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닌 피보호자의 바이오로이드 - 목록



"철충은 웃는 얼굴들을 영혼 없는 흉물이라고 여깁니다. 

과연 이들의 말이 사실일까요?

그리고 사실이 어떻든 누가 신경쓰긴 할까요?"


 


 원래 레오나는 스트롱홀드들 및 그녀와 함께 움직이는 웃는 얼굴들로는 단시간에 돌파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의 화력이나 방어력이 강력한 지점에다 초대형 웃는 얼굴들을 소환,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레오나와 동행하는 웃는 얼굴들의 전력이 그녀나 라비아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했고, 이들의 괴이하기 그지없는 전투 방식으로 인해서 이들의 숫자와 전투력이 크게 상승하면서 굳이 레오나 쪽에서 초대형 웃는 얼굴들을 소환할 이유가 없어졌다. 오히려 레오나가 다른 스트롱홀드 부대에다 자신과 동행하는 웃는 얼굴들을 보내줄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모습을 감춘 채로 정찰중이던 레이라미아들로부터 철충 연결체 여럿이 모여있는 부대가 발견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자, 레오나는 지체하지 않고 그쪽에다 초대형 웃는 얼굴을 투입했다.


 이쪽이 공간전이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이 타이거샤크 바이오로이드들의 생각이었다. 이에 따라 웃는 얼굴들은 땅굴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게 하면 되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이들이 제안한 그대로 초대형 웃는 얼굴들을 소환하는 게이트는 철충 연결체들이 모인 지역 부근의 지하에 만들어졌다. 지하에 만들어진 게이트를 통해서 전장으로 이동한 초대형 웃는 얼굴들은 지면을 박살내면서 그 거대하면서도 해괴망측한 모습을 드러냈고, 세 상반신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손에 들린 거대한 검을 허공에 휘둘러대면서 간단하게 몸을 풀었다.


 그 광경을 본 철충들은 하급 개체부터 연결체들까지 모두 혼비백산했다. 


 검은색과 보라색, 붉은색이 뒤섞인 검기 같은 것을 쏟아내어 주변에 있는 철충들을 모조리 쓸어버린 초대형 웃는 얼굴들이 칼을 크게 휘둘러대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잠시 굳어있던 연결체들과 상위 개체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전부 쏟아부으며 대응했고, 이에 따라 하급 개체들도 가진 무기들을 필사적으로 쏟아냈다.

 

 광탄 소나기를 퍼부은 라이트닝 봄버 편대가 재빨리 그 자리를 이탈하려다가 초대형 웃는 얼굴들의 몸에 가득한 얼굴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눈동자도 흰자도 없이 그저 텅 빈 어둠만 있는 수십, 수백 개의 눈들이 자신들을 쳐다보자 회로가 싸늘하게 얼어붙는 듯한 기분이 든 라이트닝 봄버들이 서둘러서 괴물로부터 떨어지려 했다가 괴물이 칼을 휘두르며 흩뿌린 검은 안개에 휩쓸렸다.


 그 공격이 자신들을 잡으려고 한 공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라이트닝 봄버들은 더욱 억울해 했겠지만, 땅바닥에 처박힐 때 이들의 본체와 숙주는 이미 무슨 생각을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녹아내린 뒤였다.


 거대하고, 끔찍하게 생긴 칼이 휘둘러질 때마다 공중에 있는 철충들이 살충제나 전자 살충도구에 맞은 날벌레처럼 떨어지고, 지상에 있는 철충들이 마치 부패한 젤리마냥 시꺼멓게 변색되며 녹아내렸다. 


 철충들이 아무리 집중 포화를 퍼부어대도 거대한 괴물은 쓰러지기는커녕 비틀거리지조차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는 것을 철충들 쪽이었다. 철충들이 죽어나가면 죽어나갈수록 괴물의 몸에 가득한 얼굴들은 더 신이 나는지, 듣는 철충들로 하여금 회로가 썩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끔찍한 합창을 큰 소리로  불러댔다. 


 바이오로이드들이 스토커라고 명명한 rhkdgnldmlwjsehtk 주교를 육중한 발로 밟아서 터뜨려버린 초대형 웃는 얼굴들이 칼을 높이 쳐들었다. 


 보라색과 검은색, 붉은색의 소용돌이가 그녀들의 머리 위에 생겨나고, 수천 명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주변에 메아리쳤다. 


 괴물이 무언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레이더급 연결체, qkfkadptlfflsqhrdma 주교와 gksmfdmfgidgksdustjf 주교가 남아있는 비행형 철충들과 함께 전속력으로 날아들어 광탄을 쏟아부었다. 이들이 남아있는 모든 힘을 긁어모아 쏟아부은 공격은 괴물을 움찔거리게 만들기는 했지만, 괴물의 자세를 무너뜨리거나 하려는 행동을 멈추기에는 부족했다. 


 괴물의 세 상반신이 있는 힘껏 칼로 땅바닥을 찍었고, 땅바닥을 타고 검은색과 붉은색, 보라색의 파장이 마치 쏟아진 물처럼 퍼져나갔다. 


 뒤이어 세 가지 색깔이 섞인 기둥이 마치 폭발하는 간헐천처럼 여기저기에서 솟구쳐 올랐다.


 그 한 번의 일격으로 아직까지 살아서 발버둥치던, 지상에 남아있던 모든 철충들이 모조리 전멸했다. 어떻게든 괴물을 쓰러뜨리려 발버둥치던 상급 철충들도, 얼마 남지 않았던 연결체-주교들도 그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지 못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철충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cnacnsmszkfskf 대주교, 단 하나를 제외하고는.


 성도들과 동료들이 허망하게 죽어나가자 분노한 대주교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미친듯이 칼을 휘둘렀다. 이대로라면 온몸에 과부하가 걸려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지만 분노로 이성을 잃어버린 대주교는 이를 알지 못했고, 알았다 하더라도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 괴물을, 성도들과 동료들을 학살해버린 이 흉물을 산산조각낼 수만 있다면 자기 한 몸이 산산조각난다 하더라도 좋았을 터이니. 


 집중 포화에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던 초대형 웃는 얼굴들의 몸 여기저기에 빛나는 상흔이 생겨나고, 괴물의 몸에 달린 얼굴들이 시끄럽게 비명을 질러댔다. 난도질당하는 중에도 여전히 웃고 있는 얼굴들을 본 cnacnsmszkfskf 대주교가 느끼는 분노와 경멸감이 더욱 거세게 타올랐고 그에 따라 대주교가 휘둘러대는 칼질도 더욱 현란해졌다.


 그러나 분노와 격양이 지나친 나머지 이리저리 회피하는 동작이 늦어지고, 뻔해졌다.


 초대형 웃는 얼굴들의 상반신 중 하나가 대주교의 몸을 낚아챘다.


 괴물이 대주교를 으스러뜨리려는 것처럼 힘껏 쥐었다가 땅바닥에다 처박아버리고, 발을 들어올려 여러 차례 있는 힘껏 짓밟았다. 괴물의 발이 대주교의 몸을 짓밟을 때마다 그 주변의 땅이 크게 흔들리고, 갈라지고,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내동댕이쳐지고 밟혔음에도 불구하고 cnacnsmszkfskf 대주교는 죽지 않았다. 그저 칼을 휘두르지도, 두 다리로 서지도, 날아다니지도 못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wjwnqkedkfk, dl dudghs djqtsms gbdanfemfdk.......! TJrdj djqtdjwuTdjdi goTdmf gkemdgks tkf-!]


 죽기 전에 온갖 저주를 퍼부어대는 cnacnzmszkfskf 대주교에게 초대형 웃는 얼굴들이 휘두른 칼들이 떨어졌다. 


 바이오로이드들이 익스큐셔너급 연결체로 분류하는 대주교의 단단한 몸은 높이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괴물이 괴력을 담아 휘두른 칼에도 쉽게 잘리거나 부서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대주교의 몸이 완전히 박살나고 그의 목숨이 끝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고, 비명을 지르거나 몸부림칠 수 없게 될 때까지 그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절규하고 몸부림쳤다.

 

 


 스트롱홀드들과 유갈리안티들의 집중 사격을 얻어맞은 룩(Rook)급 연결체의 몸이 밝게 타오르듯 빛나면서 흩어지는 분자들과 녹아내리고 불타오르는 파편들이 되어 무너졌다. 멸망 전쟁 당시 수많은 인류의 요새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던 룩급 연결체였지만 초중전차들의 집중 사격과 타이런트도 쓰러뜨리는 외계 전쟁 병기들의 집중 사격 앞에서는 버틸 방법이 없었다. 


 룩급 연결체, ansjwlwldksgsmstjdco 주교가 자신을 쓰러뜨린 병기들과 그 병기 뒤에 있는 라비아타에게 저주의 말을 남기려 했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그녀의 몸과 의식은 모두 불타는 입자로 변해서 흩어져 버렸다. 자신들의 지휘관이자 가장 강력한 전투원이었던 연결체-주교가 무너지자 남아있는 철충들은 스트롱홀드들의 주포가 쏟아붓는 불벼락과 유갈리안티들이 쏟아내는 광선 세례에 의해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세상에서 증발했다.


 "룩급 연결체 파괴! 예정된 공격 루트를 따라 계속 전진하겠습니다!"


 [갑작스럽지만 계획이 변경되었소. 변경된 경로로 이동하시오!]


 "알겠습니다!"


 라비아타의 보고를 받은 무적의 용이 변경된 이동 루트와 작전 계획을 보내주었고, 이에 따라 스트롱홀드들과 유갈리안티들이 방향을 돌렸다. 불타는 연결체의 잔해를 뒤로 한 전차들과 거대한 기계 거미들이 지상을 달렸다.


 오르카 저항군에다 레모네이드 감마와 오메가의 군대가 합류하면서 유갈리안티들과 레이라미아들을 유럽 전선 여기저기에 공간이동시키면서 사용한다는 계획은 백지화되었다. 그 대신 레이라미아들은 모습을 감춘 채로 각 스트롱홀드 부대를 지원하고, 유갈리안티들은 라비아타와 함께 연결체와 상위 개체들의 비중이 높은 철충 부대들 내지는 밀집되어 있는 괴물들을 우선적으로 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지상에서의 공격으로는 도저히 질주하는 초중전차들과 기계 거미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철충들이 날아다니는 형제 자매들을 호출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PECS 공중 함대와 포세이돈 함대, 호라이즌 함대가 출격시킨 공군을 요격하러 나간 상태였고, 남아있는 비행형 철충들만으로는 스트롱홀드들과 유갈리안티를 요격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대부분의 전차들이 그러했듯 공중에서의 공격에서는 취약할 거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스트롱홀드들에 탑재된 OS와 여섯 개의 주포는 공중의 적들도 사냥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이들이 뿜어내는 포화로부터 무사히 살아남는 것은 대부분의 AGS나 이를 숙주로 삼은 대부분의 철충들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공중에서의 위협을 감지한 스트롱홀드들의 주포가 불을 뿜자 하늘에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파편이 쏟아지고, 포탄에 맞아서 박살나지 않은 철충들은 파편에 맞아 벌집이 되거나 화염에 휩쓸렸다. 스트롱홀드의 포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철충들에게는 유갈리안티들이 선물로 예의 그 광선이나 에너지 유도체 탄막을 선사했다.


 타오르는 잔해들과 불꽃, 빛나는 입자로 변해서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파편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라비아타는 무적의 용과 스트롱홀드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 자매들, 타이거샤크에서 자신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시젠과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도 주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계속 살피고,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했다. 


 [경고! 고에너지 반응 감지!]


 진격하던 스트롱홀드들이 경고라는 말을 꺼내자 유갈리안티들 중 하나가 라비아타가 탄 스트롱홀드로 다가와서 방어막을 전개하고, 나머지 유갈리안티들이 선두의 스트롱홀드들과 나란히 달리면서 곧 올지 모르는 공격에 대비해 방어막을 최대 출력으로 전개했다. 


 파란색의 에너지 섬광들이 쏟아지고, 여기에 시야가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 빔이 쏟아지듯 날아들었다.


 방어막이 파괴될 것에 대비해 스트롱홀드들이 외장 안쪽에 자리잡은 내부장갑의 각도와 위치를 조절했지만 유갈리안티들의 방어막은 쏟아진 집중 포화를 견뎌냈고, 초중전차와 기계 거미가 방금 전의 공격을 몸으로 버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디스트로이어급 철충 두 기, 그리고 스토커급 연결체 여덟!]


 "유갈리안티 님들은 스토커들의 제압에 집중하고, 스트롱홀드 님들은 디스트로이어에 모든 화력을 집중해 주세요!" 


 스트롱홀드의 보고를 바탕으로 라비아타가 지시를 내리자 기계들이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스트롱홀드들보다 앞서나간 유갈리안티들이 재차 레일건 사격을 가하는 스토커들에게 광선을 퍼부어대며 사냥을 시작했다. 


 뒤이어 디스트로이어들의 위치를 파악한 스트롱홀드들의 주포가 불을 뿜었다.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음을 알아차린 디스트로이어들이 긴급 충전을 시작함과 동시에 자신 주변에 견고한 방어막을 형성했고, 그 위로 스트롱홀드들이 발사한 포탄들이 충돌했다. 가장 강력한 요새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스트롱홀드의 포탄이지만 디스트로이어들을 감싼 방어막은 일반적인 요새의 외벽이나 연결체의 장갑보다 훨씬 견고했다.


 스트롱홀드들이 거대한 공성용 캐터필러를 디스트로이어들에게 들이밀며 돌진하는 동안 스토커들은 자신들을 없애려 하는 기계 거미들의 광선을 피하려고 발버둥쳤다. 디스트로이어와 자신들의 집중 포화를 견딜 정도로 강력한 괴물에게 유효한 타격을 주려면 자신들의 레일건에 최대한 에너지를 충전하고, 정확하게 약점을 찾아서 한 방을 꽂아 넣어야 했다. 


 그럴 여유 따윈 없었다.


 그럴 기회도 없었고 당장 어떻게 유효할 만한 공격을 할 수조차도 없었다. 


 그저 끊임없이 광선을 쏟아붓는 유갈리안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광선을 피해 움직이다가 나무에 부딪힌 스토커 하나, 서로 충돌한 스토커 둘, 그리고 넘어져버린 스토커 하나가 유갈리안티들이 난사하는 광선에 직격당했고, 특유의 파란 폭발을 일으킬 새도 없이 흩어지는 불꽃으로 변했다. 동료들이 있어서 유갈리안티들의 주의가 분산될 때에도 저 빌어먹을 기계들의 공격을 피하기 어려웠는데, 달랑 둘만 남은 이상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스토커들이 레일건으로 발악을 하려 시도했다. 


 스토커 하나는 공격을 쏘기도 전에 불꽃으로 변했고, 다른 스토커 하나는 발포하기는 했지만 위력도 턱없이 약했을 뿐더러 그나마도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마지막 여섯 번째 스토커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린 유갈리안티들이 디스트로이어들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계속되는 포격으로 인해서 거의 파괴된 디스트로이어들의 방어막을 시속 백 수십 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려온 스트롱홀드들의 공성용 캐터필러가 들이받았다. 


 디스트로이어들을 보호하고 있던 방어막이 산산조각나고, 디스트로이어의 장갑이 캐터필러에 갈리고 뭉개졌다.  

   



 "포 쏘는 솜씨 좀 봐라, 어?"


 박격포를 장착한 철충이 포격이랍시고 하는 꼴을 보고 비웃은 이프리트-1111이 오우거제 포를 어깨에다 올리고는 직사로 한 방 날렸다. 불기둥이 솟구치면서 한 방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철충과 그 주변에 있던 철충들이 한꺼번에 산산조각이 났다. 


 곡사로 쏘면 박격포가 되고, 직사로 쏘면 직사포가 되는 이 괴상한 오우거제 물건은 그 괴상한 작동방식과 괴상한 외형에 걸맞는 무식한 무게와 크기 때문에 힘 좀 쓰는 편이라고 자부하는 이프리트-1111조차도 들고 다니면서 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초중전차를 타고 질려버릴 정도로 많은 철충들 사이를 누비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 무기는 이프리트-1111로 하여금 자신을 택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입증했다.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은 노움-6699는 오우거제 유탄 및 산탄 기관포를 들고 철충들에게 폭발성의 불덩어리들을 끼얹었다. 총 속으로 들어갈 때에는 돌멩이나 잡동사니였던 물건들이 총구를 떠나는 순간 폭발성의 유탄으로 변하는 연금술에 대해서 노움-6699도, 이프리트-1111도, 비슷하게 생긴 오우거제 무기를 난사해대는 피닉스 3호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은 연금술을 보고 신기해하거나 황당해할 때가 아니라 그 연금술을 이용해서 철충들이든, 괴물들이든 눈에 밟히는 것들은 전부 때려부숴야 할 때였다. 


 스텔스 장치를 가동시킨 하르페이아들도, 전속력으로 날아다니면서 칼을 휘둘러대는 티아멧들과 창을 찔러넣는 랜서 미나들도 전 스틸라인 바이오로이드들이 사용하는 무기에 관심을 주는 대신에 중요한 목표물들에게 한 방을 꽂아넣는 데에 집중했다. 


 "이거나 처먹어라!"


 "브라우니, 가장자리로 나가지 말아요!"


 철충의 공격을 피하며 이리저리 급기동하는 스트롱홀드의 위에서 브라우니들이 아슬아슬한 묘기를 하면서 철충들에게 사격을 가하고, 레프리콘은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와중에도 브라우니들이 튕겨져 나가거나 철충의 공격에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하르페이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반파된 룩급 연결체가 스트롱홀드들에게 포격을 퍼부으려 하자 피닉스 3호와 이프리트-1111, 노움-6699가 화염을 뿜어내는 룩급 연결체의 갈라진 몸체 안쪽을 향해 포격을 퍼부었다. 계속 공격을 가하던 티아멧들과 하르페이아들이 저 멀리 날아가고, 큰 손상을 입은 곳에 포격을 연속적으로 얻어맞은 연결체의 몸이 더욱 환하게 불타올랐다. 마지막 발악을 하려던 연결체는 그대로 폭발하면서 최후를 맞이했고, 그것으로 이 지역에서의 전투는 끝났다.


 라비아타로부터 새로운 목표 지점에 대한 정보를 받은 스트롱홀드들과 바이오로이드들이 서둘러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하늘로 날아오른 네 앨리스들이 치마를 활짝 펼쳤다.


 그녀들의 주 무장인 마이크로 미사일 포드들과 전투에 앞서 달고 나온 추가적인 무장들이 일제히 불을 뿜으면서 지상에 있는 괴물들에게 강철과 화염, 광선의 소나기를 끼얹었다. 오랜만에 그녀들이 만들어진 목적대로, 그녀들의 주특기와 그녀들의 주무장을 마음껏 사용한 앨리스들의 얼굴에 가학적이고 잔혹한 웃음이 어렸다.


 지니야-29와 지니야-33은 밴시-34와 밴시-37과 함께 날아다니면서 세라피아스 앨리스들과 스트롱홀드의 포격으로부터 살아남은 괴물들에게 미사일과 폭탄, 기관총탄을 끼얹었다. 


 홍련이 이끄는 스트롱홀드 부대가 도착하기 전 이 자리에 있었던 철충들을 도륙내버린 영혼없는 이들에게 '일반적인' 무기나 공격은 제대로 통하지 않지만, 레이라미아들은 스트롱홀드들과 바이오로이드들의 무기에다 여러가지 마법적인 처리를 해주는 한편으로 영혼없는 이들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방해했고 세피리아크들은 이들에게 시젠의 눈물을 매개체로 한 마법 도구를 비롯해서 괴물들에게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무기들을 몇 개씩 선물했다. 시간은 얼마 없고, 나눠줘야 할 바이오로이드들은 많아서 대괴물 마법 병기의 숫자가 충분하진 않았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온몸이 걸레짝이 된 영혼없는 이들 몇몇이 세라피아스 앨리스들을 향해 도약하는 것을 포착한 미호와 홍련이 각각 거대한 석궁과 기계장치가 덕지덕지 붙은 저격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빵!"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색과 분홍색의 궤적이 허공에 그려지고, 영혼없는 괴물 둘의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연결체급 철충의 공격도, 철충들이 쏟아붓는 포탄의 소나기도 견디는 이들의 몸뚱아리는 마법이 부여된 은으로 코팅되고 내부에는 마법이 걸린 수은이 들어있는 대 괴물용 총탄 한 발을 견디지 못했다. 총탄이 깨지면서 쏟아져나온 마법 수은은 괴물이 되기 전에는 고통으로, 괴물이 된 이후로는 분노와 살의로 가득했던 두 영혼없는 이들의 생애에 종지부를 찍었고, 이들의 시신은 악취가 진동하는 검은 액체로 녹아내렸다. 


 아직 살아있는 영혼없는 이들을 향해 앨리스들이 광선과 스마트건을 쏟아부으며 각자의 손에 들린 무식한 근접전 병기들을 들고 급강하했다. 광선과 스마트 건 공격은 괴물들에게 치명타를 날리기에 한참 부족했지만 이들이 든 무기는 영혼없는 이들을 피떡으로 만들 위력이 있었다. 


 천둥 소리와 번갯불이 번쩍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피떡이 된 괴물 넷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몸을 일으키려는 이들의 위로 떨어져 내린 앨리스들이 무지막지한 쇳덩어리가 달린 철퇴와 번갯불이 번쩍거리는 양손 망치, 빛나는 칼날이 달린 폴액스와 불타오르는 살벌하게 생긴 기계 몽둥이를 마치 귀신 들린 것처럼 휘둘러댔다.  


 남아있는 레이저 유도 폭탄이 몇 개나 되는지, 대 괴물용 총탄이 몇 발이나 남았는지 확인해본 밴시들과 지니야들은 그녀들을 목표로 하고 날아오르려 하는 괴물들에게 레이저 유도 폭탄 한 발과 총탄 한 발씩을 선물하면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아무리 온갖 강화 시술을 받고 온갖 장비를 걸치고 나왔다고는 하나 본질적으로 이들은 한 방 얻어맞는 순간 삼도천 너머로 가는 물몸들이었고, 그녀들이 상대하는 괴물들은 철충들을 찢는 파괴력을 가진 괴물들이었다. 괴물들의 공격에 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다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 싸우고 있군. 나도 저 자리에 있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대 말대로 생각했던 것 이상이오. 라비아타 공의 자매들도, 그리고 저 괴물들도......."


 스트롱홀드들의 압도적인 위력이야 감마와 무적의 용도 알고 있었던 바 그대로라서 딱히 놀랄 것은 없었지만 라비아타가 데려온 바이오로이드들이 가지고 온 무기들과 외계의 기계들은 충분히 인상적이었고, 레오나와 함께하는 괴물들이나 연결체들이 모여있던 자리에서 튀어나온 초대형 괴물이 선보이는 위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이었다. 비록 생긴 것도, 하는 짓거리도 가능하면 동맹이고 뭐고 상종 안 하고 싶게 생겼지만, 기본적인 능력도 철충의 포화를 받아내면서 돌진해서 철충을 찢어발기거나 녹여버릴 정도인데 적을 죽이면 죽일수록 빠르게 강해지고, 그 자리에서 개체수를 늘리기까지 하니 강력한 전력임에는 분명했다.


 한편으로는 벌써부터 저 괴물들이 과연 언제까지 라비아타의 '동맹'일 수 있을지, 미래에는 과연 저 괴물들의 수가 얼마나 불어날 것이며 이들이 어떤 사고를 치고 다닐지 걱정이 솟구쳤다. 어떻게든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를 거두는데 집중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조차도.


 [용 제독! 적 항공대가 물러나고 있어!]


 보고를 올리는 중에도 슬레이프니르들은 전속력으로 철충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비행형 철충들의 신경을 자기 쪽으로 돌림과 동시에 철충 하나라도 더 격추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지상에 있는 자신들의 동포들과 지도자들이 모조리 저세상으로 갔다는 비보와 함께 조금이라도 지상에 있는 공격자들과 괴물들에게 피해를 주고, 빨리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서 후퇴하라는 지시를 받은 철충들은 슬레이프니르들과 블랙 하운드들이 펼치는 현란한 에어쇼를 무시하고 빨리 돌아가는 데에만 열중했다.


 치열한 전투에서 일방적인 추격 및 학살극으로 양상이 변했지만 지칠 대로 지친 오르카의 스카이 나이츠들과 무기가 다 떨어진 세 함대의 AGS들은 멀리까지 철충들을 추격하지 못했다. 


 후퇴하는 철충들의 뒤를 뒤늦게 전장에 도착한 오메가의 항공 AGS 증원 부대가 빠른 속도로 추격했다.    

  

 지금까지 같이 싸웠던 AGS 말고 또 다른 수백 대가 넘는 항공 AGS들이 철충의 뒤를 쫓아 날아가는 모습을 본 오르카 스카이 나이츠들이 왜 이제야 증원군이 오는 거냐며 투덜거리다가 한숨을 쉬었다.


 무적의 용이 이끄는 호라이즌 함대가 오르카 저항군에 가입하고, 저항군 자체의 규모도 꽤 커졌지만 아직 PECS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들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느껴졌다. 


 철충들이 이들과 힘을 합쳐도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적이라는 사실 또한 새삼스레 실감났고, 그런 철충들과 PECS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하는 괴물들이 앞으로 점점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니 막막해졌다.

 

 [벌써 지쳤나, 오르카 여러분? 우리가 먼저 가서 상황 끝낼까?]


 "전 스카이 나이츠 부대는 귀환. 둠 브링어 부대, 출격하시오. 전 함대, 전속력으로!"


 감마의 도발을 받아넘긴 무적의 용이 다음 지시를 내렸다. 


 힘들여 꼴 보기 싫은 x을 도와주는 이 짓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끝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