하세요."


-응, 마더. 아직까지는 조용해.


"들켰을 가능성은?"


-아직은 없어.


"좋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세요."


-응.


무전을 마친 홍련은 창가에서 살짝 떨어진다.


'신원 미상의.. 붉은 단발 바이오로이드.'


몇 달 전부터 다른 몽구스팀 개체들이 지속적으로 습격당했다.

그것은 단순한 습격사건으로 그치지 않고,

보복성 파괴행위로 지속됐다.

그 결과, 벌써 4개의 몽구스팀이 괴멸했다.


단 한 기의 바이오로이드에게.

통칭 붉은 개.


위에서는 그 개를 잡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연히.

그들 팀은 몽구스팀의 다른 자매들을 위해 팔 걷고 나섰다.


-조용하네.


미호였다.


-이번 상대는 '붉은 개'인데 꼭 고양이처럼 움직인데.


"...."


홍련은 티 나지 않게 자신이 있는 방의 입구를 흘겨봤다.

무전 소리에 묻힌 어떤 기척이 있었다.


"...신경을 곤두세우세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맞는 말이야."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던 입구에 붉은 단발의 여성이 서 있었다.

확실히 개보다는 고양이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이번에는 좀 기대했는데, 다른 떨거지들이랑 똑같네. 실망이야."


붉은 개가 와이어를 빼내며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C-77 홍련. 대답해라. 너와 내가 다른 게 뭐지?"

"훗."


홍련은 웃었다.


"개가 덫에 걸렸습니다. 작전개시."

"로저~!!"

"라저에요."


쾅!


천장을 뚫으면서 나타난 드라코가 붉은 개를 덮친다.


"하..!"


붉은 개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드라코를 피했다.

그리고 곧장 홍련에게로 돌진했다.


"이 정도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물론입니다. 핀토."

"옜! 써~ 마더!!"


홍련의 어깨 너머,

핀토가 창문을 깨부수면서 난입했다.


퍽!


핀토파스칼 킥을 갈겼으나, 붉은 개는 팔뚝으로 막았다.

핀토의 발바닥에 붙여둔 초소형 추적기가 팔뚝에 부착됐다.


"쳇...!"


붉은 개가 인상을 찌푸렸다.


홍련은 눈에서 빛을 발하며 그들을 관찰했다.

추적기는 눈치 못 챘다. 하지만...


'안 되겠군.'


홍련은 그 짧은 찰나의 순간, 핀토와 붉은 개의 전력을 계산했다.

3대7로 핀토가 밀렸다.


본래는 핀토를 앞세워 몰아치려고 했지만.

홍련은 계획을 즉시 수정한다.


"핀토, 그만. 방패로 쳐 올리세요, 드라코."

"알았어, 파더!"

"마더에요."


드라코가 붉은 개의 등 뒤를 노려, 방패로 쳐 올린다.


퍽!


"이...!"


드라코의 괴력에 공중으로 붕 뜬 붉은 개.


"지금입니다, 미호."


-빵!


무전기로 미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긴 총알이 벽을 꿰뚫으며 나타났다.


핑!


붉은 개는 와이어를 뭉쳐서 총알을 튕겨냈다.

그리고는 핀토와 드라코를 피해 방 한쪽에 착지했다.


-어라? 이걸 막아?


"....."

"......짜증나네.. 에이씨."


붉은 개가 또 다른 창문으로 몸을 날린다.


"아이셔!"


드라코가 추적에 나서려는데, 홍련이 막았다.


"쫓지 마세요. 함정입니다. 붉은 개는 폭탄을 잘 사용한다고 했으니,

대놓고 쫓아가면 낭패를 보는 건 저희입니다.

그리고 아이셔가 아니라 '거기 서'에요."


"헤헤."


드라코는 헤벌쭉 웃었다.


-마더, 어쩔까.


바깥에서 대기하던 불가사리였다.


"항상 하던대로. 단, 조심하세요. 이번 적은 무척 위험합니다."


-라저.


"핀토도 출발하세요."

"예써 마더!"

"미호는 이쪽으로 오고, 드라코는 저와 밖으로 나가죠."


홍련과 드라코가 건물을 나설 때,

미호가 무전을 해왔다.


-마더. 핀토랑 불가사리 둘이 괜찮을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이번 적... 엄청 강해. 지금까지 이 연계가 안 통한 적은 없었잖아.


"예상했던 일입니다. 브리핑 때도 설명드렸을 텐데요."


이번 임무.

붉은 개를 꾀어내어 포획하는 계획은 애당초 성공률이 낮았다.

홍련이 계산 끝내 내놓은 성공률은 겨우 23퍼센트.


"처음부터 다음 계획과의 연계를 위한 준비였습니다.

붉은 개를 죽이는 것으로 끝이 아닌, 그 배후를 알아내야 합니다."


몽구스팀을 향한 보복성 폭력.

그걸 단 한 기의 바이오로이드가 해냈다는 건,

거대한 자본이 뒤에 숨 죽이고 있다는 의미였다.


돈이 없으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니까.

또, 돈만 있어서 될 일도 아니었다.


팀 전체를 괴멸시킬 정도의 고성능을 가진 바이오로이드를 만들 기술도,

그걸 실현 시켜낼 인력과 설비도 있어야 한다.


즉, 붉은 개의 배후에는 최소 기업 사이즈의 누군가 존재한다.

그 정체를 밝히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그건 알지만. 벌써 여러 자매를 해친 못된 놈이잖아.


"미호가 불안해하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핀토랑 불가사리는 정찰로써 보냈을 뿐, 전투를 지시하지는 않았어요.

동료들을 믿으세요."


-응, 마더.


잠시 후, 핀토로부터 무전이 왔다.


-마더. 아지트까지 미행했어. 위치를 지금 알려줄게.


"알겠습니다. 그 이상 접근하지 말고 합류를 기다리세요."


-응.






홍련 일행은 재빨리 핀토가 발견한 건물의 사방을 포위했다.


"저 안에 붉은 개가 있는 겁니까?"

"응, 마더."

"몇 층인지 파악하셨나요?"

"7층에서 멈추는 것까지는 봤지만, 확실치 않아."

"그러면 1층부터 빠르게 훑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특히 6, 8층을 집중해서 조사하세요."

""""예스 마더!""""


일제히 대답했다.


"대태러부대, 몽구스-제로팀. 진입개시."


그러나 한 발 늦었다.


붉은 개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홍련과 아이들은 8층의 지저분한 방에서 다시 만났다.


"대체 어디로 도망친 거지? 옥상인가?"

"미안 마더... 내가 놓쳤어."

"아닙니다. 상대도 강해요.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추적기를 발동할까?"


핀토가 핀토파스칼 킥을 날렸을 때, 붉은 개의 팔뚝에 추적기를 붙였다.

그러나 아직은 발동시키지 않았다.


아지트를 쫓는 것까지는 핀토의 눈으로도 충분했기에.


"추적기는 한 번 들키면 두 번은 통하지 않습니다. 아직 때가 아니에요."


상대의 실력이 좋을수록, 추적기의 사용은 신중해야 한다.

아무때나 쓰면 오히려 정작 기회가 왔을 때 쓸 수 없으니까.

좀 더 확실한 정보를 알아낸 다음에 써야 한다.


붉은 개 한 마리만 잡고 끝낼 것이 아니라,

배후의 세력까지 일망타진할 수 있을 때 말이다.


추적기를 들키지 않은 건,

붉은 개가 그만큼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즉, 우연의 요소가 있어서 가능했으니, 두 번은 통하지 않을 거다.


"이렇게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줄은 몰랐어."

"....확실히, 저희 부대가 같은 적을 두 번이나 놓친 것은 처음이군요."


그들이 제로라는 번호가 붙은 것은 가장 먼저 만들어져서가 아니었다.

가장 실전 경험이 많고,

어떠한 명령도 기대 이상으로 수행해내면서

그 어떤 동일개체들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대테러부대에서 벗어나 몽구스팀의 히든카드로 거듭났다.

유령부대이자, 비장의 한 수인 조커.

제로라는 숫자가 붙은 것은 그런 의미였다.


다만, 그만큼 엘리트 부대이기에 실패가 익숙하지 않았다.


"...?"


홍련은 방을 둘러보다가 수첩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을 펼쳐 대강 살펴본 후, 홍련은 미소 지었다.


'급하게 도망치다가 흘렸나. 어지간히 동요했나보군.'


실패에 익숙하지 않은 건 그들만이 아닌 듯했다.

붉은 개도 마찬가지.

폭탄을 설치하지도 못할 만큼 허겁지겁 도망친 것 같았다.


"하지만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네요."

"그러면?"

"붉은 개... 아니. 여제 마리아 리오보로스의 사냥개 장화."

"장화?"

"어, 마더...?"


모두 눈치 챈 듯했다.

아니, 모두는 아니었다.


"비 오는 날 신는 그거!"


드라코는 몰랐다.


"...한국 설화 중에 장화와 홍련이라는 자매가 있습니다, 드라코."

"자매?"

"예. 제 개체명도 거기서 따온 것입니다."


홍련은 수첩에 담긴 이름을 응시했다.


"테러범이 저와 자매기군요. 여제.... 아주 재밌는 일을 꾸몄습니다."

"여제...? 여기 제압기술 하나..?"

"여자 황제이라는 의미입니다."

"아하. 완벽하게 이해했어!"


드라코는 이해 못한 표정이었다.


"마더, 나도 읽어봐도 돼?"


미호가 손을 뻗는다.

하지만 홍련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안 됩니다."

"응, 마더."


미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살짝 삐쳤다.

홍련은 이유를 설명한다.


"이 수첩에는 여러분의 정신력을 깎아낼 기록이 많습니다."

"그 말은..."

"저희 자매 개체들의 살해 일지가 적혀 있습니다."

"...."


미호는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

대신 분노했다.


"장화... 용서 못해."


잠깐의 침묵.

불사가리가 먼저 입을 연다.


"마더, 여제가 관련되어 있다면 우리 임무는...?"

"현 시간부로 임무 변경.

지금부터 저희는 여제를 사냥합니다.

인과가 밝혀졌으니, 명분과 정의는 저희에게 있으니까요."


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벌하고 무거워졌다.

또, 걱정도 섞여 있었다.

여제라는 이름은...

조금 우스꽝스럽기는 해도 절대 가볍지 않기에.


"여제를 사냥... 그게 가능할까? 마더?"

"물론입니다. 여제도 인간. 여제는 그 자체가 강한 것이 아닙니다.

그녀의 지위와 권력, 자본이 강한 것이지."


"문제는 어떻게 그 힘을 뚫고 여제에게 도달하냐잖아, 마더."


미호가 말했다.


홍련은 다시 수첩을 내려다보았다.


"...개는 어떤 상황에서든 주인에게 돌아가려고 합니다."


충성심 높은 개일수록 그렇다.

사냥개라면 특히나 충성심이 강하다.

주인이 어지간히 개같이 굴어도 충성을 바친다.

죽더라도 싸울 정도로.


"...그 습성을 이용해보도록 하죠.

핀토, 부착된 위치추적기를 발동하세요."


"응, 마더."


추적기와 연결된 장치에,

붉은 개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버려진 도시로 갔군요,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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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팀과 여제의 사냥개 -중-





아래는 내가 지금까지 썼던 단편들.

내 라오 창작글 모음 - 라스트오리진 채널 (arc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