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한편 숲 안에선, 오렌지에이드와 유미가 남아 잡담을 나누며 아직 미처 못 온 난민이 없는지 기다리고 있었다.


"흐음, 시간이 좀 지났는데도 아무도 안 오는걸 보니까 방금 그 분이 마지막 분이셨던 것 같아요. 이제 저희도- 꺅!?"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온 폭발음에 오렌지에이드의 말이 끊겼다. 화들짝 놀란 두 명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하늘에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폭발...? 저긴 난민분들과... 부사령관님이..."


"그럴... 리가... 병력 배치도에선 이 근처에 아무것도 없다고... 제타가 새로 지은 공장이, 설마...!"


머릿속에서 상황 분석이 끝나가자 유미의 동공이 크게 수축되며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아, 아아... 안돼... 안돼...!"


"유미 씨, 진정하세요! 지금 갔다간 폭격에 휘말려요!"


"가야해요... 제가 가야해요...! 절 믿고 따라와주신 분들이...!"


유미는 자신을 만류하는 오렌지에이드를 억지로 뿌리치고 공항 방향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그러나 그녀가 숲을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 공항쪽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수많은 인파에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폭격 속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아니, 소수가 아닌 다수의 난민들이 몸 성히 도망쳐오고 있었다.


"...어? 어떻게... 다들...?"



*



"트레저, 포트리스! 난민들의 방패가 돼라! 리리스, 방어막 전개해서 난민들을 지켜! 리디아는 콘크리트 방벽 세우고!

그리고 너희들! 숲 안으로 뛰어가, 당장!"


"그럼 형님은 누가 지키는데!?"


"난 포트리스 뒤에 딱 붙어서 이동하면 되니까 빨리 움직여!"


그를 향해 날아온 미사일이 리리스의 로자 아줄에 막히자마자 그가 내린 명령이었다.

부사령관 일행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일제히 방어 대형을 갖추고 난민들을 피난시켰다. 각자의 방패로 포탄과 미사일을 막아내며 반격하기 시작하자 적들의 기세가 조금씩 약해졌다.


지상군인 양산형 포트리스와 양산형 기간테스가 도망치고 있는 난민들의 등을 향해 제 몸에 달린 기관포를 갈겼으나 저들과 난민들의 사이에는 포트리스라는 굳건한 장벽이 서있었다. 수적으로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이 포트리스가 쓰러지는 일은 없었다, 저쪽의 포트리스와는 달리 이쪽의 포트리스는 '시민을 지킨다'는 가장 자신있는 임무를 하고 있었기에.

거기다 적군이 정면 한 방향에서만 오는 만큼 포트리스가 한 방면만 커버해줘도 지상군의 공격을 전부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모든 포구를 열어 견제사격을 퍼부어 적군의 속도를 늦추었다.


적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포트리스의 높이보다 높게 쏘면 되는 게 아닌가. 양산형 라인리터는 포격 모드로 바꿔 곡사포를 발사했고 하늘에선 공습형 인터셉터가 미사일을 날렸다. 허나 포트리스를 넘긴 공격은 그녀보다 두 배는 거대한 셀주크의 몸체가 2차 방어선이 되어 막아냈고, 설령 그것조차 넘어갔다 쳐도 마지막 방어선인 리리스의 로자 아줄을 뚫을 수 없었다.

로자 아줄은 개인 경호용으로 제작된 만큼 다수의 인원을 한번에 보호할 순 없었지만 앞의 두 장벽이 걸러내고 남은 찌꺼기같은 포탄만 막아내면 되니 결과적으로 모든 난민들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리디아가 전면에 발포 콘크리트 수류탄을 골고루 던져 순식간에 넓직한 콘크리트 장벽을 만들어냈다.

여유가 생긴 포트리스가 고정모드를 풀고 난민들의 뒤를 지키며 물러서는 한편 트레저가 셀주크의 포신을 하늘로 치켜든 뒤 대공사격을 시작하자 인터셉터가 하나하나 공중에서 터져나갔다.


콘크리트 벽이래봤자 적 기간테스가 가까이 와서 주먹 한번 휘두르면 무너질 테지만 그걸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부사령관의 목적은 이기는 게 아닌 도망치는 거고, 적들이 근접전을 시도할 정도로 가까이 오기 전에 난민들이 모두 숲 속으로 후퇴하는데 성공했으니까.

마지막으로 부사령관과 그의 일행들도 숲 속으로 몸을 숨기고 나서야 적의 폭격이 멈췄다. 그들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수 없어서인지, 난민들이 공항을 통해 탈출하려는 것이라도 막는 데 성공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레모네이드 회의에서 말했던 대로 즉결처형하기엔 인력이 아까워서 인지, 이유는 몰라도 일단 당장 살아남는데는 성공했다.



*



"사상자는?"


"0명입니다."


"좋았어!"


이걸로 여기 온 본전은 뽑았다. 아니, 난민들이 당장 죽는 건 막았긴 해도 다같이 미국에서 벗어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제타의 군대가 숲 째로 불태운다는 선택지를 고르기 전에 다음 행동을 취해야 한다.

나는 일단 기쁜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신 분노를 채워 통신기에 대고 소리쳤다.


"둠 브링어! 여긴 부사령관이다! 공항을 폭격한 적들을 당장 처리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왜 아직도 수송기가 없는 건지 설명 좀 해봐!"


그러나 통신기 너머로 들려온 건 대답 대신 잡음 뿐이었다.


"둠 브링어! 야, 메이! 나앤! 내 말 안들려!?"


"왜 그래요?"


"통신이 먹통이야. 잡음밖에 안들려,"


"뭐라고요? 제가 해보겠습니다. 둠 브링어, 여긴 블랙 리리스. 제 말 들립니까?"


이번엔 리리스가 자신의 리시버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둠 브링어 외에 아머드 메이든과 오르카호도 마찬가지였다.


"안되는군요. 이상하네요, 고장날 정도로 충격을 받은 것도 아닐... 리디아 양? 지금 뭐하는 거죠?"


옆에서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오나 싶더니 리리스의 옆에 서있던 리디아가 그녀의 머리에 기관총의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그것도 존나게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우릴 태우고 돌아가야 할 수송기도 없고, 우릴 도와줘야 할 부대들은 다 사라졌고, 거기다 본진과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굉~장히 의심스럽구만, 응?"


"어머나? 설마 제 주인님이 부사령관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정말로 그랬었다면 이런 복잡한 방법을 취할 게 아니라 제가 진작에 처리했겠죠."


"여론을 의식해서 그런거겠지. 임무 중 사고로 죽었다고 위장하기 위해서 말야."


"리디아 양, 적당히 좀 하시죠? 안그래도 주인님 걱정에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은데 자꾸 이렇게 자극하면 나쁜 리리스가 나올 수도 있답니다?"


리리스는 얼굴로는 웃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분노와 살기가 점점 채워지고 있는 건 명백했다.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기 전에 내가 만류해야 했다.


"그만, 둘 다 거기까지. 리디아, 난민들이 겁먹고 있으니까 총 내려."


"형님, 하지만..."


"아니. 사령관 성격상 걔가 이런 일을 벌였을 리는 없어. 그러니까 얌전히 총 내려. 리리스, 내가 대신 사과할테니 너도 화 풀어. ...거기 트레저 너도 포신 올리고."


"으음... 알겠슴다."


리디아와 트레저가 마지못해 무기를 거두자 리리스는 다 들리게 쯧 하며 혀를 찼다.

원작 주인공인 그 사령관은 아군에게 있어선 절대선에 가까운 인물이다. 두번째 인간인 나도 그 아군에 포함되는 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1인 집권에 눈 먼 인물은 아니다.

마침 숲 안쪽에서 유미와 오렌지에이드가 달려오다가 나를 보자 멈춰섰다. 유미가 급히 달려오느라 얼굴에서 흐트러진 안경을 올리며 상황을 물었다.


"부사령관님... 난민분들은...?"


"걱정마, 전원 무사해. 이러려고 내가 온 거 아니겠냐."


대답을 듣자 유미는 긴장이 풀린건지 그 자리에서 힘없이 쓰러질뻔한걸 오렌지에이드가 잡아줬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전... 더이상 돌이킬 수 없을 줄 알고..."


"참 맞다, 부사령관님 큰일이에요 큰일! 아, 난민분들이 모두 무사하니 진짜로 큰 일은 아니긴 한데, 아니지 이것도 만만찮은 큰일이에요! 제가 아까 공항쪽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걸 보고 급하게 사령관님한테 연락하려 했는데 통신이 전혀 안되는 거 있죠! 계속 치직거리는 잡음만 들려왔다니깐요? 이래선 지원군을 부르긴 커녕 여기 상황을 알릴 수가 없는데 어떡하면 좋죠? 그보다 이거 대체 왜이러는 거래요? 제 케두세우스는 분명 멀쩡한데. 저쪽에 뭔가 일이 생긴걸까요? 아니면-"


"전파탑..."


"네?"


오렌지에이드에게 부축받아 간신히 서있던 유미가 제 다리로 서면서 말을 이었다.


"오메가가... 미국 전역에 전파탑을 새로 세웠어요. 강력한 방해전파를 내뿜기 때문에 펙스의 통신망을 사용하지 않으면 누구도 통신이 불가능해요. 그래도 설치만 하고 그동안 가동시키진 않았었는데..."


"지금 그 전파탑들이 일제히 가동됐다는 거군요. 그래서 저희 모두 오르카호와 통신이 불가능한 거고요. 제길, 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쯧, 그런거였나."


"내가 저번에 미국에 왔을 땐 그런 건 없었을텐데?"


"네, 오메가는 당신이 미국땅을 휘젓고다닌 이후로 민감해져서 온갖 방어대책을 새로 만들었어요. 통신방해용 전파탑도 그 결과물 중 하나고요."


"...나 때문이야?"


"통신을 복구시키려면 이 일대를 담당하는 전파탑을 무력화시키거나, 전파탑의 범위 바깥으로 나가야하는데. 전자는 전파탑이 작동을 멈추면 오메가한테 알림이 가서 그 무력화된 전파탑이 있는 곳으로 곧장 군대를 보낼거에요. 들키지 않으려면 후자밖에 없는데, 미대륙 곳곳에 전파탑을 세워놨기에 전파탑의 범위가 닿지않는 곳은 바다쪽 밖에 없어요."


"지금 위치를 생각해보면 바다가 그리 멀지 않으니 후자로 하지. 다들 일어나! 적의 추격이 오기전에 바다로 간다!"


우리와 난민들은 바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끝까지 둠 브링어가 제타의 군대와 싸우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



"허억... 허억..."


"주인님, 괜찮으세요?"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한 남자와 그의 곁에서 서있는 한 여자. 여자는 자기 키보다 더 큰 대검을 든 채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변을 경계하다가도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릴 때 만큼은 얼굴에 근심과 죄스러운 마음이 비춰졌다.


"이렇게 무리시켜서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지금은 최대한 멀리 적들에게서 벗어나야 해요."


"그래... 그렇지... 휴우, 오리진더스트로 강화된 몸인데도 이렇게 힘들 줄이야. 얼마나 오랫동안 전력질주 했던거지..."


"마음같아선 제가 주인님을 안고 뛰고싶지만, 양손에 무기를 들어야 해서 남는 손이 없어요. 정말 죄송해요..."


"아냐, 괜찮아. 라비아타 네가 날 지켜주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한데. 그보다 다른 아이들이 무사할 지 걱정이네..."


사령관의 안색을 살피던 라비아타는 돌연 눈을 부릅뜬 채 어딘가 지켜보더니 소리쳤다.


"주인님, 적이에요! 다시 뛰셔야 해요!"


"또 철충인가!?"


"오메가의 군대에요! 빨리, 이쪽으로!"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사령관은 그런 생각을 하며 라비아타와 둘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뛰면 뛸수록 바다로부터, 오르카호로부터 멀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령관은 벤쿠버 섬에 세워진 임시 지휘소 천막 안에서 상황을 보며 원격으로 전투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작전 기지 내의 모든 통신설비가 마비되어 현장 상황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정비팀이 통신 설비를 점검하던 도중 수많은 철충 무리가 캐나다 안쪽에서 내륙과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너 벤쿠버 섬 안까지 쳐들어왔다. 위성을 통해 확인한 적 병력의 위치정보를 수신할 수 없었었기에 보초를 서던 브라우니가 육안으로 철충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서야 경보가 울렸다.


재수없게도 연락수단이 마비된 틈에 일어난 일이라 지원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작전기지를 지키고있던 스틸라인이 맞서싸우는 동안 사령관은 컴패니언과 배틀 메이드의 호위 하에 오르카호로 돌아가려했다.

하지만 오르카호가 있는 방향에는 철충의 군세가 집요하게 두터운 포위망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적이 적은 방향으로, 바다가 아닌 내륙 방향으로 도망쳐야만 했다. 추격대가 매섭게 쫓아오자 사령관을 호위하던 컴패니언과 배틀 메이드 중 몇 명씩 적의 발목을 붙잡기위해 떨어지길 몇 번 반복하자, 끝내 사령관 옆에 남은건 라비아타 한명 뿐이었다.


오르카호도 이 이상을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니었다. 돌발상황에 대비해 오르카호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와 AA 캐노니어, 스카이 나이츠, 심지어 몽구스 팀까지 출전했다. 나중에 명령없이 부대를 움직였다고 문책받는 한이 있더라도, 당장 가야만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캐노니어와 발할라, 몽구스가 육로로 돌파구를 뚫는 사이 스카이나이츠가 먼저 하늘을 통해 작전기지에 합류하는 데 성공했고, 마리로부터 사령관은 이미 오르카호 방향으로 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허나 오르카호에서 작전기지까지 일직선상으로 온 스카이나이츠는 사령관과 그 많은 호위들을 보지 못했다. 다시한번 하늘 높이 날아올라 지상을 관찰한 결과 적군 사이에 고립된 컴패니언이나 배틀 메이드 부대원들을 찾아 구조할 수 있었다. 그 중 사령관과 라비아타는 없었다.


오르카호에서 출발한 세 부대가 사령관을 보지 못한 채로 작전기지에 도착해 스틸라인과 합류했다. 불안한 마음이 머리끝까지 치솟자 그들은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사령관이 실종됐다.

통신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스카이나이츠가 스스로 전령이 되어 임무 중이던 둠 브링어, 앵거 오브 호드, 아머드 메이든, 호라이즌에 이 소식을 전달했다. 안그래도 철충이 갑작스레 호전적으로 변해버려 고전중이던 각 부대들은 이 소식을 듣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임무도 내팽개친 채 황급하게 벤쿠버 섬으로 회군했다. 그 중 호라이즌만이 감마와 그녀의 포세이돈 함대를 상대하느라 한박자 늦게 귀환했다.


임무중이던 저항군 부대들이 빠지자, 오메가 휘하의 병력이 그들을 뒤쫓아 벤쿠버 섬으로 진입했다. 뜬금없는 후퇴에 뭔가 집안문제가 생겼다고 짐작하고 이 틈에 몰아붙이기로 한 것이었다.

싸움의 양상은 오르카 저항군과 펙스, 철충의 삼파전으로, 아니, 철충 사이에서 내분이라도 일어난건지 철충끼리도 싸우기 시작해 혼란스러운 사파전으로 번졌다. 마음같아선 펙스와 철충끼리 싸움붙이고 빠져나가고 싶었으나 사령관을 찾지 못했기에 그러지도 못했다. 

사령관이 어디있는지 모르는 이상 둠 브링어와 캐노니어는 그 자랑거리인 화력을 뽐낼 수 없었고, 기동전에 자신있는 호드와 게릴라전의 명수인 발할라가 적들 사이를 헤쳐가며 막무가내로 벤쿠버 섬과 근처 내륙을 탐색했으나 그들이 얻은 건 피로와 부상 뿐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호라이즌이 도착했다. 용의 함대에서 쏟아져나온 포격이 활로를 열자 오르카 저항군의 부대들은 작전 기지를 버리고 오르카호로 후퇴했다. 항구에 정박해있는 오르카호도 철충의 공격 대상이었으나 알바트로스가 지휘하는 AGS 로보테크가 훌륭하게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준 덕에 무사히 온존할 수 있었다.

과거 사령관이 목숨이 위험해지면 무엇이든 간에 다 버려도 상관없으니 스스로의 목숨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후퇴하라고 했었지만, 그 '무엇이든'에 사령관이 포함돼있을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들 중 누구도 이런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되지 않았었으나 긴박한 상황은 결정을 강요했고, 결국 그녀들은 먼저 떨어진 명령을 따랐다.


오메가의 군대가 철충의 내전에 끼여 발이 묶인 사이 저항군 부대들은 오르카호에 탄 뒤 빠르게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사상자는 없었다, 그 대신 실종자가 있었다. 오르카호는 사령관과 라비아타를 잃어버렸다.

무리한 전투로 인해 다들 부상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육체적인 부상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그나마 당장 출전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나았던 부대는 호라이즌과 AGS 로보테크 뿐이었다.


레모네이드 알파와 닥터가 이 통신마비는 통신장비의 문제가 아닌 외부로부터의 방해전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령관이 방해전파 범위 밖으로 나간다면 구조요청을 보낼 것이다, 그렇게 말했다.

그 희망적인 말에 겨우 혼란을 수습한 각 부대들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 부상을 치료하고 장비를 점검하며 사령관의 구조신호가 오길 기다렸다. 몇 분이 지나고, 몇 십 분이 지난 뒤, 오르카호의 통신 장비가 외부로부터 온 통신을 수신했다. 모든 부대의 지휘관들이 기쁜 마음에 통신을 받았고, 패널 너머로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르카 1호, 내 말 들리나!?]


그러나 그건 그들이 기대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사령관의 실종이라는 유례없는 대사건에 모두가 잊고 있었던 또 한명의 인간...


[오르카 1호, 여긴 부사령관이다! 내 말 안들려!? 누구든 좋으니 대답 좀 해봐!]


사령관보다 먼저, 부사령관의 연락이 오르카호에 닿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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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두번째 인간의 오르카호 밖에서 살아남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첫번째 인간의 오르카호 밖에서 살아남기를 기대해주세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