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발바르 제도 근처의 한 작은 섬.

위도상 스발바르제도로부터 조금 아래로 떨어진 이 작은섬에, 오르카호의 소형 잠수정하나가 도착해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잘 포장된 꽤나 큰 상자하나와, 두 사람의 모습.

바로 토모와 부사령관이었다.


"계획은 있는거지?"


"계획이야 있지."


"근데 난 왜 끌고 나온거야?"


"네가 거래조건에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나는 해가뜨고있음에도 살당히 추운 공기에, 토모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잠깐! 뭐하는거야!"


"추워. 그냥 좀 따뜻하게 있으려고."


"여기 기온도 생각안하고 무작정 도망친거야!?"


"아니... 준비할 시간이 없었어. 잠수정도 급하게 탄거라..."


"에라이..."


그렇게 해가 완전히뜨고 오후가 되어가자, 섬 해안가에서 배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르카호는 아니고, 용의 함대도 아니다. 오메가가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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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오르카호.

지휘관 회의실에서는 내통뿐만이아니라 중요 기물을 탈취해 도주한 부사령관에 대해서 논의가 오가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것이오?"


"우선 찾아야겠지. 펙스의 손에 들어가기전에."


"펙스의 손에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야. 인간의 데이터가 그쪽에 넘어가면..."


"펙스의 총수들이 부활하겠죠."


"상황이 정말 좋지않군. 사령관. 결정은 내렸나?"


아스널의 질문에, 사령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이 근처에서 하루만에 갈 수 있을만한 섬을 수색해. 스카이나이츠를 이용해서 부사령관의 위치를 찾는다. 발견하면... 최대한 제압해. 하다못해 도주하지 못하게 막아."


"사령관. 이 상황이 되어서도 부사령관을 감쌀 셈인가?"


"....이유는 들어봐야지."


"...그렇다면 알겠다. 살아만 있으면 된다는거군. 좋아. 제압할때 저항하지 못하도록 팔다리 하나쯤은 날려버릴 생각으로 하겠다."


"칸."


"사령관. 처음에 제압했을때 이랬더라면 도주할 일도 없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 상황이 이러니까. 하지만 너무 자신이 보는 것만 믿지마. 내가 부사령관에게 이유를 들으려는 것도 생각이 있어서니까."


"...명심하지."


그렇게 오르카호가 수면위로 부상했고, 이윽고 스카이나이츠 소속의 바이오로이드들이 발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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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오래있으면 들킬것 같군요. 물건은 확인했으니 고속정을 타고 빠져나가죠."


자신의 캐스토스 히마스와 토모, 그리고 부사령관이 인간이라는 것까지 확인한 오메가는, 오르카호에서 부사령관을 찾고있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챘는지 빠르게 자리를 뜨려고 했다.

데려온 램파트 3기랑, 마리오네트 4기에게 지시해서 고속정에 탑승하려는 오메가에게.

나는 허벅지에서 권총을 뽑아 겨눴다.


"..이게뭐하는거죠?"


"뭐긴뭐야. 보기좋게 네가 함정에 걸린거지. 이대로 내가 발견될때까지 네가 도망치치 못하면 내 승리라고."


"....이제와서 통수를 친다는 건가요?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당신이 있을 곳은 없을텐데?"


"글쎄. 네년 모가지를 잡고 돌아가면 그건 이야기가 좀 다르지 않을까?"


"...처음부터 이럴속셈이었나요?"


"맞아. 중간에 방해만 안들어왔어도 좀더 스무스하게 했을텐데. 어쩔수없이 어거지로 강행했지. 뭐. 결과는 좋으니 다행이야."


"당신. 그 토모랑 당신둘이서 제 호위병력을 무력화하고 여기 붙잡아 둘 수 있다고요?"


"글쎄. 해봐야 알지 않을까?"


나는 오메가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고, 램파트들과 마리오네트들는 나를 조준하고 있는 상황.

그 상황에서 나는 숨겨둔 emp수류탄을 꺼내 던졌다.

그와 동시에, 오메가의 양 종아리에 권총으로 사격을 가했다.


곧바로 이어지는 응사. 엄폐물도 없는 이 상황에서 나는 옆으로 구르며 권총으로 마리오네트에 응사했다.

램파트는? emp수류탄에 아웃. 오르카호의 유기물 전자회로도 아닌 깡 전자회로인 ags는 이게 직빵이지.


오메가는 양 종아리를 부상당하고 캐스토스 히마스를 자신의 모듈과 링크시켜 반격하려했지만, 내가 알파에게 부탁해 심어놓은 악성 코드에 모듈까지 오히려 꺼져버렸고. 성능 확실하게 죽여주네.


그렇게 한 순간의 총격전 공방이 끝난후. 숨쉬며 살아있는건 내 쪽이었다.


마리오네트들은 개조한 권총의 탄환과 위력에 전멸. 램파트들은 기능고장으로 인한 리타이어. 오메가는 양다리가 부상당했는데 모듈마저 꺼져버린데다 캐스토스 히마스도 조작하지 못하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


하지만 나도 피해가 만만치않다.

우선 왼쪽허벅지에 총상 한대. 어깨에 관통상 한대. 오른쪽 팔에도 깔끔하게 관통상 한대.


운이좋아서 망정이지. 마리오네트까지 끌고왔을줄은 몰랐다.

보아하니 델타근처에 있다가 급하게 호위병력으로 받아온 느낌이다.


"..끄응. 어지럽네. 이봐 토모."


"왜 그래?"


"이거로 오르카호에 연락해. 그리고 나 좀 일으켜줘."


토모가 내가 건네준 통신기로 오르카호 채널에 맞춰 연락하면서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나는 그 부축을 받으며, 오메가에게 다가갔다.


"너...이런짓하고 무사할거 같아..!?"


"너야말로....네 걱정이나 하시지."


그러고 그대로, 오메가의 머리채를 잡아 끌었다.


"아악!"


"시끄러 이년아..!"


퍼억.

그대로 멀쩡한 오른쪽 발로 오메가의 복부를 걷어찼고, 그대로 오메가가 몸에 힘이 풀려 얌전해졌다.

그렇게 오메가의 머리채를 잡은채로 질질 끌어서, 해안가로 도착했다.


이미 착지한 스카이나이츠와, 해안선을 따라 이쪽으로 오고있는 오르카호의 고속 잠수정 몇대가 보였다.


"이야. 부사령관님. 이게 그 말하고 다니던 선물이야? 사령관이 부사령관 보면 제압하라고 했지만...그럴 모양새는 아닌거 같은데."


우리의 굴, 슬레이프니르가 나에게 다가오며 능청스럽게 물었다.


"뭐. 그렇지. 중간에 훼방이 들어와서 조금 급하게 강행했는데, 생각대로 잘 되서 다행이네. 이런 도박같은 짓거리는 다시는 하고 싶지않아."


"그럴거같아. 나같아도 총맞는건 사양이거든!"


그렇게 잡담을 떨고있을때쯤, 잠수정이 해안가에 도착했고, 그 안에서 사령관을 포함한 지휘관급 개체들이 나왔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나를 경계하며 무기를겨누고 있었고.


"...그럴만한 오해를 사긴했지.."


"부사령관. 왜 그랬던 거야?"


"뭐긴뭐야. 내가 선물하나 준다고 했잖아. 그거준비한거지. 자."


그러면서 나는 오메가를 잡고있던 머리채를 놓고, 그대로 옷의 등쪽을 잡아올려 사령관 앞에 던졌다.

공중에서 날아서 바닥에 그대로 직행한 오메가의 몸은, 옆으로 두바퀴정도 굴러 사령관의 발 앞에 도착했다.


"...오메가?"


"내가 그년 여기 혼자 오게 낚으려고 별짓을 다했는데...."


"그럼 오메가와 통신한 것도 전부?"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라. 몰라? 하 씨. 이런 위험천만한 짓거리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오메가가 여기 첩자를 심은이상 이년을 어떻게든 끌어내서 개짓거리 못하게 확보하고 싶었거든. 이러면 오르카호의 위협도 하나줄어드니까."


그 말을 하면서, 나는 다리에 들어갔던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대로 토모의 부축을 받았음에도, 허벅지의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런 나를 다시 부축해 일으킨건, 다름아닌 칸이었다.


"...본의 아니게 목숨을 위협할 뻔 했군. 뭐라고 할말이 없다."


"상관없어. 너도 네 할일을 한거야. 오르카호의 안전을 생각해서 한 일이잖아? 신경꺼. 애초에 이런건 말안하고 혼자 작업한 내가 나쁜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했던말. 기억해?"


"나는 절대 오르카호에 위험이 될만한짓은 하지않는다."


"그래. 너도 오르카호의 안전을 지키려고 한거잖아. 군인이 안전을 안 지키면 누가지키나? 그러니까 신경 꺼."


그렇게 말하면서, 칸의 부축을 받으며 나는 사령관이 타오곤 잠수정에 몸을 실었다.

이윽고 사령관도 잠수정에 탔고, 오메가도 그 뒤편 짐짝칸에 실리는걸 확인했다.

같이 온 닥터가 내 제압용으로 들고왔던 마취탄을 한방 쏴놨으니 돌아갈때까진 잠잠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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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르카호로 돌아오고, 수복실에서 치료를 받고 하루가 지났다.

하지만 예정대로 내 징계위원회는 열리는 모양이다.

그렇게 출석했고, 이미 결정은 정해진듯 지휘관들과 함께 사령관이 앉아있었다.


"할말은 없어. 빨리 끝내자고. 그래서. 징계수위는 어떻게되지?"


"오르카호 내부의 정보유출, 부사령관이라는 직책이 있음에도 내통, 보고하지않은 단독작전등, 많지만."


"많지만?"


"그 모든 일이 우리가 실수해 놓친 오메가를 잡아오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감안, 실제로 생포에 성공했으니 이 일은 불문에 붙히도록한다."


"그렇다는건?"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징계는 없다. 그리고 이번 공적으로 부사령관에게 대담한 결단력과 행동력, 그리고 치밀함이 있다는것을 알았으므로, 앞으로의 모든 결제서류의 전권을 위임한다!"


"야!!!"


"그러게 선물이랍시고 이렇게 깽판을 치래?! 내가 너때문에 원래하던거보다 배로 일을 했어! 나 쉴거야! 파업할거야! 니가 다해!"


"이 미친놈아! 그렇다고 그걸 전부 나한테 짬때리냐!"


"그럼 짬때릴 아랫사람이 있는데 안때리고 배기냐?! 나 찾지마! 나 스틸라인 온라인하러 갈거야!"


그렇게 빤스런치는 사령관.

그런 사령관을 미쳤냐고 쥐어패러 쫒아가는 부사령관.


그렇게 끝난 징계위원회를 보면서, 지휘관들은 생각했다.


[하하 개판이네 x발.]


그렇게 오르카호에는 다시금 평화가 찾아왔다.

조금 개판이고 왁자지껄한 일상이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렇게 오르카호는 예정했던 섬에 수리를 진행하기 위해서 정박했다.


그리고 또 다른 일상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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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집링크 https://arca.live/b/lastorigin/43742876    


이거 아직 완결아님. 다시 일상물로 돌아온것 뿐이야....

스발바르 제도 가기전에 오메가 잡아오려고 무리하게 조금 시리어스로 틀었다.

그 중간에 의심이랑 뭐 대립각이랑 다른 떡밥도 좀 뿌렸고.

근데 일상물인데 갑자기 드리프트하니까 반동쎄게오더라... 앞으로 이런 부분은 그냥 부사령관이 뭐뭐 하고 처리했다 식으로 넘겨야갰음. 아니면 외전으로 그때 있었던일만 따로 쓰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