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같은데서 이야기해도 되지 않아? 기왕이면 에어컨도 나오고 시원한 음료도 같이..."

"안돼. 그런 곳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야. 분위기도 좀 그렇고. 한적하고 사람 없는 곳에서 단 둘이서 이야기하고 싶어."

약속 장소를 딱 잘라 이야기하는 메이.

"중요한 이야기야?"

그도 그럴것이 갑작스럽게 만들어낸 약속인데다가, 메이의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운 말들 뿐이었으니.

"...응."

메이는 단호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그 어떤 사족도 오만함도 내비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니가 그렇다면 뭐. 대신 늦으면 그냥 간다?"

장난어린 으름장에도 메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자리를 떠나갔다.



한참 후



도착한 곳은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약 5분가량 떨어진 한적한 저녁 정원. 여기라면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제밥 서늘한 바람도 불고 하니 분위기는 꽤 있을 법했다.

조금 더운걸.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얇은 티셔츠를 입고 들어올걸 그랬는데.

그나저나 메이는 어디쯤 온거야? 제시간에 오라며 이야기하던 사람이...

"철남아."

날 부르는 앳되고 고운,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

"제 때 왔네? 늦을 줄 알았는데."

메이의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돌아봤다.

새하얀 원피스가 길게 나풀거리며 그 사이사이로 메이의 맵시 있는 몹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어찌보면 청순하면서도 매혹적인 그 자태를 한층 더 뽐내고 있었다.

"메이?"

"오지마."

메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려 발을 뻗자, 메이가 소리 지르며 날 막아섰다.


잠깐동안의 정적.

곧 서늘한 바람이 메이의 붉은 머리칼을 스리슬쩍 훑어 지나갔다.


메이는


메이는 울고 있었다.


서러움보단 무언가 안심이 된다는 듯한 미소를 지은채

메이의 고운 뺨에 눈물을 한두방울씩 그려나가고 있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기억도 나지 않을텐데, 이상하게 10년전 헤어지기 전까지 그 얼굴이 너무 선명하게...보이더라고..."

메이는 코맹맹이 소리로 살짝 훌쩍거리면서도 당신에게서 시선을 지우지 않고 있었다.

"너무 반가웠어. 어릴때 항상 옆에 같이 있던 그 꼬맹이가,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그 개구장이를 이젠 못 볼줄 알았는데."

"어릴때처럼 다시 친하게 지낼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너무 앞서 나간거야."

메이의 두 손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꽉 쥔 주먹에서 그녀의 감정이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옆에 같이 붙어다니던 미호를 처음 봤을땐 조금 충격 먹었었지만, 이사 가고 시간이 흘렀을테니까 다른 친구들도 사귀었을거고. 응. 거기까진 내가 이해할 수 있었어."

메이의 미소가 점점 일그러져가기 시작했다.

"근데...근데 이 모든걸 다 이해할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딱 하나, 정말 딱 하나 철남이 너한테 이해가 가지 못한게 있어."

무슨...?

돌연, 머릿속으로 무언가 하나가 찌릿하고 지나간다.

10년이 지나도 바로 날 알아보던 메이의 그 마음을

나는 누군지도 모를 지나가던 사람처럼 대하며 그녀의 존재를 내 자리에서 밀쳐내었었다.

메이의 마음속에서 나란 존재를 그렇게 중요하게 두고 있었는데

내 안에선 메이는 얼마나 중요한 자리에 있었던걸까?

"...철남이 너도 깨달았구나."

"그래도..."

미안함과 죄책감에 고개를 떨군 내 손을 가까이서 잡고 날 올려다보는 작은 소녀.

그 반짝반짝 빛나는 보랏빛 자수정같은 두 눈의 안에는 투명하게 내 모습이 담겨 있었다.

투덜거림과 오만함. 건방지던 소녀의 모습은 여기에 없었다.

희미하게 어깨를 떨어가며 안절부절하지도 못하는 두 손을 꽉 잡은채, 그러나 굳은 결심을 한 듯 당신을 꼿꼿하게 쳐다보는 메이.

"철남아."

당신의 이름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부른다.

"나, 철남이 널, 좋아해."

......

정적이 흘렀다.

고요한 바람만이 나와 둘 사이를 가로지르며 노을진 정원 풀숲을 쓸어다넘길 뿐이었다.

메이를 다시 쳐다봤다.

이제 메이의 눈은 더이상 그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지 않았다. 그렁그렁 왕방울만한 눈물들을 하릴없이 쏟아내며 당신을 아련하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릴땐 그렇게 네가 좋다면서 꺄르륵 거리고 늘 옆에 있을려고 하고."

"부모님한테는 철남이 집에서 자고 온다고 떼쓰고 울고 난리도 아니었지..."

"잘때는 한손은 꼭 네 손 잡고 잔다며 옆에 꼭 붙어 있어야하고."

반가운듯한 느낌으로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메이의 미소가 오늘따라 예뻐보었다.

"철남이 너한테 모질게 굴고 툴툴거리고, 심하게 티격태격해도...사실은 그 옛날 좋아하던 모습들 그대로 가지고 있어."

"사실 그래서...더 알아주길 바라고...더 있어주길 바라고...그래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한채 메이가 울음을 터트리며 몸을 웅크렸다. 잔뜩 떨려오는 어깨와 등을 당신은 가만히 끌어안아주며 토닥여주었다.

"미안해...오히려 철남이 기분은 알아주지 못한거...나만 생각하던거...전부...미안해...미안해..."

작게 당신을 향해 사과를 속삭이는 메이의 목소리.

당신은...





뭔 뜬금없는 글이냐고 할수 있는데

메이 미연시 제작중인거 연장선으로 작업중임다

괜찮음?