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가 점집을 차렸다.


친구 유미가 걱정하며 말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점집을 찾나?

 그런 미신은 아무도 안 믿을테니 같이 술이나 마시러 가세.'


키르케가 웃으며 말했다.

'내 천기를 보고 지기를 읽은 것이 100년이 넘었으니 걱정하지 말게.

 정 의심스럽다면 밖에 지나가는 바이오로이드 한 명만 데려와 보게.

 내 보지도 듣지도 않고 누구인지 알아 맞추면 믿겠는가?'


호기심이 동한 유미가 점집을 나가보니 마침 아스널이 지나가고 있었다.

유미가 사정을 이야기 하자 아스널이 기꺼이 응했다.


점집에 들어가보니 어느새 키르케가 앉아있던 곳은 두꺼운 천으로 막혀있었다.

그 천 가운데 사람 머리보다 작은 구멍이 뚫려있었고 책이 한 권 놓여있었다.


그 구멍에서 키르케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님께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계십시오.

 여기 책에 마음에 드는 한자 하나를 택하시면 내 손님이 누구인지 알아보겠소.'


아스널은 잠시 책을 훑어보다 한자 하나를 선택하고 키르케에게 주었다.

점 복(卜)자였다.


그것을 본 키르케가 말했다.

'손님께서는 아스널 대장이십니다.'


지켜보던 유미와 아스널이 감탄하며 물었다.

'어떻게 글자 하나 선택한 것을 보고 아스널이라 알았는가?'


이에 키르케가 답했다.

'사람이 서있는데 가운데 튀어나온 것이 있으니 이는 분명 사령관님입니다.

 사령관님을 이리 생각하시다니 손님께선 분명 아스널 대장이십니다.'


아스널이 기뻐하며 물었다.

'내 복채를 넉넉히 줄터이니 점을 한번 봐주게.

 내 오늘 사령관에게 가면 사령관을 안을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지금 바로 사령관님께 가시면 뜻을 이룰 것입니다.'

그러자 아스널은 선뜻 참치캔 10개를 주며 떠났다.


유미가 깜짝 놀라 물었다.

'내 공과 여러날 어울렸으나 이런 재주가 있는 것은 몰랐구려.

 그래 점이 어찌 나와 아스널 대장이 사령관을 안을 수 있다고 말하셨소?'


키르케가 웃으며 말했다.

'이는 점 칠 필요도 없는 일이요.

아스널 대장이 사령관에게 가 동침하지 않는 날이 있소?

아스널 대장은 그저 핑계가 필요했을 뿐이요.'

 

아스널이 키르케의 점을 보고 난 후 사령관과 시간을 보냈다는 소문이 퍼지자

나이트 앤젤이 키르케의 점집을 찾았다.

안에서 키르케의 소리가 들렸다.


'손님께서 저를 의심하시는 기색이 있으니 직접 시험을 보겠습니다.

 여기 책에 마음에 드는 한자 하나를 택하시면 내 손님이 누구인지 알아보겠소.'


점집을 찾기 전 아스널에게 대강 설명을 들은 나이트 앤젤은 아스널과 같이 점 복(卜)자를 골랐다.


'평평한 곳에 점 하나가 있으니 손님께선 분명 나이트 앤젤 대령이십니다.'


나이트 앤젤이 아무말도 하지 않고 점집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