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 [문서] 꼬리






 "어머. 거기 지나가는 당신. 당신이 어떤 타입인지 알고싶지않나요?"


 수상쩍기 그지없는 호객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봐도 수상쩍은 기운이 물씬 풍기는 좌판에 앉은 여자가 나를 불러세웠다. 


 대충 급조한 것 같은 천막. 그 안에 있는 여자. 검은 색의 마녀모자의 챙 아래는 대충 종이로 만든 호박의 장식이 빙그르 돌고있고, 그 뒤로 무언가 보글보글하는 소리를 내며 끓어오르고 있었다. 기묘한 냄새를 풍기면서.


여자의 뒤로 보이는 스팀펑크식의 빗자루. 적당히 낮은 탁자를 벨뱃의 천으로 덮고, 그 탁자 위에 올려둔 수정이 묘한 빛을 내며 일렁거렸다.


 나를 보며 싱긋 웃는 여자. 키르케라고 했던가. 평소엔 술에 취해 다니는 모습만 보았는데, 이런 일도 하고있던건가하는 생각을 하고있자, 무언가 톡쏘는 듯한 냄새가 확 풍겨오더니 나의 손목을 잡고있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이런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노려보고 있자, 키르케가 민망한 듯 얼굴을 슬쩍 긁적였다.


 "너무 노려보지는 마세요."


 그렇게 솜씨좋게 날 자리에 앉히고는 키르케는 수정구에 집중했다. 무언가가 보이는 것인지 수정구에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오묘한 빛이 흘러나왔다. 무언가 그렇게 집중하던 키르케가 흘러나오는 수정구를 들여다보았다.


 "보입니다. 보여요. 당신은……."


* * *


 "야. 너 그렇게 강아지가 좋아?"


 어디서 데리고 온 것인지 볼품없는 강아지(보리)를 데리고 놀고있는 녀석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내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이해한 주제에 이해 못한 척 나를 물끄러미 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표정을 알아챈 것인지, 녀석이 주저앉은 그대로 생각에 빠진 듯 했고, 녀석과 놀던 강아지가 헥헥거리며 쓰다듬어달라는 듯 배를 뒤집어깠다.


 "잘 모르겠는데?"


 잠시 고민을 하던 녀석이 슬쩍 강아지의 귀와 턱을 순서대로 긁어주며 말했다. 

 그리고 무언가 말을 했지만, 나의 신경은 녀석의 손길을 받고있는 강아지에게 집중하고있었다.


 뭐가 그렇게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있는거야. 멍청한 표정을 하고있는 개 주제에.

 귀찮게 구는 녀석이랑 하는 짓이 똑같아.


 그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언제 다가온 것인지 녀석의 손이 나의 눈 앞에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것이 보여 황급히 고개를 뒤로 뺐다.


 "미쳤어? 무슨 짓이야!"


 "아니.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그래서 왜 그러는데?"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아까 녀석이 마구 긁어주던 강아지의 모습이 떠올라 짜증이 올라왔다.


 "몰라도 돼."


 "뜬금없잖아. 그런 걸 물어보는 것도 처음이 아닌가싶어서."


 "그래서 대답이나 해봐. 강아지가 그렇게 좋냐고."


 "그럴지도 몰라."


 별 생각 없이 녀석이 대답을 했다.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 내가 하는 말에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오는 것이 정말 정말 마음에 들지않았다.


 "……."


 "왜, 왜 그렇게 노려보는거야. 강아지 좋아하는게 나쁜건 아니잖아."


 "눈매도 동그란게 귀엽기도하고, 충성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털이 푹신푹신한게 껴안으면 좋거든."

 

 "그리고 순하기도해서 이것저것 마구 물건을 흩트러뜨린다던가 하지 않으니까."


 "……흐응."


 신나서 이야기하던 녀석이 살짝 주춤거린다. 녀석이 흥에 겨워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자 배알이 뒤틀리는 것 같아서.

 나와 같이 있을 땐 그런 반응 한번도 한 적 없었으면서.


 "갈거야."


 슬쩍 몸을 돌려 가려고하자,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녀석이 뒤에서 껴안아왔다. 그리고는 귀에 대고.


 "뭐 대충 보아하니, 키르케가 너보고 고양이를 닮았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나보지?"


 그 말에 흠칫 놀라 몸을 떨자, 익숙하다는 듯 낮게 웃었다. 그리고는 이야기했다. 

 요즘 키르케가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고 다닌다고. 다들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나의 경우엔 그걸 너무 믿은 것 같다는 이야기. 그렇지만 나의 마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확실히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고양이는 별로고, 강아지가 더 좋다는 말 아닌가.


 "그래서 고양이는 싫어하는거야?"


 "고양이도 좋아는 하지."


 "그 말은 강아지가 더 좋다는 걸로 들리는데?"


 "……둘 다 좋아한다는 걸로 봐주면 하면 안될까?"


 "절대로 안돼."


 녀석의 안절부절 못하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웃음 섞인 말이 나왔다.

 뒤를 돌아 녀석의 양 뺨을 붙잡고 입술을 맞추었다.

 그리고 혀를 삐죽 내밀었다.


 "고양이는 항상 관심을 필요로 하니까."


 그러니까 언제나 지켜보고 있어줘. 

 항상 너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날 알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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