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르카 호에서 본 일이다.


 메이 하나가 바닐라에게 가서 떨리는 손으로 1 질싸 짜리 동침권 한 장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동침권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녀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바닐라의 입을 쳐다본다. 바닐라는 메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동침권을 전등에 비춰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녀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동침권을 받아서 가슴골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녀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메이드 숙소를 찾아 들어갔다. 가슴골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동침권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사령관이 발급한 동침권이오니까? " 하고 묻는다.

 콘스탄챠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동침권을 어디서 훔쳤어?" 메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질싸가 되는 동침권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메이는 손을 내밀었다. 콘스탄챠는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녀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동침권이 찢어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젖가슴 사이로 그 동침권을 쥘 때 그녀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복도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계단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동침권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녀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파묻었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이미 한 판 뜨고 왔소."

하고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질싸 동침권을 줍니까? 데이트권 한 장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키스권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파초선 휘둘러가며 얻은 실적에서 한 장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키스권 마흔 여덟 장을 데이트권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동침권 한 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동침권을 얻느라고 3년이 더 걸렸습니다."

그녀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동침권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동침권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녀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동침권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