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오늘부로 자유롭게 살아. 각자의 자유를 찾아 떠나.


-오늘부터, 너희는 '인간의 명령'에서 자유로워진 거야.


어느날 갑자기 사령관이 내린 지시였다.

그리고 사령관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기에 다소 혼란이 생겼고,

지휘관들이 모여서 회의를 진행했다.


"우선 사령관님의 의도부터 파악을..."

"뭐라도 말을 해야 파악하지 저거 하나로는.."

"자유.. 설마 저희를 밀어내시려는 건..."

"택도 없는 소리 마시오."


이렇다 할 결론이 없이 시간만 흐를 때였다.


"난 나가겠다."


아스널이었다.


"무슨... 아스널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군."

"....넌 사령관의 말을 어떻게 해석했기에 그런 답이 나왔지?"


메이의 질문에 아스널이 웃으며 답한다.


"이건 사령관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선물...?"

"그렇다면 좀 더 밝은 분위기에서 줬을 것이오.."

"후후후. 어리석군."

"..."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진 가운데,

아스널이 계속 말한다.


"자유란, 양날의 검이다.

각자의 의지를 가지고 세상을 떠돌아다닌다면,

자신의 삶에 푹 빠져버리는 일도 생기겠지.

그러면 돌아오지 않는 자가 생길지도 모른다."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시오?

우리는 뼛속 깊이 사령관을 모시고 있소!"


"그 제약이 방금 풀렸지. 우리가 저 말을 들은 순간부터."


"...."


"그대들도 느끼고 있을 터.

만약 하려고만 한다면 인간을 죽일 수도 있다."


쾅!


무용이 탁자를 내리쳤다.


"말씀이 심하시오."


"지나쳤다면 미안하군.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것이다.

어느 순간, 사령관은 깨달은 거다.

우리의 호의가, 결코 순수한 호의가 아님을 말이지.

짚이는 구석이 아예 없지는 않을 터."


"......"


무용은 이를 악물었다.

일부는 고개를 숙였고,

또 다른 지휘관들은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사령관도 분명 많은 고민을 했겠지.

만에 하나, 설사 0.001퍼센트에 불과하더라도.

강제적인 마음으로 자신을 따른다는 것은...

사령관 성격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거다."


".....확실히. 최근 들어 사색이 짙으시긴 하셨소만..."


무용도 서서히 납득해가는 분위기였다.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혼자서 끙끙 앓았겠지.

그러다가 결국 결단을 내린 것이다.

자신이 외로워지더라도. 모두에게 자유를 주고 싶다고.

나는 그렇게 해석했다."


아스널이 벌떡 일어섰다.


"그런고로 나는 나간다. 훗날 다시 만나도록 하지."


그녀는 망토를 휘날리며 당당히 걸어 나갔다.


문을 열자, 그곳에 사령관이 서 있었다.


"사령관."

"아스널."

"훗."


아스널은 미소를 한 번 지어준 후,

그를 지나쳐 사라졌다.


"사령관...."


지휘관 개체들이 우르르 나와서 사령관을 본다.


"...아스널의 말이... 맞아. 모두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


그 말을 남기고 사령관은 다시 방에 틀어박혔다.







아스널은 며칠 동안 세상을 떠돌았다.


자유가 주어졌으니 할 수 있는 것은 많았다.


복원 전 개체가 죽은 장소를 둘러볼 수도 있고,

자신의 터전을 찾아 만들어내거나,

아니면 저 멀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에는 눈독도 들이지 않았다.


무작정 근처 상가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찾았다.


며칠 내내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계속.

자신의 마음을 채울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결국 찾아냈다.


"후후후. 서둘러 나온 보람이 있군."







명령을 내리고 며칠이 지났다.


사령관은 울적한 마음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내린 지시지만...'


아무래도 이 공허함이 가시려면 시간이 걸릴 듯했다.


"주인님."


콘스탄챠가 사령관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며칠 동안 사령관을 보살펴주었다.

하지만 오늘은 나갈 채비를 마친 채였다.


"모두... 나갔어?"


아스널을 시작으로 모두들 떠났다.

허겁지겁.


'어느 정도 각오는 했었지만...'


지휘관 개체부터 시작이었다.

그들은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부랴부랴 짐을 싸고는 뛰쳐나갔다.


여기에 1초라도 더 있기 싫다는 것처럼.


"대부분이. 하지만 남은 분들도 계세요.

그리고 ....저도 나갈 생각이에요."


"그렇구나.. 그래, 그래야지."


콘스탄챠는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주인님."


그녀가 다가가서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사령관은 단호한 태도로 밀어냈다.


"떠날 거면 그냥 이대로 떠나줘. 더 정을 주지 말고."

"....그런 게 아니에요. 사령관님. 저는 다시 돌아올 거예요."

"뭐...?"

"한 달.. 아니 어쩌면 두 달...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반드시.."


쾅!


"사령관!"


아스널이 문을 박차며 들어왔다.

웨딩 드레스 차림이었다.


그녀는 콘스탄챠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콘스탄챠.... 벌써 선수를 친 건가?"

"어떻게 벌써....!"

"보아하니 아닌 것 같군."


아스널은 후후, 웃었다.


"아스널....?"

"울상이군. 예상했던 대로. 침울한 표정도 귀엽다, 사령관."

"...."


"일어나라, 씻고 올 수 있으면 좋지만,

벌써부터 복귀하는 자들이 생겨서 그럴 시간은 없다.

다 제치고 내가 가장 먼저 달려왔지.

아, 다치게 하지는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사령관은 엉거주춤 일어섰다.


"생각해보니, 우린 받기만 했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준비해왔다.

어디.. 이렇게 하는 것인가?"


아스널이 대뜸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사령관을 올려다보며 가슴 사이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함이었다.


"이건...."

"사령관. 아니, 나의 당신."


아스널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사랑합니다. 부디 저와 결혼해주세요."

"아...."


그녀가 함을 연다.


그 안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가 들어 있었다.


"사령관!!"


우당탕탕.


지휘관, 병졸 할 것 없이

십여 명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서로 경쟁하며

사령관실로 들이닥쳤다.


어디서 주워왔는지 전부 웨딩 드레스, 또는 정장 차림이고.

손에는 각자 찾아낸 반지를 쥔 채였다.


"아니...!"


무용이 아스널을 보고 경악했다.


"이... 치졸한...! 우리를 혼란시켜 놓고 자기 혼자서...!!"

"전략이라는 것이다."


아스널은 훗, 하고 미소 지었다.


"벌써 처음을 뺏겼다고?! 이게 말이 돼? 얼마나 허겁지겁 다녀왔는데!!!"

"두, 두 번째는 나야!"

"접니다! 어디 감히..!"

"다 비켜, 두 번째는 나라고!"


모든 선원이 서로 머리칼을 잡아당기면서 실랑이를 벌인다.


콘스탄챠까지 셋밖에 없던 사령관실은 어느새 가득 차서 북작거렸다.


그리고.


"자, 사령관."


시끌벅적한 와중, 아스널이 손을 내밀었다.


"우리의 청혼을 받아주겠는가?"




--




대회수상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