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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못난 것."


여제 마리아 리오보로스.

그녀의 노기어린 목소리에, 장화는 떨었다.

장화는 예를 갖추어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깟 암캐랑 그 새끼들 하나 제대로 처리를 못해?"

"죄송합..."


퍽.


뺨으로 날아온 구둣발. 장화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솔직히 말하면 아프지는 않았다. 고작 인간의 발길질 따위.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이 쓸모 없고 무책임한 개를 당장 폐기해."

"마, 마리아님!"

"끌고가. 태워버려."

"마리아님!!"


마리아의 부하 둘이 그녀를 끌고 간다.


"잠깐! 뭔가 잘못 됐어! 기다려!"

"...."

"이럴 리 없어! 마리아님이 날 버리실 리가...! 이럴 리가 없어! 뭔가...!"


그녀를 끌고 가는 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이..! 당장 놔! 다 죽여 버릴..!"

"얌전히 끌려가. 마지막 명령이다. 아무리 무능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여제의 차디찬 목소리.


"마리아님..."


장화는 망연자실한 채 끌려갔다.

질질 끌려가서 도착한 곳은 소각장이었다.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건가?'


남자들이 그녀를 들어 소각장에 던지려고 한다.

하지만 장화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무능해도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얌전히 끌려가.


그때 총성이 들렸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머리가 터졌다.

옆에 있던 남자도.


이어서 다섯 명의 바이오로이드가 이곳으로 발을 들였다.


"몽구스팀. 여제 마리아 리오보로스의 저택에 잠입 완료."


홍련이 장화를 쳐다봤다.

그녀의 눈빛은 싸늘했다.


"및, 장화 확보. 지시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


장화는 이를 갈면서 일어났고 와이어를 꺼냈다.


"너희들 때문에 내가..!!"


저 몽구스팀은 다른 몽구스팀 개체와는 달랐다.

신속하고 강했으며 무자비했다.

마치 특수부대처럼.

장화가 홀몸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목표의 저항 확인. 사살 개시."


그 한 마디와 함께 동시사격이 시작됐다.


퍼버버벅.


장화는 총에 맞아 쓰러졌다.


"죽여.. 죽여 버리겠어, 너희들 모두..!"


여러 발의 총알이 몸에 박혔음에도 장화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녀는 이를 갈면서 몽구스팀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목표의 생존을 확인. 핀토."

"예써~ 마더!"


핀토의 발길질이 날아왔다.

장화의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장화는 눈을 떴다.


"마, 마리아님! 으윽...!"


그녀는 당장 벌떡 일어나려다가 지독한 고통에 다시 쓰러졌다.


번갯불처럼 온몸을 맴도는 고통.

하지만 그 덕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긴...?"


주변을 둘러보는데, 볼품없는 방안이었다.

아니, 방이 아니었다.


거실과 방이 하나인 아주 작은 집.

벽과 벽지는 낡았고, 가구도 있는 것이 없었다.

그 흔한 컴퓨터조차도.


"...?"


그녀는 잠깐 동안 상황을 파악했다.

파악 결과,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누군가 구해준 것 같기는 한데...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생각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으윽..."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몸을 일으킨다.

온몸이 불덩어리였다.

팔도, 다리도, 몸도, 머리도.


하지만 나가야만 했다


"마리아님..."


장화는 다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빈민가였다.


온갖 오물 냄새로 탁한 공기,

지저분한 길거리.

그리고 군데군데 쓰러져 있는 노숙자와 알코올 중독자들.


쏴아아아아-


지독하게도 비도 내렸다.


'머리가 녹아내릴 것 같아.'


몸이 정상인 곳이 없었다.

하지만 장화는 집을 나섰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마리아님에게로 향한다.


그러나 멀쩡한 사람도 골병 들게 만드는 폭우 속에서 멀쩡할 리가 없었다.

장화는 얼마 못 가서 쓰러졌다.

그녀가 쓰러진 자리에 고인 빗물은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점점 붉게 물들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그 집에 있었으면 살았을까?

아니 산다고 한들...

의미가 있을까.


주인 잃은 개는.


주인을 따라 가는 수밖에.


그때 저 앞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청년이었다.

약국의 이름이 적힌 비닐 봉투를 들고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달려오다가 골목에서 멈춰 좌우를 둘러보고

또 달려오다가 멈춰 좌우를 둘러보고.


'좋겠다.'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이 떠올랐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위해줄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정말 행복할 거야.'


장화는 눈을 감는다.

이름 모를 그 누군가를 부러워하면서.


"...! 어째서 여기..."


누군가 가까이서 말했다.


"빨리.. 약을..!"


누군가가 장화를 안아 들었다.

허겁지겁 손을 댄 터라 상처를 만졌고,

그 때문에 장화는 신음을 뱉으며 미간을 좁혔다.


"드세요, 어서! 열이 내려갈 거예요, 어서!"


누군가가 입안으로 작은 뭔가를 집어 넣는다.


'어라?'


그제야 장화는 눈을 떴다.

빗물이 눈알을 때리고,

빈혈 때문에 드문드문 검은 점이 생겨 흐릿한 시야 사이로


한 청년의 얼굴이 보였다.






"...."


또다시 눈을 떴다.

지난번과 같은 방안이었다.


"저, 정신이 드세요?"

"...."


장화는 소리가 들린 쪽을 본다.

한 청년이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여긴..."


장화는 입을 열려다가 멈췄다.

목이 건조해서 찢어질 것 같았다.


"아, 죄, 죄송해요. 물을 가져올 게요."


남자가 물을 가져왔고,

머리를 바쳐주며 조심스레 물을 먹였다.


한 번 물이 혀에 닿자, 장화는 눈이 번쩍 뜨였다.

그 순간 무언가에 홀린 듯 컵을 뺏어 물을 벌컥벌컥 마시려고 했다.


"안 돼요."


청년이 단호하게 컵을 가져간다.


"내놔.. 당장...!"

"지금 그렇게 급하게 드시면 복통 때문에 안 돼요.

속이 뒤틀릴 정도로 아프고,

거거 때문에 몸을 움직이면 상처가 덧나요."


"이..."

"마음이 급한 건 알지만 그쪽을 위해서에요. 제발."

"...."


더 화낼 힘도 없었다.

갑자기 몸을 움직였더니 현기증이 핑 돌았다.

장화는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링거였다.

그녀의 팔에 수액이 놓여져 있었고,

링거액은 방을 가로지르는 빨랫줄에 엮여 있었다.


"병원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얻어왔어요."


신기한 일이었다. 저런 걸 쉽게 주지는 않을 텐데.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니까 도와주더라고요."

"무슨..."


장화는 눈을 크게 뜨고 청년을 노려봤다.


"병원에... 공공기관에다가 나에 대해 말했다고...?"


"지, 진정하세요! 저, 그쪽 이름도 몰라요.

그냥 다친 사람이 있다고만 말했어요.

인상착의나 특징 같은 건 하나도 말 안했어요.

상처가 덧나요, 누워계세요. 제발..."


거의 울 듯한 표정.

장화는 침묵했다가 도로 누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5일이 지났어요."


장화는 깜짝 놀랐다.

5일이나 지났다니.

그런데도 멀쩡히 살아 있다니...?


'추격은.. 없는 건가?'


몽구스팀은 그녀를 죽이려고 했었다.


'날... 죽였다고 판단한 건가?'


장화는 이를 갈았다.

하지만 곧, 이에 힘이 풀렸다.


'그래... 난 죽은 거나 마찬가지지.'


주인 잃은 개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


"졸려..."

"주무세요."


청년이 불을 껐다.


장화가 눈을 감았을 때,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로부터 더 며칠이 지났을 때.

장화는 뭔가 몸이 시원해진 것을 느꼈다.


"...!"


그녀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고통은 없었고 몸은 가벼웠다.


"몸이..."


몸이 나앗다.


"어? 일어나셨어요?"

"...."


청년이 신발을 신고 있었다.


장화는 고개를 돌려 창문을 본다.

반지하라서 반쯤 파묻힌 창밖으로,

깊은 밤이 보였다.


"어디 가?"


혹시나.

혹시라도 몽구스팀을 호출할까 두려웠다.


"일하러 가야 해서요. 일주일 이상 빠져버려서...

더 늦으면 다음부터는 제 자리가 없을 거예요."


"일?"

"물류센터에서 일하거든요. 하하."


청년이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


장화는 완전히 몸을 일으킨다.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자, 잠깐!"

"....뭔데. 죽고 싶어?"


으르렁거림에도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상처는 다 나앗어요. 회복이 빠르시더라고요.

열도 다 내려서 이제 약도 필요 없을 건데,

그 얼굴 뺨 쪽에 상처는... 흉터가 질 것 같아요."


장화는 뺨을 어루만진다.

반창고가 만져졌다.


문득, 날아오는 구둣발이 생각났다.


이 상처는 여제 마리아가 남긴 것이었다.


'그 많은 상처 중에... 이것만 흉터가 졌나.'


"하.."


입안에 쓰디쓴 맛이 맴돌았다.


"저기, 나가실 건가요?"

"네가 알아서 뭐하게?"

"...나가시는 걸 말릴 수는 없지만, 식사는 꼭 하고 가세요."


청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찬밥이라 죄송해요. 전자레인지가 없어서.. 저 이제 일 나가봐야 해요."

"...."


문이 닫힌다.


장화는 방안에 한참을 서 있다가 밥을 먹었다.

배가 고팠다.


여제 마리아의 밑에서 일할 때는 항상 풍족했다.

비록 마음은 허전했어도,

이렇게 허기졌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일주일 이상을 굶었으니...'


그녀는 밥을 한 술 떠서 먹는다.

차갑게 식고, 제대로 시간도 못 지켜서 질은 밥이었다.


하지만 맛있었다.

그녀가 먹어본 그 어떤 음식보다.


이런 걸.... 정성이 들은 맛이라고 하는 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었다.


저택에서의 식사는 항상 프로 셰프들이 했고,

그들은 돈 때문에 요리를 찍어내기 바빴으니까.


"흑... 으흑..."


그녀는 울었다.

그 청년이 남긴 정성을 먹으면서.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넌 지난 열흘 동안 뭐했냐? 휴가 즐거웠어?"

"네."


청년은 물류센터에서 같이 일한 아저씨들과 대화를 나누며 작별했다.


장화는 근처 옥상에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청년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옆구리와 허리에는 땀이 쌓여 축적된 소금 무늬가 생겼다.


"...."


헤어지기 직전, 어떤 남자가 말한다.


"참, 너 이 감독님한테 돈 빌렸다면서."

"네..."

"그 감독님 이자 쎄게 받을 텐데, 뭘 사는데 돈을 빌렸어?"

"수액이요."

"수액? 뭔 소리야. 너 보험 있어?"

"다친 사람이 있는데, 병원에 갈 수가 없었어요.


그 말에 남자가 혀를 내둘렀다.


"와, 보험 처리 안 되면 엄청 비쌌을 텐데..?"

"꼭 필요해서요."

"이번에 정직원 넣어달라 한 것도 돈 때문이지?"

"뭐, 다들 돈 때문에 정직원이 되려고 하죠."

"넌 임마, 체력 안 된다고 정직원은 안 하겠다며."


청년은 하하 웃으며 넘겼다.


'돈...'


"쳇."


장화는 혀를 찼다.






라붕은 집으로 돌아왔고, 실망했다.

아무도 없었다.


"아... 역시..."


떠났겠지. 그게 당연하지.


여제 마리아 리오보로스가 죽었다는 소식에,

거기를 정리하는 일꾼으로 고용됐다가 페허에서 발견한 바이오로이드.


라붕은 아무도 모르게 그 바이오로이드를 데려왔고, 간호했다.


"그래, 뭐. 원래 이런 거지."


라붕은 아쉬움을 느끼면서 집안으로 들어가 불을 켰다.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헤헤."


그래도 마지막 성의는 받아준 듯했다.

그래 뭐, 그러면 됐지.


"맛이 있었으려나 모르겠네."

"없었어."


라붕은 깜짝 놀라서 뒤로 돌았다.


그 바이오로이드가 서 있었다.


"맛 없었다고."

"아...."


라붕은 정신을 차린다.


"다음에는 좀 더 맛있게 해드리려고 노력할게요."

"필요 없어."


바이오로이드가 라붕을 쏘아봤다.

살기가 고스란히 박혀 있어서 라붕은 움찔했다.


"....자."


그녀가 뭔가를 던진다.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달빛을 반사해 노란 빛을 뿜었다.


"보석..."

"다이아몬드야! 그냥 보석이 아니라고!"


그녀가 버럭 화를 냈다.


"이 정도면 됐지? 이제 은혜는 다 갚았어."

"어 저기..."

"뭐!"

"이거 장물이죠? 이거 주셔봤자 돈으로는 못 바꿔요."

"....??"

"모르셨어요..? 이런 거 팔면 바로 잡혀가는데... 이거 어디서 가져오셨어요...?"

"에이씨... 짜증나네... 에이씨... 에이씨..."


그녀는 얼굴이 붉어져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되풀이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홱 돌아서서 도망쳐 버렸다.


"...."


라붕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누워서 잔다.

그는 내일도 일을 나가야 했다.


그 바이오로이드는...

보니까 또 찾아올 것 같아서 안심이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그 바이오로이드는 오지 않았다.


'아.. 너무 아쉽네.'


라붕은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애당초 살아가는 길이 달랐으니.

좀 더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

그 바이오로이드는 사람을 죽이고 다녔다고 한다.


사람을 죽인 것 자체는 뭐,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이 더 잘못됐으니 그렇다 치고.


그런 세계에 있는 사람이,

물류나 하는 사람과 어울려주지는 않겠지.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났을 때였다.


"자."


그 바이오로이드가 다시 나타났다.

돈을 들고.


"....? 어디서 훔쳐오셨어요?"

"훔친 거 아니야!"


그녀가 빽 소리를 질렀다.


"....?"

"꺼져."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떠난다.


'꺼지라면서 자기가 꺼지네.'


라붕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고,

살짝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녀의 등 뒤에 대고 말한다.


"저 죄송한데, 이 액수로는 부족한데...."

"이.....!"


그녀는 라붕을 한 번 쏘아보고 떠났다.


하지만 어쩐지 또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


라붕이 돈을 빌려준 사람의 집을 찾아가서

원금을 갚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 동네는 그가 살던 곳과는 정반대인,

나름 잘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다.


그렇다 해서 주눅이 들지는 않지만,

여기 오래 있으면 경찰이 찾아와서 범죄자인 줄 알고 잡아간다.

그래서 빠르게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였다.


"어, 어서 오세요!"

"메이드 카페입니다~ 쉬다가 가세요~!"


2달인가, 3달인가 전에 신장개업 했다던 메이드 카페였다.

여러 바이오로이드들이 운영하는 가게라던데.


"어?"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뱀을 목에 두른 하얀 머리의 여자랑 함께,

붉은 머리의 네코미미가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저기..."

"네~ 소, 손님. 어, 어서 오세요. 쉬다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지 어색한 미소와 어색한 말투.

하지만 그런 면 때문에 더 귀여워 보이는 붉은 단발의 네코미미.


"여기서 일하고 계셨어요?"

"이.. 이.... 바쁘니까 꺼져, 좀!!"


그렇게 외치고는 자기가 가게 안으로 도망쳤다.


"흐응~"


옆에 있던 여인, 뱀을 목에 두른 백발 여성이 그를 보고 웃었다.


"쟤가 그렇게 좋다 좋다 노래 부르던 애가 너구나? 븅신~ 킥.

그거 알아? 우리 되게 무서운 사람들이야. 원래는"


"역시 그랬군요..."


라붕은 가게 안을 봤다.

붉은 단말 네코미미는 주방으로 숨었다.


"눈을 못 때네. 야, 븅신. 쟤가 이 일 하겠다고 뭘 했는지 알아?"

"어.. 뭘 했나요?"

"저 고집 센 계집애가 우리 잡으려는 사람들한테 고개 숙이면서 부탁했다?

다시는 나쁜 짓 안 할 테니 제발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평범하게, 얌전하게 살아가겠다고."


"...!"


라붕은 감동했다.

나를 위해...


세상에 나를 위해서 뭔가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것만큼 기쁘고 힘이 되는 일은 없다.

땀 흘려 함께 일하는 사람들 덕에 그것을 알게 됐다.


"그랬군요... 전혀 몰랐어요."

"자, 자, 들어가서 지명해. 간단한 서비스도 해준다고?"

"어... 하지만 돈이..."

"걔가 내줄 걸? 만약 네가 찾아오면 내주겠다고 호언장담 했었으니까."



보아하니까 이 여자가 놀려서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진심이라기보다는 아는 척, 멀쩡한 척하려고 한 허세.


하지만.


그게 귀여운 거였다.


"그럼 좀 쉬다 가볼게요."

"그래~ 븅신들 킥킥."


라붕은 들어가서 붉은 네코미미를 지명했다.

붉은 네코미미는 가게에 딱 한 명뿐이었다.


반발이 거센지, 주방 쪽에서 한참이나 시끄러웠다.

하지만 곧, 얼굴이 머리카락과 똑같아진 그녀가 왔다.


"무, 무엇을 주,주 주문하시겠... 에이씨 뭐 먹을 거야. 빨리 말해."


쪽팔림 때문에 컨셉을 깼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라붕은 그저 좋았다.


"그럼... 이름을 알려주세요."

"뭐, 뭐뭐?"

"꺄아~"


주변 바이오로이드들이 고의적으로 호응하며 난리법석을 떤다.


"이... 이.... 으..."


털썩.


장화는 부끄러움에 기절했다.


"어...?"

"기절할 정도로 좋나봐!! 꺄아~~!!"

"저, 저기 일단 구급차 좀..."




그로부터 얼마 후.


장화는 가끔, 가게가 아닌 라붕의 집에서 

라붕 만을 위한 코스프레를 하고 그를 주인님이라고 불렀다.

행복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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